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객 27 - 팔도 냉면 여행기
허영만 글.그림 / 김영사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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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한류 드라마의 표절 문제로 화제를 일으켰던 첫 에피소드 “어머니의 쌀” 을 시작으로 지난 9년 동안 독자들 사이에서는 “식전독서불가(食前讀書)”라는 경고문까지 나돌 정도로 우리의 눈과 입을 고문(?)했던 허영만 화백의 “식객(食客)”이 27권을 마지막으로 드디어 아쉽게 막을 내렸다. 그동안 식객을 읽으면서 우리에게도 드디어 일본의 “미스터 초밥왕”이나 “맛의 달인”을 능가하는 제대로 된 요리 만화를 가지게 되었다는 자부심을 느끼게 했던 책이어서 그런지 100권 이상 계속 나와 주길 바라는 아쉬움과 서운함이 앞서지만, 소재를 발굴하고 취재하는 데 엄청난 시간과 노력을 다 해 온 화백의 수고를 생각하면 “그동안 수고하셨습니다”라는 고마움의 인사말이 절로 나온다. 허 화백이 우리에게 마지막으로 차려낸 “진수성찬”은 바로 “냉면”이다.  

  책에서는 그동안 익히 들어왔던 “평양냉면”, “함흥냉면”과 육전 등 아홉 가지 고명에 해물육수의 진한 감칠맛이 으뜸이자 북한에서도 평양냉면과 더불어 2대 냉면으로 꼽는다는 “진주냉면”, 계란과 고기육수는 아니지만 담백하고 깔끔한 맛이 일품인 사찰음식의 별미이자 스님들마저 음식 욕심을 부리게 한다는 “승소(僧笑)냉면”, 그리고 부산에 가면 꼭 먹어보라고 부신 출신 선배에게서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많이 들은 부산 대표 냉면인 “밀면”에 대해 맛깔스럽게 소개하고 있다. - 각 냉면에 대한 줄거리는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 생략한다^^ - 소개되어 있는 냉면 중에서는 해물육수를 진하게 우려내었다는, 그래서 깊은 맛의 여운이 오래남는다는 진주냉면이 꼭 먹고 싶어진다. 요새는 겨울에도 즐겨찾는 다른 지역과는 달리 여름에만 인기가 있고 그것도 냉면보다는 온면이 더 인기여서 타지역에는 쉽게 찾아볼 수 없다는 진주냉면의 맛이 정말로 궁금해진다.  

찌는 듯한 여름이면 단골 점심 메뉴로 먹는 “냉면”, 며칠을 차가운 냉면만 먹다가 배탈이 나기도 하고, 소개팅에서 마음에 드는 여학생을 만났건만 하필이면 점심메뉴로 냉면을 선택해서 질긴 면발을 먹느라고 진땀을 쏟고는 결국 센스 없는 남자로 찍혀서 한방에 차여버리기도 하고, 오래전 회사 주변의 유명한 냉면집에서 회사 동료들과 줄을 서서 기다려 냉면을 먹고는 밤에 온 몸에 두드러기가 나고 끊어지는 듯한 복통에 병원 응급실에 실려가 결국 식중독 진단을 받고 며칠 결근을 할 수 밖에 없었던, 많은 에피소드를 겪기도 했지만 여전히 여름이면 어김없이 냉면을 찾게 되는 매니아인 나로서는 냉면에 대한 이야기라니 더욱 반가울 수 밖에 없었다. 이 책을 읽으니 그동안 내가 제대로 된 냉면을 먹어보지 못했구나 하는 생각에 약간은 씁쓸하기도 그 어떤 비싸고 좋은 음식보다도 내 입맛과 취향이 중요하듯이 비록 동네 고기집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싸구려 냉면이지만 쫄깃한 메밀 면발과 목을 타고 넘어가는 냉면 육수의 시원함과 감칠 맛 만으로도 행복해하는 내 저급의 입맛이 오히려 고마워진다. 배가 든든하지 않으면 읽지 말라는 경고를 깜빡 잊고 그만 밤 10시 너머 이 책을 읽었더니 페이지 곳곳의 냉면 그림과 사진 때문에 입안에 침이 가득 고이고 허기진 배가 요동을 쳐서 결국 졸려 하는 아내를 닦달해서 인터넷 쇼핑몰 푸드 데이 할인으로 한 냉면을 그 야밤에 먹고야 말았다. 평소에는 별 맛이 없다고 생각했었는데 책을 펼쳐놓으면서 해물로 육수를 뽑아낸 진주냉면이겠거니, 속을 뻥 뚫어주는 깔끔한 맛이 일품이라는 서울 유명한 식당의 평양냉면이겠거니 하는 마음으로 먹었더니 그렇게 맛있을 수 가 없었다. 다 먹고 나니 한밤의 야식 소동까지 일으킨 식객이 이렇게 마무리된다니 너무나도 아쉬운 생각이 들었다. 

 지난 9년간 허영만 화백이 우리에게 차려냈던 진수성찬은 더 이상 새롭게 만날 수 는 없겠지만 그간의 진수성찬들을 하나씩 되돌아보면서 그 여운이 앞으로도 길게 이어나갈 것 같다. 허 화백님이 새롭게 준비하고 있다는 역사물도 식객에 못지않은 재미와 감동을 줄 것이라는 두근두근 거리는 기대감을 한껏 품으면서 비록 전권은 아닌 이빨 빠진 권수들이 훨씬 많지만 책꽂이에 꼽혀 있는 "식객"들을 한권씩 꺼내 다시 읽어봐야겠다. 단......공복에는 절대 독서 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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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류의 아이 러브 베이스볼 - 초보가 베테랑이 되는 상큼한 야구 다이어리
김석류 지음 / 시공사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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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관련된 유머로 애인 사이인 남녀가 야구장으로 데이트를 갔는데 야구 규칙을 모르는 여성이 자꾸 엉뚱한 것을 질문해 짜증이 났던 남자친구가 만루 상황에서 각 주자들이 순서대로 주루를 하는 모습을 보고 있던 여성이 “저 사람들은 나란히 같이 뛰던지 하지 왜 순서대로 뛰고 있어?”라고 묻자 남자친구가 “무슨 야구가 윷놀이냐 업어가게?”하고 성질을 내는 이야기가 있다. 스포츠에 그 만큼 여성들이 관심이 없다는 얘기를 우스개로 표현한 것인데 요새 야구 중계방송을 보면 여성 팬들이 부쩍 늘었고 자신이 좋아하는 선수를 위해 피켓을 들고 오기도 하고 선수 유니폼을 입고 열렬히 응원하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어 이제 야구는 남성들만의 전유물이 아닌 여성들도 같이 즐기는 더욱 인기 있는 스포츠로 자리매김한 것 같다. 아시안게임 금메달, WBC 준우승 등 굵직굵직한 세계 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 탓도 있겠지만 야구만의 독특한 스릴과 재미를 이제 여성들도 제대로 만끽할 줄 알기 때문일 것이다. 톡톡 튀는 인터뷰로 매일 저녁 밤 그날의 야구 소식을 들려주는 KBS N 스포츠의 리포터 “김석류”의 “아이러브 베이스볼”은 3년간 금녀의 구역이었던 야구 그라운드를 누비며 겪은 그녀만의 생생하고 발랄한 야구 이야기와 쉽고 재밌는 야구 기초상식을 엮어 펴낸, 야구 입문서로서 누구나 다 읽어볼 만한 재밌는 책이다. 

 전형적인 88만원 세대로 백수 신세를 면해보기 위해 <KBS N 스포츠> 아나운서 모집에 응모했던 그녀, 최근에 본 스포츠 기사를 묻는 질문에 “김병현 선수가 일본에서 쓰리런 홈런을 쳤다는 기사를 읽었습니다”라고, 이승엽과 김병현을 어설프게 합쳐서 대답해버린 그녀는 그 뻔뻔함 때문에 덜컥 합격을 하게 되고 야구 인생이 시작된다. 첫 인터뷰에 떨려서 심정수 선수를 “심장수”선수로 멋대로 이름을 고쳐(?) 부르고 야구에 야자도 모른다고 상소리를 들으면서 눈물을 펑펑 쏟고는 “여자들은 당연히 모른다고? 야구 까짓 거 나도 이제부터 제대로 배울꺼야”하고 고3 수험생처럼 머리를 싸매고 인터넷을 뒤지며 열심히 공부한 끝에 이제는 남부럽지 않은 야구상식과 방송 프로그램 진행자가 될 정도로 인지를 많이 올렸다고 한다. 그래도 아직은 지방 경기를 위해 출장가면 모텔이 영 낯설고 어색하며 자신이 좋아하는 야구 일을 좀 더 하기 위해 “야구 선수와의 연애는 절대 안한다”라고 선언하는 그녀의 모습은 귀엽기까지 하다. 책을 읽으면서 그저 야구를 좋아하는 남성 시청자들을 위한 야구장의 꽃으로, 톡톡 튀는 신세대 리포터 정도로만 생각했던 그녀가 야구를 그저 일로서만이 아니라 한명의 야구인으로서 얼마나 야구를 사랑하는지, “재수없다”며 소금을 뿌리기까지 하는 보수적인 야구계에서 이제 당당히 자리잡을 때까지 그녀의 노력이 얼마나 힘들고 어려웠을지 이해가 되었다. 책 중반부터는 야구에 대한 기초상식들, 즉 투수 마운드에서 홈플레이트 거리까지는 왜 정수가 아니고 “18.44 M" 인지, 야구는 왜 9회까지 하는 지, 직구, 커브볼, 너클볼 등 투수의 다양한 구질 등에 대해 이야기하고 역대 코리언시리즈 명승부들, 각 구단 이야기 등등 프로야구 전반에 관한 상식들에 대해 설명하고 있어 야구를 아직도 모르는 초보자들의 기초 입문서로서도 손색이 없다.

 이 책은 아직 그녀의 경력이 이제 3년 남짓 밖에 되질 않아서 그런지 야구관련 에피소드는 그저 양념 수준에 그치고 본 골격을 야구 상식이나 구단 소개로 채워놓은 점인데, 좀 더 다양하고 풍성한 에피소드가 소개되었다면 그저 그런 야구 소개서가 아니라 에세이로써 좀 더 가치와 재미가 있지 않았을 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야구 관련 책을 또 쓰게 된다면 이벤트성 책이 아니라 야구장에서의 그녀만의 희노애락이 진솔히 담겨있는 스포츠 에세이로 만나보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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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화를 그리는 화가
아르투로 페레스 레베르테 지음, 김수진 옮김 / 시공사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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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때론 한 장의 사진이 열 마디 백 마디의 말보다도 더한 진실을 보여줄 때가 있다. 이라크 전쟁에서 두 손과 한쪽 눈을 잃은 9세 소년과 아버지의 모습을 담아 2005년 퓰리처 상을 수상한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 紙의 “딘 피치모리스”의 흑백 사진은 사담 후세인의 독재 하에 신음하고 있는 이라크 민중들을 구원하기 위해 시작했다는 전쟁이, 그 배후에는 갈수록 고갈되어 가는 석유를 확보하기 위한 미국의 이기심이라는 추악한 본성을 폭로하는 그 어떤 르포 기사보다도, 수천 수 만 명이 죽고 그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부상으로 평생을 지옥과 같은 삶을 살아야 한다는 그 어떤 통계 자료보다도 더 많은 진실을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다. 평생을 종군 사진 기자로 참혹한 전쟁터에서 죽어가는 사람들을 보아왔던 사람은 인생의 뒤안길에서 어떤 감상을 느낄까? 수많은 고서들과 작가들에 대한 언급 및 인용, 빽빽한 각주로 더디게 읽혔던 “뒤마클럽”의 저자이자 스페인의 "움베르토 에코"라고 불린다는 “아루투로 페레스 레베트레”가 자신의 21년 종군기자 생활을 통해서 겪은 감상을 소재로 한 신작 소설을 내놨다. “전쟁화를 그리는 화가(시공사, 2010년 4월)”이 그 책이다. 

 지중해 연안의 어느 섬, 종군 사진 기자였던 안드레스 파울케스는 7개월 째 이곳에서 전쟁을 소재로 한 그림을 망루의 벽면에 그리고 있다. 전쟁의 순간들과 그 속에서의 죽음을 감정히 철저히 배제된 냉철한 시각으로 포착해낸 사진들로 각종 상을 수상했을 정도로 명성이 높았던 종군기자의 삶을 마무리하며, 그가 지난 20 여년 동안 사진 프레임 속에 담아왔지만 어딘가 미진했던 전쟁의 참혹한 진실을 그림으로 오롯이 담아내고자 이 섬에 들어온 것이다. 일주일에 한 번 식료품을 사러 외출하는 것 외에는 두문불출하던 그에게 어느 날 한 남자가 찾아온다. 자신을 찾아온 이유를 묻는 파울케스에게 그 남자는 자신은 당신이 찍은 한 장의 사진 덕분에 유명해졌고, 그 사진 때문에 자신의 인생은 걷잡을 수 없는 비극을 겪었다고 이야기하며 ‘당신을 죽여 버리고 싶다’고 이야기한다. 한 장의 사진 때문에 참담한 비극을 겪은 한 남자와 렌즈 저 너머의 피사체들에 대하여 감정을 철저히 배제하고 그대로의 모습만을 담았던 파울케스의 3일간의 대화를 통해서 둘은 전쟁의 참혹함과 인간들의 광기에 대해 서로 교감을 느끼고, 파울케스는 마침내 죽는 순간까지도 셔터를 눌러댔던, 그러면서도 결코 공개하지 않았던 연인의 죽음에 대한 대한 비밀을 털어놓게 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참 애를 먹었다. 책 도입부 파울케스가 망루의 벽면에 그리고 있다는 전쟁 그림 뿐만 아니라 파울케스가 찍었다는 전쟁 사진들 또한 딱딱한 설명 위주의 지문 만으로는 금새 어떤 이미지일지 떠올리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더딘 책읽기는 파울케스를 찾아온 남자, 마르코비츠가 등장하고 파울케스가 찍었다는 마르코비츠의 사진이 조금씩 머리 속에서 시각화되면서부터 조금씩 속도를 내기 시작하였고, 파울케스가 자신이 사랑했던 연인 올비도를 떠올리는 장면부터는 탄력이 붙어 그저 전쟁터에서 사고로 죽은 걸로만 알았던 그녀의 죽음에 숨겨진 비밀을 마르코비츠가 추궁하고 마침내 밝혀지는 장면까지 내처 읽게 되지만, 두 남자의 대화 부문에서 따옴표 없이 독백형식의 지문으로 쓴 글귀들은 대화와 지문을 영 헷갈리게 만들어, 읽은 구절을 다시 반복해서 읽게 만드는 등 읽는 속도를 더디게 하는 불편함이었다. 나만의 개인적인 감상이겠지만 책 도입부 모호한 이미지와 책 읽기의 불편함은 모든 진실이 밝혀지고 다시 벽화 앞에 나란히 선 장면에서는 앞에서 언급한 한 장의 흑백사진처럼 올곳이 시각화되어 마침내 머리 속에 작가가 그리고자 했던 벽화가 완전한 한편의 그림으로 떠오르는 느낌을 받게 되었다. 이렇게 시각 이미지에 집착했던 이유는 사실 두 남자가 3일 동안 나눈 이야기와 회상으로 요약할 수 있는 단순한 소설적 서사 때문일 것이다. 보통 소설은 스토리의 시간적 흐름을 따라 읽으면 되는 데 서사가 단순함을 넘어 부족하기까지 하며 전쟁의 참혹함과 인간의 광기라는 어찌보면 무겁고 지루하기까지 한 서사이기도 한  이 독특한 소설은 스토리에 집중을 할 수 없다보니 책에서 소개하는 사진들이나 그림, 과거 회상 장면들에 대한 이미지를 자꾸 떠올리게 만든다. 파울케스가 자신의 카메라에 담았을 각종 전쟁의 참혹한 모습들이나 그동안 역사 속의 전쟁의 이미지를 외벽에 담는 그림에 대하여 시각화하여 이해할 수 만 있다면 충분히 책에 몰입하여 읽게 되겠지만, 또렷하지 않는 이미지를 그려낼 수 없다면 그저 지루하고 난감하기까지 한 책이라 생각된다. 읽는 내내 모호한 이미지로 애를 먹었지만 마지막 장면에서 또렷한 이미지를 얻었으니 실패하지만은 않은 책읽기였다고 스스로 자평해보지만 그래도 어딘가 부족한 여운이 남는다. 결코 쉽지 않은 이 책, 다 읽고 나서야 시각화되었던 이미지가 피상적인 허상에 불과하지는 않는지, 책에서 언급한 것 처럼 사진 프레임 너머의 진실을 애써 외면하고 잘라버린 건 아닌지 좀 더 명확히 하기 위해서는 다시 한번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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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의 심리학 / 꿈꾸는 20대, 史記에 길을 묻다>을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우울의 심리학 -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우울증에 관한 심리 치유 보고서
수 앳킨슨 지음, 김상문 옮김 / 소울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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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직도 우리 사회에서는 “우울증” 하면 돈 많은 사람들이나 앓는 사치의 병으로, 의지 박약자들이나 앓는 그런 병으로 삐딱하게 보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최근 한국보건의료원 발표자료(세계일보, 2010.5.28.기사)를 보면 최근 1년간 가벼운 우울감이나 무기력증, 즉 경증 우울증을 경험해본 사람이 10명 중 7명이나 되고, 우리나라 한 해 자살률이 10만명 중 26명으로 OECD 국가중 가장 높으며 우울증이 바로 자살의 가장 큰 원인이라니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사회병 社會病으로 대두된 지 오래인 것 같다. 어느날 갑자기 모든 일에 무력감에 빠지고 마치 “세상이 온통 검게 변하는 듯한 두려움”과 “외계 행성에 떨어진 듯한” 극심한 외로움을 느끼게 되고 최악의 경우 삶을 포기하는 경우에까지 이르게 한다는 무서운 질병 우울증, 설마 나는 아니겠지 하는 생각에 방치하거나 무관심하다가 어느새 치료하기에는 너무 늦어버리게 되는 이 병을 자기 스스로 대비하고 치료하는 방법은 없을까? 영국의 작가이자 교사인 수 앳킨슨의 저서 “우울의 심리학(소울, 2010년 5월)”은 작가 자신이 직접 겪었던 우울증의 경험을 들려주면서 자신에게 가장 효과적이었던 방법들에 대하여 소개하고 있다. 

  작가는 “우울증과 관련해 수년에 걸친 나 자신의 경험을 비추어 볼 때, 우울증의 치유는 간단하지도 않고 결코 쉬운 일”이 아니고 “우울증의 원인이 명확하다면 극복하는 방법도 쉽고 적절하게 찾을 수 있다”며 이 책은 우울증의 원인론에 관한 책이라고 이야기한다. 어느날 갑자기 삶의 방식이 바뀌는 것을 경험하고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는 것이며 절대 유쾌한 기분이 아닌 세상으로부터 격리되어 있다는 고통인 “우울증”에 대하여 작가는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치유법을 제시하고 있는데, 수많은 조언들을 요약해보면 “내 주변의 일들을 관찰하고, 사고와 감정을 분석하고 패턴을 찾아내고,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삶을 좀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시킬 수 있을지를 찾아내기 위한” 개인 일지 작성, 그저 무기력증으로 인해 아무 일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열중할 수 있는 무언가를 하는 것, 그리고 자신의 이야기를 진심으로 들어줄 수 있는 대화상대를 만드는 것, 이렇게 세 가지로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어찌 보면 너무나도 당연한 치유법일 수도 있지만 책에서는 우울증의 극복을 “암벽등반”에 비유하여 등반을 위한 준비(우울증을 인지하고 자가 치료를 준비하는 단계)부터 최종 등반을 완료해 낼 때까지(우울증을 완전히 극복하는 단계)를 단계별로 나누어 각 단계별로 상세한 치유법을 소개하고 있다. 
 

   때때로 우리의 삶을 현실적으로 바라보다 보면 삶이 진정으로 힘겨워질 때 어려움을 이겨낼 수 없을 것 같아 마치 재앙처럼 느껴지는 것을 작가는 “아주 의미 심장한 것들(deeply meaningful something or others:DMS's)"라고 부르며 이것으로부터 도망칠 때 결과가 바로 우울증이라고 진단하며, 그것이 무엇인지를 먼저 알아내기 위하여 한적한 시간을 찾아서 자신의 마음을 이완시키고 자신에게 귀 기울여 내적 자아, 우리의 참가치를 발견하고 우리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배우라고 충고한다. 우울증의 비극적 결과인 ”자살“에 대하여 당신의 죽음으로 인해 누군가에 삶에 지워지지 않는 큰 상처를 남기는 것이며 - 실제로 가족의 자살로 인해 상실감과 우울증 등 심리적 고통을 겪는 유가족이 해마다 최대 14만 명에 이른다고 한다(매일경제, 2010.5.24.기사) -죽음은 당신이 꿈에 그리던 것이 아닐 수 도 있으며, 당신의 자살 충동을 당신에게 귀 기울일 수 있고 당신의 느낌을 진지하게 공유할 수 있는 누군가에 털어놓으라고 이야기한다. 또한 누군가에 대한 화가 자신을 향해 방향을 틀 때 자살 충동을 경험하게 되며 그 결과 자기 파괴적이 될 수 있으며 마음 속에 품고 있는 화를 깨닫고, 표현하려 노력하는 것은 우울증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된며, 무언가를 향해 "파괴적"이 되는 것, 즉 정원의 흙더미를 파헤치거나 큰 베게를 내리치는 등 한시적인 피해를 가져오는 파괴적인 행동을 통해 자신으로 향하고 있는 화를 해소하라고 충고한다.

  작가는 책의 마지막에서 자신이 우울증을 겪은 후 스스로를 돌볼 수 있는 시간을 가져야 하고, 어느 순간에라도 완전히 새로운 출발점에 설 수 있으며, 그러한 우리 자신은 특별하며, 우리가 겪은 상처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다 보면 우리도 누군가를 도울 수 있는 “상처 입은 치료사”라는 것을 알게 되었으며, 우울증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무언가를 하고, 계속적으로 엄습하는 마음 속의 두려움과 불안을 극복하여야 하며, 자신의 변화를 약속하고, 자신에 대하여 만족할 줄 하는 법을 배워야 하며, 우리 자신을 새롭게 재창조해야 하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고 이야기한다. 그리고는 마지막에 때로는 일을 멈추고 뛰어놀고, 가끔은 어리석어지기도 하고, 웃기도 하고, 즐거움을 느끼는 법을 배울 필요가 있다고 역설하며 책을 끝맺는다.

 때때로 만사가 귀찮아지고, 손가락을 까딱이기 싫을 정도로 무기력해지는 경우를 느끼는 것보면 나도 10명 중 7명이 겪었다는 가벼운 우울증을 부지불식간에 겪었는지도 모르겠다. 어느날 팽팽했던 활 시위가 툭 끊어지는 그런 느낌, 책에서처럼 세상이 온통 검어지는 것처럼 느껴진다는 우울증이 나를 찾아왔다고 느낄 때면 비록 지금은 남의 이야기처럼만 느껴지는 이 책의 조언들이 가슴에 절절히 와 닿게 될 수 도 있을 것이다. 자기 자신을 가만히 바라보는 것, 자신의 느낌이나 행동을 일기장이나 메모지에 적어가면서 되집어 보는 것은 꼭 우울증 환자가 아니더라도 한번쯤은 시도해볼만한 충고로 생각된다. 갑작스럽게 덮치는 어두운 그림자, 우울증, 이제는 남의 일이라고 무시할 것이 아니라 나의 일이 될 수 도 있는, 미리 대비해야 할 그런 일로 여겨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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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비야 놀자 2010-06-18 16: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글을 제가 아는 까페에 퍼가도 될까요?

레드미르 2010-06-23 18:03   좋아요 0 | URL
댓글을 이제야 봤네요^^ 부족한 서평인데 관심가져주신다니 고맙습니다. 필요하신 글이라면 퍼가셔도 됩니다^^
 
<우울의 심리학 / 꿈꾸는 20대, 史記에 길을 묻다>을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꿈꾸는 20대, 사기史記에 길을 묻다
사마천 지음, 이수광 엮음, 이도헌 그림 / 추수밭(청림출판)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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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동양고전을 텍스트로 한 자기 계발 서적들이 여럿 눈에 띄인다. 서양식 자기 계발과 리더십의 식상함에서 벗어나 동양, 특히 중국의 역사나 철학서들에서 인생의 지침이나 경영혁신의 틀을 유추해내는 시도가 나름 신선하면서도 의미하는 바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대중 소설가로 유명한 이수광의 “꿈꾸는 20대 사기史記에 길을 묻다(추수밭, 2010년 5월)”도 그런 맥락에서 나온 역사를 바탕으로 한 자기계발 서적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작가는 글머리에서 책을 많이 읽은 식자識者층에서 인생을 바꿀 정도로 큰 영향을 받은 책으로 공통적으로 사마천의 “사기”를 꼽는 이유를 “이 세상에 존재하는 다양한 인간 군상의 모습과 역사를 바라보는 사마천의 독특하고도 올곧은 시선, 그리고 평생을 가지고 가야할 참된 가치가 담겨 있기 때문”이라고 말하면서 평생의 가치관이 정립되는 시기인 젊을 때 “사기”를 읽어보라고 권한다며 이 책을 집필한 동기를 밝히고 있다. 책에서는 “사기”의 여러 편 중에서 영웅호걸을 비롯해 수많은 인물을 다룬 “사기열전” 속의 인물들을 6개의 주제, 즉 “내 인생의 사람 만들기”, “내 안의 열정 깨우기”, “신념에 충실하기”, “타인의 마음다루기”, “내 인생의 원칙 세우기”, “나만의 자신감 단련하기”로 분류하고 각 인물들의 일화에서 교훈 삼을 만한 문구를 끌어내어 제시하는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예를 들어 제1장 “내 인생의 사람 만들기” 편에서는 귀천을 가리지 않고 3천명의 식객을 거느렸던 맹상군의 일화를 소개하면서 “인제를 사귐에 귀천을 따지지 마라”라는 경구의 교훈을 소개하고 말미에는 맹상군과 관련된 사자성어로 맹상군이 위기에 처하였을 때 좀도둑질을 잘하는 식객과 닭울음 소리를 잘하는 식객 덕분에 무사히 위기를 넘긴 일화에서 나온 말인 계명구도(鷄鳴狗盜) 와 또다른 식객 풍환의 세가지 활약과 관련된 일화에서 유래된 교토삼굴(狡兎三窟)와 함께 맹상군과 더불어 전국시대 사공자로 불린 신릉군, 평원군, 춘신군을 소개한다.  또한 제6장 “나만의 자신감 단련하기” 중 “지피지기면 백전불태다” 편에서는 전국시대 제나라 출신으로 유명한 군사가이자 병가의 대표적인 인물이며 손자병법의 저자 손무의 손자이기도 한 손빈(孫賓)이 동문수학한 방연의 모함으로 누명을 쓰고 앉은뱅이가 되었지만 와신상담하여 제나라의 군사가 되어 위나라의 장수가 된 방연에게 멋지게 복수한 일화를 소개하기도 한다. 책 각 장에는 신문 연재만화의 삽화가인 “이도현”의 칼라 삽화가 삽입되어 있어 일화들을 시각적으로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고, 책 말미에는 사기의 주요연보, 즉 BC 770 주나라 평왕이 도읍을 낙읍으로 천도한 “동주”의 시작에서부터 BC 87 한 무제가 죽고 소제가 즉위할 때까지 주요 사건들의 연대기를 부록으로 첨부하여 각 일화의 주인공들이 활약한 시대를 일목요연하게 파악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사기열전의 여러 인물들의 이야기는 이런 자기계발류 서적 뿐만 아니라 각종 소설이나 드라마, 영화의 소재로도 종종 사용될 만큼 꽤나 재밌고 매력적인 이야기들이다. 이미 사기열전의 인물들의 일화를 통해 교훈적인 주제를 도출하는 비슷한 주제의 서적들이 여러 권 출간된 만큼 이 책의 교훈들이 새롭거나 가슴에 새겨둘 만큼 와 닿지는 않지만 굳이 이 책이 주는 교훈에 얽매이지 말고 고전 읽기를 꺼려하는 학생들에게는 역사 이야기 책으로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책으로는 추천할 만하다. “삼국지를 세 번 읽은 사람과는 함부로 다투지 말라”라는 말에 “사기를 세 번 읽은 사람과는 천하를 논하지 말라”라는 작가의 부연 설명이 조금은 억지스럽기는 하지만, “2천년 세월을 앞서서 불꽃같은 삶을 살다간 영웅들의 이야기”는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즐겁고 재밌게 읽을 수 있는 뛰어난 "스토리텔링"임에는 분명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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