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을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보이지 않는
폴 오스터 지음, 이종인 옮김 / 열린책들 / 2011년 1월
평점 :
절판


책을 읽다 보면 명성(名聲)은 익히 들어 알고 있는데 좀처럼 만날 기회가 없어 아쉬운 작가들이 있게 된다. “긴다이치 코스케(金田一 耕助)” 시리즈로 유명한 일본 추리소설 작가 “요코미조 세이시” - 다행히 최근에 <삼수탑>이라는 작품으로 그를 만날 수 있었다 - 와 <뉴욕 3부작>, <달의 궁전>으로 유명한 “폴 오스터(Paul Auster)”가 그들이다. 특히 폴 오스터는 이미 국내에 많은 작품들이 소개되어 있고, 그의 책이라면 빠짐없이 다 본다는, 즉 전작주의(全作主義) 작가로 삼는다는 팬들이 있을 정도로 유명 작가인데도 좀처럼 만날 기회가 없었다. 엄밀히 말하자면 기회 - 집 근처 도서관 서고(書庫)에도 그의 작품들을 쉽게 만나볼 수 있다 - 가 없었다기 보다는 나의 고질병이라 할 수 있는 유명 작가에 대한 괜한 거부감 - 종종 참 좋다더라 하는 평을 주변에서 듣게 되면 괜히 거부감부터 갖고 처음에는 멀리하게 된다. 드라마나 영화에 가장 큰데 어릴 적 스티븐 스필버그의 “인디애나 존스”를 보고 온 친구가 입에 거품을 물면서 안보면 후회할 거라고 떠들어대는데 그 꼴(?)이 보기 싫어서 TV에서 방영할 때도 일부러 보지 않았었다. 결국 나중에 봤는데 정말 재미있어 일찍 볼 걸 하고 후회하긴 했다 - 이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그런데 드디어 이번에 <보이지 않는(원제 Invisible/열린책들/2011년 1월)>를 통해 그를 처음 만나게 되었다. 

 책은 1967년 봄 컬럼비아 대학 2년생이자 책만 좋아할 뿐 아무것도 모르던 숙맥인 “나” - 애덤 워커 -가 가게 된 이유와 장소도 기억이 잘 나지 않는 어느 파티에서 같은 대학 정경학부 대학원에서 국제 정치학을 가르치는 방문 교수인 프랑스 사람 “루돌프 보른”과 그의 여자친구 “마고”를 만나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파티 한 구석에 멍하니 서 있는 “나”를 발견한 보른과 마고는 나에게 다가와 말을 건네고 단테의 <신곡> 지옥편 제 28 곡의 마지막 시행에 나오는, 12세기 프로방스 시인 “베르트랑 드 보른”과 친척이 아니냐는 나의 질문으로부터 말문을 트게 된 서로는 깊은 인상을 받은 채 헤어진다, 파티에 참석한 지 이틀째 되던 날, 학교 근처 “바”에서 나와 보른은 우연히 재회하고, 보른은 “마고”가 나를 도와주라고 했다면서 문학잡지 출판 사업을 제의해오고, 나는 그의 제안을 선뜻 받아들이고 보른과 마고의 집에까지 방문하게 된다. 보른이 파리에 다녀오는 사이 마고와 잠자리를 하게 된 나는 술자리에서 만난 보른이 파리에서 결혼 상대를 만났다며 마고를 내쫓았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게 되고, 술자리가 끝난 후 공원을 거닐다가 권총을 든 흑인 소년 강도를 만나게 된다. 보른은 주머니에서 칼을 꺼내 소년을 찌르게 되고, “나”가 응급센터에 신고를 한 사이 보른은 피흘리는 소년을 데리고 사라져 버린다. 결국 다음날 그 소년은 열군데 칼을 찔린 채 시신으로 발견되고, 보른은 나에게 협박편지를 보내온다. 갈등하던 나는 며칠 후 경찰에 신고를 하지만 보른은 이미 뉴욕을 떠나 파리로 돌아간 후였다. 1부는 이처럼 “나”의 회고록 형식으로 끝을 맺고, 2부에서는 그로부터 40년 후인 2007년 애덤이 <봄>이라 이름 붙인 1부를 친구 “짐”에게 보내면서 시작된다. 1부를 읽은 친구는 1부 이후의 회고록을 집필하는데 애를 먹고 있는 애덤에게 친구는  

 "나는 나의 접근 방법이 틀렸음을 알았다. 나 자신을 1인칭으로 서술함으로써, 나는 나 자신을 질식시켰고 <보이지 않는> 존재로 만들었다. 그리하여 내가 찾고 있던 것을 찾는 게 불가능해졌다. 나를 나 자신으로부터 떨어뜨릴 필요가 있었고 한 걸음 뒤로 물러서서 나 자신과 나의 주제(바로 나 자신) 사이에 약간의 공간을 두는 것이 필요했다." - P.96

면서 그에게 시점을 바꿔 집필하는 것이 좋겠다고 충고한다. 애덤은 친구의 충고대로 2인칭 시점으로 보른과의 만남 이후 1967년 여름에 있었던 자신의 친누나 “그윈”과의 금지된 동거 생활을 담아 친구에게 보내온다. 3부 <가을>에서는 친구가 애덤을 만나러 런던에 오지만 이미 애덤은 죽은 후였고, 친구는 애덤이 죽기 전 남긴 글을 재구성하여 3인칭 시점으로 파리에서 보른과 그의 결혼 상대자인 “엘렌 쥐앵”과 그녀의 딸 “세실 쥐앵”을 만난 이야기를 구성해낸다. 마지막 4부에서는 애덤의 누나인 “그윈”이 동생과의 금지된 사랑을 전면 부인하고, 이제 예순을 바라보는 세실 쥐앵이 외딴 섬에서 살고 있는 보른을 방문하면서 겪은 이야기를 일기로 적은 글을 소개하며 끝을 맺는다. 

1967년 봄에서 가을로 이어지는 기간 동안 21세의 젊은 남자가 겪은 이야기를 담아낸 이 책은 “이야기” 자체만 보면 그다지 새로울 것이 없는 평범한 이야기라 할 수 있다. 이 책의 장점은 시점이 1인칭에서 2인칭, 3인칭으로 변화하면서 “애덤 워커”라는 인물이 주관적인 존재에서 점점 객관화되는 전개가 전혀 어색함이 없이 매끄럽게 이어지는 작가의 탁월한 글솜씨에 있다고 하겠다. 주관적일 수 밖에 없는 “나”라는 존재로는 도저히 입에 담을 수 없는 추악한 친누나와의 금지된 사랑 - 근친상간(近親相姦) -을 “너”라는 관찰자 시점, 즉 친구의 충고대로 나 자신과 나의 주제 사이에 약간의 공간을 두게 되자 비로소 고백이 가능해지는 방법 - 종종 자신이 겪은 일을 남의 일인 것처럼 친구에게 털어놓는 것도 이와 같지 않을까? -으로 활용하게 되고, 죽음 직전 써놓은 미완성 원고를 친구는 3인칭 시점으로 재구성하여 애덤의 경험은 “그”라는 인물로 객관화되게 된다. 그런데 그 객관성이 마지막에 이르러서는 누나인 “그윈”에게 전면 부정당하고, 친구인 “짐” 또한 여기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자신을 포함하여 다 가명이라고 밝히면서 이야기가 과연 실재인지 아니면 허구인지를 가늠하기 힘들게 만들어 버리며, 마지막 세실 쥐앵이 보른과의 만남을 그린 일기에서도 보른의 비밀스러운 과거 - 구 소련 이중첩자 - 를 들어내지만 다시 비밀 속으로 감춰지는 명확하지 않는 결말로 끝을 맺는다. 결국 이 책은 자신에게 매몰되어 버려 자신의 실체를 드러내지 못하는 “나”가 자신과의 간극을 통해 “보이는” 상황으로 이끌어 내려 하지만, 오히려 자신이 객관화되면서 오히려 실재와 허구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보이지 않는” 상태가 되어 버리는 모순을 그려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지루함 없이 단숨에 읽어낼 수 있을 정도로 몰입감은 뛰어나지만 다 읽고 나서도 손에 딱 잡히지 않는 모호한 결말에 다시금 책을 펼쳐보게 만들고 그 여운이 쉽게 가시지 않는 책이었다. 

 기승전결이 명확하지 않은 서사 구조, 대화부분과 서술을 구별하기 힘든 형식 -개인적으로 대화와 서술이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는 형식을 즐겨하지 않는다 -, 친누나와의 사랑 장면 - 물론 그다지 혐오스럽거나 눈살을 찌푸리게 할 정도는 아니지만 - 등 내 취향과는 잘 맞지 않는 작품이긴 하지만 읽고 나서도 가시지 않는 묘한 매력이 느껴지는 책이었다. 폴 오스터를 이 책 한 권만으로 온전히 평가하긴 힘들어 그에 대한 평은 다음으로 미뤄야 할 것 같다. 다만 그의 다른 작품이 절로 궁금하게 만드는 그런 작가로 기억될 것 같다. 

서평을 쓴답시고 몇 번을 썼다 지웠는데도 감상(感想)이 결국 횡설수설로 끝을 맺고야 말았다. 작품이 어렵다기 보다는 순전히 나 자신의 이해력 부족을 탓하는 것이 맞을 듯 싶다. 다음에 이 책을 다시 읽게 된다면 좀 더 다른 이해와 감상을 담아낼 수 있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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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칸 보이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17-1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17
앤드루 테일러 지음, 박아람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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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내가 “에드거 앨런 포(Edgar Allan Poe, 1809~1849)”를 처음 알게 된 것은 그의 단편을 영화화한 “어셔가의 몰락(House of Usher, 1960)”부터였다. 어릴 적 모 방송사의 납량특집 주말의 영화였던 걸로 기억이 나는데 어찌나 무서웠는지 어린 마음에 이 영화를 보고 며칠 밤을 잠을 못 이루었다. 제목이 “에드거 앨런 포의 어셔가의 몰락”이었던 지라 처음에는 감독 이름인 줄 알았다가 나중에 되어서야 유명 작가였음을 알게 되었다. 그 후 청소년 시절 추리소설을 좋아하게 되면서 에드거 앨런 포가 <모르그가의 살인사건>으로 세계 추리소설의 비조(鼻祖)라 불린다는 것을, 또한 <검은고양이>라는 작품이 <어셔가의 몰락>보다 더 무서운 공포소설이라는 것도, 학생들 책받침과 연습장 표지에 단골로 등장하던 <애너밸 리(Annabel Lee)>라는 시(詩) 또한 그의 작품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처럼 공포물, 범죄물, 심리소설, 추리소설의 새로운 개척자로서 수많은 후배 작가들에게 영감(靈感)을 준 “천재” 작가라 할 수 있는 그의 삶 또한 소설 못지 않게 미스터리로 가득차 있다고 하는 데, 특히 가장 미스터리한 사건으로 손꼽히는 그의 죽음을 소재로 한 영화인 제임스 맥티그 감독의 스릴러 영화인 <레이븐(The Raven)>- “존 쿠삭(John Paul Cusack)”이 포 역할로 나온다는데 스틸컷을 보면 포의 초상화와 매우 흡사한 모습이다 - 은 개인적으로 올해 개봉하는 영화 중 가장 기대하는 영화로 손꼽고 있다. 이번에 읽은 앤드루 테일러의 <아메리칸 보이(원제 The American Boy/랜덤하우스 코리아/2011년 2월)>는 포가 숙부 존 앨런에게 입양되어 영국에서 잠시 살았던 1815년에서 1820년까지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소설이다.  

  1815년 워털루 전투에 참전하고 무사히 돌아왔지만 훈장을 내동댕이쳐서 미치광이로 취급받던 “토머스 쉴드”는 숙모의 도움으로 런던 인근의 “매너 하우스” 학교의 교사로 취직하게 된다. 그곳에서 그는 영국 은행가의 아들 “찰스 프랜트”와 미국인 사업가의 양아들 “에드거 앨런 포”를 제자로 두게 되고, 프랜트 가(家)와 친분을 쌓게 된다. 어느날 한 부랑아가 포와 프랜트에게 다가오는 것을 막아서게 된 토머스는 그가 포의 아버지임을 알게 되고, 프랜트 아버지인 “헨리 프랜트”도 아들에게서 그 소식을 전해 듣고 흥미를 갖게 된다. 지병을 앓고 있던 프랜트의 할아버지가 죽고 , 연이어 은행 또한 파산(破産)하게 되면서 프랜트가는 빚덩이에 올라서게 된다. 설상가상으로 실종되었던 헨리 프랜트가 건설 부지에서 의문의 변사체로 발견되게 되고, 제일 먼저 시신이 프랜트임을 확인하게 된 토머스는 얼굴이 짓뭉개지고 손가락이 잘려진 시체가 사실은 프랜트가 아니라 혹시 포의 아버지가 아닐까 - 추리소설에서 자주 등장하는 시체 바꿔치기 트릭 - 의심을 하게 되지만 결국 가슴 속에 묻어두게 된다. 숙부를 따라 시골로 내려간 프랜트와 어머니의 초청으로 가정교사로 내려가게 된 토머스는 프랜트 숙부의 장원에서 프랜트와 포와 재회하게 된다. 그런데 그곳에서 헨리 프랜트가 결혼 전에 사귀었던 여인이 마을의 얼음 창고에서 변사체로 발견되는 사건이 일어나고, 토머스는 프랜트의 어머니에게 연정(戀情)을 품게 되지만 거절당하고 반지를 훔쳤다는 누명을 쓰고 그만 장원에서 쫓겨나 런던으로 돌아오게 된다. 누명이 학교에까지 알려지면서 학교에서 쫓겨나 빈민가에서 편지나 공문서를 대신 써주는 일로 근근히 살아가던 토머스는 자신의 숙부와 결혼하기 위해 런던으로 돌아온 프랜트의 어머니와 재회하게 되지만 다시 거절당하고, 자신을 추적하는 의문의 사람들에게 붙잡혀 생매장당하는 위기에 처하게 되면서 그동안 벌어졌던 살인 사건의 진정한 범인과 베일에 감춰진 음모의 전말을 알게 된다.  

  600여 쪽이 넘는 분량, 빽빽한 줄 간격으로 두 권으로 분책(分冊)해도 충분한 분량인 이 책은 처음에 그 분량 때문에 언제 다 읽게 될까 걱정하기도 했지만 막상 읽기 시작하니 19세기 초반의 런던의 풍경이 머릿 속에 저절로 그려질 정도로 생생하게 묘사하고, 어린 시절의 포와 주변 인물에 대한 생동감 있는 서술이 탁월하며, 긴 호흡으로 전개 - 책 중반 이후라 할 수 있는 400 여 페이지가 넘어서도록 한 번의 살인사건만 있을 뿐 별 다른 사건이 일어나지 않아 지루하다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 되어 느슨해질 수 도 있는 이야기 전개를 적절한 시점에 긴장감을 서서히 불러일으키며 완급을 기가 막히게 조절하는 작가의 글 솜씨에 마지막 장까지 지루함 없이 술술 읽힌다.  의문의 살인사건과 미스터리한 사건 전개, 마지막에 이르러 밝혀지는 의외의 진실 등 추리 소설적 요소를 다분히 담고 있으면서도, 고전 소설을 읽는 것 같은 예스러움 마저 느껴지는 이 소설은 그동안 읽어온 대중적 취향에 치우쳐 있는 여타의 추리소설을  능가하는 품격과 고급스러움을 갖춘 책으로 느껴진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아쉬운 것은 어린 시절 포의 활약이 기대에 영 못 미친다는 점이다. 사실 이 책을 읽게 되는 이유가 그동안 소설이나 영화에서 종종 등장하는 유명 인물들의 어린 시절의 활약, 즉 “소년 셜록 홈즈”나 “소년 인디애나 존스”처럼 미스터리 사건에 휘말린 소년 포가 천재적인 두뇌 솜씨를 발휘해 사건을 해결하는 내용일 것이라는 기대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책장을 거듭할 수 록 포는 그저 등장인물일 뿐 별다른 활약이 없어 당혹스럽게 까지 느껴졌다. 물론 포의 아버지가 이 책에서 벌어지는 모든 사건의 실마리를 쥐고 있는 비중 있는 역할을 맡고 있고, 포가 얼음 창고에서 발견한 반지나 우연스러운 몇몇 행동들이 사건의 전기를 마련하기는 하지만 포를 주인공이라고 하기에는 영 마땅치 않은 그런 활약에 그치고 만다. 포가 그저 등장인물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이 가장 큰 스포일러(Spoiler)가 될 수 도, 어쩌면 가장 큰 반전일 수 도 있겠지만, 포의 등장여부를 모른 채 19세기 초반 런던을 배경으로 한 고품격 추리소설로 알고 읽었다면 훨씬 더 재미있었을 그런 책으로 아쉬움이 남는다. 비록 기대했던 포의 활약이 나오지 않아 아쉬웠지만 책 자체로는 훌륭한 재미를 보여주는 소설이라 평가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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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는 왜 반복되는가 - 공황과 번영, 불황 그리고 제4의 시대
로버트 라이시 지음, 박슬라.안진환 옮김 / 김영사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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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대환란(大患亂)이라는 IMF 사태를 겪은 지 딱 10년 만에 다시 한번 세계적 경제 위기를 겪게 되었다. 이번 경제 위기가 10년 전 아시아로 한정된 IMF 사태와 다른 점이라면 세계 경제 대국인 미국에서 시작되어 유럽, 아시아 등 전 세계로 확장된 위기라는 점에서였을 것이다. 원인에 대해서는 “서브 프라임 모기지론 사태”로 일컬어지는 미국의 주택 시장 거품 붕괴를 가장 큰 원인으로 들기도 하고, 세계 금융 시장을 주름잡던 미국 뉴욕 금융가(Wall-Street)의 "모럴 헤저드(Moral Hazzard)"를 꼽기도 하며, 지난 수십년 간 전 세계 경제를 지배해온 “신자유주의(新自由主義)”의 모순에 따른 필연적인 결과라는 등 다양한 진단과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제 3년여가 흘러 어느 정도 진정된 국면(局面)을 보이고 있지만 아직도 유럽 재정 위기가 뉴스에 심심찮게 오르내리고 있고, 중동(中東)발 민주화 열풍이 일파만파 번지면서 유가(油價)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으며 설상가상으로 일본 대지진 여파로 경기(景氣)가 다시 더블 딥(Double Deep: 경기침체 후 잠시 회복기를 보이다가 다시 침체에 빠지는 이중침체 현상. 네이버 백과사전 발췌)에 빠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점점 커지고 있다. 그렇다면 이런 위기는 왜 반복되는 것일까? 앞에서 잠깐 언급했던 원인들이 해결되면 이런 위기의 반복은 없어질까? 클린턴 행정부에서 노동부 장관 및 오바마 대통령의 경제자문위원을 맡기도 했으며 현재 버클리 대학 공공정책 대학원 교수로 재직 중에 있는 “로버트 B. 라이시(Robert B. Reich)”는 <위기는 왜 반복되는가(원제 After Shock/김영사/2011년 2월)>에서 보다 근원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위기는 계속 반복될 것이며, 더 악화될 수 도 있다고 경고한다.  

 작가는 서문인 “호황과 불황의 시계추”에서 작금의 대불황을 국민들의 과소비가 문제였다고 지적하는 미 재무장관 “티머시 가이트너”의 말을 소개하면서 국민들의 과소비는 문제의 핵심이 아니며, 이전보다 거대해진 경제시스템이 국민들에게 제공해야 마땅한 생활수준을, 대다수의 국민들의 수입으로는 누릴 수 없다는 사실이 문제라고 잘라 말한다. 그렇기에 경제의 왜곡, 소득 불균형 심화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우리는 계속 악몽에 시달려야만 하며, 최악의 상황이 발생하기 전 지금 당장 단계별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하고 있는, “자본주의 모순”이라고까지 일컬어지는 부(富)의 편중, 즉 소득 불균형이 과연 이번 경제 위기의 진짜 원인일까? 서문만 읽어서는 오래전 자본주의의 붕괴를 예언했던 마르크스의 또 다른 변주(變奏)에 지나지 않은 이야기가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기도 했다. 본문에 들어가 작가의 이야기를 차근차근 들어보니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본문에서 작가는 1930년대 대공황과 2007년 대불황이 같은 양상을 띠고 있다고 전제한다. 먼저 작가는 대공황 시절 미국 연방준비제도 위원회(FRB: Federal Reverse Bank) 의장(1934~1948)을 역임한 “매리너 에클스(Marriner Eccles)”의 대공황 원인에 대한 진단을 소개한다. 그 당시에도 1920년 대 과도한 소비가 대공황의 주요 원인이었다는 분석이 우세했고 이자율을 올리고 국가 재정 균형 위주의 정책이 실행되었지만 공황의 골은 더욱 깊어만 갔다. 매리너 에클스는 대공황의 주요 원인은 1920년대의 과도한 소비와 아무런 관계가 없으며, 진짜 원인은 오히려 최상위 부유층이 소득의 방대한 축적을 거머쥔 것이 핵심원인이었다고 결론을 내린다. 즉 극소수가 대다수 국민들의 구매력을 흡수해버린 것이 진짜 문제였던 것이다. 따라서 소득 불평등을 해결할 정책, 즉 “뉴딜(New Deal)" 정책 - “부유한 사람들을 더욱 부유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가난한 사람들을 풍요하게 하는 것이야말로 진보의 기준이다”이라는 루스벨트 대통령의 말이 이 정책의 방향성을 잘 드러낸다 - 을 시행하면서 공황을 극복해냈다고 한다. 대공황에 뒤이은 정부정책들은 에클스가 루스벨트의 취임직전에 제안한 프로그램들의 상당수(사회보장제도, 국가 공공기반 시설및 교육기관 개선안 등)를 포함하며 새로운 경제 질서를 선도했으며, 이에 필요한 재원은 정부 부채로 지원되었다고 한다. 이들 프로그램들은 이후 중산층이 안정과 번영, 생산성을 되찾는 데 큰 도움이 되었으며, 이 시절에 고안되거나 개선된 고용보험과 노령 사회보장연금, 상해보험 및 장애인 복지, 60년대 제정된 메디케어(Medicare:노인 의료보험), 매디 케이드(Medicaid: 저소득층 의료보험) 등은 그 후 불행이 닥쳤을 때조차도 일정 수준의 소득을 보장해주는 일종의 “기본합의”로써 1947년부터 1975년까지 계속된 “대번영의 시기”를 이끈 주요 정책이 되었다고 한다. 즉 중산층이 사회의 번영과 부를 충분히 공유할 수 있는 '환경과 조건'을 만드는 데 성공한 미국정부는 완전고용이 이뤄지도록 경제 시스템을 재건하고, 소득세를 더욱 적극적으로 거둬들이고 일반 근로자들의 협상력을 증진시키고, 사회보장제도를 강화하고, 사회안전망을 확충하고, 노동 생산성을 향상시킴으로써 공황이후 근 30여년의 대번영의 시기를 누리게 된 것이다. 그런데 1970년 대 말부터 “기본합의”가 천천히 무너지는 상황이 오면서 - 장하준 교수는 신자유주의가 이때부터 기승을 부리기 시작했다고 진단한다 - 경제는 계속 발전하고 일자리는 차고 넘치는데도 중산층의 소득은 더 이상 증가하지 않았고, 반면 경제성장의 달콤한 열매는 대부분 다시 상류층으로만 집중되는, 대공황 직전과 유사한 상황으로 되돌아가기 시작했다고 한다. 세계화와 자동화 시스템이 도입되면서 노동자들이 대거 해고되고, 일자리의 개수를 감소시키지는 않았지만 과거만큼의 보수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지다 보니, 중산층의 소득이 갈수록 주는 상황이 발생했으며, 또한 정부는 기본합의를 유지하고자 하는 각종 정책들을 등한시하고, 기업들이 직원 해고, 임금 및 복지 삭감, 노조 해체, 보험료 지원 중단 등 기본 합의 깨뜨리는 행동들을 정부가 방관하면서 소득이 다시 상위층에 집중되는 그런 상황이 갈수록 심해졌고, 결국 2007년 대불황이 시작되고 만 것이라고 진단한다.  

 그렇다면 2007년 대불황 이후 대책은 과연 어떡했을까? 작가는 2007년 말에 시작된 대불황은 1930년 공황 이후 “기본합의”를 이끌어낸 것과는 달리 새로운 경제 질서를 전혀 창출하지 못했다고 진단한다. 경기 하강을 충분히 제어할 수 있는 자본을 신속히 투입하면서 제2의 대공황이 될 뻔한 상황을 방지할 수 있었지만 건강보험 적용 대상 확대 외에는 갈수록 심해지는 근원적 문제, 즉 에클스가 대공황의 원인으로 파악한 '불균형 심화 문제'를 경감하는 조치는 거의 취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작가는 경기 부양책과 통화량 증대의 효과가 사라지고 나면 장기간의 고실업률 사태가 벌어질 것이며, 지난 30년을 지배했던 근원적인 트렌드가 되풀이 되고 만다고 경고한다. 즉 중위임금은 변동이 없거나 오히려 내려갈 것이고 대부분의 가구는 경제적으로 불안정해질 것이며 불균형은 더욱 커져갈 것이라는 의미이다. 2007년 대불황의 근본적인 문제는 금융기관들이 무모했거나 소비자들이 돈을 너무 많이 빌려 썼다는 것이 핵심이 아니며, 대공황을 야기한 것처럼 국민 총소득에서 점점 더 많은 부분이 상위 부유층에만 집중되었고, 지금도 그러고 있기 때문에, 즉 급료와 생산을 연결해주는 기본합의가 깨졌기 때문에 미국인들은 이제 미국 경제가 생산할 수 있는 재화와 용역을 더는 마음껏 구매할 능력이 없게 되어 미국은 다시는 '정상'으로 되돌아갈 수 없을 것이라는 무서운 경고이다. 셈이다. 따라서 그 합의를 다시 확립하는 것이 진정한 해결책이라고 주장한다. 

작가는 그 합의로 9가지 대안을 제시한다. 역소득세 정책, 탄소세의 부과, 부자들의 한계세율의 인상, 재고용 대책, 소득수준에 따른 학교 바우처 제도, 향후 소득과 연계한 학자금 대출, 전국민 메디케어 정책, 공공재의 활용, 깨끗한 정치풍토의 마련이 바로 그 대안이다. 작가는 마지막 말에서 소수의 부가 소득을 독점하고 다수가 그 나머지를 나눠 갖는 나라에서는 그 누구도 성공할 수 없으며, 불균형은 단순히 경제적 성장만 잠식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의 날실과 씨실을 가르고 찢어버린다고 주장한다. 우리가 성공을 거두고 권력의 정점에 이를 수 있는 것은 오직 경제 및 정치체제가 안정되어 있을 때만 가능하며, 이러한 안정은 사회체제가 우리 모두의 이익을 위해 돌아가고 있다는 대중의 믿음에서 비롯된다. 그러한 믿음이 사라지면 모두의 행복과 안녕이 위협받고, 결국 우리는 개혁을 택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를 하며 끝을 맺는다.  

  책 내용을 소개하다 보니 글이 길어졌지만 핵심은 바로 “소득 불균형의 해소”라고 요약할 수 있겠다. 어쩌면 장하준 교수가 주장하는 “복지 정책 확대”- 그의 저서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에서 부자들에게 주어지는 더 많은 부가 사회 전체의 혜택으로 파급되게 하려면, 국가는 각종 정책 수단(감세를 허용하는 대신 투자를 조건으로 제시)를 통해 부자들로 하여금 더 많이 투자하도록 해서 더 놓은 경제성장을 이루어 낼 수 있도록 해야 하며, 아울러 복지 국가 같은 매커니즘을 통해 전 사회 구성원들과 성장의 과실을 공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 와 일맥상통하는 이 책은 소득 불균형이 어떻게 공황과 불황을 가져왔고, 그걸 만회할 구체적인 정책 대안 - “기본 합의”를 복원하는 정책 - 을 제안했다는 점에서 보다 실질적인 진단과 해결책을 명쾌하게 제시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아마도 이 책을 읽을 어떤 세력들은 소득 재분배와 상위층 중과세(重課稅), 각종 과격한(?) 복지 정책들을 대한다면 “극좌 빨갱이”라고 욕을 하겠지만 작가가 공산권 국가나 복지체제가 잘 갖춰져 있다는 북유럽 국가 출신이 아니라 바로 자본주의의 총본산이라 할 수 있는, 또한 그들의 경외에 마지 않는 “미국” 행정부의 주요 관리를 지냈고, 주류 경제학자로서 권위 있는 교수라는 이력을 알게 된다면 튀어나온 입들이 저절로 들어갈 만 하다. 부디 이 책에 색깔을 칠하지 말고 옷깃을 여미고 제대로 귀담아들어주기를 진심으로 바래본다.  작가의 경고대로 작금의 경제 정책들이 그 원인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해법이 아닌 벼랑 끝으로 향하는 폭주기관차를 잠시 멈추게 하는, 그저 위기를 봉합하는 수준에 지나지 않다면 책의 제목대로 위기는 다시 반복되고 말 것이다. 이번에 닥칠 위기를 해결하려면 천문학적인 국민의 혈세(血稅)가 투입되도 해결될 지가 미지수이며, 그 바닥이 과연 어디일지를 짐작키가 어렵다는 작가의 경고는 어쩌면 자본주의에 큰 경종을 울리는 묵시록(黙示錄)이라고 불러도 좋지 않을까? 복지를 결코 이념적인 잣대로 재단할 것이 아니라 경기 호황과 불황의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나아가 우리의 생존에 직결된다는 이 책의 교훈이 널리 알려지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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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녀
렌조 미키히코 지음, 모세종.송수진 옮김 / 어문학사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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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소설을 좋아하다 보니 일본 작가 작품들을 많이 읽게 된다. 당장 떠오르는 작가들만 해도 “히가시노 게이고”, “미야베 미유키”, “온다 리쿠”, “요코미조 세이시”, “미나토 가나에” 등 열 명 가까이에 이른다. 일본 추리 소설의 매력은 소재의 다양성을 들 수 있겠다. 밀실 트릭, 알리바이 조작 등 추리소설의 전형이라 할 수 있는 장치들을 이용한 “정통파” 추리 소설 에서부터 사건 그 자체뿐만이 아니라 사건의 배경에도 중점을 두어 현실의 사회상을 무게 있게 다루는 “사회파”, 서술상의 트릭을 이용해서 마지막 결말에 반전을 보여주는 기법을 적용한 “서술트릭”, 피가 낭자하는 잔혹한 범죄가 아닌 주변에서 볼 수 있을 법한 사건을 유쾌하게 그린 “코지 미스터리”, 초능력, 귀신, 불사(不死), 시간 여행 등 현실에서 볼 수 없는 불가사의한 사건들을 소재로 하는 “SF”물에 이르기까지 독자들이 자신의 취향에 맞는 소설을 골라 읽을 수 있는, 마치 뷔페식 성찬(盛饌)을 대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곤 한다. 그렇다면 이번에 읽은 “렌조 미끼히꼬(連城三紀彦)”의 <미녀(어문학사/2011년 1월)>는 어떻게 분류할 수 있을까? 책에 실려 있는 8편의 단편 중에는 알리바이 조작과 살인 사건 같은 추리 소설적 요소를 담고 있는 작품도 있지만 몇몇 작품은 딱히 추리소설로 보기 어려운, 오히려 치정(癡情)소설 - 남녀간의 사랑과 배신, 복수를 그린 통속소설 - 로 분류할 만한 작품들도 있어 올곧이 추리 소설이라 보기에는 좀 어려울 듯 하다. 그래서였을까? 읽고 나서도 뒷맛이 영 개운치 않은 이유가. 

책에 실려 있는 8편의 단편을 관통하는 일관된 주제는 남녀간의 “애정”이다. 소개글을 보면 작가는 추리소설로 신인상을 받으며 데뷔했지만 지금은 연애소설 작가로 더 유명하다는데, 자신의 주특기라 할 수 있는 연애와 미스터리, 두 가지 장르를 결합한 소설이라 할 수 있겠다. 그러나 “애정”이 하나같이 비정상적이고 비도덕적 연애 일색이다. 결혼기념일에 아내가 남편에게 애인을 선물(?)하고(<야광의 입술>), 어린 소녀가 아버지에게 친구 엄마를 소개시켜 줘서 부모를 이혼하게 만드는가 하면(<타인들>), 시한부 선고를 받은 아내가 임종 전 집으로 돌아와 자신을 애틋하게 보살피는 남편에게 사실은 몇 년 전에 당신을 죽이려 했었다는 끔찍한 고백을 하고(<밤의 살갗>), 어느날 낯선 여인이 다가와 자신의 남편과 당신의 아내가 바람을 피고 있다는 말을 전하고 그 여인과 맞바람 - 마치 스와핑같이 느껴진다 - 을 피우게 된 남편이 그 여인과 공모하여 자신의 아내를 살해하고 그 여인의 남편에게 살인누명을 뒤집어 씌우기도 하고(<밤의 오른편 >), 같은 시간에 벌어진 아내와 애인의 죽음에 감춰진 알리바이 조작 살인 사건(<밤의 제곱>) - 범인인 남편이 자백을 여러번 번복하는 바람에 사건을 담당한 형사뿐 만 아니라 읽는 독자도 같이 혼란스럽게 만든다. 다만 이런 트릭은 자주 보는 터라 그다지 놀랍지는 않다 -, 자신의 남편과 여동생의 불륜 사실을 알면서도 결국 눈감아주는 아내(<미녀>) 등등 하나같이 욕하면서도 보게 만드는 “막장 드라마”에서나 볼 법한 그런 이야기들을 그리고 있다. 그런데 이처럼 눈살이 저절로 찌푸리게 만드는 “막장” 소재들임에도 읽으면서 전혀 유치하거나 억지스럽지 않게 느껴지는 것을 보면 작가의 글 솜씨가 결코 녹록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게 한다. 다만 이런 막장 소재는 이번 작품이 처음이 아니어서 <어머니의 편지>라는 작품에서는 친딸을 며느리로 삼는 내용 - SBS 드라마 ‘하늘이시여’가 이 작품을 표절했다고 논란이 있었다고 한다 - 이라니 어쩌면 작가가 즐겨 사용하는 설정인지도 모르겠다.  

 8편의 단편 중에서 가장 인상 깊은 작품은 <희극 여배우>를 꼽고 싶다. 사실 다른 7편은 그다지 충격적이나 놀랍지는 않은, 다른 추리소설 단편 모음집들에서 흔히 볼 수 있을 정도로 평범한 수준이어서 큰 재미를 느끼지 못했지만 <희극 여배우>만큼은 실험적인 면이 뛰어난 독특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편지와 전화 통화 형식 - 상대방의 대화는 들리지 않고 일종의 독백(獨白)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 으로 이루어진 이 작품은 7명의 남녀가 복잡하게 얽힌 연애담에서 시작해서 글이 전개될 수 록 등장인물이 한명씩 줄어들고 마지막에 이르러서는 아무도 남지 않게 되는 결말에 멍한 느낌이 절로 들게 하는 반전이 꽤나 충격적이다. 다만 읽고 나서 선뜻 이해가 되지 않아 다시 한번 읽고 나서야 전체 내용을 이해하게 된 것을 보면 번역하는 데 힘들었다는 번역가의 푸념이 절로 이해가 된다. 애거서 크리스티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에 비교하는 출판사의 홍보는 조금 과한 것 같지만 이 한 편만으로도 이 책은 꼭 읽어볼 만한 그런 작품으로 추천하고 싶다.  

책 자체는 재미있지만 비정상적인 소재 때문에 뒷맛이 개운치 않은 이 책만으로 렌조 미끼히꼬를 평가하기에는 어려울 것 같다. 작가의 대표작이자 일본의 권위있는 문학상인 나오키상 수상작품이라는 <연문(戀文)> - 제목만 보고는 이와이 슌지 감독의 영화 <러브레터>의 원작인가 싶었는데 전혀 다른 내용이다 - 을 읽어본 후로 평가를 미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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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분야의 주목할만한 신간 도서를 보내주세요

1. 카모메 식당 / 무레 요코 / 푸른숲 / 2011-02-28

 

일본의 중년 여성이 핀란드 헬싱키 어느 길모퉁이에 오니기리(일본식 주먹밥)를 파는 식당을 내면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 [카모메 식당]의 원작소설. 영화를 참 감명깊게 봐서 원작도 한번 읽어봐야지 했었는데 드디어 출간되었다. 영화에서 소개되지 않았던 에피소드가 담겨 있다니 영화이상의 감동을 줄것으로 기대해본다. 

2. 언노운/ 디디에 반 코블라르트/문학동네/2011-02-24

 

공쿠르 상 수상작가 디디에 반 코뵐라르트의 장편소설로, 리암 니슨 주연의 영화 [언노운]의 원작 소설. 꼽다보니 우연찮게 이번에도 영화의 원작소설을 꼽게 되었다. 작품 속에 자아정체성에 관한 철학적 성찰과 식물학, 초심리학, 뇌과학이 하나로 녹아들어 있고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나서도 의혹이 계속되는 대단한 소설"이라는 찬사를 받았다고 한다. 영화를 보기 전에 원작을 먼저 읽어보는 게 좋을 듯 하다ㅏ. 

3. 한밤의 궁전 /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 / 살림 / 2011-02-21 

 

<9월의 빛>, <안개의 왕자>와 함께 '안개 3부작'으로 불리는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의 연작 소설. 사폰의 명성은 익히 들어왔지만 아직 직접 작품을 읽지 못해 아쉬웠는데 드디어 그의 가장 유명한 연작이라는 "안개 3부작"의 마지막 작품이 출간되었다. 시리즈임에도 각각 독립적이라 이 책부터 시작해도 문제가 없다고 하니 이 책으로 사폰의 명성을 확인해보고 싶다. 

4.  폭파범 / 리자 마르클룬드 / 황금가지 / 2011-02-11

 

 북유럽 최고의 스릴러 시리즈 중 하나로 꼽히는 '여기자 안니카 시리즈'의 첫 작품으로 범죄 전문 기자인 여기자 안니카 벵트손을 주인공으로 해서, 긴박하게 돌아가는 신문사의 모습과 함께 특종을 잡기 위해 시간을 다투며 조사를 벌이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정치적, 사회적 구조의 모순 등을 생생하게 그린다. 스티그 라르손의 "밀레니엄" 시리즈에 푹 빠져서 며칠 밤을 새며 전 9권을 다 읽었던 기억이 난다. 작가가 요절하는 바람에 후속권이 나오지 않아 아쉬웠는데 밀레니엄에 필적할 만한, 오히려 더 유명한 스릴러 물이라고 해서 관심이 부쩍 간다. 밀레니엄의 아쉬움을 덮어줄 만한 멋진 스릴러인지 꼭 확인해보고 싶다. 

 5. 백설공주에게 죽음을 /넬레 노이하우스/북로드/2011-02-11

 

2010년 독일 아마존이 선정한 최고의 베스트셀러 중 하나이자 시리즈 전체가 6개월 이상 판매 순위 50위 안에 머무르며 주목을 받은 넬레 노이하우스의 '타우누스' 시리즈. 이 책을 읽고 올린 서평들이 칭찬일색이라 더욱 관심이 가는 책이다. 자극적인 제목에 벌거벗은 여인이 꽃을 들고 있는 표지가 꽤나 인상적이어서 처음부터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이작품 꼭 읽어보고 싶다. 

 

드디어 알라딘 신간 평가단 소설부문 마지막 페이퍼를 올리네요^^ 전 중간에 합류해서 이제 3번째 페이퍼 작성해보지만 일자순으로 정렬하여 한권한권 들어가서 책 소개글 읽는 재미가 제법 쏠쏠합니다^^ 이번 페이퍼에는 순전히 제 주관대로 읽고 싶은 책들만 골라 한 권도 당첨되지 않을 것 같지만 저 5권은 개인적으로라도 꼭 읽고 싶었던 책이라 위시리스트에 올려놓고 구입해서라도 읽어볼 생각입니다. 그동안 수고들 많으셨습니다. 9기에도 "소설" 부문 신청했는데 워낙 경쟁률이 치열해서 당첨확률이 없을 것 같네요. 당첨 안되더라도 자주 들어와서 "주목할만한 신간"을 잘 참조하도록 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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