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칸 보이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17-1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17
앤드루 테일러 지음, 박아람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1년 2월
평점 :
절판


내가 “에드거 앨런 포(Edgar Allan Poe, 1809~1849)”를 처음 알게 된 것은 그의 단편을 영화화한 “어셔가의 몰락(House of Usher, 1960)”부터였다. 어릴 적 모 방송사의 납량특집 주말의 영화였던 걸로 기억이 나는데 어찌나 무서웠는지 어린 마음에 이 영화를 보고 며칠 밤을 잠을 못 이루었다. 제목이 “에드거 앨런 포의 어셔가의 몰락”이었던 지라 처음에는 감독 이름인 줄 알았다가 나중에 되어서야 유명 작가였음을 알게 되었다. 그 후 청소년 시절 추리소설을 좋아하게 되면서 에드거 앨런 포가 <모르그가의 살인사건>으로 세계 추리소설의 비조(鼻祖)라 불린다는 것을, 또한 <검은고양이>라는 작품이 <어셔가의 몰락>보다 더 무서운 공포소설이라는 것도, 학생들 책받침과 연습장 표지에 단골로 등장하던 <애너밸 리(Annabel Lee)>라는 시(詩) 또한 그의 작품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처럼 공포물, 범죄물, 심리소설, 추리소설의 새로운 개척자로서 수많은 후배 작가들에게 영감(靈感)을 준 “천재” 작가라 할 수 있는 그의 삶 또한 소설 못지 않게 미스터리로 가득차 있다고 하는 데, 특히 가장 미스터리한 사건으로 손꼽히는 그의 죽음을 소재로 한 영화인 제임스 맥티그 감독의 스릴러 영화인 <레이븐(The Raven)>- “존 쿠삭(John Paul Cusack)”이 포 역할로 나온다는데 스틸컷을 보면 포의 초상화와 매우 흡사한 모습이다 - 은 개인적으로 올해 개봉하는 영화 중 가장 기대하는 영화로 손꼽고 있다. 이번에 읽은 앤드루 테일러의 <아메리칸 보이(원제 The American Boy/랜덤하우스 코리아/2011년 2월)>는 포가 숙부 존 앨런에게 입양되어 영국에서 잠시 살았던 1815년에서 1820년까지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소설이다.  

  1815년 워털루 전투에 참전하고 무사히 돌아왔지만 훈장을 내동댕이쳐서 미치광이로 취급받던 “토머스 쉴드”는 숙모의 도움으로 런던 인근의 “매너 하우스” 학교의 교사로 취직하게 된다. 그곳에서 그는 영국 은행가의 아들 “찰스 프랜트”와 미국인 사업가의 양아들 “에드거 앨런 포”를 제자로 두게 되고, 프랜트 가(家)와 친분을 쌓게 된다. 어느날 한 부랑아가 포와 프랜트에게 다가오는 것을 막아서게 된 토머스는 그가 포의 아버지임을 알게 되고, 프랜트 아버지인 “헨리 프랜트”도 아들에게서 그 소식을 전해 듣고 흥미를 갖게 된다. 지병을 앓고 있던 프랜트의 할아버지가 죽고 , 연이어 은행 또한 파산(破産)하게 되면서 프랜트가는 빚덩이에 올라서게 된다. 설상가상으로 실종되었던 헨리 프랜트가 건설 부지에서 의문의 변사체로 발견되게 되고, 제일 먼저 시신이 프랜트임을 확인하게 된 토머스는 얼굴이 짓뭉개지고 손가락이 잘려진 시체가 사실은 프랜트가 아니라 혹시 포의 아버지가 아닐까 - 추리소설에서 자주 등장하는 시체 바꿔치기 트릭 - 의심을 하게 되지만 결국 가슴 속에 묻어두게 된다. 숙부를 따라 시골로 내려간 프랜트와 어머니의 초청으로 가정교사로 내려가게 된 토머스는 프랜트 숙부의 장원에서 프랜트와 포와 재회하게 된다. 그런데 그곳에서 헨리 프랜트가 결혼 전에 사귀었던 여인이 마을의 얼음 창고에서 변사체로 발견되는 사건이 일어나고, 토머스는 프랜트의 어머니에게 연정(戀情)을 품게 되지만 거절당하고 반지를 훔쳤다는 누명을 쓰고 그만 장원에서 쫓겨나 런던으로 돌아오게 된다. 누명이 학교에까지 알려지면서 학교에서 쫓겨나 빈민가에서 편지나 공문서를 대신 써주는 일로 근근히 살아가던 토머스는 자신의 숙부와 결혼하기 위해 런던으로 돌아온 프랜트의 어머니와 재회하게 되지만 다시 거절당하고, 자신을 추적하는 의문의 사람들에게 붙잡혀 생매장당하는 위기에 처하게 되면서 그동안 벌어졌던 살인 사건의 진정한 범인과 베일에 감춰진 음모의 전말을 알게 된다.  

  600여 쪽이 넘는 분량, 빽빽한 줄 간격으로 두 권으로 분책(分冊)해도 충분한 분량인 이 책은 처음에 그 분량 때문에 언제 다 읽게 될까 걱정하기도 했지만 막상 읽기 시작하니 19세기 초반의 런던의 풍경이 머릿 속에 저절로 그려질 정도로 생생하게 묘사하고, 어린 시절의 포와 주변 인물에 대한 생동감 있는 서술이 탁월하며, 긴 호흡으로 전개 - 책 중반 이후라 할 수 있는 400 여 페이지가 넘어서도록 한 번의 살인사건만 있을 뿐 별 다른 사건이 일어나지 않아 지루하다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 되어 느슨해질 수 도 있는 이야기 전개를 적절한 시점에 긴장감을 서서히 불러일으키며 완급을 기가 막히게 조절하는 작가의 글 솜씨에 마지막 장까지 지루함 없이 술술 읽힌다.  의문의 살인사건과 미스터리한 사건 전개, 마지막에 이르러 밝혀지는 의외의 진실 등 추리 소설적 요소를 다분히 담고 있으면서도, 고전 소설을 읽는 것 같은 예스러움 마저 느껴지는 이 소설은 그동안 읽어온 대중적 취향에 치우쳐 있는 여타의 추리소설을  능가하는 품격과 고급스러움을 갖춘 책으로 느껴진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아쉬운 것은 어린 시절 포의 활약이 기대에 영 못 미친다는 점이다. 사실 이 책을 읽게 되는 이유가 그동안 소설이나 영화에서 종종 등장하는 유명 인물들의 어린 시절의 활약, 즉 “소년 셜록 홈즈”나 “소년 인디애나 존스”처럼 미스터리 사건에 휘말린 소년 포가 천재적인 두뇌 솜씨를 발휘해 사건을 해결하는 내용일 것이라는 기대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책장을 거듭할 수 록 포는 그저 등장인물일 뿐 별다른 활약이 없어 당혹스럽게 까지 느껴졌다. 물론 포의 아버지가 이 책에서 벌어지는 모든 사건의 실마리를 쥐고 있는 비중 있는 역할을 맡고 있고, 포가 얼음 창고에서 발견한 반지나 우연스러운 몇몇 행동들이 사건의 전기를 마련하기는 하지만 포를 주인공이라고 하기에는 영 마땅치 않은 그런 활약에 그치고 만다. 포가 그저 등장인물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이 가장 큰 스포일러(Spoiler)가 될 수 도, 어쩌면 가장 큰 반전일 수 도 있겠지만, 포의 등장여부를 모른 채 19세기 초반 런던을 배경으로 한 고품격 추리소설로 알고 읽었다면 훨씬 더 재미있었을 그런 책으로 아쉬움이 남는다. 비록 기대했던 포의 활약이 나오지 않아 아쉬웠지만 책 자체로는 훌륭한 재미를 보여주는 소설이라 평가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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