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익달인 정상의 영어공부법 - 총46회 토익 990 만점, 두 번의 11회 연속 토익만점 신화!
정상 지음 / 살림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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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2월까지 총46회 토익 990점 만점을 받았고, '11회 연속 만점'을 2번이나 기록했다는   스타강사 "정상"의 "토익달인 정상의 영어공부법"(살림, 2010년 7월)은 오래간만에 긍정적인 마음으로 영어공부를 제대로 다시 시작하고 싶게 만들 정도로, 저자의 열정적인 마음과 이렇게 영어 공부를 하면 분명히 된다는 확신한 신념이 돋보였던 책이었다. 영어 강사로 아이들을 가르쳤던 아내도 이 책을 같이 읽으면서 토익에서만 국한되지 않고 전체적인 영어 교육에 대하여 공감하는 부분이 많아 읽는 내내 “맞아 맞아", "정말 맞아”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오더라고 이야기 하는 것을 보면, 영어공부를 하는 학생들뿐만 아니라 교육현장의 선생님들도 한번쯤은 읽어볼 만한 책으로 생각된다.  

책은 크게 4장으로 나뉘어져 있고 각장의 소제목으로 영어 강사로서의 현장 경험과 영어공부의 올바른 방향을 조목조목 설명하고 있다.

1장 "영어, 제대로 공부하라" 중에서 가장 많이 공감하는 부분은 "5형식만 알면 영어가 뚫린다" 는 내용이다. 실제로 교육현장에서 아이들을 가르친 아내의 말을 들어보면 70~80년대 교육을 받은 우리 영어 공부법과 지금의 아이들의 영어 공부 법은 확실히 다르다고 한다. 우리의 영어 공부법은 문법위주의 교육이어서 문법문제와 단어 이해도도 높고 독해 실력들이 좋은 반면에, 실재적인 원어민의 영어 말을 잘 알아 듣지 못해서 의사소통이 어려웠다. 그 반면에 현재의 아이들은 100% 영어 원어민 교육이라는 이름 하에 듣기와 말하기 교육에 더 중점을 두고 교육하는 경향이 있다. 결과적으로 요즘 아이들은 어떤 방식으로든 부모세대들보다 더 잘 알아 듣고 영어로 말을 하는 편이다. 그렇지만 정확한 표현법인 아닌 반 쪽짜리 영어를 구사하거나 단어실력과 문장 구조 면에서 부족한 부분이 있는 아이들을 접할 때가 많은 편이다. 이 점은 아이러니하게도 부모들이 자신들이 부족했던 부분 듣기, 말하기에 더 중점을 두면서 단어와 문법, 독해 부분에 불균형이 생겨서 일어난 일이라고 생각된다. 언어는 한 부분만 떼어 놓고 또는 어느 부분에만 강조해서 가르친다는 게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지 결과로 말해주는 학문이다. 그러니까 우리가 음식을 먹을 때 편식하지 않듯이 골고루 영어의 듣기, 말하기, 읽기, 쓰기 부분을 발달 시켜 줄 필요성이 있다. 물론 4개 영역의 기본 바탕은 단어와 기초적인 문법지식이 깔려 있어야 가능하다는 것이다. 영어를 정말 잘하는 원어 민들은 문법도 강하다. 물론 그들은 그 문법을 정확하게 설명해 내진 못하더라도 왜 그렇게 써야 하는지는 잘 알고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어느 한 부분에만 치우치다 보면 전체적인 영어의 모습을 놓칠 수가 있다. 문법 부분이 필요하지만 그 모든 세세한 문법을 다 이해하려면 영어의 재미도 흥미도 잃을 수 있다. 5형식만 이해를 하면 영어 문장의 구조를 이해하는 것과 더불어 문법의 50%이상을 이해할 수 있는 건물의 기초공사를 다져 놓은 격이다. 더 간단하게 말하면 5형식 중에서 동사만 잘 파악만 해도 의미 이해를 할 수 있다. 그래서 아내는 영어는 어느 면에서는 수학적인 면이 강한 언어라고 이야기하며, 골격을 잘 이해하고 나면 단어의 양과 정확한 표현법에 따라서 영어의 표현이 풍부해질 수 있다고 말한다. 

“좋은 스승을 발견하는 것도 능력이다.” 그리고 “좋은 영어책 고르는 법”에서도 참 공감가는 대목이다. 아내는 자신에게 맞는 책이 중요하다는 걸 잘 알면서도 다른 학생이, 다른 사람이 많이 보는 책, 폼 나는 원서나 자신의 수준보다 어려운 책을 사 놓고 끙끙대고 있는 걸 보면 안타까웠다고 한다. 아내의 회사 동료 한 분이 영어 교재를 선택해 달라고 부탁을 한 적이 있어 그 사람의 실력에 맞게 교재를 선택해 주었더니 너무 쉬워 보인다며, 중학생 아이들이 보는 교재 같다면서 얼굴 표정이 영 좋아 보이지 않았었단다. 그런데 아내가 평가하기에 그 사람의 실력은 중학교 학생 수준도 아니었는데도 교재 수준은 자신 실력 이상의 것을 요구한 셈이다. 그리고 모든 어학원이나, 영어학원이 다 그런 건 아니지만 안타깝게도 반 학생들의 영어 수준과는 다르게 더 높은 또는 더 어려운 교재를 선택해서 가르치려는 학원이 많은 편이라고 한다. 항상 그렇지만 가르치는 교사는 아이들 수준을 알기 때문에 반대해도 어쩔 수없이 진행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유인즉 부모들이 원한다는 것이다. 우리 아이가 이런 교재를 공부하고 있다는 우월감을 보여주지 않으면 자녀들을 학원에 보내지 않는 부모가 많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생각하는 부모보다는 안 그런 부모가 요즘에는 더 많은데도 학원을 경영하는 경영자의 생각이 변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학생들이 이해를 하든 안 하든 그 부분이 중요한 게 아니라, 어려운 책을 몇 개월 만에 가르쳤느냐에 중점을 두는, 실제 영어 실력 향상을 위한 공부가 아니라 눈에 보여주는 방식을 선호하는 경향이 아직도 있는 편이라고 한다. 아내는 학원 강사 시절 그 점이 무척이나 안타까운 일이었으며, 자신에게 맞지 않는 옷을 입으면 벗어서 자신에게 맞는 옷으로 갈아입듯이 가장 중요한 건 자신에게 맞는 교재를 여러 번 반복해서 보는 게 더 효과적이라고 이야기한다.

영어에 대한 몇 가지 선입견에서도 공감하는 부분이 많았다. "영어 발음에 대한 선입견을 버려라" 편에 대해 영국에서 7년간 영어공부를 한 아내의 경험을 소개해보면 아내가 영국에서 가장 의아했던 점은 겉으로 들었을 때 인도인, 파키스탄, 방글레데시 사람들의 영어 발음은 알아듣기도 힘들지만 발음 자체가 틀리는데도 영국인들은 그들의 영어를 잘 알아 듣는 편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상대적으로 영어 발음이 더 안정적이고 정확하다고 생각되는 한국 사람의 영어를 영국인들은 더 이해하지 못할 때가 많았는데, 그 이유는 인도인의 영어 발음이 틀릴지언정 정확한 강세를 주기 때문에 원어민들이 그들의 영어를 더 잘 이해할 수 있었다고 한다. 즉 영어는 발음보다는 강세와 억양에 의미 전달을 두기 때문에 정확한 발음을 했더라도 강세를 정확하게 말하지 않으면 의미 전달이 되지 않으며, 무엇보다도 자신감 있게 이야기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한다. 주눅이 들어서 영어를 말한다면 정확하게 강세를 살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물론 100% 똑같이 영국인처럼 영어를 한다면 정말 좋겠지만 영어는 사람과 사람의 의사소통의 도구이다.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독일, 동구권 유럽인들의 영어를 들어보면 그들의 국적을 유추해 낼 수 있다. 우리나라처럼 영어 발음에 목숨 걸고 공부하지는 않다는 이야기다. 의사소통을 거창하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어려운 단어로 이야기해야만 폼나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아는 단어 한마디라도 말해야 영어는 느는 것이다. 자신의 마음의 문을 열고 그 사람과 대화하려고 하는 노력을 보이면 상대편의 문도 열려지고 즐겁게 대화할 수 있다. 문을 두들기는 자만이 그 문을 열 수 있는 것이다. 아무 행동도 하지 않고 문 앞에서 기다리고만 있다면 문은 평생 열리지 않을 것이다. 

그 외에도 2장 "지독한 마음을 가져라" 에서 "스터디를 활용하라","가르칠 때 빨리 배운다","실력이 쑥쑥 자라는 거울 학습법","투입량이 많아야 산출량도 많다", "용기 있는 자가 미인을 얻는다", 3장 "토익달인의 영어 공부 기술"에서는 “토익달인의 노트 정리비법'트리플 노트’,"구문분석 활용법","자막 없이 시트콤 좀 보자", "영작이 잘되면 회화도 잘된다","받아쓰기와 따라 읽기 공부법","어학연수 꼭 가야 할까, ”4장 "영어의 달인이 되라"에서 "부끄러움은 성공을 방해한다", "영어를 완성시키는 6가지 습관","영어에 실패하는 6가지 습관", "완벽주의를 버려라", “토익 달인이 추천하는 인터넷 영어공부법”등 유익한 정보와 실제로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지에 대한 방향설정 면에서 가슴에 와 닿는 내용이 많았다. 특히 영어를 완성시키는 6가지 습관으로 “1) 여러 번 빨리 보기 2) 사전을 사랑하자 3) 왜 답인지와 아닌지가 명확한가? 4) 책의 한글 해석을 영어로! 5) 문법 끝내고 청취 끝내고? 6)모든 관심은 영어에” 는 영어 공부하는 사람들이라면 꼭 명심할 만한 그런 충고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어느 학문, 어느 일이든 "나는 할 수 있다"라는 긍정적인 믿음과 자신감, 노력이 있다면 당연히 좋은 결과가 따라올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이 책은 그런 긍정적인 생각을 이끌어낼 수 있도록 조언을 해주며, 실제 영어 교육현장에서의 작가의 경험과 열정이 책 속에 올곧이 담겨 있어 읽은 독자로 하여금 쉽고 정확하게 이해하게 만든다. 이 책이 그동안의 그릇된 영어 학습법 때문에 그렇게 천문학적인 시간과 돈을 쏟아 부었음에도 당최 늘지 않는 실력으로 고민하는 많은 학생들과 직장인들에게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는 카운슬러의 역할이 될 수 있도록 널리 읽히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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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책방 어제일리어의 사체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28
와카타케 나나미 지음, 서혜영 옮김 / 작가정신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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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의 도시 하자키 시를 배경으로 한 “하자키 일상 미스터리 시리즈” 1편인 “빌라 매그놀리아의 살인”에서 “작은 동네를 무대로 하여 누가 범인인지 수수께끼를 풀어나가는, 폭력행위가 비교적 적고 뒷맛이 좋은 미스터리”라는 코지미스터리 특유의 재미를 느끼게 해주었던 작가는 두 번째 권인 “헌책방 어제일리어의 사체(작가정신, 2010년 8월)”에서는 로맨스 소설 전문 헌책방인 “어제일리어”에서 벌어지는 살인사건과 하자키 시 지역 유지인 “마에다” 가문에 얽힌 숨은 비밀을 맛깔나고 재밌게 풀어내고 있다.  

  다니던 편집 프로덕션이 도산하고, 기분전환을 위해 투숙한 비싼 호텔에서는 대형화재가 발생하여 12명이 죽어나가고, 신흥종교의 강제 입교 권유로 감금당했다가 탈출하고, “나쁜 놈아!”라고 크게 소리치기 위해 하자키 시 바닷가를 찾았지만 메아리 대신 자신에게 다가온 것은 익사한 남자 시체. 지독히도 불운한 일만 계속되는 31세의 여자 “아이자와 마코토”는 사건이 해결될 때까지 떠나지 못한다는 명령을 받아 하자키 시에 머물게 된다. 마코토가 발견한 시체는 하자키 시의 유력가문 “마에다”가문의 주인이자 하자키의 어제라고 불리우는 하자키 FM 라디오 방송국 사장인 “마에다 마치코”의 조카이자 12년 전 실종되었던 “마에다 히데하루”으로 추정되고, 실종 전 살해 위협을 받았다던 과거의 기억과 함께 의문의 유서가 발견되고 마에다 가문의 숨겨진 비밀들이 베일을 벗게 되면서 사건은 더욱 미궁속에 빠지게 된다. 한편 마코토는 마치코 사장의 고모이자 마에다 가문의 실질적인 실력자인 “베니코 마에다”가 경영하는 로맨스 소설 전문 헌책방에 취직하게 되고, 병원에서 검사를 받기 위해 잠시 자리를 비우는 마에다 여사를 대신해 서점을 운영하고 로맨스 소설 축제를 진행하게 된다. 마코토는 불운은 여기서 끝나지 않고, 맡은 지 하룻만에 서점에는 도둑이 들지 않나, 도둑으로 몰려 중화냄비에 뒤통수를 얻어맞기도 하고, 익사체를 히데하루로 확인하고 서둘러 장례를 치르려는 마치코 사장과는 달리 조카의 시신을 확인하려는 베니코 여사를 돕기 위해 시체 대신 관(棺)에 들어가 눕게 되고, 자리를 비운 사이 헌책방에 마에다 마치코 사장이 머리에 피를 흘리고 죽어 있는 것을 발견하기에 이른다. 마치코 사장의 범인은 라디오 방송국 DJ 치아키에 의해 밝혀지면서 사건은 일단락되는 것 같지만, 재차 어제일리어에 숨어든 도둑에 의해 마코토는 목이 조이는 절체절명의 순간을 맞게 된다.  

  이번 작품에서도 작가는 살인사건을 소재로 하면서도 결코 심각하거나 공포스럽지 않은, 마치 시트콤을 보는 것 같은 유쾌한 코지 미스터리 특유의 재미를 한껏 선보이고 있다. 특히 전편에서처럼 수많은 등장인물들의 진술이나 행동이 결국에는 사건 전체의 얼개를 구성하는 중요한 실마리로 작용하는 특유의 구성력을 여전히 보여주고 있다.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마코토의 연이은 불운들과 신참형사 “아스키하라”와 벌이는 요상한 로맨스 -처음에는 전편에서 고마지 반장과 콤비를 이뤘던 “히토쓰바시” 형사인줄 알았는데 다른 사람이다 -는 읽는 내내 웃음을 자아내게 한다. 또한 여전히 경찰서장에게 삐딱하게 굴고 동료 형사를 골탕 먹이지만 마지막에 살인사건의 전모를 밝혀내는 고마지 반장의 놀라운 추리력은 여전히 건재하고, 사건이 모두 해결된 후 사건 이면에 숨겨진 진실들이 등장인물들의 에필로그 형식으로 드러나는 몇 몇 반전들은 기막힌 맛은 없지만 그 의외성이 쏠쏠한 재미를 준다. 전편인 “빌라 매그놀리아의 살인”의 등장인물들은 유심히 보지 않으면 그저 스쳐지나가게 되는 숨은 그림 찾기처럼 등장하는 데 이들을 찾아보는 것도 꽤나 유쾌하고 즐겁다. 권수를 더할수록 더욱 유쾌하고 재밌어진 하자키 일상 시리즈 마지막 권인 “네코지마 하우스의 소동”도 꼭 챙겨 읽어보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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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전 6 - 완결
이종호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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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어린 시절 동화책 속에서나 또는 할머니 무릎을 베고 듣던 귀신 이야기들이 이제는 스토리텔링에 있어 가장 각광받는 소재로 부각되면서, 만화, 소설, 드라마, 영화 등 다양한 플랫폼으로 이식되면서 이제는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이야기가 되었다. 21세기 들어 새롭게 해석되고 각색되면서 가장 인기 있는 문화 아이콘으로 등장한 “뱀파이어”라는 해외 사례뿐만 아니라, 여름철 납량특집의 단골 소재로 수 십 차례 드라마 및 영화로 제작되었고 올 여름에도 어김없이 드라마로 제작되어 인기를 끌고 있는 우리에게는 뱀파이어만큼 익숙한 귀신인 “구미호” 등 그 사례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특히 종교적인 힘이나 주술로 귀신과 악마를 물리치는 “퇴마(退魔)소설”은 각종 악마와 귀신에 대한 신화와 전설상의 기원, 기기묘묘한 술법들, 무서우면서도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사연과 사건들 때문에 이미 해외에서는 두터운 매니아 층을 형성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인터넷 장르 소설의 효시로 수백만 독자들이 읽은 베스트셀러이자 게임, 영화로도 제작되어 큰 화제를 낳았던 이우혁의 "퇴마록”이후로 한 때 퇴마 소설들이 붐을 이루었지만, 일본 마코토 오기노의 만화 “공작왕”과 “퇴마록”의 아류 수준의 작품들이 대부분이어서 - 사실 장르 애호가인 나로써도 만화작가로 유명한 윤인완의 “아일랜드”나 아직 완간이 되지 않고 있는 문성실의 “무(巫)” 정도 외에는 딱히 추천할 만한 책이 없다- 크게 인기를 끌지 못하고 겨우 명맥만 유지하는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그래서 "분신사바", "이프"등 이미 이미 여러 공포 소설들을 출간하고 공포 문학 작가들의 모임인 ‘매드클럽’을 운영하는 등 국내 공포문학 저변을 넓히는데 기여하고 있다고 평가받고 있는 이종호 작가의 퇴마소설인 “귀신전” 시리즈의 마지막 권인 “귀신전 6권(랜덤하우스코리아,2010년 8월)”은 척박한 퇴마소설 장르에서 그 명맥을 훌륭히 이어나갈 뿐 아니라, 앞으로 새로운 도약의 가능성을 점쳐볼 수 있는 일종의 시금석으로 가치 있는 책이라 평할 수 있을 것이다.  

 시리즈 마지막 권인 6권에서는 그동안 인간들을 공격해온 사령자, 자귀 등의 저승의 존재들이 본격적으로 현실세계에 나타나 인간들을 공격하고, 퇴마사들이 드디어 조직적으로 그들에게 대항하면서 갈등이 최고조에 달하고, 이 환란의 근원이었던 망각의 강 레테로 향한다. 사실 이 시리즈의 도입부였던 1,2권을 읽고 중반은 생략한 채 결말인 6권을 읽게 되어 책 읽기 시작하면서는 사건이 어떻게 전개되어 이런 결말에 치닫게 되었는지, 몇몇 등장인물들은 생소하기까지 했지만 읽어나가면서 주인공들의 입을 통해 듣게 되는 사건의 전말들은 사건의 배경과 스토리를 이해하는 데 큰 무리 없게 만들어준다. 이 책이 다른 퇴마소설들과 차별화되는 특징은 바로 세기말적 종말을 연상시키는 어둡고 암울한 이미지를 꼽을 수 있다. 현실세계에 강림하여 우리가 살고 있는 서울 도심을 활보하는 각종 저승의 귀물들과 악마들, 그들에게 사냥당하며 죽어가는 일반 시민들의 공포와 절망들이 머리 속에 확연한 이미지로 떠올릴 수 있을 만큼 그 묘사가 세밀하고 현실감이 느껴진다. 특히 “안개보다는 조금 굵고 이슬비보다는 가는 비”라는 의미의 순수 우리말인 “는개”를 수 천년간 쌓아올린 인간의 문명을 사라지게 만드는 저승의 비로 설정한 장면은 그 어느 소설에서도 볼 수 없는 독창적이고 기발한 이미지를 제공한다. 또한 귀물들과 벌이는 퇴마 액션 장면들이 완결편에 이르러 더욱 그 규모가 커지고 화려해진 액션이 곳곳에 등장하여 300페이지가 넘는 분량의 책을 단숨에 읽게 만들 정도로 흥미와 재미를 불러일으킨다. 물론 이 책에 등장하는 주술이나 술법들은 퇴마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그리 새로울 것은 없지만 - 여러 술법 중 “홀리건(Holy Gun)"과 자동차에 성수를 뿌려 가속을 하게 되면 그 영적 능력이 배가 되는 장면들은 독창적이다 - 1, 2권에서도 보여준 것처럼 새까맣게 밀려오는 귀물들과 퇴마사들의 전투 장면만큼은 여느 소설에서 느낄 수 없는 박진감과 재미가 느껴지는 탁월한 묘사가 압권이다. 마지막 권의 결말은 퇴마사들의 억지스런 승리나 아니면 악마들의 승리로 인한 인류의 종말이라는 명확한 결론이 아닌 뫼비우스 띠를 연상케 하는 다소 모호하고 개운치 않은 결말인데, 멀티엔딩으로써 독자들의 상상을 자극하고, 또 다른 시리즈로의 연계를 위한 작가의 의도였는지, 아니면 시리즈를 서둘러 마무리할 수 밖에 없었던 작가의 고충인지는 명확하지가 않아 아쉬웠다. 

 귀신전은 이렇게 기대와 아쉬움 속에 만 2년여만에 그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아마도 이 귀신전의 세계관을 바탕으로 또 다른 이야기들을 선보이겠다는 “작가 후기”의 말대로 귀신전은 여기에서 끝을 맺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주인공들과 이야기로 조만간에 우리에게 다시 선보이게 될 것 같다. 귀신전은 그 성취면에서나 재미면에서  최고라 평하기에는 다소 부족한 미완의 작품이지만 그동안 계속 위축되어 온 공포 소설 장르에서 그 명맥을 훌륭히 잇고, 외면해왔던 독자들로 하여금 공포, 퇴마소설 장르에 대한 흥미와 재미를 새롭게 알게 하는 작품으로서의 가치만큼은 어느 작품도 따라올 수 없는 그런 작품으로 평가하고 싶다. 척박한 우리나라 장르소설 현실에서 어쩌면 외롭고 힘든 여정이 될 지도 모르는 이종호 작가의 노력들이 결실을 맺어 좀 더 다양하고 수준 높은 성취들이 계속 이어지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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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러 오브 워터 - 흑인 아들이 백인 어머니에게 바치는 글
제임스 맥브라이드 지음, 황정아 옮김 / 올(사피엔스21)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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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살아온 이야기 구구절절 책으로 엮으면 족히 열 권은 될거여”

명절 때 아들 딸 내외가 모이면 술 한잔 드시고 풀어놓으시는 외할머니의 옛날 이야기 첫머리는 늘 이렇게 시작했다. 그 어느 나라보다 파란만장했던 우리 현대사를 살아오신 분들 중에 구구절절한 사연이나 가슴 속 맺힌 한이 하나씩 간직하신 분이 어찌 우리 외할머니 한 분 뿐은 아니겠지만 저 첫마디 말씀과 함께 밤새 털어놓으시는 외할머니의 이야기는 명절 때마다 할아버지 제사 때마다 수도 없이 들었건만 언제나 들어도 지겹지 않은 그런 이야기였다. 6.25. 피난 길에 길가에서 어머니를 낳으신 이야기, 반동으로 몰려 인민군에게 죽임을 당하기 직전 미군 제트기가 나타나 폭탄을 떨어뜨려 인민군 죄 죽이는 바람에 살아남았다는 믿기 힘든 이야기, 그렇게 반대하던 결혼을 하는 바람에 딸 하나 없는 셈 여기려다가 그래도 자식이라고 다시 받아들이게 된 이야기, 어려운 살림에 공장에 나가시며 번 돈으로 기껏 대학 졸업시켰더니만 결혼 1년도 안되어 불의의 사고로 돌아가신 외삼촌 때문에 가슴에 대못이 박힌 이야기 등등 할머니 말대로 사연 하나하나가 어느 소설이나 드라마보다 더 구구절절한 사연들에 웃기도 울기도 여러 번 하였다. 이처럼 사람들에게는 할머니 말씀대로 책으로 써도 차고 넘칠만한 사연들 하나 둘씩은 가슴에 간직하며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 그렇다면 완고한 유대인 집안의 딸로 태어나 인종차별이 심했던 1940년대는 상상할 수 도 없었던 흑인과 두번 결혼해서 12남매를 낳아 자식 하나하나 모두 훌륭하게 키워낸 억척 어머니에게는 어떤 기가 막힌 사연이 숨어있을까? 100주 연속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였고, 전 세계 20 여개 국에 번역 출간되었으며, 미국 전역의 고등학교와 대학교에서 교재로 채택되었다는 제임스 맥브라이드의 “컬러 오브 워터(부제 흑인 아들이 백인 어머니에게 바치는 글, 도서출판 올, 2010년 8월)”이 바로 그 책이다.  

  책에는 어머니 루스 맥브라이드 조던이 살아온 이야기와 이 책의 저자이자 그녀의 아들인 제임스 맥브라이드의 이야기가 교차로 등장하는 형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폴란드 이민자 유대인 랍비의 1남 2녀 중 둘째 딸로 태어난 어머니는 악명 높은 인종 차별주의자들인 KKK단이 버젓이 도로를 활보하던 미국 남부 버지니아주 서픽시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다. 유대인 랍비로 흑인들을 대상으로 폭리를 취하는 가게를 운영하던 보수적인 아버지와 비록 반신불수이지만 그 누구보다도 현명하고 헌신적인 어머니 밑에서 자란 그녀는 집이 싫어 도망가 버렸지만 결국 2차 세계대전에서 전사한 오빠 대신에 가게 일을 도맡아 하면서 아버지의 학대와 핍박, 그리고 유대인마저 멸시의 대상으로 삼는 백인들의 차별 속에서 가난하고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낸다. 어느덧 장성한 그녀는 마을 흑인과 사랑에 빠져 원치 않던 아이를 갖게 되어 뉴욕에 사는 외갓 댁에서 아이를 지우게 되고, 그녀의 임신 사실을 모르고 다른 여자와 사랑에 빠진 그 남자에 대한 실망과 그동안 쌓여왔던 아버지에 대한 불만이 폭발하면서 지옥 같던 집을 뛰쳐나와 뉴욕에 정착하게 된다. 뉴욕에서 흑인인 앤드류 맥브라이드를 만나 인종차별이 심했던 그 당시에는 감히 꿈도 꾸지 못한 백인과 흑인간의 결혼이라는 것을 하게 되고 비록 단칸방이었지만 꿈만 같던 행복한 결혼 생활을 보내면서 여덟명의 자녀를 두게 된다. 개척 교회를 설립하여 그 누구보다도 성실한 목회 활동을 하던 남편이 그만 암으로 세상을 떠나게 되고, 세상이 무너지는 듯한 충격과 여덟 명의 남겨진 자식들 때문에 망연자실하지만 곧이어 두 번째 남편 조던을 만나 자녀 넷을 더 두어 12명의 아이들을 키우게 된다. 자신의 아이들 뿐만 아니라 전남편의 아이들까지도 따뜻하게 감싸고 그 누구보다도 든든한 의지가 되었던 두 번째 남편도 결국 사망하면서 그녀의 삶은 더욱 곤궁해지고 힘들어 지지만 흑인 아이들을 둔 백인 여자라는 멸시와 차별 속에서도, 유대인 가족에게 버림받아 의지할 데 하나 없는 외롭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억척스럽게 자녀들을 키워내 열두 자녀 모두를 대학을 마치고 바르고 훌륭한 시민으로 키워낸다. 언제나 자신의 과거라면 입을 굳게 다무시던 어머니를 어렵게 설득하여 이야기를 담아내고 또한 자신의 성장과정을 털어놓는 제임스는 몇 십 년 만에 어머니의 고향 서픽 시로 찾아가 이웃들을 통해서 어머니의 가족들과 친구들에 대해서 듣게 되고, 어린 시절 어머니의 유일한 친구였던 “프랜시스”를 수년 동안 수소문한 끝에 찾아내 어머니와의 감격적인 해후를 주선하게 된다. 

  어찌 보면 민족상잔의 전쟁을 겪고 보릿고개라는 절대 가난을 경험했던 우리 윗 세대인 외할머니 세대라면 루스 여사보다 더한 고난과 어려움을 견뎌왔기에 이 책에서의 이야기가 그리 새로울 것도, 그리 감동적일 것도 없겠지만 이 책이 미국에서 그렇게 감동적으로 받아들여진 이유는 아직도 치유되지 않은 흑백이라는 인종문제를 정면으로 부딪히면서 살아온 이야기여서 일 것이다. 하느님의 영(靈)은 무슨 색이냐는 물음에 하느님은 물빛이라는, 물은 아무 색도 없다는 어머니의 답변처럼 이 책에는 그 당시에는 누구도 받아들일 수 없었던 흑인도 백인도 그 어느 곳에서도 속할 수 없었던 백인 어머니와 12명의 혼혈 자녀들이 겪게 되는 인종 차별 문제들이 가감 없이 사실적으로 그려져 있다. 어쩌면 흑인과 결혼한 백인이라는 그 당시에는 그 누구도 받아들일 수 없는 결혼을 사랑하기 때문에 밀어 붙이고 남편 둘과 사별하면서 남겨진 12명의 아이들을 훌륭히 키워낸 루스 여사의 이야기는 어쩌면 그 어느 소설이나 영화보다도 더 기구하고 드라마틱한 그런 이야기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책은 루스 여사가 겪어온 기막히고 구구절절한 이야기를 풀어내면서도 심각하지만은 않게, 때로는 유쾌하게까지 느껴지는데 하루하루가 전쟁 같을 정도로 어질러놓고 말썽을 피워대는 열 두 아이들의 어린 시절 이야기들은 대가족을 경험해 본 사람들이라면 절로 고개가 끄덕여질 정도로 재미있고 유쾌하다. 특히 이제는 모두 장성해서 사회에서 성공을 했지만, 크리스마스 때마다 좁은 어머니 집으로 모여 복닥대는 루스 여사의 자녀 이야기가 재밌는데, 영화를 보자 밥을 먹자 중구난방 떠들어대다가도 어머니의 한 마디에 금새 조용해지는 모습을 보면서 그동안 그녀가 겪어온 모든 고생이 제대로 보상받게 된 것 같아 절로 흐뭇한 마음이 들었다. 책의 마지막 장에는 루스 여사가 결국 2010년 1월 많은 사람들의 애도 속에 세상을 떠났다고 짧게 기록하는 데, 그 어느 누구보다도 기구한 삶을 살았지만 결코 희망을 잃지 않았던 루스 여사의 삶은 앞으로도 많은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는 감동적인 이야기로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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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그리움 - 자전거 타고 대한민국 멀리 던지기
이종환 지음 / 하늘아래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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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새로 집을 이사하면서 자전거를 하나 장만하였다. 시청 및 종합운동장 공원이 도보로 10분 거리인데다 차량 통행량이 많지 않은 한적한 곳이라 운동도 할 겸 장만한 것이다. 처음엔 주로 근처 공원 위주로 짧은 거리를 주행하다가 자전거 타는 데 재미가 붙고 나서는 좀 욕심을 내서 주말에는 왕복 40~50km 3시간이 넘는 거리를 주행하곤 했다. 시원한 바람을 온 몸으로 느끼며 주변 경치와 함께 달리는 그 맛이란 자동차로 그저 바쁘게 다녀오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큰 즐거움과 재미를 안겨 주었다. 점점 자신감이 붙은 나는 올해 나와의 약속으로 집(천안)에서 왕복 200 km 내외 거리인 “대천해수욕장”까지 자전거 여행이라는 야심찬(?) 계획을 수립하였는데, 바쁜 일상에, 무더위에 이래저래 핑계 거리만 찾으면서 차일피일 미루고만 있다. 자주 들르는 자전거 동호회 카페에 보면 여름방학을 맞아 자전거로 전국 일주를 하는 대학생들의 글을 종종 보면서 참 그들의 젊음과 열정이 부럽다는 생각을 하면서 괜히 중년이 된 내 나이 탓을 하곤 한다. 그런데 최근에 50이 넘는 나이에도 자전거로 전국일주를 훌륭히 해낸 중견 문학 비평가이자 에세이스트 이종환의 “마침내 그리움(하늘아래, 2010년 8월)”을 읽고는 그저 삶의 바쁨과 피곤함에, 나이 탓에 부러워만 하고 시도조차 하지 않은 내 자신에 대한 부끄러움과 도전은 나이가 아니라 하고자 하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책은 작가가 10월 12일 서울에서 시작하여 11월 8일 청평에 이르기까지 한 달여 기간 동안 자전거를 타고 전국을 일주한 자전거 여행기이다. 어릴 적 아버지 자전거로 처음 타기 시작한 작가는 서울로 이사와 자전거 탈 기회가 좀처럼 없었다가 어느새 50이 넘은 어른이 된 후에 다시 자전거를 타기 시작한다. 여름 내내 신나게 탔지만 가을이 되면서 더 이상 갈 곳이 없어 답답해하면서 더는 다람쥐처럼 살 수 가 없으며, 더는 이렇게 밍숭맹숭하게 살 수 가 없다는 생각에, 좀 더 멀리 멀리 굴려봐야겠다는 생각에 드디어 10월 중순 후배와 함께 자전거 전국 일주 길에 나선다. 설레임으로 시작했지만 날짜가 지나갈 수 록 힘들고 지쳐간다. 함께 떠난 후배가 다리부상으로 중도에서 돌아가면서 홀로 여행길에 오르게 되고, 자전거 여행의 가장 큰 적이라는 비를 피하기 위해 수 없이 자전거를 멈춰 세워야 했고, 자동차 위주의 도로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위험한 갓길 주행을 하게 되고, 어두운 터널에서 무시무시한 속도로 스쳐지나가는 트럭들의 횡포, 자전거 도로라면서도 오히려 허술한 도로 처리로 위험천만한 상황들을 겪기도 하고 아직 한번도 가보지 못한 제주도 대신 오르게 된 울릉도에서도 기상악화로 며칠 발이 묶이는 등 많은 우여곡절들을 겪는다. 그러나 작가는 결코 여행을 포기하지 않고 작가가 서문에서 밝힌 것처럼 길과 자전거와 마음의 풍경, 나름대로 독자적이지만 서로 겹치며, 때론 겹치는 정도를 넘어 끌어안거나 밀어내기도 하는, 그리하여 서로가 서로에게 기대는 풍경, 혹은 함몰하는 풍경을 사진들과 함께 마치 일기 쓰듯이 일자별로 빠짐없이 기록해 나간다. 작가는 자전거 타는 것이 일상의 정직성을 가능한 한 끝까지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며 차를 몰 때와는 팔 다리는 물론 마음까지 동원해야 균형을 잡을 수 있으며, 한 눈 팔지 않고 온몸으로, 온 마음으로 몰아야 쓰러지지 않는 것에서 다르다고 말한다. 또한 시인 김수영이 ‘머리나 심정으로가 아니라 온몸으로 밀고 나가는 일’이라고 시 쓰는 것에 대해 한 말을 인용하며 ‘자전거 타기’도 정확히 동일선상에 있으며, 그런 점에서 자전거 타기 역시 시를 쓰는 일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이야기한다. 즉, 이 기행문은 그에게 있어 시를 쓰는 그런 작업과 다름이 아니라는 이야기인 셈이다. 또한 그는 자신이 무엇을 위해, 누구를 위해 또는 사랑이나 어떤 신념이 있어서 떠나온 것이 아니라 자전거라는 바퀴를 타고 굴러왔을 뿐이며, 바퀴가 구른다는 사실이, 내 힘으로 그 바퀴를 굴려 어딘가로 갈 수 있다는 사실이 경이로워 떠나왔다고 이 여행의 목적을 독백하고 있다. 결국 한 달여의 긴 여행을 마치고 일상으로 귀환하면서 그는 불야성처럼 반짝이는 네온의 거리가 자신의 삶의 터전이라는 것을 새삼 느끼면서 인공의 빛 속에서 부나비처럼 움직여야 하는 것이며, 그것이 자신의 운명이고, 길이며, 안고 가야 할 그리움이라고 말하며 끝을 맺는다.  

  서울에서부터 서해안을 따라 전라도 영암까지, 또 남해안을 따라 포항과 울릉도를 거쳐 주문진, 홍천, 청평까지 이어진 작가의 자전거 여행기를 읽고 나니 나도 왠지 작가와 함께 페달을 밟아 여행을 한 것처럼 피곤함과 함께 긴 여행 후 느끼는 흥분과 여운이 느껴지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작가가 말한 “때때로 나는 이제 자전거의 몸이다. 자전거 자체인 몸, 의식 자체인 자전거”라는 말은 비록 작가처럼 긴 시간은 아니었지만 세 시간 넘게 자전거를 타다 길 위에 내려서서 느꼈던 감각들, 즉 엉덩이의 아픔이 가시지 않아 아직도 묵직한 안장 위에 앉아 있는 듯한 느낌, 핸들을 오래 잡고 있던 팔에는 아직도 자전거의 울림이 남아있어 계속 떨리는 그런 느낌, 발을 내딛으면 바퀴가 신발에서 나와 쭉 미끄러져갈 것 같은 그런 느낌, 자전거가 어느새 내 몸이 되어버린 그런 경험이 떠올라 절로 공감을 하게 되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작가에 대해 시샘까지 느껴질 정도로 참 많은 것이 부러웠다. 나보다 더 지긋한 나이에 젊은 사람들도 해내기 어렵다는 자전거 전국일주를 해낸 그의 열정이 부러웠고, 또한 그 여행을 그저 고생스러움으로 끝난 것이 아니라 명상 여행처럼 자신를 관조해보는 의미있는 여행으로 만든 것이 부러웠고, 이렇게 멋진 사진과 글로 담아낸 그의 글 솜씨에도 괜한 시샘까지 느껴졌다.  

  이번 주말에는 한동안 타지 않은 자전거를 꺼내어 타이어에 바람도 넣고 삐끄덕 소리를 내는 체인과 구동기어에 기름칠을 꼼꼼히 해야겠다. 작가처럼 긴 여행은 할 순 없겠지만 가까운 공원이라도 자전거를 끌고 나가봐야겠다. 그래서 온 몸으로 바람을 맞는 그런 상쾌함과 즐거움을 다시 한번 느껴봐야겠다. 그리고 그저 막연히 가고 싶다고만 생각해오던 자전거 여행을 이제는 진지하게 계획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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