프톨레마이오스의 문 바티미어스 3
조나단 스트라우드 지음, 남문희 옮김 / 황금부엉이 / 2010년 5월
평점 :
절판


  바티미어스 시리즈의 대단원인 제 3부 “프톨레마이오스의 문(황금부엉이, 2010년 6월)”에서는 1, 2부의 모든 사건의 배후였던 음모의 세력이 드디어 전면으로 부상하여 본격적으로 행동을 개시하고 이를 막기 위한 나타니엘, 키티, 바티미어스, 세 주인공의 멋진 활약을 벌이게 된다. 시리즈가 이번 편으로 끝난다는 아쉬움과 어떻게 결말을 맺을까 하는 궁금증에 읽는 속도가 더욱 빨라지게 된 이번 3부는 마지막 페이지에서의 놀라운 결말로 인해 읽고 나서도 쉽게 책을 놓지 못하게 만드는 멍한 기분에 한동안 휩싸여야 했다. 

   골렘 사건이 해결된 지 3년 후 나타니엘은 정보부 장관으로 승진하여 갈수록 패전이 짙어지는 미국과의 전쟁에 대하여 정보를 조작하고 홍보하는 일을 맡는다. 권력의 정점에 더 가까워질수록 그것을 지키기 위해 더 추악해지고 속물이 되어간다는 것을 자각하고 있는 나타니엘은 지니급 요괴를 여럿 부릴 정도로 마법력이 크게 성장했음에도 자신의 본 이름이 누설될까 하는 두려움과 자신을 구하고 골렘에게 죽은 줄로 알고 있는 키티의 모습으로 변신하여 죄책감을 자극하고, 다른 요괴들처럼 고분고분하지 않고 빈정대며 대들기까지 하는 바티미어스의 모습들을 한편으로는 좋아하는 마음에 그를 돌려보내지 않고 계속 노예로 부려 먹게 되고, 바티미어스는 본질이 다 고갈될 정도로 크게 약해진다. 한편 런던에 남아 낮에는 마법사의 조수로 밤에는 술집의 여급으로 일하는 키티는 제국의 흥망성쇠의 역사가 반복된다는 바티미어스의 말을 가슴에 간직하고 마법 소환술과 역사를 공부하게 된다. 적국의 요괴들의 습격과 평민들의 동요와 시위가 계속되면서 영국은 혼란에 휩싸이게 되고,  미지의 인물 “홉킨스”를 찾을 단서를 발견한 나타니엘은 바티미어스에게 그를 미행하게 하지만 오히려 크게 당하고  간신히 귀환하게 되고, 바티미어스를 살리기 위해 차원으로 되돌려보냈다가 이를 목격한 관료들로 인해 나타니엘은 다시 궁지에 몰리게 된다. 키티는 바티미어스가 종종 변신하는 모습인 이집트 소년이 사실은 바티미어스가 이 천여년 전에 모셨던 주인 “프톨레마이오스”였으며 인류 역사상 최초로 인간세계에서 요괴들의 세계로 넘어갔었던 마법사였음을 알게 되고는 바티미어스를 소환해 그에게 과거의 프톨레마이오스처럼 동등한 입장에서의 도움을 부탁하지만 거절당하고, 죽은 줄로만 알았던 키티가 살아있다는 것을 알게 된 나타니엘은 바티미어스에게 심한 배신감을 느끼게 된다. 나타니엘은 바티미어스와 자신의 지니급 요괴들에게 홉킨스를 체포하라고 명령하고 키티가 근무하고 있는 술집으로 찾아가 키티와 재회하게 되고, 키티와 가시돋힌 말을 주고 받던 차에 수상과 절친한 연극기획자 "쿠엔틴 메이크피스"의 초청으로 수상의 일대기를 각색한 연극의 초연을 어쩔 수 없이 같이 보러가게 되는데, 연극 공연 중 요괴들의 난입으로 정부 권력자들이 모두 포로가 되는 사건이 벌어지고, 홉킨스를 체포하러 간 바티미어스 또한 죽음 직전까지 몰리게 된다. 그동안 러브레이스를 충동질하여 반역을 꾀하고, 골렘을 만들도록 정부 고위 관계자를 조정하고 레지스탕스에게 글래드스톤의 마법지팡이를 훔치게 만든 모든 음모의 배후가 밝혀지고, 또한  더 깊은 이면에는 노예로서 부림을 당하는 처지를 벗어나 인간의 몸을 빼앗아 인간세계를 지배하고자 하는 요괴 "노우다"의 음모가 도사리고 있었던 것이다. 정부 관료들이 살해당하고 몸에 요괴가 씌우는 혼란 속에 가까스로 탈출한 나타니엘은 글래드 스턴의 마법 지팡이로 요괴에 대적하고자 하지만 지팡이를 다스릴만한 힘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게 되고, 키티는 요괴의 제안을 거부하고 자신의 차원으로 돌아가면서 남긴 바티미어스의 수수께끼 같은 말에 힌트를 얻어 과거의 프톨레마이오스처럼 차원의 문을 통과하여 자신의 차원에서 머물고 있던 바티미어스를 만나 그를 설득하게 되고, 과거의 자신의 주인과 나눈 우정을 다시 재현해 낸 키티의 호소에 바티미어스는 결국 나타니엘의 몸 안으로 소환하여 그와 함께 요괴들과 일대 격전을 벌인다. 나타니엘과 바티미어스는 치열한 전투 속에 마침내 대요괴 "노우다"와 최후의 결전을 벌이게 되고, 충격적인 결말로 시리즈는 대단원의 막을 내리게 된다. 

   총 2천 여 페이지가 넘는 장대한 분량의 이 판타지 모험 소설은 읽는 내내 지루함을 전혀 느낄 겨를이 없을 정도로 끝까지 눈을 떼지 못하더니, 마지막 페이지에서 기존에 판타지 소설에서 보지 못했던 놀라우면서도 충격적인 마무리로 아쉬운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마지막 결말의 놀라움과 시리즈의 완결에 대한 아쉬움으로 한층 복잡해진 마음은 책장을 덮고 나서야 수습이 되었지만 이 책이 주는 여운과 감동은 한층 더 오래갈 것 같다.  기존의 판타지 소설들처럼 모든 위험을 극복하고 영웅이 되어 행복한 삶을 사는 것으로 마무리해도 결코 나쁘지 않았을 이 시리즈를 작가는 여지를 남기지 않고 왜 이렇게 마무리했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기도 하지만,  그 어떤 결말보다도 더 “바티미어스” 스러운 결말로 멋지게 마무리해낸 작가의 필력에 감탄이 절로 나오기까지 한다. 권력에 도취되어 점점 추해져갔지만 자신의 어린 시절 스승을 만나 자신을 멀리하는 스승의 모습에서 충격을 받고, 바티미어스와의 우정과 키티에 대한 사랑으로 마침내 자신의 본성을 깨닫고 그렇게 감추고자 했던 자신의 본 이름을 알려주는 나타니엘의 성장 과정은 결코 미워할 수 없는, 애틋함과 연민이 느껴지는 그런 주인공으로 기억에 남을 것이며, 목숨을 잃을 수 있는 그런 위험을 무릅쓰고 차원을 거슬러 올라가 바티미어스를 설득해 낸 키티의 굳은 의지와 나타니엘에 대한 가슴 시린 사랑과 그리고 줄곧 빈정대고 투덜대면서도 나타니엘과 멋진 조화를 이뤄 대 활약을 벌이고 몇 초간의 짧은 마지막 순간 나타니엘과 나눈 진한 우정 또한 쉽게 잊혀지지 않을 것 같다. 판타지 소설이 결코 아이들이나 읽는 유치한 장르가 아니라 어른들이 읽어도 그 여느 순수문학 이상으로 충분한 재미와 감동을 줄 수 있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해준 멋진 판타지 소설 “바티미어스”를 만난 것은 내게는 행운과도 같은 만남이었다고 이야기해도 과함이 없을 것이다. 현재 어린 시절을 보낸 세인트앨번스에서 아내와 두 자녀와 함께 살면서 창작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이 책의 작가 조나단 스트라우드의 후속 작품이 어서 선보이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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