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시끄러운 고독
보후밀 흐라발 지음, 이창실 옮김 / 문학동네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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얇아서 만만하게 봤는데 중간에 읽다가 포기할 뻔했다. 은유로 가득한 이 책은 천천히 읽어야 한다. 혼돈의 시대, 책 속에서 삶의 의미를 찾은 한 남자의 이야기를 통해 ‘나에게 책은 어떤 의미인가?‘ 생각해본다. 작가가 자신이 쓴 책들 가운데 가장 사랑하는 책이라고 한 이유를 알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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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감 2024-10-08 21:5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체코 삼인방 중에 흐라발이 제일 시러요... ㅋㅋㅋㅋ

coolcat329 2024-10-09 08:44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
참 좋은 작품인데 제가 부족해서 ㅠㅠ
 
유골에 대한 기이한 취향 캐드펠 수사 시리즈 1
엘리스 피터스 지음, 최인석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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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 수도원을 배경으로 하는 역사추리소설인 '캐드펠 수사 시리즈'가 완간 30주년 기념 개정판으로 나왔다. 예전에 구판으로 열 권 넘게 가지고 있었는데, 어디다 처분했는지 다 사라지고 잊고 있었는데 이렇게 세련된 표지로 다시 나와 굉장히 반가웠다. 


소설의 배경은 12세기 영국으로 캐드펠은 잉글랜드 '성 베드로 성 바오로' 수도원의 수도사다. 57세의 그는 현재 수도원에서 채소밭을 가꾸며 평화로운 노년을 보내고 있으나, 젊은 시절에는 십자군으로 전쟁에 참여하고 다양한 모험과 함께 여자들과의 추억도 간직한, 독자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인물이다. 


<유골에 대한 기이한 취향>은 캐드펠 수사 시리즈의 첫 작품으로 수도원에서 정적인 삶을 즐기고 있는 캐드펠 수사에게 귀더린의 성녀, 위니프리드의 유골을 가져오라는 임무가 맡겨지면서 시작된다.

당시 수도원들 사이에서는 성인의 유골을 둘러싼 경쟁이 치열했는데, 수도원의 명성을 드높이는 데 성인의 유골만한 게 없기 때문이다. 때마침 한 수사가 꿈에서 웨일스, 귀더린의 성녀 위니프리드의 계시를 받았다며 흥분하고, 그렇잖아도 성인의 유골을 찾는데 전력을 다하고 있던 부수도원장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유골 안치 작업에 나서게 된다. 

부수도원장을 위시하여 캐드펠과 수사들은 성녀의 유골을 가지러 웨일스의 귀더린으로 떠나는데, 역시나 일은 그들의 뜻대로 순조롭게 풀리지 않는다. 

평화롭게 살던 귀더린의 주민들은 웨일스 성녀의 유골을 가져가겠다고 갑자기 나타난 잉글랜드의 수사들을 보고 당황하며 유골 이장을 반대하는데 설상가상으로 그들을 대변하던 지주가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이에 캐드펠은 조용히 그러나 예리하게 사건을 들여다보며 감춰둔 추리 능력을 발휘하기 시작한다. 


이 시리즈의 매력은 무엇보다 900년 전 중세의 모습을 볼 수 있다는 데 있다. 당시 사람들이 어떻게 살았는지 그 시대의 분위기를 생생하게 담고 있어 마치 내가 그곳에 들어가 있는 느낌이 든다. 인물들에 대한 묘사도 생생해 인물의 특징을 파악하는 데 어려움이 없다.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이 소설의 가장 큰 매력은 땅딸막한 키에 안짱다리인 57세의 노수사, 캐드펠일 것이다. 마지막 그가 사건을 마무리하는 방식을 보고 살짝 놀랐다. 직업은 수사이지만 그의 일처리 방식은 종교에 치우쳐 있지 않다. 그의 추리력은 분석적이고 날카롭지만 인간을 바라보는 그의 마음은 따뜻하고 융통성이 있으며 합리적이다. 캐드펠 수사의 행동을 보며 '예수님이 말씀하신 진정한 사랑과 관용이 이런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 시리즈도 계속 읽어볼 생각이다. 무엇보다 나는 캐드펠 수사의 파란만장했던 과거가 참 궁금하다. 특히 많은 여자들과 관련된 추억이...ㅎㅎ


"캐드펠 형제, 형제가 없었으면 어떻게 했을까요? 난 여자 앞에만 가면 뭘 어찌해야 할지 통 모르겠습니다. 수도원에서 생활하는 형제가 어디서 여자 다루는 법을 그렇게 배웠는지 참으로 놀랍군요." (p.270)



BBC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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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현대문학 가가 형사 시리즈 개정판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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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초반 밝혀지는 범인, 그러나 범인은 왜 살인을 했는지 절대 말하지 않는다. 이 소설은 ‘범인은 누구인가‘가 아닌, ‘왜 이런 범죄를 저질렀는가?‘ 그 동기를 파헤치는 데 초점을 맞춘 작품. ‘가가 형사 시리즈‘ 중 최고라고 해서 읽었는데, 추리소설로서 완성도가 높은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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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감 2024-10-08 21: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거 소문듣고 기대치가 높았던 탓에 확 실망했었어요. 동기를 찾는다한들 이미 결과는 정해져있다보니 흥미가 뚝 떨어져서리...ㅋㅋㅋ

coolcat329 2024-10-09 08:42   좋아요 0 | URL
아 그러셨군요! 저는 설정이 독특해서 또 괜찮더라구요. 😉
 
내 이름은 빨강 1 민음사 모던 클래식 1
오르한 파묵 지음, 이난아 옮김 / 민음사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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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나는 빨강이어서 행복하다! 나는 뜨겁고 강하다. 나는 눈에 띈다. 그리고 당신들은 나를 거부하지 못한다. (p.333)


2006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오르한 파묵(Orhan Pamuk 1952 ~ )의 대표작 <내 이름은 빨강>은 그동안 참 읽고 싶었던 책이었다. 근데 친구가 이 책을 몇 년에 걸쳐 읽는 것을 보고 '꽤나 지루하고 어려운 소설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 계속 미뤄 왔었다. 그러다 어쩐 일인지 이번 여름, 이 책이 자꾸 생각나 마침내 읽었는데...세상에! 처음부터 너무 너무 재미있는 것이 아닌가! 

매력적인 제목, 시체의 독백으로 시작하는 강렬한 도입부, 59장에 걸쳐 화자가 번갈아가며 바뀌는 구성, 이국적인 이슬람 전통 회화에 대한 다채로운 이야기와 알려지지 않은 세밀화가들의 삶과 예술, 과연 살인자는 누구인지 끝까지 읽지 않을 수 없는 추리소설의 형식 등...그야말로 문학성과 읽는 재미를 모두 갖춘 그런 멋진 소설이었던 것이다!


<내 이름은 빨강>은 1591년 겨울, 이스탄불 외곽의 버려진 우물 바닥에 죽어 누워 있는 시체의 독백으로 시작한다. 이 문장을 읽고 이 책을 읽지 않을 수 있을까? 


["나는 지금 우물 바닥에 시체로 누워 있다. 마지막 숨을 쉰 지도 오래되었고 심장은 벌써 멈춰 버렸다. 그러나 나를 죽인 그 비열한 살인자 말고는 내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아무도 모른다." (p.13)]


시체는 오스만 제국의 궁정 화원(畵院) 소속 화가인 엘레강스. 땅에 묻히지 못하고 우물에 버려진 그의 영혼은 육체와 분리되지 못해 고통에 몸부림치며 나흘 전 자신이 어떻게 살해당해 우물에 던져 졌는지 이야기한다. 


사건이 일어나기 전의 상황을 간략히 이야기하자면 2년 전, 술탄의 대사 자격으로 베네치아에 갔던 에니시테는 궁전 벽에 걸린 그림을 보고 '초상화'라고 불리는 서양화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된다. 이스탄불로 돌아온 그는 술탄을 설득해 비밀리에 서양 화풍의 삽화가 들어간 책 제작을 맡게 되고, 궁정 화원에서 가장 기예가 뛰어난 장인들을 선발해 작업에 들어간다. 선발된 세밀화가들은 에니시테의 지시대로 그림을 그리면서 조금씩 서양 미술의 영향을 받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화가들 사이에 갈등이 싹튼다. 엘레강스도 이들 중 한 사람으로 그는 자신의 죽음이 오스만의 종교와 전통, 세계관을 부정하는 자들과 관계가 있다고 주장한다. 


소설의 큰 틀은 누가 엘레강스를 죽였는지 범인을 추적해 나가는 추리소설의 형식이지만, 작가는 살인사건에 집중하기 보다는 시대와 정치적 변화 속에서 전통을 고수하려는 화가와 새로운 화풍을 받아들이려는 화가들 사이의 갈등을 통해 신과 인간, 서양과 동양 가치관의 충돌 등을 마치 세밀화처럼 섬세하게 보여주는 데 더 많은 공을 들인다. 


소설은 장(章)마다 여러 인물과 사물이 번갈아 등장하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독특한 방식으로 전개된다. 사람 뿐만 아니라 시체, 개, 나무, 금화, 악마, 말, 빨강색까지 화자로 등장해 오스만 제국의 예술과 문화, 각 인물의 처한 상황 등을 다양한 시각에서 보여준다. 과거 이슬람 전통 세밀화와 세밀화가들에 대한 매혹적인 이야기도 흥미롭고 어딘가에 있을 범인에 대한 단서를 기대하며 읽는 재미도 쏠쏠하다.


유럽과 아시아, 두 문화의 경계에 위치한 튀르키예 작가답게 오르한 파묵은 대립할 수밖에 없는 두 문명의 충돌과 갈등을 오스만 제국의 예술가들의 치열한 삶을 통해 보여준다. 

대상을 인간의 시선으로 원근법을 사용하여 사실적으로 재현한 서양의 화가들과 달리 동양 이슬람의 화가들은 높은 곳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신의 시선으로 대상을 '평면적이고 투시적으로 묘사'한다. 그러나 16세기 말, 오스만 제국이 슐레이만 대제의 정점을 지나 쇠락해 가던 시기에 르네상스 인본주의 정신이 담긴 유럽의 화풍이 들어오면서 이슬람 전통의 세밀화는 존재의 위기에 처한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화가들은 저마다 생각이 다르다. 어떤 이는 유럽의 그림을 배움으로써 우리가 원하는 것을 취할 수 있다고 보는 반면, 어떤 이는 이를 신성모독이자 오스만의 '순수성을 훼손하는 행위'로 본 것이다. 


오르한 파묵의 작품은 처음 읽었는데, 정말 기대 이상이었다. 작가의 그림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묘사는 아름답고 전체적으로 비장미가 감도는 아주 매혹적인 소설이다. 거기다 지적인 재미까지!


다음은 당시 오스만에서 최고의 예술로 인정받았던 헤라트 화파의 책 <휘스레브와 쉬린>의 살인 장면을 너무나 아름답게 묘사한 글이다. 



그자가 한 손에 단검을 쥐고, 다른 손으로 당신의 목을 잡고 있다고 생각해 보라. 섬세하게 그려진 벽과 창, 창틀의 장식, 졸린 목에서 새어 나오는 고요한 비명의 빛깔을 닮은 붉은 카펫의 구김살, 살인자가 당신을 죽일 때 보이는 역겨운 맨발과 그가 잔인하게 밟고 서 있는 이불의 화려하고 멋진 노란색과 보라색 꽃문양 등은 모두 동일한 효과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한편으로는 지금 보고 있는 그림의 아름다움을 강조하면서 동시에 머지않아 우리가 두고 가야 할 세상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상기시키는 것이다. 이 그림을 보면 그림과 세상의 아름다움은 나의 죽음과는 무관하며, 설사 사랑하는 아내가 옆에 있다 하더라도 나의 죽음은 철저히 나 혼자만의 몫이라는 사실을 깨닫는 아찔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 (p.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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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lstaff 2024-09-22 07: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무척 재미있게 읽은 책입니다. 오래 전이라 이제 기억이 잘 나지 않았었는데 쿨캣 님 리뷰 읽으니까 아참 그랬지, ㅋㅋㅋㅋ

coolcat329 2024-09-22 07:41   좋아요 1 | URL
폴스타프님도 재미있게 읽으셨군요! 1998년에 발표한 책인데 국내에서는 2004년에 처음 번역됐으니 20년이나 지났네요. 서양그림에 밀려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진 이슬람 세밀화에 대한 작가의 애정과 슬픔이 느껴져서 여운이 더 많이 남았습니다.
 
케냐 니에리 레드 마운틴 AA - 200g, 홀빈
알라딘 커피 팩토리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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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따뜻한 커피를 마시고 싶어 정성껏 드립을 내려 마시다가 나도 모르게 얼음을 넣어서 아이스로 마시게 된다. 아이스커피는 진정한 커피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케냐는 아이스도 좋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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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lstaff 2024-09-12 20:5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다음 주부터 즐길 거 같습니다. ^^

coolcat329 2024-09-13 13:53   좋아요 2 | URL
저도 그러고 싶어요~~🥹

페크pek0501 2024-09-20 17:1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번 여름은 너무 더워서 뜨거운 커피를 마실 수가 없더군요. 원래 뜨거워야 커피는 제 맛인데 말이죠. 케냐는 아이스도 좋군요.^^

coolcat329 2024-09-20 18:19   좋아요 2 | URL
케냐는 아이스가 더 나은 거 같아요. 페크님 계신 곳도 비가 오나요? 이 비가 지나가면 정말 가을이 온다네요. 곧 따뜻한 커피 즐길 수 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