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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의 슬픔 ㅣ 아시아 문학선 1
바오 닌 지음, 하재홍 옮김 / 도서출판 아시아 / 2012년 5월
평점 :
<전쟁의 슬픔>은 베트남 작가 바오 닌(1952~)이 1991년에 발표한 첫 장편 소설로 같은 해 베트남 작가 협회 최고 작품상을 비롯해 여러 상을 수상하고 베트남 문학 최초로 16개국 언어로 번역, 출간된 작품이다.
팀 오브라이언의 베트남 전쟁을 소재로 한 <그들이 가지고 다닌 것들>을 읽고 베트남 작가의 이 소설을 이어서 읽으면 좋겠다 생각해서 이번에 읽게 되었다.
바오 닌은 1969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열일곱 살에 베트남 인민군에 자원 입대하여 1975년 전쟁이 끝날 때까지 전쟁에 참전하였고, 전후에는 전사자 유해 발굴단에서 활동하였다.
이 작품이 전 세계적으로 커다란 반향을 불러일으킨 것은 바로 이런 작가의 체험이 소설 속에 고스란히 녹아 있기 때문이다. 시공간을 넘나드는 방식으로 전개되는 이야기는 전쟁이 인간의 영혼에 얼마나 큰 상처를 남기는지, 그 상처는 그 어떤 것으로도 치유될 수 없음을 작가만의 슬픈 언어와 문장으로 깊이있게 보여준다. 제목이 보여주듯이 그야말로 '전쟁의 슬픔'이 매 페이지마다 진하게 배어 있다.
[다른 사람을 살리기 위해 한 사람이 쓰러져야 한다는 것은 전혀 새로운 얘기가 아니다. 정말 그렇다. 그러나 끼엔이 살아남은 대신 이 땅에 살아갈 권리가 있는 우수하고, 아름답고, 누구보다 가치가 있는 사람들이 모두 쓰러지고, 갈가리 찢기고, 전쟁의 폭압과 위협 속에 피의 제물이 되고, 어두운 폭력에 고문 당하고 능욕 당하다 죽고, 매장되고, 소탕되고, 멸종되었다면 이러한 평안한 삶과 평온한 하늘과 고요한 바다는 얼마나 기괴한 역설인가. (p.266)]
소설 속 주인공 북베트남 인민군 끼엔은 1975년 4월 사이공이 함락될 때까지 10년 동안 치른 전쟁에서 구사일생으로 살아 남아 마침내 전쟁에서 승리하지만 너무 나도 많은 것을 잃는다. 전쟁은 한 개인이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큰 고통과 슬픔 만을 남겼을 뿐이다.
[정의가 승리했고, 인간애가 승리했다. 그러나 악과 죽음과 비인간적인 폭력도 승리했다. 들여다보고 성찰해 보면 사실이 그렇다. 손실된 것, 잃은 것은 보상할 수 있고, 상처는 아물고, 고통은 누그러든다. 그러나 전쟁에 대한 슬픔은 나날이 깊어지고, 절대로 나아지지 않는다. (p.266)]
전쟁의 진짜 모습을 그린 전쟁 소설이자 그 전쟁이 만들어 낸 슬픔-잃어버린 청춘과 사랑에 관한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