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책방 어제일리어의 사체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28
와카타케 나나미 지음, 서혜영 옮김 / 작가정신 / 2010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가상의 도시 하자키 시를 배경으로 한 “하자키 일상 미스터리 시리즈” 1편인 “빌라 매그놀리아의 살인”에서 “작은 동네를 무대로 하여 누가 범인인지 수수께끼를 풀어나가는, 폭력행위가 비교적 적고 뒷맛이 좋은 미스터리”라는 코지미스터리 특유의 재미를 느끼게 해주었던 작가는 두 번째 권인 “헌책방 어제일리어의 사체(작가정신, 2010년 8월)”에서는 로맨스 소설 전문 헌책방인 “어제일리어”에서 벌어지는 살인사건과 하자키 시 지역 유지인 “마에다” 가문에 얽힌 숨은 비밀을 맛깔나고 재밌게 풀어내고 있다.  

  다니던 편집 프로덕션이 도산하고, 기분전환을 위해 투숙한 비싼 호텔에서는 대형화재가 발생하여 12명이 죽어나가고, 신흥종교의 강제 입교 권유로 감금당했다가 탈출하고, “나쁜 놈아!”라고 크게 소리치기 위해 하자키 시 바닷가를 찾았지만 메아리 대신 자신에게 다가온 것은 익사한 남자 시체. 지독히도 불운한 일만 계속되는 31세의 여자 “아이자와 마코토”는 사건이 해결될 때까지 떠나지 못한다는 명령을 받아 하자키 시에 머물게 된다. 마코토가 발견한 시체는 하자키 시의 유력가문 “마에다”가문의 주인이자 하자키의 어제라고 불리우는 하자키 FM 라디오 방송국 사장인 “마에다 마치코”의 조카이자 12년 전 실종되었던 “마에다 히데하루”으로 추정되고, 실종 전 살해 위협을 받았다던 과거의 기억과 함께 의문의 유서가 발견되고 마에다 가문의 숨겨진 비밀들이 베일을 벗게 되면서 사건은 더욱 미궁속에 빠지게 된다. 한편 마코토는 마치코 사장의 고모이자 마에다 가문의 실질적인 실력자인 “베니코 마에다”가 경영하는 로맨스 소설 전문 헌책방에 취직하게 되고, 병원에서 검사를 받기 위해 잠시 자리를 비우는 마에다 여사를 대신해 서점을 운영하고 로맨스 소설 축제를 진행하게 된다. 마코토는 불운은 여기서 끝나지 않고, 맡은 지 하룻만에 서점에는 도둑이 들지 않나, 도둑으로 몰려 중화냄비에 뒤통수를 얻어맞기도 하고, 익사체를 히데하루로 확인하고 서둘러 장례를 치르려는 마치코 사장과는 달리 조카의 시신을 확인하려는 베니코 여사를 돕기 위해 시체 대신 관(棺)에 들어가 눕게 되고, 자리를 비운 사이 헌책방에 마에다 마치코 사장이 머리에 피를 흘리고 죽어 있는 것을 발견하기에 이른다. 마치코 사장의 범인은 라디오 방송국 DJ 치아키에 의해 밝혀지면서 사건은 일단락되는 것 같지만, 재차 어제일리어에 숨어든 도둑에 의해 마코토는 목이 조이는 절체절명의 순간을 맞게 된다.  

  이번 작품에서도 작가는 살인사건을 소재로 하면서도 결코 심각하거나 공포스럽지 않은, 마치 시트콤을 보는 것 같은 유쾌한 코지 미스터리 특유의 재미를 한껏 선보이고 있다. 특히 전편에서처럼 수많은 등장인물들의 진술이나 행동이 결국에는 사건 전체의 얼개를 구성하는 중요한 실마리로 작용하는 특유의 구성력을 여전히 보여주고 있다.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마코토의 연이은 불운들과 신참형사 “아스키하라”와 벌이는 요상한 로맨스 -처음에는 전편에서 고마지 반장과 콤비를 이뤘던 “히토쓰바시” 형사인줄 알았는데 다른 사람이다 -는 읽는 내내 웃음을 자아내게 한다. 또한 여전히 경찰서장에게 삐딱하게 굴고 동료 형사를 골탕 먹이지만 마지막에 살인사건의 전모를 밝혀내는 고마지 반장의 놀라운 추리력은 여전히 건재하고, 사건이 모두 해결된 후 사건 이면에 숨겨진 진실들이 등장인물들의 에필로그 형식으로 드러나는 몇 몇 반전들은 기막힌 맛은 없지만 그 의외성이 쏠쏠한 재미를 준다. 전편인 “빌라 매그놀리아의 살인”의 등장인물들은 유심히 보지 않으면 그저 스쳐지나가게 되는 숨은 그림 찾기처럼 등장하는 데 이들을 찾아보는 것도 꽤나 유쾌하고 즐겁다. 권수를 더할수록 더욱 유쾌하고 재밌어진 하자키 일상 시리즈 마지막 권인 “네코지마 하우스의 소동”도 꼭 챙겨 읽어보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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