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다섯, 사랑
시라이시 가즈후미 지음, 한희선 옮김 / 레드박스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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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우산을 받쳐든 손과 가냘퍼만 보이는 한 여인의 모습이 실린 표지는 어쩌면 여주인공의 외면을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싶다. 겉으로 보기엔 약해보이는 잘나가는 푸드 스타일리스트 고야나기 미호는 뛰어난 미모로 인해 어릴 때부터 주변의 주목을 받아왔지만, 얼굴을 이용한 직업이 아닌 푸드 스타일리스트라는 직업을 택해 자신의 삶을 꾸려온 여성이다. 20살 때부터 만남과 이별이 있던 약혼자와도 곧 결혼할 예정. 그러나, 겉으로 보기엔 보호받고 평탄하기만 한 삶인듯 보이는 그녀에게도 내면의 모습은 달랐던 것이다. 어린 시절 동생을 구해준 인연이 있긴 하지만, 야쿠자가 되어버린 어린 시절의 친구인 유지와의 만남도 있고, 과연 지금의 약혼자와 결혼을 하는 것이 좋을까에 대한 생각도 되풀이 된다. 한번 배신을 했던 것도 그러하고, 순수함을 잊고 야망만을 쫓고 있는 그의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이다.

 

.. 언듯보기엔 미모의 여성과 능력있는 두 남자의 삼각관계를 그린 로맨스소설이라고도 생각할 수 있겠지만, 책의 깊이는 좀더 남다른 것 같다. 제목으로 삼은 서른 다섯, 결혼이냐 일이냐의 선택의 기로에 선 그녀가 사회에서 요구하는 순응적인 여성의 자세로 정해진 길을 따라갈 것인지, 자신의 의지를 가지고 가지않은 길을 갈 것인지는 그녀 당사자가 아니라면 누구라도 말하기 어려운 상황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또한, 은인이기도 하고, 일반의 여성들이 동경하는 '나쁜 남자'이기도 한 유지와의 만남도 그러하다. 야쿠자가 된 사람은 멀리하는 게 좋지 않을까 싶은데도, 그녀는 담담하니 그를 만나고 도움을 주고 받는다. 어쩌면 그것 또한 그녀의 숨겨진 내면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 책속에 나오는 주변인물들 또한 일상에서 볼 수 있는 모습들의 조연이지만, 각각의 사연이며 생각들을 잘 그려내서 무척 공감하면서 읽을 수 있는 좋은 책이라고 생각된다. 그리고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처음부터 유지의 캐릭터 모델이 추성훈씨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좀더 책속으로 몰입하기 좋았던 것 같다. 누구에게나 선택의 기로가 있고, 어떠한 선택이 좀더 나은 선택일지로 매번 고민하기도 할 것이다. 세상에는 참 많은 갈래의 인생의 길이 있다. 다 비슷해보이고 같아보이지만 누구도 완전히 똑같은 삶을 살지는 못한다. 타고난 것도 있고, 자신이 선택한 것도 있지만, 중요한 것은 자신의 현실을 바로 인식하고 그 자리에서 후회없는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올해의 마지막 달에 읽은 <서른 다섯, 사랑>. 잘 두었다가 몇 번은 다시 읽어도 좋을 책을 만난 것같아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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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애호가로 가는 길
이충렬 지음 / 김영사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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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책제목을 보았을 때 정말 시대에 맞는 책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 들어 다들 재테크에 관심을 가지면서 아파트니, 땅을 사다가 주식투자를 지나 그림으로 재테크를 한다는 기사를 신문에서 읽은 기억이 나기 때문이다. 사실 일반인은 그림등의 예술에서 많이 멀다고 느끼기 쉽고, 재테크가 아니라 집 거실에 그림 한 점 정도 걸고 싶다고 생각하는 마음이 있는 사람들조차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사야할지 알지 못해서 포기하는 경우가 더 많을 것이기 때문이다. 나 또한, 이전에 어느 잡지에서 어느 기자분이 자기 방에 그림을 사서 걸었다는 글을 보고 관심을 갖고는 있었지만, 그림을 사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를 몰랐기 때문이다.
 

.. 그런 점에서 이 책 <그림애호가로 가는 길>은 초보자에게 길잡이가 되는 책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저자가 처음 그림을 구입하기 시작한 부분부터 지금까지 계속 수집하고 있는 그림들을 통해 한국 미술계로 다가서는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재테크가 되었던 경우도 있어 더욱 흥미로웠다. 그러나 재테크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예술계와 관계없는 일반인도 예술작품을 구매한다는 행위를 통해 미술과 관계를 맺고 인맥이 쌓이고, 지식이 늘어나게 되는 것이 가장 좋은 점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친구도 자주 만나고 많은 이야기를 나눈 친구가 만났을 때 더 할 말도 많은 것처럼 그림도 같은 것 같다. 모르는 사람은 아무 것도 모르지만, 조금이라도 알게 되면 그것과 연관해서 더 많은 것을 알고 싶어지고, 결국에는 더 많이 알게 되는 것 같다.

 

.. 이 책에서 저자가 수집한 그림의 사진뿐만 아니라 그와 관계된 구매 경로며 구매 이유등도 상세하게 적혀 있는 것도 매우 재미있게 책을 읽을 수 있는 이유가 되었다. 화랑에 걸린 작품들은 비싸고 나와는 멀다는 기존의 생각을 버리고, 작은 작품부터 하나씩 함께 해보는 시도를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 미술작품을 구매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던 독자들이라면 필히 보아야 할 것같고, 그에 관심이 없던 분들이 읽어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책을 덮으면서 '나도 그림 한 점 사볼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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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기적들 1 -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특별한 이야기
이타 핼버스탬, 주디스 레벤탈 지음, 김명렬 옮김 / 바움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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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떤 사람에게는 평생 일어날 것같지 않은 일이 어떤 사람에겐 우연찮게 일어나기도 하고, 너무 기적같아 거짓말이 아닌가 의심이 되는 일들도 찾아보면 주변에서 심심찮게 일어나는 것을 알 수 있기도 하다. 이 책 <작은 기적들 1>은 일상의 가족들에게 일어난 정말 기적이라고 밖에 말할 수 없는 56가지의 이야기를 모은 책이다.

 

.. 죽은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린 것 같아 숨어있던 방공호에서 사람들의 만류를 뿌리치고 뛰쳐나왔는데 자신이 있던 방공호가 폭격을 맞아 겨우 살아난 이야기이며, 버스 정류장에서 귀찮게 굴던 할머니가 아버지의 잃어버린 사촌여동생이었던 이야기이며, 할아버지가 오래전에 하신 선행으로 나중에 위기에서 구해진 손녀부부의 이야기등 하나하나가 우연이라기엔 너무나 기이한 이야기들이다.

 

.. 살아가면서 일상에 지치고, 가족들이 짐스럽게 느껴지는 순간도 때때로 있다. 하지만, 그것이 우연이든 운명이든 가족으로 얽혀 살아간다는 그 인연은 사람의 이해범위를 넘어서는 깊은 단계의 문제가 아닐까 싶다. 어떤 일이든 받아들이는 사람의 생각에 따라 좋기도 하고, 나쁘기도 하고, 견딜만한 일이 되기도 하고, 도저히 못참을 일이 되기도 한다. 10가지를 잘해도 한가지를 못하면 거슬리는게 남이고, 10가지를 못해도 한가지를 잘하면 모든게 용서되는게 가족이라는 말이 있다. 좀더 넓고 포용력있는 마음으로 가족을 감싸면 나도 똑같은 방식으로 감싸여지고 보호받는게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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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가는 대로 산다는 것 - 구겐하임 문학상 작가 앤 라모트의 행복론
앤 라모트 지음, 이은주 옮김 / 청림출판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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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 <마음 가는 대로 산다는 것>이라는 제목을 들었을 때, '세상에 마음 가는 대로 살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있다면 요령이라도 좀 배워 보자' 싶은 마음에 읽게 되었다. 이 책은 작가인 앤 라모트의 행복론에 관한 글이다. 앤 라모트는 일반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행복한 가정에서 자라지도 못했고, 성장 후 행복한 결혼을 하지도 못하고 미혼모가 되어 혼자 아들을 키운다. 우리나라보다 많이 개방된 나라이긴 하지만, 그래도 일정한 수입이 없는 젊은 여자가 혼자 아들을 키운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을 게다. 남들보다 행복하지 못했기에 남들보다 행복을 찾아헤매던 그녀는 무신론자였던 부모님의 영향으로 어린시절엔 종교를 갖지 않았지만 어려운 일들을 많이 겪으면서 자연히 마음에 들어오는 믿음에 눈을 뜨게 된다. 그리고, 소속감과 믿음에 대해 알게 되는 과정들이 진솔하다.

 

.. 가볍게 읽을 수 있으면서도 내용은 절대 가볍지 않은 책이다. 중간중간에 나오는 금언들이 하나하나 다 마음에 와닿는 글들이었고, 그와 관계된 그녀의 글들은 현대를 살아가면서 스스로 자신의 삶을 꾸려가고자 하는 이들의 외로움과 그것을 극복해가는 과정들이 잘 나타나 있는 좋은 글들이었다. 살면서 좋은 일만 있을 수 없고, 나쁜 일만 계속되진 않는다는 것은 누구나 잘 알고 있지만, 막상 자신의 일로 닥치게 되면 하늘을 원망하고 그 일의 원인이건 아니건 자신 또는 타인에게 책임을 돌리게 된다. 그리고 대강이라도 해결되면 '사는 게 다 그렇지 뭐.'라는 말로 쑥스러움과 부끄러움을 감춘다. 사는데 중요한 것은 과연 무엇일까. 내 마음 가는 대로 사는 것을 부러워할 일이 아니라 내 마음이 어디로 가는가를 먼저 지켜봐야 하는 것이 아닐까.

 

.. 객관적으로 봤을 때 '행복한 가정'이라고 말하기 힘든 앤 라모트와 아들 샘이 부러워 보이기도 하는 것은 그런 것이 아닐까 싶다. 불안해 보이지만, 안정되어 있는 것. 둘뿐인 가족이지만, 가족처럼 좋은 많은 친구들이 항상 곁에 있다는 것. 어려워도 유머를 잃지 않는 것. 그런 것들이 모여 저자로 하여금 '나는 마음 가는 대로 산다는 것은 이런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글을 쓸 수 있게 한 것이 아닐까 싶다.다. 뜻한대로 되지 않는 일이 있어 마음속에 불만이 있을 때, 어딘가에 원망하는 마음이 있을 때 읽으면 좋은 마음의 수양이 되지 않을까 싶은 책이다. 즐겁게 읽으면서도 남는 것이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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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범석의 아이디어
최범석 지음 / 푸른숲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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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은 정말 참 예쁘게 만든 책들이 많다. 이 책 <최범석의 아이디어> 또한 처음 책을 펼쳤을 때부터 드는 생각이 바로 그것이었다. 글씨체와 색상을 바꾸어가며 포인트를 짚어주는 친절함에서부터 단락단락 내용에 걸맞는 사진과 그림과 색상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펼쳐진데다 보통의 책사이즈보다 약간 작은 사이즈로 손에 딱 들어맞게 만든 아이디어까지 어쩌면 이렇게 잘만든 책일까 하는 것부터 감탄할 수 있는 책이겠다. 책의 저자가 의류디자이너이다보니 그쪽으로 관계가 있는 사람들도 손이 가겠지만, 책의 편집이라든지, 전체적인 화면을 구성하는 쪽의 일을 하는 사람들이라면 한번쯤 보아도 아쉽지는 않은 책이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누가 편집과 구성을 맡아서 했는지 참 잘했다는 칭찬을 하고 싶다.

 

.. 책의 저자는 출간 이전부터 종종 신문에서 동대문의류시장 출신으로 파리까지 진출한 젊은이라는 제목으로 읽은 기억이 나는 사람이다. 아직 젊은 나이인데도 한국이라는 틀에서 벗어나 세계로 진출하려는 움직임이 남다르고 그에 따르는 일의 진행이며 디자인에 대한 생각이 참 많아 보인다. 책에서 저자도 언급한 것처럼 패션의 선진국에 진출하여 기반을 잡아놓은 일본과 달리 아직 진출초기인 우리나라 디자인 산업은 앞으로도 갈 길이 멀어보인다. 그러나 저자와 같은 의욕적인 젊은이들이 많이 있고, 뒷받침이 잘 된다면 우리나라 디자이너들도 언젠가는 기타의 패션선진국 디자이너와 같은 대접을 받으며 편하고 쉽게 자신의 기량을 펼칠 날이 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해보게 된다.

 

..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는 말을 처음 들은 것은 언제였을까. 처음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사실 거부감이 먼저 들었던 것이 사실이겠다. 그렇게 말을 하는 이가 자신의 독창적인 아이디어는 없이 다른 사람의 디자인을 쉽게 도용하려는 자신을 변명하려는 것으로만 보였던 것이다. 지금에 와서 다시 생각해보면 정말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지 않은가 하는 생각도 든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타인의 것을 카피하는 것을 정당화하려는 것은 아니다. 자신의 것만이 독창적이라고 주장하고, 남들이 손대지 않은 것만을 찾아 최고라고 선언하려는 독선을 경계해야 된다는 생각이다. 시대에 맞고, 시대가 요구하는 디자인을 찾아 좀더 우리나라의 이름을 빛낼 수 있는 그런 디자이너가 되어주었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자신의 일을 즐기는 사람은 누구도 이길 수 없다는 말도 있으니, 지금처럼 즐기면서 일을 한다면 저자가 그렇게 되는 것도 어렵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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