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파트의 주목 신간을 본 페이퍼에 먼 댓글로 달아주세요.

 

 

 

1. 신의 궤도 1,2 (배명훈/문학동네/2011년 8월 24일) 

 타워>, <안녕, 인공존재!>의 작가 배명훈의 첫 장편소설. 그의 소설엔 경계가 없다. 상상력의 경계가 없고 표현의 경계가 없고, 작품의 배경이 되는 시공간의 경계가 없고, 인물과 캐릭터와 사물과 사상의 경계가 없다. 아무나 건드릴 수 없도록 제일 높은 선반 위에 올려진 '신', 너무 작아서 쉽게 만날 수 없는 '신'이라니.

작가는 자신을 작품을 두고, 결국은 "우리 사는 세상 이야기"라고 말한 바 있다. 그와 그의 인물들은 끊임없이 이 세계에 대해 고민하고 질문을 던지고 있다. <신의 궤도>는, 이러한 인간 존재 혹은 세상에 대한 고민들, 그리고 대학과 대학원에서 국제정치학을 공부하며 '세계를 어떻게 볼 것인가'를 연구한 그가 한 세계를 바라보는 시선(의 방향)이 우주공간을 배경으로 무한대로 뻗어나간다. (알라딘) 

 책 소개글만 보면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신>이 연상되는 이 책, 9월에 딱 한권만 선택하라면 주저 없이 선택하고 싶은 책이다. 이 책이 선택되서 배명훈 작가가 펼쳐 보이는 기발한 상상의 세계로 꼭 여행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래본다. 

 

2. 4페이지 미스터리(아오이 우에타카/포레/2011-08-20) 

일본에서 '쇼트미스터리의 귀재' '현대 이색단편작가'로 촉망받는 아오이 우에타카가 잡지 「소설추리」의 명물 코너 '이천 자 미스터리'에 7년간 연재한 작품 중 60편을 모아 펴낸 작품집이다. '미스터리를 이천 자 내로 완결한다'는 독특한 시도는 연재 초기부터 마니아들의 큰 주목을 받았고, 단행본으로 출간된 이후에는 일반 독자들의 궁금증까지 더해지면서 화제 속에 증쇄를 거듭했다.

추리소설이라면 트릭과 플롯, 그리고 반전이 필수 요소라고 할 수 있는데 과연 2,000자 이내로 그 모든 것을 담아내는 것이 가능할까? 7년이나 연재했다고 하니 가능하긴 가능한 것 같다. 그러나 실제 보지 않으면 못 믿는 법. 나에게 그 직접 증거를 보여주길 바란다. 방법은 이 책을 보여주면 되겠네^^ 

 

3. 네번째 손(존 어빙/문학동네/2011-08-22)

현대의 찰스 디킨스라 불리는 존 어빙은 천부적인 스토리텔링 능력과 풍부한 상상력을 갖춘 작가로 평가받으며 평단과 대중의 찬사를 두루 받아왔다. <네번째 손>은 어빙이 2001년에 발표한 열번째 소설로, 스스로를 "이야기를 짓는 목수"라 칭하는 그의 스토리 구성 능력이 유감없이 발휘된 작품이다. (알라딘)

존 어빙이라는 작가, 이름은 몇번 들어봤는데 아직 책으로는 못만나봤다. "이야기를 짓는 목수"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평단과 대중의 찬사를 받는 작가라고 하니 이 책으로 그를 만나보고 싶다. 

4. 나는 네가 어디있는지 알고 있다(로라 리프먼/레드박스/2011-08-18) 

스티븐 킹이 '2010년 올해의 소설'로 꼽아 더욱 화제가 된 작품. 존 그리샴, 데니스 루헤인, 마이클 코넬리와 더불어 미국을 대표하는 미스터리 작가 로라 리프먼의 장편소설이다. 로라 리프먼은 국내에는 아직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에드거 상, 애거서 상, 앤서니 미스터리 상, 네로 울프 상, 베리 상 등 미국 내 권위 있는 미스터리 문학상을 휩쓸다시피 한 유명 작가이다.

한 때 스티븐 킹 소설들은 목록 찾아가며 죄 읽었을 정도로 좋아했던 작가인데 그가 격찬한 작품이라니 저절로 눈길이 쏠리게 된다. 연쇄살인범과 납치 라는 이제는 식상하기까지 한 소재를 이 작가가 어떻게 살려 내는지 책을 통해 직접 확인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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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유 2011-09-09 1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퍼갑니다! 감사히 잘 쓰겠습니다!*10000
 
남의 속도 모르면서 - 젊은 작가 8인의 아주 특별한 섹스 판타지
김종광.김도언 외 지음 / 문학사상사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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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욕(食慾)과 성욕(性慾)은 인간의 본성(食色性也)”이라지만 아직도 “성(性, SEX)"은 대놓고 이야기하기에는 부끄러운, 남이 들을 세라 소리 죽여 소곤소곤 이야기 나누는 그런 주제일 것이다. 그래서인지 8명의 젊은 작가들이 “섹스”를 주제로 펴낸 테마소설집인 <남의 속도 모르면서(김종광, 김도언 등 저 / 문학사상사/2011년 8월)>을 받아들고서 왠지 은밀한 즐거움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그저 “젊은 작가 8인의 아주 특별한 섹스 판타지”라는 부제(副題)만으로도 지하철이나 버스 등 공공장소에서 꺼내놓고 읽어서는 안될 것 같은, 문 꼭꼭 걸어 잠그고 혼자 몰래 읽어야만 할 것 같은 그런 느낌으로 시작한 이 책, 특별하고 기묘한 판타지임에는 분명하지만 은밀한 즐거움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그런 책이었다.

8명의 작가를 대표해서 “김도언” 작가 - 이 책에서는 “의자야 넌 어디를 만져주면 좋으니”를 썼다 - 는 “작가의 말”에서 먼저 우리들의 섹스에 대한 이중적 태도는 섹스에 대한 명상과 사유가 부족했기 때문이라며 그러기에 매일매일 섹스에 대한 명상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 섹스의 속성 중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성질, 즉 타자성(他者性)은 언제나 극치의 감정 속에서 교란되는 인간의 본질을 들여다보기 원하는 존재이며 또한 타자성을 통해 자신의 실존에 걸어둔 암호를 풀고자 하는 존재들인 작가들에게는 당연히 포기할 수 없는, 포기하기 힘든 주제이기에 이런 작가들에게 섹스에 대해서 소설을 쓰라는 요구는 마다할 리 없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이 소설들이 섹스에 대한 이중성의 그물이 찢어 없어지는 그날까지 우리 사회에서 소설에 대한 진지한 명상과 사유의 계기를 만드는 메신저가 되길 바란다고 마무리한다. 섹스의 속성인 타자성이 작가가 추구하는 인간의 본질 탐색과 실존 구현이라는 본령과 일맥상통하기 때문에 매력적인 주제라는 말일테다. 물론 이 책에 실려 있는 단편들이 섹스에 대한 이중성의 태도를 허물어뜨리고 진지한 명상과 사유의 계기가 될 만한 가치를 가지고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래서 앞서 말한 은밀한 즐거움과 모처럼 섹스에 대한 진지한 사유을 담았을 것이라는 기대와 괜히 변태스럽거나 난해한 이야기로 읽는데 어렵지나 않을지 하는 걱정을 함께 느끼면서 본격적으로 읽기 시작했다. 

책에는 저마다 다른 개성을 가진 8명의 작가의 서로 다른 느낌의 “섹스”에 대한 8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역시 걱정했던 난해하고 난감한 이야기도 실려 있지만 기발하면서도 뭔가 곱씹을 만한 그런 이야기도 실려 있어 각 편 마다 읽는 맛이 서로 다르게 느껴진다. 단편 중 가장 재미있고 인상 깊은 단편은 첫 편인 김종광의 “섹스낙서상 - 낙서나라 탐방기 4”를 들 수 있겠다. 우리나라 근처 어디 쯤 위치한, 국민의 칠십 퍼센트가 매춘부인 섹스 산업국가 “율려국”의 대표적인 문학상인 “섹스 낙서상”을 소개하는 이 단편에서는 은근히 우리나라 문학상들의 위선을 비꼰다. 노인들의 성을 다룬 영화로 센세이션을 불러 일으켰던 박진표 감독의 <죽어도 좋아(2002)>가 연상되었던 조헌용의 “꼴랑”은 개발 여파로 사람들이 떠나버린 갯벌에서 살고 있는 노인 부부의 삶과 사랑을 애처롭게 그리고 있다. 어쩌면 섹스에 대한 판타지를 가장 잘 표현한 작품은 지중해의 한 섬에서 일본 AV 여배우를 현실에서 만나 강렬한 사랑을 나누는 이야기인 박상의 “모르겠고”라고 할 수 있을 테고, 외계인에게 납치되어 화학적 거세를 당한 남자 이야기인 은승환의 “배롱나무 아래서”도 사랑과 섹스는 과연 상관관계가 있을까 하고 물어오지만 그 기발한 상상력만으로도 꽤나 재미있게 읽힌다. 하루가 멀다 하고 신문과 방송에 오르내리는 퇴폐업소인 각종 “방(房)”들, 즉 “인형방”, “안마방”, “DVD방” 사업에 참여했던 남자 이야기인 권정현의 “풀코스” 또한 현 섹스 산업의 현실 고발과 함께 그렇게 쉽게 욕망을 충족시킬 수 있는 환락의 공간에 몸담고 있으면서도 정작 사랑의 대상인 아내와는 단절된 한 남자의 처연한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나머지 김도언의 “의자야 넌 어디를 만져주면 좋으니”와 김종은의 “흡혈귀”, 김태용의 “육체 혹은 다가오는 것은 수학인가” 또한 독특하고 기묘하기까지 한 사유들을 소개하고 있는데, 그다지 감흥이 없었던, 심지어 난해하기까지 한 그런 단편들이었다.

한편 한편 색깔이 서로 다른 독특한 작품들이고, 몇 몇 작품은 기발함이 번뜩이는 작품들도 있었지만 전반적으로는 작가의 말처럼 섹스에 대한 진진한 명상과 사유를 느끼기에는 어딘가 부족한, 그렇다고 은밀한 즐거움도 올곧이 충족(?)시키기에도 어려운, 이도 저도 아닌 “어정쩡한” 책이 되어 버렸다. 다만 금기(禁忌)로만 여기던 “성(性)”에 대한 독특하고 다채로운 시선들을 느껴볼 수 있었다는 점만큼은 색다른 즐거움을 맛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 가치가 있다고 할 수 있겠다. 앞으로도 작가의 말처럼 섹스가 더 이상 은밀하게 숨어서 소비되고 이야기 나누는 부끄러움과 혐오의 대상이 아니라 좀 더 다양한 성찰과 사유를 통해 떳떳하게 이야기 나눌 수 있는 테마로 우리들에게 다가와주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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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도시 이야기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34
다나카 요시키 지음, 손진성 옮김 / 비채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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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좋아하다 보니 “내 인생 최고의 책 한 권”이라는 질문을 자주 받게 되는데, 제일 먼저 떠오르는 책이 <삼국지(三國志)>이고 두 번째는 바로 “다나카 요시키(田中 芳樹)”의 <은하영웅전설(銀河英雄傳說)>이다. 두 주인공 얀 웬리, 라인하르트와 수많은 등장인물이 엮어가는 영웅담과 광활한 우주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장쾌한 전쟁 장면들, 전쟁과 정치, 사회에 대한 냉소적인 비판 등 많은 면에서 삼국지에 비견될 정도로 참 매력적인 작품이어서 이 책도 몇 번을 반복 - 을지서적, 서울문화사 두 곳에서 출간되었는데, 출판사 별로 2~3회 정도는 반복해서 읽은 것 같다 - 해서 읽었던, 지금도 스토리와 전쟁 장면이 머릿속에서 생생하게 그려지는 그런 책이라 할 수 있다. 작가의 다른 작품인 <창룡전(蒼龍傳)>, <아루스란 전기> 또한 열광하며 읽었으니, 나에게는 지금껏 만나본 일본 작가 중 제일 처음 좋아하게 된, 지금까지도 가장 좋아하는 작가가 다나카 요시키 임에는 틀림없다고 할 수 있겠다. 그러나 작가 프로필을 검색해 봐도 명성에 비해 작품 수가 많지 않다보니 위에서 언급한 작품 들 외에 그의 작품을 만나기가 영 어려운데 - <창룡전>, <아루스란 전기>는 첫 권이 출간된 지 20 년이 넘었는데 아직도 완결이 되지 않았고, <은하영웅전설>도 외전(外傳)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한다. 또한 국내에 번역된 작품 수도 적어 만나기가 어렵다고 하는 것이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이번에 눈이 번쩍 뜨일 정도로 반가운 그의 작품을 만나게 되었다. 일본 독자들 사이에서는 다나카 요시키의 최고 걸작 중 하나로 꼽히는 작품이라는 <일곱 도시 이야기(원제 七都市物語/비채/2011년 8월)>이 바로 그 책이다. 그동안 읽었던 책들을 반복해서 읽는 것이 아닌 근 10 여 년 만에 다른 작품으로 만나게 된 다나카 요시키의 책, 서둘러 표지를 넘기고 책에 고개를 파묻기 시작했다. 

서력(西曆) 2088년, 지구는 대전도(Big Falldown)'라는 파국을 맞아 지축이 뒤틀려 북극점과 남극점이 이동하고, 5억 평방킬로미터의 땅에 온갖 재앙에 들이 닥쳐 백억 명의 인류가 죽는 대재앙을 맞게 된다. 그로부터 3년 후인 2091년, 월면(月面) 도시의 생존자들은 지구 표면에 내려와 일곱 개의 도시를 건설해서 각 도시들에게 지구 각 지역을 통치, 지배, 개발을 분담시킨다. 대신 월면 도시의 거주자들은 일곱 도시에 대한 절대적인 지배권을 유지하기 위해 항공·항주 기술을 빼앗는, 즉 지상에서 5백 미터 높이에 이르는 비행물체 모두 월면에 설치된 레이저포와 무인 군사위성으로 요격하는 “올림포스 시스템”을 가동시켜 달이 지구를 지배하는 시스템을 완성시킨다. 그런데 서기 2136년 달 뒤편에 떨어진 한 운석에서 검출된 미지의 바이러스에 의해 월면 도시의 모든 주민이 치사성 열병에 감염되어 전멸하는 사태가 발생한다. 그러나 월면도시의 사람들이 전멸했음에도 불구하고 올림푸스 시스템은 향후 2 백년은 쉬지 않고 작동되는, 즉 월면도시의 지배는 벗어났지만 하늘의 봉인은 풀리지 않은 상황에 처한다. 달력의 날짜가 바뀌어 감에 따라 인구는 증대했고, 남겨진 사람들의 동지적 연대감은 경쟁의식과 타산으로 변질되면서, 군대를 만들어 서로 피를 흘리고 때로는 화해하는 일을 반복하게 된다. 대전도가 일어난 지 100년이 넘게 흐른 서기 2190년, 일곱 도시들은 저마다의 야욕을 드러내어 다른 도시들과 치열한 전쟁을 벌이게 되고, 이 책은 그런 일곱 도시들의 전쟁사(戰爭史)를 담은 책이다. 

일곱 도시 간에 벌어진 다섯 건의 전쟁을 담은 이 책은 <은하영웅전설>에서 보여줬던 기막히고 변화무쌍한 전략전술(戰略戰術)들과 함께 다나카 요시키 특유의 정치, 사회 등 문명 전반에 대한 냉소적인 시각을 담아내 무대와 등장인물만 바뀌었을 뿐 <은하영웅전설>의 축약판을 읽는 듯한 느낌이 들게 한다. 대재앙 이후에 월면 도시의 도움으로 재건한 지구의 일곱 도시들, 그러나 인간의 무한한 탐욕만큼은 대재앙 전이나 후나 그대로여서 자신들의 이권을 위해 서로를 물고 뜯고 할퀴기에 이른다. 온갖 부귀영화를 누리다가 자신의 고국에서 축출되어 이웃 나라에 망명했던 독재자의 아들은 권력을 되찾기 위해 자신이 의탁한 국가의 힘을 빌어 고국을 침략하고, 또 다른 국가의 독재자는 이웃 국가를 침범했다가 대패(大敗)한 후 돌아와 처남을 포함한 자신의 정적(政敵)들을 일거에 숙청한다. 다른 여섯 국가는 동맹을 맺어 독재자를 타도하기 위해 대군을 파견하지만 자국 군대의 손실을 최소화하여 발을 빼려는 각국 사령관들 때문에 그만 패배하고 말게 되고, 또 어떤 국가의 사령관 참모는 자신을 반대하는 의원들에게 일침을 가하기 위해 애꿎은 전차 부대를 총알받이로 사지(死地)에 밀어 넣어 몰살시키기도 한다. 이처럼 다나카 요시키는 100 여 년 후 미래의 모습을 빌어 오늘날 지구 곳곳에서 끊이지 않는 전쟁의 추악하고 더러운 모습들을 고발하고 철처히 비꼬는 것으로 여겨진다. 이 책이 <은하영웅전설>과 <창룡전>을 한참 집필하던 1987년에 나왔다고 하니, 두 작품에서 보여준 다나카 요시키 특유의 시니컬한 경향을 그대로 담아낸 작품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즉 이 책은 입으로는 온갖 정의와 대의명분을 부르짖지만 결국 전쟁이라는 것이 지배계급 - 여기선 정치인들 - 의 권력과 부에 대한 탐욕에 의해 비롯된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다나카 요시키식 냉소의 정수라고 할 수 있겠다.

그렇다면 이 책을 어떻게 읽는 것이 좋을까? 물론 이런 다나카 요시키의 시각을 싹 무시한 채 전쟁 장면 만을 골라 “전쟁 소설”로 읽어봐도 재미있지만 그래도 전쟁 이야기를 통해 지독한 “반전(反戰)”과 비평 메시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다나카 요시키의 의도를 제대로 살려 읽는 것이 훨씬 재미있고 의미도 있을 것이다. 앞서 언급한 <은하영웅전설>이 우주 공간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우주 함대들 간의 전쟁 장면이 백미(白眉)이긴 하지만 전쟁에 대한 혐오와 인간의 탐욕에 대한 비판이 배제되었다면 그렇게까지 열광하진 않았을 것이고, <창룡전>이 동양의 대표적 신화인 용왕(龍王)을 모티브로 하고 있지만 현 일본 사회가 안고 있는 각종 모순과 병리에 대한 비난과 냉소가 담겨있지 않았다면 역시나 그냥 그런 판타지 소설에 지나지 않은 것처럼 말이다. 

오랜만에 “다나카 요시키” 다운 작품을 읽었더니 다 읽고 나서도 쉽게 흥분이 가시지 않는다. 독자들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겠지만 난 “다나카 요시키” 이름 석자 때문에라도 만점을 주고 싶은 그런 작품이었다. 그런데 그를 이렇게 짧은 작품 - 318 페이지 - 로 밖에 만날 수 없다니 너무 아쉽다. 그의 다른 작품 또는 신작이 나올 때까지는 다시 한번 <은하영웅전설>과 <창룡전>, <아루스란 전기>, 그리고 이 작품을 반복해서 읽으면서 아쉬움을 달랠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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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8, 우연히 데이브 거니 시리즈 1
존 버든 지음, 이진 옮김 / 비채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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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 하나를 고르게 하고 그 숫자에 어떤 숫자를 더하거나 빼고 나눠서 맞추는 “숫자 맞추기 게임”은 수학 공식을 이용한 퍼즐로 인터넷을 검색해보면 수십 가지 공식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종종 유명 마술사가 초대 손님이나 방청객에게 생각나는 숫자를 적어내게 하고 맞추는 마술은 속임수가 분명하겠지만 “독심술”이나 "텔레파시“가 아닐까 하고 생각될 정도로 신비롭기까지 하다. 이런 마술적 트릭(Trick)을 장르는 전혀 다르지만 역시나 독자를 깜빡 속아 넘어가게 하는 추리소설에 응용하면 어떨까? “존 버든”의 <658, 우연히(원제 Think of a Number/비채/2011년 8월)>은 이런 숫자 맞추기 트릭을 소재로 한 추리소설인데, 마술사의 트릭을 능가하는 기발함과 참신함에 책에서 눈길을 떼지 못하게 하는 재미있는 소설이었다.

한때 뉴욕 최고의 형사였지만 지금은 뉴욕 외곽 델라웨어 카운티 농장 주택에서 한가로이 은퇴 생활을 보내고 있던 “데이브 거니”에게 대학 동창생인 마크 멜러리가 도움을 청해온다. 사연인 즉슨 정신 수련원 원장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이기도 한 마크 멜러리에게 의문의 편지가 날라 왔는데 그 편지에는 1부터 1000까지의 숫자 중 아무 숫자 하나를 고르라는 글귀가 적혀 있었다. 누군가의 장난으로 가볍게 생각한 그는 “658” 이라는 숫자를 떠올리게 되는데, 그 편지에 동봉된 조그만 봉투를 열어 보니 자신이 생각한 숫자인 “658”이 적혀 있는 것을 보고 큰 충격을 받는다. 그 편지에는 마크를 훤히 알고 있는 사람이 누굴까 라는 답을 알고 싶으면 “X.아리브디스”라는 수취인에게 현금이나 수표로 289.87 달러를 입금하라는 글이 적혀 있었다. 마크는 데이브에게 이런 일련의 사건을 들려주면서 조언을 구하고, 데이브는 그런 그에게 경찰에 신고하라고 조언을 하지만 마크는 사회적 위치와 자신이 운영하는 정신 수련원 운영에 지장이 있을까봐 신고는 거부한다. 범인은 그 이후로도 다시 한번 마크가 생각한 숫자 “19”를 맞추는 놀라운 숫자 맞추기를 보여주며 마크에게 일련의 협박 편지와 전화를 걸어온다. 신고를 계속 망설이던 마크는 결국 자신의 집 근처에서 끔찍하게 살해된 시체로 발견되고, 소식을 들은 데이브는 살해 현장으로 급히 달려가지만 살해 현장에서 의문투성이의 증거들만 발견하게 된다. 사건을 맡게 된 검사의 요청으로 임시 특수 수사관이 된 데이브는 담당 경찰들과 함께 본격적인 수사에 나서지만 도저히 풀기 어려운 숫자 맞추기 트릭과 증거들로 난항을 거듭한다. 그러던 중 비슷한 방식으로 살해된 또 다른 살인사건이 있다는 제보를 받고 그 사건 담당 형사를 만난 데이브는 이 살인 사건이 단순 협박과 살인이 아니라 치밀하게 계산된 연쇄 살인임을 알게 된다. 동일한 방식의 살인이 더 일어나고 사건의 공통분모를 조사하던 데이브는 연쇄 살인범을 흔들어 놓기 위해 살인범이 보낸 협박 편지처럼 자신이 범인의 정체를 알고 있다는 편지를 써 보내는데, 범인은 다음 살인 대상으로 범인이 돈을 송금하라고 지정한 사서함 주인과 함께 데이브를 지목한다. 과연 이 기상천외한 트릭은 어떻게 만들어 낸 걸까? 데이브는 과연 불가능할 것 같은 이 트릭을 해결하고 범인의 정체를 밝혀낼 수 있을까?
 

도입부부터 “말도 안 되는” 숫자 맞추기 트릭을 제시해서 시선을 확 붙들어 놓더니 도대체 이 말도 안 되는 숫자 맞추기와 마크 살해 현장에서 발견된 역시나 도저히 이해가 안되는 증거들을 가지고 어떻게 사건을 해결할까 하는 궁금증에 자꾸만 뒷 페이지를 열어 보고 싶게 만드는 그런 책이었다. 그러나 결말을 미리 알게 되면 김 빠진다는 생각에 자꾸만 뒷 페이지에 가게 되는 손을 힘들게 뜯어 말리면서 책 속에 파묻혀 버리고 결국 결말 부문에 이르러서야 이런 트릭이라면 어느 누구라도 속을 수 밖에 없겠구나 하는 생각에 절로 무릎을 치게 만든다. 추리 소설 매니아를 자칭하다 보니 다양하고 기발한 트릭들을 접해 봐서 왠만한 트릭들에는 그리 놀라거나 충격을 받지 않는데, 이 책에서의 숫자 맞추기 트릭은 여느 추리소설에서도 쉽게 만날 수 없었던 독창성과 기발함이 뛰어난 트릭이었다고 평가 - 책을 읽으면서 나름 이런 속임수를 썼겠지 하고 예상해보는 데 이 책의 트릭은 전혀 그런 예상을 할 수 없었다 - 할 수 있겠다. 물론 트릭의 해법을 알게 되면 맥이 빠지고 괜히 이건 “사기(詐欺)”다 라는 불평 - 예전 마술사들의 트릭을 고발하던 모 예능 프로그램을 보면 어이없을 정도로 간단한 방법들이 대부분이었다 - 도 나올 만도 해서 이 책의 트릭도 그 해법을 알고 나니 황당한 기분이 없지 않지만 그래도 그런 트릭을 구상해내서 이렇게 글로 선보인 작가의 능력에 새삼 감탄이 터져 나오게 된다. 
 

이처럼 기발한 트릭과 함께 또 하나의 장점은 이 책에서 탐정 역할을 하는 주인공 “데이브 거니”의 매력을 들 수 있겠다. 과거 여러 건의 연쇄 살인 사건을 해결해냈던 최고의 경찰이었지만 은퇴 생활의 여유를 즐기는 그이지만 가슴 한 켠에는 자식을 잃은 아픔을 평생 “트라우마”로 간직하고 있는 인물로 설정하고 있다. 몇 년 만에 복귀에 수사에 나서지만 그 감만은 전혀 녹슬지 않아서 현직에 종사하고 있는 형사들을 깜짝깜짝 놀라게 만드는 날카로운 추리력을 번뜩이고, 전혀 그 해법을 짐작하기 어려웠던 범인의 트릭을 결국 해결하고,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에서도 범인의 치밀한 계산과 의도를 깨뜨려 위기에서 벗어나는 멋진 활약을 펼쳐 보인다. 데이브의 아내인 “매들린 거니” 또한 남편이 놓치고 있는 단서들을 콕콕 찝어 내어 남편을 일깨워주는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어 앞으로 이 두 부부가 “부부 탐정”으로 활약을 해도 꽤나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을 들게 한다. 

오랜만에 치밀하고 정교한 트릭과 플롯, 그리고 충격적인 반전이라는 추리소설 특유의 재미를 한껏 느낄 수 있는 멋진 책이었다. 다 읽고 나서 숫자 맞추기 트릭의 비밀이 바로 이것이다 하고 털어놓고 싶어 입이 근질근질 하지만 이 책을 읽게 될 다른 독자를 위해서 털어놓아서는 절대 안될 것 같다. 대신 어디 풀숲에라도 들어가서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놀이나 해야 할 것 같다. 일회성으로 만나기에는 너무나도 아쉬운 데이브 거니 - 아내 매들린까지 포함해서 -가 등장하는 후속 작품인 <눈을 뜨지마>가 2012년에 출간된다고 하는데, 출간일 때까지 꽤나 긴 기다림이 될 것 같아 벌써부터 조바심마저 느껴진다. 부디 이런 조바심에 애간장이 다 녹아나지 않도록, 또한 지금 느낀 재미와 감동이 희석되지 않도록 속히 출간되어 주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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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 문 이모탈 시리즈 2
앨리슨 노엘 지음, 김경순 옮김 / 북폴리오 / 2010년 5월
평점 :
절판


“불멸(不滅)의 사랑”을 주제로 하는 "엘리슨 노엘”의 판타지 로맨스 소설 “이모탈(Immortal) 시리즈” 1권인 <에버 모어>에 이어 2권 <블루문(원제 Blue Moon/북폴리오/2010년 5월)>을 연이어 읽었다. 검은 바탕에 붉은 튤립 2송이가 그려진 1권 표지도 꽤나 인상적이었는데, “블루문”이라는 제목처럼 어두운 바탕에 파란 달이 그려진 2권 표지도 눈이 절로 시원해질 정도로 멋있다 - 그러고 보니 뒷 권들도 꽤나 표지가 멋있다 -. 과연 2권에서는 어떤 비밀이 들어날 지, 또 어떤 새로운 인물이 데이먼과 에버의 영원한 사랑을 방해할 지 절로 궁금해져 서둘러 표지를 열었다. 

1 권에서 “불사자(不死者)라는 “데이먼”의 정체를 알게 되고, 또다른 불사자이자 둘의 사랑을 방해하기 위해 에버를 죽이려는 치명적인 “드리나”의 위협까지 물리친 “에버”는 데이먼에게서 지난 400 년 동안 사랑 이야기를 전해 듣는다. 환생을 거듭하는 에버와의 사랑, 그러나 그녀의 죽음을 지켜봐야 하는 고통을 견딜 수 없던 데이먼은 에버에게 불사의 약 “엘릭서”를 마시게 하고, 지난 세월 동안 한번도 치루지 못했던 첫날밤을 돌아오는 금요일에 보내기로 약속한다. 그러나 금요일밤이 되자 데이먼은 말도 없이 사라져 버리고 만다. 다시 나타난 데이먼, 그런데 영원한 사랑을 약속했던 그는 변해 있었다. 에버를 스토커와 괴물이라고 부르며 멀리하고 에버와 앙숙인 “스테이샤”와 붙어 다니는 것이다. 그리고 그녀의 친구들인 “마일스”와 “헤이븐” 조차 그녀를 멀리 하면서 외톨이가 되어 버린 에버, 그녀는 이런 변화의 중심에 또다른 전학생이자 데이먼 만큼 멋진 “로만”이 있음을 알게 된다. 그러나 데이먼과는 달리 “오라”가 있고 마음까지 읽히는, 불사자의 징후가 보이지 않는 로만의 정체에 혼란을 느낀 에버는 1권에서 자신에게 도움을 주려 하지만 애써 거절했던 영매 “에바”를 찾아가 도움을 요청한다. 에바 아줌마의 도움으로 현실과 죽음을 이어주는 또다른 차원 공간인 “서머 랜드”로 들어간 에버는 “아카식 레코드(Akashic Records)" - 원래 힌두교에서 유래된 우주 전체의 모든 일과 사건이 기록된 "우주 도서관"이라 볼 수 있는데 SF 나 판타지 소설에 자주 등장하는 설정이다 -에서 데이먼과 1권에서 만났던 드리나의 과거와 함께 흑사병이 창궐하던 중세 시절 소년들을 살리기 위해 “엘릭서”를 먹였다는, 그래서 불사자가 더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에버는 과연 변해버린 데이먼의 사랑을 다시 되찾고 치명적인 악당 로난의 음모를 막아낼 수 있을까? 이야기는 결말로 갈수록 더 흥미진진해진다. 

1권이 등장인물들과 미스터리에 대한 구체적인 해답을 제시하고 있지 않은 “이모탈 시리즈”의 설정 단계였다면 2권에서는 궁금했던 의문들이 어느 정도 밝혀지고 1권보다 더욱 강력하고 치명적인 적대자가 등장하는 등 본격적으로 전개되면서 이야기가 더욱 흥미진진해지고 재미있어진다. 1권에서는 뱀파이어, 늑대인간, 타락천사 등 서구 신화에 바탕으로 둔 다른 판타지 소설들과 달리 “불사자”라는 기원과 정체가 모호했었는데, 2권을 보니 인도 신화에 기원, 즉 “오라(Aura)"와 “차크라(Chaktra)", 아카식 레코드, 그리고 ”아스트랄계(Astral)"에서 힌트를 얻은 것으로 보이는 서머랜드, 역시 인도 신화에서 불로불사의 묘약 “아무리타”를 연상시키는 “엘릭서” - 물론 엘릭서는 실제 역사에도 등장한다는 불사자 “생제르맹 백작” 설화에도 등장하니 딱히 인도 신화를 기반으로 했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 등 주요 설정들 대부분이 인도 신화와 설화에서 모티브를 따온 것으로 보여진다. 작가는 이처럼 기존 시리즈와는 다른 신화를 기반으로 한 설정을 통하여 독자들로 하여금 이색적인 신비로움을 선보이고 있다. 이런 설정 외에도 2권에서는 1권에서 풀리지 않은 의문들이 속속 풀리고, 그다지 큰 활약을 펼치지 못하고 사라졌던 1권의 대적자 “드리나” 대신 또다른 불사자 “로난” - 데이먼과 맞먹는 외모와 매력이라니 여성 독자들에게는 더한 즐거움이 없겠지만 역시나 남성 독자들에게는 괜한 질투심만 유발한다^^ - 이 등장해서 긴장감과 스릴을 배가시켜 1권보다 더욱 흥미진진하게 전개된다. 특히 보호해야 할 대상에 머물렀던 “에버”가 2권에서는 자신의 사랑을 지키기 위해 능동적으로 나서고, 결코 넘을 수 없는 벽처럼 강력한 로난과 대결을 펼치는 장면들은 여느 판타지 소설 못지 않은 재미를 선사한다. 다만 영원할 것 같은 사랑에 시련이 닥치고, 위태위태한 상황을 극복하여 그 사랑이 더욱 단단해진다는, 로맨스 소설 특유의 상투성만큼은 어쩔 수 없는 것을 보면 이 책이 “판타지” 보다는 “로맨스”에 더 무게 중심을 둔 "판타지 로맨스 소설"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해준다. 

점점 흥미로워지는 등장인물과 설정으로 다음권이 기다려지는 “재미있는” 판타지 로맨스 시리즈물인 “이모탈 시리즈” 다음권 <섀도우 랜드> - 궁금해서 책 소개글을 보니 “섀도우 랜드”는 “서머 랜드”와 반대되는 불사자들의 사후의 공간이라고 한다 - 에서는 어떤 모험과 사랑이 펼쳐질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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