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수첩 - 진실의 목격자들
PD수첩 제작진.지승호 지음 / 북폴리오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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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 정권 들어 신문이나 방송 뉴스가 별로 볼 것이 없어졌다는 말을 종종 듣는다. 보수 신문사들이야 10년 만에 정권을 잡은 보수 정권 감싸기에 열중이어서 그렇겠지만, TV 방송들은 아직도 큰 홍역을 치르고 있는 방송사 경영진 교체와 인사 이동, 각종 방송법 개정 등의 여파로 정권에 대한 비판이나 사회 부조리에 대한 고발이 많이 약해지는, 뉴스의 연성화(軟性化)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그래서 요새는 차라리 TV뉴스를 시청하는 것보다 블로그나 포럼, 트위터 등 “소셜 미디어(Social Media)"를 선별 구독하는 것이 현 시국을 이해하고 분석하는 데 더 낫다는 이야기도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언론인 10명 중 8명이 “언론 자유가 침해됐다”라고 말하는 것을 보면(위클리 경향 862호, 2010.2.9.기사), 언론 현장에서 느끼는 위기감은 일련의 상황에 대하여 우리같은 소시민들보다 훨씬 더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지난 20년간 한결같은 목소리로 우리 사회의 부조리와 권력의 부패를 고발해온 대한민국 대표 시사 프로그램인 “PD수첩”의 가치가 이러한 언론 위기 국면에서 더욱 빛을 발하고 있는 지도 모르겠다. 전문 인터뷰어 지승호와 PD수첩 전현직 PD 9명이 나눈 이야기인 “PD수첩:진실의 목격자들”(북폴리오, 2010년 6월)“은 지난 20년간 PD 수첩이 걸어온 발자취를 일목 요연하고 생생하게 전달하고, 현 “언론위기” 시국에 대한 PD들의 진솔한 의견들을 가감없이 담아내고 있다. 

   이 책에서 언급하고 있는, PD수첩 방영 역사상 굵직굵직한 사건들은 실제로 직접 시청한 방송들이 많아서 읽으면서 그 방송을 시청했던 기억들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한국 방송 사상 초유의 사건이었던 방송 주조정실 점거 사건(1999.5.11.방송)도 당시 프로그램을 시청하다가 갑자기 방송이 중단되던 황당한 장면과 마감뉴스에 담당 PD - 윤길용 PD라는 건 이 책을 통해 처음 알았다 - 가 나와 상황을 설명하던 장면을 직접 시청했었고, 2002년 월드컵 열기에 가려졌던 미선이 효순이 사건도 “미군 전차와 두 여중생, 그 죽음의 진실” 편(2002.7.16. 방송)을 시청하고 나서야 그 진상을 알게 되고는 치를 떨었었고, 대한민국 국익을 심대하게 해치는 매국노로 몰려 사상 초유 광고 거부운동까지 벌이게 만들었던 “황우석 신화의 난자 의혹”편(2005.11.22.방송)도 본방송을 보면서 사실 믿고 싶지 않은 보도 내용에 나 또한 PD수첩의 진실성을 심각히 의심했었던 부끄러운 기억이 떠오른다. 또한 2008년 여름을 뜨겁게 달구었던 촛불 시위의 배후 조종자로 지목되고 있는 문제의 방송 “국내 최초 긴급 취재 미국산 쇠고기, 과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2008.4.29.방송)” 편도 본방 시청 당시 별로 새로울 것 도 없는, 오히려 너무 약한 내용 아닌가 싶었는데, 추후 논란이 되면서 내가 잘 못 생각했었나 싶어 IPTV 재방송을 수차례 시청하고 나서도 도대체 뭐가 선동이고 뭐가 왜곡이라는 거야 하고 전혀 문제점을 못느꼈었었고, 최근 화제가 되었던 “검사와 스폰서” 방송(2010.6.10.방송)은 본방송은 아쉽게도 직접 시청하진 못했지만 다음날 재방송을 시청하면서 그 어느 때보다 노골적인 정치 편향성으로 말이 많았던 검사들에게 제대로 한 방 먹인 작품이라 통쾌해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책에서는 이 외에도 직접 시청하지 못했지만 그 화제성으로 보도 내용은 익히 알고 있는 각종 종교, 사회, 정치 문제를 다룬 방송들에 대하여 그 당시 프로그램을 연출했던 PD들이 직접 이야기하는 취재후기들을 소개하여 더욱 생동감 있게 전하고 있다. 

   사실 광우병 사건으로 고소, 고발을 당하고 책임 CP와 PD가 전격 교체되고, 심지어 집권여당이나 보수단체에서 프로그램 폐지까지 공공연히 주장하는 등 심각한 외홍에 시달리는 것을 보면서 또한 예전처럼 한 가지 주제를 다루던 방식을 탈피해 아나운서가 등장하고, 한 방송에서 두세 가지 이슈를 다루는 것을 보면서 PD수첩도 외압에 어쩔 수 없어 연성화되는 것이 아니냐 하는 우려에 본방을 제대로 시청하지 않은 적이 많았다 - 아마도 이렇게 느낀 시청자가 나만은 아닌 듯 지승호씨도 PD들에게 물어본다. 탐사 보도는 취재하고 제작하는 데 시일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탐사보도에만 매달리다 보면 시의성(時宜性)을 놓치는 경우가 있어 포맷을 일부 변경했다고 답변한다 -. 그러나 최근 “검사와 스폰서” 편에서 알 수 있듯이 PD수첩의 진실성과 고발정신은 결코 녹슬치 않았음을, PD수첩이 처음 방송을 시작했던 시기, 지금보다 더 서슬 시퍼렇던 군사정권 시절에도 꺾이지 않았던 “시대의 가장 정직한 목소리”라는 PD수첩의 자부심을 절대 망각한 적이 없다는 인터뷰를 읽고는 오히려 PD수첩의 진실성을 의심했던 것이 부끄럽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PD수첩이 더 이상 고발할 사건들이 없어지는 날이 프로그램 종영일이라는, 부정부패와 온갖 성역과 금기가 사라지는 그 날을 기대한다는 것이 하늘의 천국이 지상강림한다는 것처럼, 어느날 갑자기 온 셍상이 유토피아로 변하는 것처럼  허황된 꿈같이 들리는 작금의 현실에서 오히려 김보슬 PD가 “「PD수첩」은 어느 시대, 어느 정권에든 살아 있어야 한다”는 말이 그 어느 때보다 가슴에 절절히 와 닿는 것은 나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언론자유와 정의를 실현하는 마지막 보루로서, 온갖 외압과 탄압 속에서도 굴하지 않고 사회 소금이라는 언론 본연의 모습과 공공성을 끝까지 버리지 않는 언론으로서 “마봉춘(MBC)"이 되주기를 간절히 바라는 것이 변한 게 별로 없는, 오히려 좀 더 심해지고 더 노골적으로 변하는 이 상황에서 그들에게만 무거운 십자가를 지우는 것이 아닌가 하는 미안함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공영 방송의 주인이 결코 정권이 아니라 바로 국민이라는 진실이 아직도 통한다면 이제는 주인인 "국민"들이 PD수첩을 지키기 위해 나서야 할 시기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온갖 금기와 성역, 권력에 도전하는 그들의 싸움을 절대 멈추지 말도록, 앞으로 20 년 후에도 그들의 당당한 진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게 하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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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튼 탐정 동물기
야나기 코지 지음, 박현미 옮김 / 루비박스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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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브르 곤충기”와 함께 청소년 필독도서로 항상 선정되는 “시튼 동물기”의 저자 "어니스트 톰슨 시튼"이 사실은 셜록 홈즈와 비견될 만한 명탐정이었다? 그저 어린이들 신문이나 잡지 흥밋거리 기사로나 나올법한 이 독특하고 허무맹랑한 이야기는 야나기 코지의 “시튼 탐정 동물기(루비박스, 2010년 5월)”을 읽고 나서는 그럴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로스앤젤레스 타임즈 신문기자인 "나"는 시튼의 "자서전" 서평 기사를 쓰라는 지시를 받고, 자서전에 담지 못했던 에피소드 한 두 개 정도를 이야기해달라고 부탁하기 위해 시튼을 만나러 온다.  시튼은 “나”를 만나자 마자 내가 편지를 부치려고 우체국에 들렸다 온 사실을 맞추고,  놀란 나에게 구두 테두리에 붙은 붉은 색 흙과 오른 쪽 새끼손가락 뿌리의 바깥 쪽에 묻은 잉크 얼룩을 보고 추리해냈으며, 그것이 가능한 이유가
 

  "오랫동안 야생동물과 접촉하며 살았던 탓인지. 나도 모르게 자그마한 일들을 관창하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이 부근의 지형이나 식물, 흙의 종류 등은 자연스럽게 머릿속에 들어와 있고, 또 그런 것들을 보면 반사적으로 상대의 행동을 추리해 버립니다. 그러지 않으면 야생동물이란 것은 절대로 진짜 얼굴을 보여주지 않으니까요" 

 라고 밝히면서 동물기에서 가장 유명한 이야기인 “늑대왕 로브” 이야기의 이면에 감춰진 놀라운 미스테리를 “나”에게 털어놓는다.  이 이야기를 자서전 서평에 곁들어 신문에 소개하자 큰 인기를 얻게 되고, 후속편을 쓰라는 편집장의 성화에 “나”는 또다른 이야기를 듣기 위해 시튼을 다시 찾아오게 되고, 시튼은 따뜻한 웃음과 함께 “나”에게 동물과 얽힌 7 편의 신기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저 동물학자이자 “동물기”를 저술한 유명한 작가 정도로만 알고 있던 “시튼”을 작가는 셜록 홈즈에 버금가는 명탐정으로 재탄생시켜 기발하면서도 재밌는 이야기를 창조해냈는데, 작가는 자신이 창조해낸 시튼의 모습을 다음과 같이 묘사하고 있다. 

  어니스트 톰슨 시튼 씨, 세상에 알려진 <시튼통물기> 시리즈의 저자이다. 시튼 씨를 방문할 때마가 항상 놀라게 된다. 빠릿빠릿한 동작과 안경 너머로 생기있게 움직이는 갈색 눈동자, 무엇보다도 유연한 사고와 보통 사람들의 생각을 뛰어넘는 발상은 도저히 80세 노인의 것이라고 생각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것보다 놀라운 것은 시튼 씨가 때때로 발휘하는 뛰어난 추리력이었다. 보통사람이라면 놓쳐버리고 마는 아주 세세한 것을 한눈에 파악하여 대담하고도 정밀한 논리를 그 자리에서 세워버리는 것이다. 시튼 씨에 의하면 야생동물과 오랫동안 가까이 하면 그들이 남긴 아주 작은 흔적을 관찰하고 그것으로 동물들의 행동을 추리하는 버릇이 자연스럽게 생긴다고 한다.

  책에서는 7편의 에피소드가 소개되고 있는데, 매 편 마다 동물들, 즉 늑대, 고양이, 젖소, 까마귀, 스컹크, 곰, 다람쥐가 등장하여 사건의 실마리를 제공하고 - 의인화된 동물이 의도적으로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동물학자인 시튼 만이 발견해낼 수 있는 동물들의 생태나 습성 형식으로 주어진다 -, 누구보다 예리한 관찰력을 가진 명탐정 시튼은 멋지게 해결한다. 시튼은 사건의 내용과 주요 단서들을 들려주고는 “나”에게 의견을 묻는데,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어리둥절해하는 나에게 사건을 전말을 들려주는 형식은 이미 코난도일이나 애거서 크리스티의 단편 추리소설에서 볼 수 있었던 익숙한 방식을 취해 마치 고전 추리소설을 읽는 흥취를 느끼게 한다.  책 말미에 포함되어 있는 해설을 읽어보면 이처럼 역사상 위인이나 유명 소설 주인공을 차용하여 새로운 이야기를 꾸미는 것을 “파스티슈(Pastiche)"라고 부른다는 데,  원작의 스타일, 관습, 모티브를 뒤틀고, 비웃고, 비아냥거림으로써 웃음을 만나는 풍자적 모방인 ”패러디(Parody)"나 원작자의 존경의 뜻으로 작품의 일부를 인용하거나 비슷한 설정을 하는 “오마주(Hommage)"와는 남의 작품 속의 스타일이나 아이디어를 과감히 가져와 새로운 이미지나 이야기를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구분된다고 한다.  작가는 이런 파스티슈 미스터리로  이미 트로이 발굴로 유명한 하인리히 슐리만이 등장하는 "황금의 재", 진화론의 찰스 다윈이 등장하는 "시작의 섬", 마르코 폴로를 소재로 한 "백만의 마르코" 등을 집필한 바가 있어 작가에게는 낯익은 시도로 보여진다. 이런 파스타슈 작품들은 우리나라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 18세기말 정조 치세를 배경으로 박지원, 홍대용, 유득공 등 젊은 실학자들의 이야기를 추리소설로 엮어낸 김탁환의 “백탑파” 연작이나 정약용을 둘러싼 살인사건을 그린 김상현의 “정약용 살인사건”, 또한 같은 인물인 정약용이 명탐정으로 등장하는 케이블 TV 드라마인 “조선추리활극 정약용”등이 이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80년대 팬더 추리물 시리즈로 유명했던 해문출판사의 “세계의 위인은 명탐정(김가형 엮, 1982년 12월)”이 떠올랐는데, 네로 황제, 마릴린 몬로 등 유명한 인물들이 등장하는 추리 퀴즈를 내고, 독자가 맞혀보게 하는 어린이들을 위한 추리 퀴즈집으로 여기서도 위인들이 명탐정으로 등장해 사건을 해결한다는 점에서 이 책과 유사하다 할 수 있다. 

   비록 기발한 트릭이나 반전은 없지만, 어린 시절에 읽었던 “동물기”의 저자 “시튼”을 명탐정으로 새롭게 다시 만나니 “동물기”를 읽고 나도 동물학자가 되겠다는 생각에 집에서 키우던 닭의 관찰일기를 열심히 썼던 어린 시절 추억을 새록새록 떠오르게 하고, 오랜만에 고전 추리소설의 읽는 맛을 느끼게 해준 재밌는 책이었다. 야나기 코지 작품은 이 책이 처음이었는데, 이 작가의 대표 작품이라는, 도서관에서 괜히 제목만 보고 피식 웃고는 고르지 않았던 “소세키 선생의 사건일지"를 이번 주말에는 빌려서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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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 종료] 6기 여러분 고생 많으셨습니다.

<신간평가단 제6기 인문/사회평가단 B조 활동하면서 받은 책들(12권)>

   

  

 1. 신간평가단 활동시 가장 기억에 남았던 책과 그 이유  

   제일 기억에 남는 책이라면 처음으로 책을 읽는데 좌절감을 맛보게 해준 이택광의 "인문좌파를 

   위한 이론가이드"네요^^ 워낙 1970년 이후 좌파 지식인들에 대한 지식이 없기도 했지만 근 일주 

   일여를 붙잡고 씨름해봤지만 결국에는 맨 첫장 마르크스 편만 이해했을 뿐 나머지 장들은  

   제대로 이해를 못해 심한 좌절감을 안겨줬던 그런 책입니다. 책 읽으면서 좌절감을 느껴보기도  

  처음이고 작가에게 지적 호승심이 발동해보기도 처음인, 이래저래 가장 기억에 남을 그런 책 

  입니다^^ 


2. 신간평가단 도서 중 내맘대로 좋은 책 베스트 5  

    - 김태권의 한나라이야기 1 

    - 노엘라 "그림이 들리고 음악이 보이는 순간" 

    - 수 앳킨슨 "우울의 심리학" 

    -  스튜어트 브라운 "플레이, 즐거움의 발견" 

    - 한홍구 외 "다시 민주주의를 말한다"


3. 신간평가단 도서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책속에서 한 구절  

   - "다시 민주주의를 말한다"에서 한홍구 교수 글 중에서  이제는 시민들이 연대하여 일어나야 

     한다는 의미로 했던 말인  "가만히 있으면 지는거다!" 가 가장 기억에 남네요^^

4. 마치며 

   지난 3개월 동안 참 좋은 책들과 만날 수 있었던, 특히 문학 서적으로 편중된 제 독서 습관을 

   바로 잡을 수 있었던 행복한 시간이었네요. 어려운 책을 만나면 좌절도 하고, 재밌는 책을 

   만나면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빠져들고, 한권 한권이 참 소중한 책들이었습니다. 

   소중한 기회를 주신 것에 대해 이자리를 빌어 고맙다는 인사말씀 드리구요 7기 인문/사회 

   평가단도 성실히 활동하도록 하겠습니다.  

   활동 종료 게시글에서 신간평가단 담당자님이 쓰신 마지막 줄에 감동했답니다^^  주저리 

   주저리 늘어놓는 것보다 더욱 가슴에 와닿는 단어라 저도 표절해봅니다. 

    그간 너무 고마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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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신간평가단 2010-07-10 0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저의 핑크빛 감사의 말을 좋아해주시니, 저도 무한 감동.
고생 많으셨습니다. 인문학 책을 읽는 즐거움을 느끼셨다니, 이렇게 기쁠 때가요!

7기 때도 열심히 활동 부탁드릴게요, 레드미르님. ^-^
 
대작 1 - 천하를 취하게 할 막걸리가 온다!
이종규 지음, 김용회 그림, 허시명 감수 / 북폴리오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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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막걸리”를 별로 즐겨하지 않는다.

  대학 다닐 때는 참 즐겨마시던 술이었는데, 술 깰 때마다 느끼는 견딜 수 없이 힘든 숙취(熟醉)와 막걸리 마시고 나오는 고약한 트림 때문에 수없이 고생을 했기 때문이다. 막걸리 숙취의 원인은 발효가 충분히 되지 않았거나 예전 발효를 촉진시키기 위해 첨가했다는 화학물질인 “카바이트” 때문이었다고 하는데, 최근에는 식품의약안전청에서 금지시켜 더 이상 첨가물로 쓰이지 않고, 최근 막걸 리가 대유행하면서 좋은 품질의 다양한 막걸리들이 출시되면서 이제는 더 이상 숙취가 발생하지 않는다고들 하지만 여전히 선뜻 손이 가지 않는 게 사실이다. 그런데 최근 시원한 막걸리 한잔이 간절히 생각나게 하는 그런 책을 만났다. 국내 최초의 막걸리 만화라는 “대작(이종규 글, 김용회 그림, 북폴리오, 2010년 5월)”이 바로 그 책이다. 

  책은 전주에서 할머니에게 빌붙어서 연일 술만 마셔대는 백수건달 안태호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할머니가 가양주(家釀酒)로 수십년 간 담궈온 막걸 리가 막걸리를 취재해온 어느 기자에 의해 신문에 소개되고, 우연찮게 태호 친구 석배네 포장마차 손님들이 맛보고는 그 맛에 반해 줄을 서서 마실 정도로 큰 인기를 얻게 되자 태호는 석배와 본격적으로 포장마차를 운영하게 된다. 지역 축제인 “천년의 맛” 축제에 참여하였다가 막걸리 맛에 반해버린 유명 여배우에 의해 “한국의 주모(酒母)”로 크게 기사화되자 할머니 막걸리의 수요는 더욱 크게 증가하고, 가양주 판매는 사실상 불법이라는 동네 친구이자 순경의 말에 격분한 그만 태호는 주먹질을 하고야 만다.  

   만화의 내용은 아직 도입부인 1권이어서 기본 설정과 앞으로 이야기 전개 방향에 대한 소개 정도로 그치지만, 태호와 톱 여배우 사이에서 벌어지게 될 상큼하고 유쾌한 러브라인, 태호의 동네 친구이자 유명 주류회사 개발실장인 친구와의 갈등, 본격적으로 주류 사업에 뛰어들어 펼치게 될 태호의 활약을 벌써부터 기대하게 만들어 멋진 출발을 보여주고 있다. 만화 쳅터 사이에는 알아두면 좋을 만한 막걸리에 대한 기본 상식들을 담고 있다. 우리가 보통 막걸리를 “탁주”,“동동주”등의 이름과 혼용해서 부르지만 막걸리는 술을 여과하는 방식에 따른 이름이고, 탁주는 술의 빛깔에 따라 지은 이름이며, 동동주는 발효가 시작되어 최초로 마실만해진 술이며, 완전 발효된 상태는 아니어서 술맛이 거칠고 보존기간이 짧은 술을 의미하며 밀가루 술과 구별하기 위한 쌀 막걸리를 지칭하는 용어로도 자주 쓰이는 등  세 용어의 차이를 설명한다. 또한 막걸리는 알코올 6%의 저도주로 소주에 비해 열량이 낮고, 우리 몸에서 생성하지 못하는 필수 아미노산 7가지가 들어 있고, 유산균 및 효모가 풍부해 건강음식(Well-being)으로 전혀 손색이 없다고 그 효능을 자랑하기도 하며, 쌀 가공품 중 가장 부가가치가 높은 것이 바로 술이어서 지금처럼 쌀이 남아돌 때는 막걸리를 만들고, 쌀이 부족할 때는 막걸리를 줄여서 식량으로 삼을 수 있는 쌀 저금통 역할의 가치로도 훌륭하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이처럼 우리의 전통 주류인 “막걸리”에 대한 재밌는 상식과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이 책은 이미 스포츠신문과 인터넷 포탈사이트에서 연재되면서 높은 조회수로 그 인기를 증명한 바 있는, 앞으로 벌어지게 될 막걸리를 둘러싼 흥미진진한 대결과 달콤한 러브라인이 더욱 기대가 되는 만화이다. 특히 할머니의 막걸리를 맛본 사람들이 그 맛에 놀라고 감탄하는 장면은 도대체 얼마나 맛있길래 하는 생각에 저런 맛의 막걸리라면 나도 시원스럽게 한잔 마시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들게 한다. 막걸리 인기에 편승한 일회성 책이 아니라 우리 전통막걸리의 흥취와 맛을 제대로 표현해내는, 막걸리에 대한 대표 스토리텔링으로써 충분한 가치를 지닌 멋진 이야기와 그림으로 계속 이어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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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수업
아니샤 라카니 지음, 이원경 옮김 / 김영사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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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기준 시장 규모가 21조원에 이르고, 통계에 잡히지 않는 음성적인 거래까지 포함하면 무려 50조에 육박한다는, 불과 5년 내에 두 배 가까이 성장했다는 이 엄청난 시장은 과연 무엇일까? 정답은 바로 “사교육 시장”이다. OECD 국가 중 교육비 부담률 1위에 올라섰고, 5공화국 때처럼 사교육 금지조치를 내린다면 내수 시장이 회복되어 경제성장률을 몇 %는 더 끌어올릴 수 있을 거라는 자조 섞인 농담이 설득력 있게 들릴 정도인 우리나라 사교육 열풍, 우리나라의 교육열을 보고 배우라던 오바마 대통령의 미국은 과연 어떨까? 맨해튼 어퍼이스트 사이드에 있는 명문 사립학교 돌턴 스쿨에서 문학을 가르친 아니샤 라카니는 그의 첫 작품인 “화려한 수업(김영사, 2010년 6월)”에서 낮에는 학교 선생님으로, 밤에는 럭셔리 과외선생님으로 아이들을 가르친 자신의 실제 경험담을 바탕으로 미국 상류 사회의 삐뚤어진 사교육 현실을 날카롭게 비판하면서도 재치있고 유머스럽게 묘사하고 있다.  

  미국 명문 컬럼비아 대학을 졸업한 애나 태커트는 로스쿨에서 진학해서 변호사가 되거나 증권, 금융회사의 멋진 애널리스트로 안정된 직장을 갖기 원하는 부모님의 기대를 저버리고 참된 교사가 되겠다는 꿈을 실현하기 위해 설레는 마음으로 뉴욕 명문 사립학교 “랭던홀”에 1년짜리 계약교사로 부임하게 되고, 1,800 달러 밖에 되지 않는 월급에 월세가 1,200 달러나 되는, 엘리베이터도 없는 5층 허름한 원룸 아파트에 첫 둥지를 틀게 된다. 설레이는 마음에 첫 수업을 시작하지만 그녀가 꿈꿔왔던 상상과는 전혀 다른 현실에 막막해 한다. 힘을 내서 첫 교재인 “로미오와 줄리엣”을 각색해서 아이들의 적극적인 수업 참여를 이끌어내지만, “숙제”를 너무 많이 내는 나쁜 선생님이라는 학부모들의 거센 항의에 부딪히고 계약이 이대로 종료될 수 있다는 교장의 엄중한 경고를 받게 된다. 그러던 중 동료 교사에게서 시간당 200달러라는 엄청난 보수의 과외 제의를 받게 되고, 빠듯한 살림에 보태겠다는 생각에 애나는 낮에는 학교 선생님, 밤에는 가정교사라는 이중생활을 시작한다. 애나는 가정교사가 부족한 수업을 보충해주는 그런 개념이 아니라, 아이들의 숙제나 리포트를 돈 받고 대신 써주는 그런 교사라는 사실과 이미 랭던홀에 다니는 대부분의 학생들이 이런 가정교사를 두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게 되지만, 서서히 자신의 월급을 훨씬 뛰어넘는 수입의 마력에 빠져들어 가정교사 자리를 계속 늘리게 된다. 학생의 과제물을 대신 작성해주는 것을 자신에게 들켜 불편한 사이였던 동료 선생님이자 이미 과외의 제왕으로 명성을 날리는 “랜디 에이브람스” 선생과 친해지면서 낡은 아파트에서 벗어나 랜디가 머무르고 있는 고급 빌라로 이사하고, 명품가방과 옷을 사들이는 남부럽지 않은 생활을 하게 된다. 점점 이런 이중생활에 염증을 나게 된 애나는 자신의 대학시절 친구가 소개시켜준다는 하버드 출신 변호사를 빡빡한 과외 일정 때문에 소개받지 못하게 되자 드디어 폭발하게 되어 모든 가정교사 자리를 과감히 포기하게 되고, 점점 속물이 되어가던 애나를 빈정거리던 동료교사 “데이먼 오런”에게 새로운 수업방법을 조언을 받게 된다. 

  신입 교사가 달콤하고 치명적인 유혹에 넘어가지만 교사 본연의 길로 되돌아온다는 교훈적인 결말이 조금은 식상하기도 하지만, 자신이 교사이면서 동시에 과외선생이었기 때문에 이 책을 읽는 학부모, 교사, 과외선생, 학생 모두에게 그 세계를 생생히 보여줄 수 있었다는 작가의 인터뷰대로 실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하고 의심스러울 정도로 추악한 미국 사교육 현장을 낱낱이 보여주고, 그렇다고 신랄한 비판 일색이 아니라 과외에 맛을 들여 서서히 속물이 되어가는 애나의 모습을 재치있고 유머스럽게 그려내어 식상한 결말을 충분히 보상할 정도로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과연 미국 상류층의 학생들 대부분이 실제로 애나의 독백처럼 숙제를 대신 해주는 가정교사들 덕분에 좋은 학점을 받아 명문 사립학교를 졸업하고, 유수의 명문 대학에 들어가서도 리포트를 대신 써주는 교사의 도움을 받고, 졸업해서는 자신의 부모님이 운영하는 유명 금융회사에 다니면서 역시나 밑의 부하직원에 일을 맡기고 유유자적하는 일종의 상류층 성공 “코스”를 밟고 있는지는 확인할 수 는 없겠지만, 어떻게든 명문학교에 보내기 위해 강남으로 이사하고, 유명 학원에 보내기 위해 서브 학원이나 과외를 시키기도 하고, 자신의 수입 그 이상 빚까지 내면서 사교육을 시키는 우리네 부모들도 그 정도와 방법에서는 물론 차이가 나겠지만 아이들을 자신들이 생각하는 성공 기준대로 사육하려고 하는 점에서는 별로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씁쓸한 마음까지 들기도 했다.  

  애나는 과연 고액 과외라는 치명적인 유혹을 물리치고 앞으로도 참된 교사의 길을 갈 수 있을까? 책에서는 애나가 앞으로 가르치게 될 교습방법에 대해 몇가지 힌트를 주는데, 학생들에게 적당한 분량을 읽어오는 숙제를 내줘 가정교사들이 숙제에 개입할 수 없게 만드는 “진짜 숙제”를 하게 했던 , 애나의 과외 학생 “제니퍼 파커”의 학교 영어선생님인 “리처즈”의 교습방법에 감명받은 애나가 아이들에게 똑같은 방법으로 한 쳅터를 읽어오게 하고, 수업시간에 작문을 하게 하여 아이들의 작문실력을 가늠해보는 장면과 역시 방과 후 과외도 하지 않는 괴짜 선생인 데이먼 오런 선생이 조언했던, 숙제를 내지 않아 학부모들과의 마찰을 없애고 대신 학교 수업을 충실히 하고 그 수업으로 평가하는 교습 방법들이 앞으로 애나가 지향하게 될  롤 모델(Role Model)이 될 것 같다.   비록 소설 속의 주인공이지만 교사 본연의 모습을 되찾은 애나가 다시는 유혹에 흔들리지 않고 “죽은 시인의 사회”의 키딩 선생님처럼 누구나 존경하는 훌륭한 교사로 거듭나주기를, 그리고 위축될 데로 위축된 공교육의 현실 속에서도 선생님의 자리를 굳건히, 그리고 훌륭히 지켜내고 있는 대한민국 모든 선생님들의 “참된 교육”에 대한 믿음이 반드시 실현되기를 간절히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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