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로 물든 방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30
앤절라 카터 지음, 이귀우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고전 동화 속 남성 중심적 시선으로 교묘하게 감춰진 남성과 여성의 권력 관계, 가부장적 가치관과 여성의 성 역할을 폭로하고자 ‘영문학의 마녀‘ 앤절라 카터(Angela Carter 1940~1992)가 독창적이면서 대담한 상상력, 매혹적인 문체로 새롭게 다시 쓴 열 편의 동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문학의 죽음에 대한 소문과 진실 - 강창래의 세계문학 강의
강창래 지음 / 교유서가 / 2022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 편집 기획자이자 여러 강연으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강창래의 책 <문학의 죽음에 대한 소문과 진실>은 '문학이란 무엇인가?'라는 흔하면서도 선뜻 대답하기 힘든 질문으로 시작한다. 그러면서 바로 문학의 정의를 둘러싸고 논쟁을 일으켰던 '채털리 사건'을 다루는데 그 시작이 매우 흥미롭다. 


["그 책을 읽는 사람을 부패시키거나 타락시킬 위험이 있다 하더라도 (...) 그 책을 출판함으로써 (...) 과학, 문학, 예술, 학문 및 기타 대상의 이익에 봉사한다는 의미에서 공공의 이익을 증진한다는 것이 증명될 수 있다면 처벌이나 규제를 받지 않는다."]


1959년 영국에서 이 같은 법이 제정되자 1960년 펭귄 출판사는 상류층 부인과 사냥터지기의 혼외 정사를 적나라하게 다뤄 큰 논란을 일으킨 D.H.로렌스(1885~1930)의 소설 <채털리 부인의 연인> 무삭제 판을 출간한다. 그러자 정부는 이 소설이 음란물이라는 이유로 펭귄 출판사를 고소했고 이는 재판으로 이어졌다. '재판 초기에는 이 작품이 음란물인가 아닌가에 초점이 맞추어졌지만 이내 쟁점은 이 작품이 문학인가 아닌가로 바뀌었'(p.19)고, 여러 작가, 교수, 비평가, 성직자, 정치가들이 증인으로 나섰다. 외설과 예술의 경계에 선 문학에 대한 그들의 의견은 조금씩 달랐고 따라서 복잡한 논쟁이 있었지만 그래도 결국 <채털리 부인의 연인>은 문학이라는 판결을 받는다. 문학이 무엇인지 속시원히 결론이 나진 않았지만.


이렇듯 책은 '채털리 사건'을 예로 들면서 문학을 한 마디로 정의 내린다는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보여준다. 이어서 '지배층의 소유물'이었던 문학이 어떻게 대중의 '값싼 교양교육 도구'로서 자리잡게 되었는지 당시의 사회,문화를 통해 설명하고 지금 우리가 접하는 문학이 근대에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설명한다. 

19세기 문학이 발달하게 된 가장 큰 이유로 '종교의 실패'를 말하는데, 그 이전까지 사람들 사이에 깊이 뿌리내려 사회를 통제하는데 큰 역할을 했던 종교가 '과학의 발전과 산업혁명으로 인한 사회구조의 변화에는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p.54)기에 그 빈자리를 문학이 차지할 수 있었다. 이렇게 기존의 문학 개념이 무너지고 또 다른 문학이 나올 때마다 '문학의 죽음'에 대한 소문이 퍼졌고 이에 대한 진실을 알려면 '문학이란 무엇인가'를 질문해야 하고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문학이론의 역사'를 알아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3장에서 6장까지는 프랑스, 영국, 미국, 러시아 순으로 각 나라의 문학사를 대략적으로 살펴본다. 각국을 대표하는 근대 문학을 훑어보면서 주요 문학 사조의 특징과 작품이 탄생하게 된 배경 등을 작품을 인용하여 이해하기 쉽게 설명한다. 


7장부터 9장까지는 모더니즘 시와 소설에 대해 집중적으로 설명하는데 이 책에서 내가 가장 흥미롭게 읽은 부분이다. 소설을 좋아하는 나는 특히 '8장 모더니즘 소설들'과 '9장 미국의 모더니즘'이 가장 재미있었는데, 조지프 콘래드, 제임스 조이스, 버지니아 울프, 마르셀 프루스트, 어니스트 헤밍웨이, 윌리엄 포크너의 소설들을 살펴본다. 

나는 이 중에서 '가장 읽기 어려운 소설' 2위나 3위로 꼭 꼽힌다는(1위는 제임스 조이스의 <피네건의 경야>라고 함) 포크너의 <소리와 분노>에 가장 큰 관심이 갔는데, 저자의 설명이 매우 친절해서 나 또한 강렬하게 읽고 싶은 마음이 생겼고, 무엇보다 저자가 이 작품에 큰 애정을 갖고 있는 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 책의 최고의 번역으로 문학동네, 공진호 번역의 <소리와 분노>를 추천한다.

<소리와 분노>는 4장으로 구성되었는데 각 장의 시점이 다 다르고 시간의 흐름도 뒤죽박죽이지만, 1장과 2장만 잘 넘기면 3,4장은 비교적 쉽게 읽힌다고 하니 도전해 볼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 10장은 이 책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으로 문학 이론을 다루는데, 다양한 문학 이론 중 해석학, 정신분석학, 해체론을 다룬다. 저자는 '이론은 다양한 관점을 제시할 뿐만 아니라 미묘한 차이도 놓치지 않게 하고 넓고 깊게 볼 수 있도록' 도와주기 때문에 '문학 이론을 공부하면 작품을 읽은 뒤에 받은 충격을 이해하고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된다'(p.272)고 말한다.

후설, 하이데거, 프로이트, 자크 라캉, 줄리아 크리스테바, 데리다가 줄줄이 나오는데 솔직히 반 정도만 이해한 듯 싶다. 저자도 이 책의 목적은 깊이보다는 '전체의 흐름을 설명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개념을 쉽게 풀어'(p.344)내는 데 있고 사실 책 마감일을 넘겨서 여기서 마쳐야 한다고 솔직히 밝히는데 속으로 여기서 멈춰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한 가지 알게 된 사실은 문학의 본질과 가치는 끊임없이 변화한다는 것. 왜냐하면 텍스트는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고 맥락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수 있으며, 그 의미도 그 순간에만 무엇인가를 의미할 뿐 지속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문학은 문학 외적인 것들과 끊임없이 작용하면서 변화하고 그 본질이 계속 변해왔기에 '문학의 죽음에 대한 소문'은 사라지지 않고 계속 나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내가 이 책을 읽게 된 이유였던 저자의 서문을 소개한다. 문학 초보자로서 저자의 서문이 참으로 친절하게 다가왔다. 저자의 바람대로 앞으로 소설 읽기가 더욱 즐거워질 거 같다.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어려운 평론이나 작품 해설마저도 아주 재미있는 글이 되면 좋겠다. 모든 독서에서 말이 잘 통하는 지적인 상대와 대화를 나누는 듯한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기를 바란다. 더 나아가 이 책을 통해 어려운 인문학 텍스트를 독자들이 직접 읽어낼 수 있는 힘을 가질 수 있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다. 어떤 용어든 다른 분야에서의 쓰임새까지 알고 나면 어려운 인문학 텍스트를 좀더 잘 이해할 수 있다. (p.8)]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케냐 야라 AA TOP #5 - 200g, 핸드드립
알라딘 커피 팩토리 / 2023년 9월
평점 :
품절


좀 전에 편의점에 가서 찾아온 커피를 핸드드립으로 내려 지금 마시고 있다.
아~정말 무화과의 단맛과 가볍지 않은 산미가 잘 어우러져 매우 감미롭다. 지금까지 마셨던 알라딘 커피 중 최고라고 생각한다.
게다가 원두가 어찌나 알이 굵고 잘생겼는지!
강추한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19)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거서 2023-03-18 09: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원두가 어찌나 알이 굵고 잘 생겼는지 … 저에게 함박웃음 주시네요!!! ^^

coolcat329 2023-03-18 10:53   좋아요 1 | URL
아 웃으셨어요? 아이고 오거서님이 순간이나마 즐거우셨다니 기쁩니다.
많이 웃는 즐거운 주말되시길요~^^

잠자냥 2023-03-18 15: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진짜 맛있죠? 원두도 잘생겼는지 다시 쳐다볼게요. ㅋㅋㅋㅋ

coolcat329 2023-03-18 16:40   좋아요 0 | URL
네~잠자냥님 글 보고 산 건데 500그람 살 걸 후회했네요.
역시 케냐는 커피의 여왕입니다. 커피와 함께 향기로운 주말되세요~^^
 
열정
산도르 마라이 지음, 김인순 옮김 / 솔출판사 / 2001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우정과 사랑을 다 잃은 한 남자가 41년 동안의 고독 속에서 깨달은 삶의 의미와 진실이 팽팽한 긴장 속에서 드러난다. 품위 있는 인간이 보여줄 수 있는 인간의 본성과 관계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깊은 사유가 빛나는 품격 있는 작품.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핏빛 자오선 민음사 모던 클래식 6
코맥 매카시 지음, 김시현 옮김 / 민음사 / 2009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핏빛 자오선>은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와 <로드>에 이어 세 번째 만나는 코맥 매카시(Cormac McCarthy 1933~)의 작품으로 1985년에 발표되었다. 미국의 평론가 헤럴드 블룸이 '현존하는 미국 작가의 작품 중 가장 뛰어난 미학적 성취를 이루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극찬을 했을 정도로 매카시는 이 작품으로 작가로서 큰 명성을 얻었다. 


'이 아이를 보라'라는 예언서에서나 나올 법한 인상적인 문장으로 시작하는 이야기는 '이 아이'의 여정을 따라가며 전개된다. 1833년 미국 테네시에서 태어난 이름 없는 주인공인 소년은 열네 살에 가출하여 여기 저기를 떠돌며 거친 생활을 시작한다. 

때는 1800년대 중반 미국과 멕시코 간의 전쟁이 끝난 무렵으로 구걸과 도적질을 하며 떠돌던 소년은 백인 우월주의자 화이트 대위에 의해 비정규군에 가입하게 되고 멕시코로 원정을 떠난다. 그러나 이국의 땅에서 코만치 부족을 만나 전투를 벌이다 군 전체가 거의 박살이 나고, 소년은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지만 멕시코 군대에 체포되어 감옥에 수감된다. 

그 후 글랜턴이라는 자가 이끄는 용병대에 가담하게 되는데, 글랜턴 일당은 인디언의 머리 가죽을 벗겨 멕시코 주 정부로부터 돈을 받는 집단으로 일명 '머리가죽 사냥꾼들'이다. 이들은 습격과 약탈을 일삼는 인디언을 죽이기 위한 목적으로 멕시코 정부에 의해 고용되었지만 이들에게 머리 가죽은 돈을 받을 수 있는 '영수증'이었기에 이들의 전투는 인종을 가리지 않는 무차별적인 살육으로 번진다. 다음은 이들 열 아홉 명의 용병대가 천 명의 인디언을 죽인 대학살 장면 중 일부이다. 


[시체들이 바다에서 일어난 대재앙의 희생자인 양 물가에 나뒹굴었다. 소금으로 얼룩져 있던 호숫가는 순식간에 피와 내장으로 뒤덮였다.(...)군인들은 시신을 아무 이유 없이 난도질하며 시뻘건 물 속을 돌아다녔고, 몇몇은 호숫가에서 죽어 가거나 죽은 젊은 여인네의 구타당한 몸뚱이에 들러붙었다. 델라웨어 하나는 시장에 장사 나온 행상인처럼 머리 가죽 다발을 들고 다녔다. 손목에 묶인 머리카락 끝에는 머리 가죽이 서로 엉겨 붙었다. 이곳에서의 매 순간순간이 훗날 사막에서 입에 오르내리리나는 사실을 잘 아는 글랜턴은 부하들 사이로 말을 몰며 열심히 독려했다. (p.209)]


<핏빛 자오선>에서 보여주는 서부의 모습은 온갖 살육과 폭력이 난무하는 혼돈 그 자체이다. '태양이 창백한 빛줄기를 뿜어내다 느닷없이 핏빛을 뚝뚝 흘리며 평원을 불태'(p.67)울 것만 같은, 가는 곳마다 인간과 동물의 사체와 해골이 널려 있는, 도저히 사람이 살 수 없을 것 같은 그런 세상이다. 

서부 개척 이야기를 할 때 주로 백인이 인디언에게 가한 폭력을 이야기하지만 이 소설에서 벌어지는 폭력에는 선악의 구분이 없다. 백인, 인디언, 멕시코인 모두 피에 굶주린 짐승들처럼 서로를 속이고 죽이는 가운데 극한의 잔인성을 보여준다.

이런 폭력, 살인, 죽음, 피비린내가 진동하는 지옥 같은 세상을 작가 매카시는 건조하면서도 시적인 긴 문장으로 묘사하는데 뭔가 섬뜩하면서도 독자를 압도하는 분위기가 가히 일품이란 생각을 했다 


[북쪽 하늘을 빠짐없이 뒤덮은 뇌운에서 검은 덩굴처럼 벋어 내리는 빗줄기는 마치 비커에 묻어난 램프의 시커먼 그을음 같았다. 그날 밤 수 킬로미터 너머에서 초원을 두들기는 빗소리가 그들에게까지 실려 왔다. 바위투성이 산길을 오르자니 저 멀리서 부들부들 떨고 있는 산을 번개가 훤히 드러냈다. 벼락이 내려칠 때마다 바위가 울렸고 씻어낼 수 없는 형광 물질 같은 푸른 불 다발이 말에 들러붙었다. 부드러운 용광로 빛이 금속 마구에 번지고, 푸른 빛이 총신을 물처럼 흘러 다녔다. 토끼가 푸른 섬광에 미쳐 날뛰다 우뚝 서고, 쩌렁쩌렁 울리는 높은 바위산에는 독수리가 익살스레 몸을 웅크리거나 천둥에 짓밟혀 한쪽 눈이 노랗게 갈라졌다.(p.244)]


사실 나는 이 책을 참으로 힘들게 읽었다. 438페이지의 소설을 장장 9일 동안 읽었다. 살기 위해 죽이고 숨고 또 길을 떠나는 여정은 지루하고 피로했으며, 연이어 나오는 끔찍한 이야기의 잔혹함에 마음이 쉽게 지쳐서 책장이 쉽게 넘어가지 않았다. 그러나 광대한 서부의 풍경과 폭력으로 점철된 세상의 분위기를 묘사하는 작가의 문체는 초현실적이며 때로는 잔인하면서도 아름답게 느껴졌고, '아 이 책은 그 '영혼을 압도하는 매혹적인 문체'를 느끼려면 원서로 읽어야 겠구나' 라는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읽기 힘든 이 책을 끝까지 읽게 한 힘은 매카시의 문체와 함께 도저히 잊을 수 없는 한 인물에게 있다. 홀든 판사...내가 지금까지 읽었던 소설 속 인물 중 가장 징그럽고 잔혹한 인물이 아닐까 싶다. <핏빛 자오선>에는 선악의 구분 없이 모두가 다 악한 존재들이지만 그 중에서도 최고의 악인은 바로 홀든 판사이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소년이지만 책을 읽으면서 소년을 의식하기 보다는 판사의 행동과 말에 신경을 쓰게 된다. 

그의 모습은 평범한 인간의 모습이 아니다. 210cm의 '거대한 덩치에 털 오라기 하나 없는 아이 같은 얼굴'(p.111)로 5개 국어를 하며, 세상에 안 가 본 곳이 없고, 못하는 것이 없는, 한마디로 소설 속에서 미친 존재감을 뿜어내는 인물이다. 그는 자신의 무한한 지식을 활용하여 글랜턴 일당을 이끌며 뒤에서 조종하는 역할을 함으로써 지배력을 행사한다. 그의 도움으로 목숨을 건진 글랜턴을 비롯한 용병들은 그를 정신적인 지주이자 구원자로 여기며 따른다. 

'이 세상에 나의 지식 없이 존재함은 곧 나의 허락 없이 존재하는 것을 의미'(p.259)하기에 이 세상의 모든 일은 반드시 자신의 허락 하에 일어나야 한다고 말하는 홀든 판사는 자신을 이 세상의 지배자라고 생각한다. 그가 자신의 이런 지배력을 무섭게 보여주는 예가 소설 속에 몇 번 나오는데, 그 중에서도 어린 아이를 성적 도구로 삼다가 가차 없이 죽여버리는 장면은 너무 충격적이었다.


[판사는 모닥불가에 그 아파치 아이와 같이 앉아 있었다. 아이는 검은 딸기 같은 눈으로 모든 것을 지켜보았다. 몇몇은 아이를 놀리며 웃어 댔고, 육포를 주기도 했다. 아이는 고기를 질겅질겅 씹으며 진지한 눈빛으로 사람들을 주시했다. 그들은 아이에게 담요를 덮어 주었다. 아침에 군인들이 말에 안장을 얹는 동안 판사는 아이를 한쪽 무릎에 앉히고서 얼러 댔다. 토드빈은 안장을 들고 지나가며 그 모습을 보았다. 하지만 10분 후 말을 끌고 그 자리에 오니 아이는 머리 가죽이 벗겨진 채 죽어 있었다. (p.219)]


<핏빛 자오선>은 한 소년의 여정을 통해 사막의 모래처럼 거칠고 생명의 기운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서부 개척 시대의 모습을 인간의 잔악한 본성에 초점을 두고 특유의 서정적인 문체로 사실적이면서도 몽환적으로 그린 소설이다. 악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30년을 보낸 소년의 시선을 통해 드러나는 서부 개척 신화의 피비린내 나는 역사를 냉철히 비판한 소설 <핏빛 자오선>, 재미가 있거나 가독성이 좋지도 않았지만 끝까지 읽을 수밖에 없는 묵직함과 엄숙함을 가진 작품이라 추천하고 싶다. 


댓글(6) 먼댓글(0) 좋아요(1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호우 2023-03-11 09: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엄청난 얘기인데 읽어보고 싶기도 하네요

coolcat329 2023-03-11 12:41   좋아요 0 | URL
영혼을 사로잡는다는 그 문체를 오리지날로 맛을 못 보니 참 아쉬웠습니다. 호우님도 기회되시면 읽어보세요~따뜻한 주말 잘 보내시구요~

Falstaff 2023-03-11 15: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하여간 매카시, 이 인간은 에휴, 말을 말아야지, 징글징글해요. 근데 별오. 흠. 안 속겠습니다. ㅋㅋㅋ

coolcat329 2023-03-11 15:47   좋아요 1 | URL
아 골드문트님 매카시 안좋아하시는 거 알아요 ㅎㅎ
저는 이 소설 읽으며 콘라드의 <어둠의 심연>이 떠올랐어요. 제가 좀 이런 묵시록적인 분위기를 좋아하는 거 같아요.
징그럽게 피곤한 소설인 건 맞습니다. 😓

바람돌이 2023-03-11 23: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매카시는 모두 다 예쁜 말들 하나 읽었는데 좋았어요. 그런데 그 뒤 다른 책의 평이 대부분이 이렇게 잔혹함이 먼저 나오는지라 읽을 엄두를 못내고 있어요. ㅠ.ㅠ

coolcat329 2023-03-12 04:59   좋아요 1 | URL
잔혹하기도 하지만 400페이지 넘게 사막, 초원, 바위 산 등을 뭐에 홀린듯이 쫓아다니는 기분이라 피로하더라구요. 좋은 일은 없는데 말이죠. 😥
<모두 다 예쁜 말들>저 갖고 있어요. 국경 삼부작의 1권이라 아마도 다음에 읽을 매카시 작품이 될 거 같네요.
좋으셨다니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