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로 묶은 머리를 이리저리 흔들면서 
휴대폰이 나침반이라도되는 양 손에 꽉 쥐고선 도무지 시선을 떼지 못하잖아. 

그 모습을 볼때마다 폰더 부인은 웃음이 터져 나왔다. 
하지만 사랑스럽다고 생각했다

갈등은 모두 누군가의 마음이 다치는 걸로 시작해요. 그렇지 않나요? 

나이에 대해 생각해봤다. 매들린에게 마흔‘은 열다섯 살과 비슷하게 느껴졌다. 그러니까 정말 재미없는 나이라는 생각이 드는 거다.
인생의 한가운데 고립된 나이, 마흔이 되면 아무것도 중요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마흔이란 나이는 진짜 감정을 불러일으킬 수 없다. 마흔이란 촌스러운 나이가 모든 충격을 완벽하게 흡수해버리기 때문이다.

앞으로 전개될 모든 이야기는 이 순간에 시작한 게 분명하다.
한 사람이 발목을 심하게 삐었을 때 말이다.

"저 아줌마 괜찮을까?"
지기가 물었다.
제인은 익숙한 당혹감을 느꼈다. 내 일만으로도 정신이 없을 때뭔가가(특히 지기일 때가 많은데) 제인에게 상냥하고 평범하고 예의 바른어른처럼 행동하라고 촉구할 때 느끼는 감정이었다.
지기만 없었다면 제인은 그냥 갔을 거다.

제인은 깜짝 놀랐다. 이렇게 생긴 여자와 내가 공통점이 있다니?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다. 두 사람이 인생의 어느 때엔 같은 장소에존재할 운명이라니.

가브리엘: 학교가 완전히 둘로 갈라졌다니까요. 아시죠? 왜 남북전쟁처럼요. 누구든지 매들린 팀이 되거나 레나타 팀이 되어야했던 거예요,

☆☆울퉁불퉁한 밝은 파란색 벽에 오래된 책이가득 꽂힌 낡은 책장이 쭉 늘어서 있고, 나무로 된 바닥은 아침 햇살을 받아 황금빛으로 빛났다. 제인은 커피와 빵과 바다와 낡은 책이뿜어내는 향기에 취할 것 같았다. 카페 전면은 막힌 데 없는 유리로되어 있고 모든 의자가 앉으면 해변을 바라보도록 배치되어 있어서,
바다는 공연을 하는 무대 같고 카페는 공연을 바라보는 객석처럼 느껴졌다.

 피리위 반도에 놀러왔다가 한 아파트에 걸린 임대 표지를 보고 해변에서 살아야겠다고 결정했다고 말했다.
거짓말은 아니었다. 그러니까 완전히 거짓말은,

제인이 매들린에게 말하지 않은 건 이런 거다. 그날 모래가 잔뜩묻은 아들의 손을 잡고 차를 향해 걸어갈 때 제인은 마음속으로 간절히 외쳤다. 간절히 갈망하면서, 그러니까 애원하듯이, 해결해달라고 구제해달라고 구원해달라고 도와달라‘ 고 외쳤다. 무엇으로부터구원해달라는 걸까? 어디서 구제해달라는 거지? 무얼 해결해달라는거냐고? 그날 제인은 숨을 제대로 쉴 수 없었다.

"우리, 여기로 이사 올까?"
제인의 말에 지기는 두 눈을 반짝였고, 그 순간 제인에겐 그 아파트가 어떤 문제가 됐건 모든 문제를 완벽하게 해결해줄 해답처럼 느껴졌다. 원래 바다는 커다란 변화를 일으키는 곳이라고 하잖아. 상전벽해라는 말이 왜 생겼겠어? 우리도 크게 변할 수 있다고!

 애비게일은 자기 아빠가 아주 근사하다고 생각해요. 그 남자한테 원한이 쌓인 건 나밖에 없어요. 원한은 없애는 게좋다고들 하잖아요. 하지만 난 모르겠어요. 난 내 원한이 정말 좋아요. 꼭 작은 애완동물을 돌보는 거 같다니까요."
"나도 누군가를 진짜로 용서할 순 없어요."
제인의 말에 매들린은 씩 웃으면서 찻숟가락을 제인에게 쑥 내밀었다.

매들린은 여러 사교 모임을 자유롭게 돌아다니면서 쉽게 평생 친구를 사귀고 평생의 적을 만드니까. 아마 숫자로 따지면 적이 더 많을거야. 매들린은 논쟁을 즐기니까. 분노를 터트릴 때 그 어느 때보다행복해하니까.

이 세상 모든 사람이 부자가 되고 아름다워지길 바라지만, 정작 정말 부자고 아름다운 사람들은 자신도 다른 사람과 똑같은 척한다. 하, 정말 우습고 진부한 세상이다.

사람들은 파티에 초대받지 못하면 화를 내는 법이다.

그를 떠나야 할 적당한 시기가 있을 거다. 그러니까 아이들이 마지막 시험을 끝냈을 때, 시험 감독관이 ‘이제 펜을 내려놓으세요‘ 라고 말하는 순간, 그때가 바로 셀레스트가 결혼 생활을 끝낼 때다.
페리가 눈을 떴다.

하지만 잠자는 아이는 누구나 아름답지 않나? 정말로 끔찍한 아이들도 잠잘 때는 천사 같잖아. 우리 아들은 절대 그럴 리가 없다고어떻게 확신하지? 자기 아이를 제대로 아는 사람은 이 세상에 아무도 없잖아. 아이들은 어느 정도는 이방인 같은 존재야. 끊임없이 변하는걸, 계속해서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나 새롭게 자기소개를 하는거지. 잠자는 동안 새로운 특성이 나타나는 거야.

이런 삶을 정말로 좋아하다니, 이런 부끄럽고 추잡한 결혼 생활을유지하고 싶어 하다니, 자아가 들고 손상된 거 아닐까? 셀레스트에게 결혼 생활은 부끄럽고 추잡했다. 마치 셀레스트와 페리가 기이하고 역겹고 비정상적인 성관계를 맺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나는 저 남자를 미워하는 만큼 사랑하는 걸까? 아니면 사랑하는만큼 미워하는 걸까?

낯선 사람에게 두 사람의 진짜 결혼 생활을 솔직하게 보여줄 순없었다. 얼마나 부끄러운지, 자신들이 얼마나 추하게 행동하는지를말이다. 두 사람은 누가 봐도 근사한 부부였다. 사람들은 수년 동안두 사람을 보고 멋지다고 했다. 두 사람은 흠모의 대상이었고 질투의 대상이었다. 두 사람은 이 세상 모든 특권을 누렸다. 해외여행을다니고, 근사한 집에서 살고 있었다. 그런 두 사람이 그런 행동을 하다니, 그건 세상에 대한 배은망덕이고 무례였다.

잠시 동안 셀레스트는 고통으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하지만엄청난 말을 내뱉고 싶긴 했다.
우리 남편은 날 때려요, 레나타. 물론 얼굴은 안 때리죠. 아주 세련되게 때릴 줄 알거든요.
당신 남편도 때리나요?
만약에 당신 남편이 당신을 때린다면, 정말로 하고 싶은 질문은이거예요. 당신도 함께 때리나요?

"두 사람은 아주 다르잖아. 제인이랑 셀레스트 말이야. 근데 왜 난두 사람이 비슷하다고 생각하나 몰라. 왜 그런 느낌이 드는지 모르겠어."
에드가 읽던 책을 내려놨다.
"난 알겠는데."

"둘 다 손상됐기 때문이야."
"손상됐다니? 어떻게 손상됐단 거야?"
"그게, 난 손상된 여자를 구별할 수 있어. 그런 여자들하고 데이트를 해봤거든, 1킬로미터 밖에서도 상처받은 여자를 찾아낼 수 있어."

"나도 손상됐어? 그래서 나한테 끌린 거야?"
"아니, 전혀, 자긴 손상되지 않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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