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들린은 자신과 애비게일의 성을 결혼하기 전에 쓰던 원래 성으로 바꿨다. (그리고 에드와 결혼할 땐 다시 성을 바꾸지 않겠다고 했다. 성을 바꾸는 게 어처구니없다는 걸 알게 되기 전까지만 여자는 성을 여러 번 바꿀 수 있는 거다.)
"항상 생각했어. 애비게일은 네이선을 나만큼은 사랑하지 않을 거다. 그게 우리를 버리고 떠난 네이선이 받을 벌이다, 라고 말이야." 매들린은 에드에게 그렇게 말했다.
갑자기 보니가 더없이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네이선 옆에 나타났다. 보니는 항상 더없이 행복하게 웃었다. 매들린 생각에 보니는 마약을 하는 게 분명했다.
"정말 미안하지만, 매디. 이건 정말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냐." 애비게일이 태어나고 3주가 됐을 때 네이선은 그렇게 말했다.
그래서 그로부터한 시간 뒤에 네이선이 길고 빨간 크리켓 가방에 자기 옷을 담고, 자기 아기를 마치 남의 아기 보듯이 흘긋 쳐다본 뒤에 집을 나서는 모습을 보는 순간, 놀라서 기절하는 줄 알았다. 매들린은 아름다운 자기 딸을 그런 식으로 아무렇게나 흘긋 쳐다보던 남자를 죽을 때까지절대로 잊지도 용서하지도 않을 거다.
하지만 페리가 아닌 다른 남자와 함께한다는 생각을 하면 피곤하고 늘쩍지근한 기분이 들었다. 너무나도 지루했다. 다른 남자에겐전혀 관심이 없었다. 페리만이 셀레스트를 살아 있다고 느끼게 했다. 페리를 떠나면 셀레스트는 독신으로 살면서 평생 지루해할 거다. 그건 불공평했다. 페리가 셀레스트를 망쳐버린 거다.
가브리엘: 그게, 매들린이 제인을 너무 감싸고 돈 것도 문제지 뭐예요. 꼭 동생을 보호하려는 극성맞은 언니 같았다니까요. 제인에 관해 진짜 하찮은 험담이라도 하잖아요? 그럼 꼭 광견병에걸린 개처럼 덤벼들었다니까요.
☆페리 서프라이즈는 몇 년 전에 페리가 발명한 칵테일이다. 초콜릿, 크림, 딸기, 계피 맛이 났고, 페리가 만들어준 페리 서프라이즈를 마신 여자들은 모두 미친 듯이 페리 서프라이즈를 원했다.
페리는 항상 셀레스트가 자신을 정말로 사랑하진 않는다는 증거를 찾으려 했다. 이런 일은 페리가 기대하는 일이다. 정말로 셀레스트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증거를 찾은 거고, 이제 화내도 되는 이유를 찾은 거다.
며칠 뒤에 페리가 다시 출장을 가기 전까지, 이 세상에서 셀레스트만큼 사랑받는 여자는 없을 거다. 셀레스트의 일부는이 감정을 즐겼다. 학대받는다는 사실에 전율하고 울부짖으면서도당연하게 여기는 감정을 말이다.
셀레스트는 진짜 가정 폭력의 피해자에 관한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정말 끔찍하고, 정말로 실재적이었다. 진짜 가정 폭력에 비하면페리가 하는 건 어린애 장난이다. 페리의 폭력은 보잘것없어서 굴욕적이기까지 하다. 너무...... 조잡하기 때문이다. 너무 유치하고 진부했다.
페리는 바람은 피우지 않는다. 도박도 하지 않는다. 술주정뱅이도아니다. 셀레스트의 아빠가 셀레스트의 엄마를 무시하듯이, 셀레스트를 무시하지도 않았다. 그게 더 끔찍한 건지도 모른다. 무시당하는 것. 보이지 않는 것처럼 취급하는 것.
페리가 분노하는 건 병이 있기 때문이다. 정신병이다. 페리가 자제하려고 한다는 것, 폭발하려는 감정에 저항하려 한다는 것은 셀레스트도 알았다. 분노를 표출할 때 페리는 마치 약을 한 것처럼 눈이붉어지고 흐리멍덩해졌다. 말조차도 이성적으로 하지 못했다. 화가났을 때 페리는 페리가 아니었다.
사만다. 퀴즈의 밤에, 페리랑 셀레스트가 들어왔던 순간은 절대 잊지 못할 거예요. 방 전체에 잔잔한 물결이 이는 것 같았으니까요. 모든 사람이 하던 일을 멈추고 두 사람을 쳐다봤어요.
☆무슨 일이 있었는지 내 나름대로 생각한 게 있긴 해요. 하지만죽은 사람한테 나쁜 말은 안 할 거예요. 우리 집 네 아이에게도늘 하는 말이지만 ‘좋은 말을 안 할 거면 입을 열면 안 되는 거예요.
셀레스트는 눈물이 날 때까지 허벅지를 세게 꼬집었다. 내일이면퍼렇게 멍이 들겠지. 셀레스트가 셀레스트에게 주는 멍이었다. 셀레스트는 멍이 점점 진해져 거의 검게 보이다가 보라색과 청록색을 지나 서서히 사라져가는 모습을 보면 기분이 좋았다. 그건 셀레스트의취미였고, 관심사였다. 무슨 일에든 관심을 갖는 건 좋은 거다. 셀레스트는 미쳐가고 있었다.
하지만 애비게일이 떠난다는 생각은 결국 복부를 강타하는 것처럼 매들린에게 다시 돌아왔다. 그럴 때면 매들린은 산고를겪는 산모처럼 얕은 숨을 몰아쉬어야 했다.
☆☆책은 1920년대가 배경이었고, 제인으로선 좋았다. 단지 재미로책을 읽은 건 정말 오랜만이었다. 소설을 읽다니, 꼭 정말 사랑하던휴가지에 또다시 돌아온 느낌이었다.
아이들은 모두 이런 식이다. 뭔가 민감하고 논란이 될 만한 분위기를 감지하면 꼬마 검사라도 된 것처럼 부모를 계속해서 몰아붙이는 거다.
☆ 진실이란 건 언제나, 언제나, 그러니까 언제나……." "마음에 드는 건 아니지."
옷을 입는 동안 제인은 굳이 벌거벗은몸을 남자에게 숨기려고 하지 않았다. 남자가 제인을 수술해 끔찍한부분을 떼어버린 의사 같았기 때문이다. 이미 그것이 얼마나 끔찍한지 남자가 아는데, 굳이 감출 필요가 어디 있을까?
"어째서 그 두 단어에 유독 이상하게 휘둘리는지 모르겠어요. 그남자, 나한테 더한 것도 했는데, 정말로 날 아프게 하는 건 그 두 단어예요. 뚱뚱하고 추하다는 거 말예요."
내 말은, 그러니까 남자가 뚱뚱하고 추하면 웃기기도 하고 사랑스럽기도 하고, 성공하는 데 아무 지장이 없잖아요. 하지만 여자가뚱뚱하고 추하면 아주 부끄러워해야 하는 거 같아요."
"정말로 그랬으면요? 그게 제가 하고 싶은 말이에요. 정말로 좀뚱뚱했고 특별히 예쁜 건 아니었으면요? 그건 너무 끔찍하지 않아요? 너무 역겹잖아요. 그건 이 세상이 끝난 것과 같다고요."
매들린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뚱뚱하고 추해진다는 건 매들린에겐 정말로 세상이 끝난 것과 같았으므로,
"여자의 자부심은 전적으로 외모에 있기 때문이에요. 그게 이유예요. 우린 외모지상주의에 사로잡힌 세상에서 살고 있으니까요. 여자에게 가장 중요한 건 남자에게 매력적으로 보이느냐 아니냐인 세상요."
"그런데, 매들린, 내가 정말 화가 나는 건 그 말이 너무 충격적이었다는 거예요. 날 화나게 하는 건 그 남자에게 나를 지배할 능력이 있었다는 거예요. 매일같이 전 거울을 보면서 생각해요. 난 더는 과체중이 아니야. 하지만 그 남자가 옳아, 난 여전히 추해, 하고요. 이성적으로 생각해보면 내가 추하지 않다는 걸 알아요. 완벽하게 그런대로 괜찮은 외모라는 걸요. 하지만 난 내가 추하게 느껴져요. 한 남자가 그렇게 말했기 때문에 그렇게 된 거예요. 정말 한심하다니까요."
"남편이 날 다치게 하면 할수록 내 위치는 더 높아지고, 거기서 머부는 시간도 길어져요. 그렇게 몇 주가 지나면 분위기가 바뀌는 게느껴져요. 남편이 더는 죄책감을 느끼지 않고 미안해하지도 않는 거죠. 그때가 되면 멍도, 음, 난 멍이 잘 드는데, 명도 사라져요. 그러면 아주 작은 일을 가지고도 남편은 내게 화를 내게 돼요. 나한테 짜증이 나는 거에요
두 사람이 하는 논쟁은 항상 이런 식으로 흘러갔다. 매들린이 화를 내면 낼수록 기이하게도 에드는 차분해졌다. 인질을 잡고 있는시한폭탄을 가진 미치광이랑 협상하는 요원처림 들릴 때까지 계속해서 차분해졌다. 매들린은 그 점이 정말 짜증 났다. "지금 자긴 피해자를 비난하고 있잖아!"
매들린은 차갑고 황량한 아파트에 앉아 있는 제인을 생각했다. 자신의 슬프고도 추악한 얘길 할 때 제인의 얼굴에 떠올랐던 표정을, 그렇게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분명히 느끼고 있는 수치심을 생각했다. 제인은 "내 책임이기도 해요" 라고 말했다. "큰일이 아니에요" 라고도 말했다.
☆블루블루스는 태양빛과 조명으로 가득 차 있었고, 톰은 장작으로때는 난로를 피웠다. 블루블루스에 들어올 때마다 제인은 기쁨의 숨을 가볍게 내쉬었다. 블루블루스에 들어오는 순간 축축하고 암울한아파트를 떠나 비행기를 타고 완전히 다른 계절이 펼쳐지는 공간으로 들어간 것만 같았다.
매들린에게 색슨 뱅크스 얘길 했기 때문이다. 뱅크스가 뱉어낸 바보 같은 말들을 입 밖으로 내뱉었기 때문이다. 그 말들이 힘을 가지려면 비밀을 유지해야 했다. 이제 그 말들은 힘이 빠졌다. 비닐로 만든 성이 공기를 빼면 쭈글쭈글해지면서 축 늘어지는 것처럼,
더구나 색슨은 초등학생이나 하는 유치한 말들을 내뱉었다. 너 냄새나. 너 추하게 생겼어. 제인도 자신이 그날 밤 보였던 반응이 너무 과했다는, 아니 어쩌면 너무도 부족했다는 사실을 잘 안다. 제인은 한 번도 울지 않았다. 누구에게도 그날 일을 말하지 않았다. 그저 모든 걸 꿀꺽 삼키고, 아무 의미도 없는 체했다. 그 때문에 모든 게 의미를 갖게 되어버렸다.
☆☆"라피스라고, 청금석이라는 보석이에요. 마음의 상처를 치유해준대요. 그런 미신은 안 믿지만, 어쨌든, 아주 예쁘잖아요."
☆포근함, 머핀의 맛, 이제는 친숙해진 커피 향, 오래된 책 냄새, 제인은 포크로 머핀을 크게 떼어 먹고 크림을 조금 긁어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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