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학 씨는 최근 이 쪽(?)에서는 꽤 알려져 있으며, 열심히 활동하고 있는 역자입니다. 번역도 그리 나쁘지 않고요. 나쁘지 않다는 기준은 매끄러운 우리말입니다. 중딩 영어 수준인지라 오역인지 아닌지 판단할 눈도 없고 능력도 없습니다. 다만 그가 번역한 작품이 대체적으로 무난했기에 괜찮은 역자라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전 조영학 씨가 역자로 이름을 올라오면 일단 거부감을 느낍니다. 조영학 씨가 번역한 작품에서 반복되는 사소한 몇 가지가 매우 거슬리기 때문입니다. 불필요한 곳에서 ‘오버’한다는 선입견 때문이죠.

일단 필요이상의 비속어를 남발하는 것이 눈에 거슬려요. 기본적으로 욕은 욕으로 번역하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종종 과도하게 생동감을 부여하려는 듯 우리말 욕으로 번역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제임스나 데이비드같은 이름을 가진 미국인이 우리말 욕을 하는 것 같아 시쳇말로 깹니다. 원작의 분위기를 생생하게 전달하는 것도 좋지만 선이라는 것이 있거든요.

조영학 씨의 경우 간혹 캐릭터 특유의 말투를 살리기 위해 생경하고 말투를 쓰기도 합니다. 가령 <가라, 아이야, 가라>에서 풀레라는 형사는 늘상 “XX양아, ~~한다.” 식으로 말합니다. 마치 60년대 한국영화에서나 들을 수 있을 법한 말투죠.
“김양아,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뭐 이런 말투요.
도대체 어떤 영어를 구사하길래 이 형사는 다찌마와 리처럼 말하는 거죠? 시종일관 이런 말투를 고수하는 통에 정말 민망했습니다. “제나로 양아~”, “헨렌 양아~”
얼마나 민망했냐면, 중반 이후 큰 부상으로 사건 전개에서 아웃되었을 때 쾌재를 불렀습니다. 이제 민망한 말투를 읽지 않아도 돼!!!

또 다른 불만은 작품해설입니다. 불확실한 정보를 불변의 사실인양 소개하는 용기와 중요하지 않은 정보를 침소봉대하는 무모함을 몇 차례 보았습니다. 사용하고 있는 용어에 대한 이해조차 의심스러운 대목도 간혹 있었고, 언급하는 인물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는 걸까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습니다. 문외한인 제가 봐도 특정 장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이 보였거든요.
장르문학을 번역하는 번역자가 모두 전문가일 필요는 없습니다. 그렇지만 전문가인 양하는 것은 거부합니다.

물론 이런 실수는 대부분 초기 번역 작품에서 주로 발견한 것입니다. 솔직히 요즘은 조영학 씨가 쓴 작품해설은 읽지 않습니다만 이런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으리라 믿습니다.
돌이켜보니 조영학 씨가 번역한 작품 중 상당히 많은 작품을 읽었고, 현재도 읽고 있으며, 앞으로 읽을 것 같군요. 그러기에 투덜거려봤습니다. 게다가 이런 불만조차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일 뿐이죠.

아래 작품들은 조영학 씨가 번역한 작품들이자 앞으로 읽으려고 마음 먹은 작품들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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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8-27 17: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8-28 10: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카스피 2009-08-27 2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생각에 장르 소설의 번역이 문제가 되는것은 기본적으로 장르 소설 자체에 대한 이해가 보족해서 그런게 아닌가 싶더군요.개인적으로 추리 소설의 경우 정태원씨의 번역이 가장 믿음이 가고 sf소설은 강수백(건즈벡에서 따온 필명인데 요즘은 본명으로 번역하시는데 이름이 가물가물)씨등이 믿음이 갑니다.
하지만 워낙 번역 작품이 적다보니 번역이 부실해도 그냥 감수하고 사시는 독자들도 많지요ㅜ.ㅜ

lazydevil 2009-08-28 1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솔직히 조영학 씨는 때때로 오버하는 거 말고는... ㅎㅎㅎ 좋은 역자인 것 같습니다.
강수백 씨는 좋은 정보가 많이 담긴 해설이 돋보이는거 같아요^^: 본명은 저두 가물가물...ㅎㅎ

그나저나 황금가지 편집 실수 정말 웃깁니다. 전에는 어떤 책에서는 축구공만한 표지 글자에 오자를 날리더니, <가라, 아이야, 가라>에서는 주먹만한 중간 제목 글자에 오자를 남기고 웃겨요, 웃겨...

카스피 2009-08-28 16:17   좋아요 0 | URL
황금가지(제가 말하는것은 환상문학시리즈)의 번역이 엉성하다는 것은 아시는 분은 다 아시는 사실이죠.
하지만 나름 열심히 내주시 넘 고마운 출판사입니다^^

lazydevil 2009-08-28 2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맞아요, 맞습니다. 그래도 기왕이면 조금만 더 분발하라는 의미루다가...^^;;;;

Forgettable. 2009-09-07 16: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지금 스트레인 읽고있는데..
대공감이네요. 정말-_- 특유의 말투이긴 한데,, 욕이 너무 구시대적이에요 ㅠㅠ 좋은 역자인건 알겠지만 그 말투는 정말 세련된 기괴 + 호러틱한 분위기를 다 깨요. 너무나도 b급 욕이라..;; 말씀하시고자 하는 바가 뭔지 딱 알겠네요 ㅎㅎㅎ

lazydevil 2009-09-07 17:11   좋아요 0 | URL
ㅎ 저도 스트레인 책장에 대기중입니다.
이것저것 골치 아픈 일만 줄줄이 생겨서 기예르모하고 놀아볼까 했는데..., 조씨 번역작을 연짱으루 세 편 읽을 생각하니 쫌 거시기하더군요^^..ㅎㅎ

김삿갓 2010-08-02 15: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레이지-침소봉대가 아니라 침소붕대.
카스피-이해 보족이 아니라 부족.

lazydevil 2010-08-02 16:21   좋아요 0 | URL
삿갓-침소붕대? 새로 나온 붕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