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충실한 마음 ㅣ 델핀 드 비강의 마음시리즈 1
델핀 드 비강 지음, 윤석헌 옮김 / 레모 / 2019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충실한 마음>은 현재 프랑스 소설가, 델핀 드 비강(Delphine de Vigan 1966~)이 2018년 발표한 소설로 '인간 관계에 대한 짧은 소설 시리즈' 중 첫 번째 작품이다.
시나리오를 쓰고 영화를 감독하기도 했던 비강은 2001년 작가로 데뷔, 차근차근 작가로서 입지를 다져 나가다 2007년에 발표한 <길 위의 소녀>로 세계적인 성공을 거두고, 2011년에는 자전적 소설인 <내 어머니의 모든 것>을 발표하면서 문학성과 대중성을 획득한다. 그리고 2015년에는 <실화를 바탕으로>로 기자들이 수여하는 상인 '르노도상'을 수상, 현대 프랑스 문단을 대표하는 작가로 인정을 받게 된다.
<충실한 마음>은 작가가 르노도상을 받은 후 3년 만에 발표한 작품이라 당시 많은 주목을 받았는데, 현재 시리즈 두 번째 작품 <고마운 마음>도 번역되어 나와 있다.
작가는 이 소설이 나오게 된 배경으로 '개인이나 가족 혹은 사회와 연결된 다양한 형태의 충실함을 다뤄보고 싶었'(p.5)다고 한국의 독자들에게 보내는 글에서 밝힌다.
소설의 첫 페이지에서 '충실한 마음'을 '우리를 바로 서게 하는 가치', '우리의 날개이자 굴레', '우리의 힘이 펼쳐지는 발판, 그리고 꿈을 묻어둔 참호'(p.11) 등으로 정의하는데, 이 소설은 이런 충실함의 다양한 모습을 네 명의 인물인 테오, 엘렌, 마티스, 세실을 통해 보여준다.
각기 다른 상처가 있는 네 명의 인물들, 그들이 보여주는 '충실한 마음'은 모두 다르지만 그 핵심에는 뭔가를 보호하고 지키고 싶다는 마음이 깔려 있다. 테오는 엄마와 아빠를, 엘렌은 어렸을 때 자기 자신과 했던 약속을, 마티스는 테오를, 세실은 잃어 버렸던 자기 자신을.
네 명의 주인공이 지키고자 했던 충실한 마음은 단어가 주는 긍정적 느낌처럼 좋기만 한 것일까? 그 충실함이 자신의 삶을 갉아 먹고 무의미하게 만든다면 과연 그 충실함은 정직한 충실함이라고 할 수 있을까?
특히 가족이라는 이유로 지켜야 하는 충실함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나 자신을 파괴하면서까지 그 충실함을 지켜야 하는가?
이 소설을 다 읽고 나서, 나는 이런 의문과 함께 무조건적인 충실함이 얼마나 큰 고통과 파괴를 가져오는지 알게 되었다.
자기 자신에게 충실한 것이 가장 중요하냐는 질문에 비강은 "충실함은 파괴적인 속성을 지니기도 해요. 그러니 자신의 충실함을 이해하고 분석할 수 있는 능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p.221) 라고 말한다.
나를 위해서 또는 타인을 위해서 내가 가진 충실함은 어떤 속성을 지녔는지 늘 살펴봐야 한다는 말일 것이다.
이 책은 지난 달 내 생일에 친구가 보내준 책이다.
이 시리즈는 총 삼부작이라고 하는데 두 번째 소설<고마운 마음>과 세 번째 소설도 나오면 읽고 싶다. 가벼운 문체에 길지 않은 책이지만 담고 있는 주제는 무거운 작품이다. 책을 읽으면서 다양한 인간 관계 속에서 충실한 마음을 갖는다는 건 어떤 의미인지, 얼굴만 들여다 볼 것이 아니라 내 마음도 들여다 보며 살아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마지막으로 마티스가 처음 테오 집에 갔다가 집으로 돌아오면서 누나와의 어린 시절을 추억하는 장면을 올려본다. '우리를 바로 서게 하는 가치', '우리의 힘이 펼쳐지는 발판', '꿈을 묻어둔 참호'와 같은 마티스의 '충실한 마음'이 참 예뻐서...
[걸어가면서 그는 소니아와 함께 뱅센 숲에서 돌멩이를 줍던 어린 시절을 떠올렸다. 그는 돌멩이들을 다친 참새라고 얘기하곤 했다. 조심스럽게 그것들을 잡아 손가락 끝으로 쓰다듬었고, 때로는 기운을 북돋워주기 위해 대화를 건네기도 했다. 고쳐주겠다고, 키워주겠다고 약속했고, 곧 날 수 있을 거라고 말했다. 이윽고 돌멩이가 손바닥의 열기를 빨아들이면, 그래서 기력을 차린 듯싶으면, 그는 막 구해준 다른 돌멩이들로 채운 주머니 속에 그것을 넣었다. (p.1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