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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로레스 클레이본 ㅣ 스티븐 킹 걸작선 4
스티븐 킹 지음, 김승욱 옮김 / 황금가지 / 2003년 11월
평점 :
스티븐 킹이 노벨 문학상을 받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는 대중작가이고, 호러킹이며, 주체할 수 없을 만큼 다작을 하는 인물이다. 삶에 대한 깊은 성찰이나 세상의 이치를 설명하는 위대한 이념 따위에는 관심을 두지 않는다. 그는 늘 ‘재미있는 이야기’를 써내는 것에 집착한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아니면 타고난 대중 친화적 성향 때문인지 그가 쓴 작품은 늘 베스트셀러라는 딱지가 붙는다. 글을 써서 어마어마한 돈을 벌어들이는 작가이자, 유령이나 흡혈귀, 초능력자의 이야기를 쓰는 작가에게 노벨문학상 후보로조차 거론될 리 없다.
그럼에도 가끔은 이런 생각이 든다. 스티븐 킹이 노벨상 후보로 거론되지는 않더라도 <돌로레스 클레이본>같은 작품이 세계문학 전집에 들어가는 것이 이상한 일인가?(최근 다시 출간된 중편집 <사계> 역시 마찬가지다!)
물론 아무렇지도 않게 진부한 설정을 끌고 들어오는 것이 눈에 거슬린다.(가령 주인공 돌로레스가 남편을 죽이기로 결심한 이유 같은 것.) 소재를 파고드는 치열함이 부족하다는 것 역시 아쉽다.(1960년대 이후 미국에서 여자이자 어머니로 살아간다는 것에 대한 성찰 같은 것.) 하지만 그의 용광로에는 순도 높은 걸작만을 걸러내기에는 너무나 많은 이야기들이 들끓고 있다. 그는 그냥 결대로 이야기들을 온전히 가려내기에도 바쁜 것이 아닐까.
<돌로레스 클레이본>을 읽으며 떠오른 또 다른 생각들.
1. 스티븐 킹은 욕을 아주 잘한다. 욕설은 그의 작품에서 항상 빠지지 않는데, 번역된 것만 보더라도 수위가 대단하다. 스티븐 킹 식으로 말하면, 기름 때 찌든 고기집 방석을 씹어 먹었는지 입이 건 인물이 매번 등장한다. 역시 번역의 문제로 제대로 파악할 수는 없지만, 욕설은 종종 캐릭터를 강화하는 큰 역할을 하기도 한다. 이런 욕설들을 원문에서 확인해보고 싶은데, 미국인들이 실생활 속에 쓰는 욕일까?
2. 이 소설을 각색한 영화 <돌로레스 클레이본>이 개봉했을 때 페미니즘 평론가들의 지지를 받았던 걸로 기억한다. 당시 영화도 보지 못했을 뿐더러, 원작자가 스티븐 킹이었다는 것도 몰랐고, 스티븐 킹의 소설도 좋아하지 않았다. 그의 작품을 하나씩 읽으며 뒤늦게 알게 된 사실은 스티븐 킹이 매우 남성적인 시선을 가진 작가라는 것. 그런 이유로 이 작품은 더 놀라웠다. 시종일관 돌로레스 클레이본의 일인칭 진술로 진행되는 소설의 육성은 육십대 아줌마의 그것이었으니까!
3. 결국 영화 <돌로레스 클레이본>은 TV에서 띄엄띄엄 본 걸로 기억하는데... 도대체 어떻게 각색을 했더라? 이건 영화라기보다 한편의 모노드라마에 가까운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