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정원
이시다 이라 지음, 나가노 준코 그림, 정상민 옮김 / 북스토리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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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까지 이시다 이라의 책을 몇 권 읽었었기 때문에 이 <시간의 정원>을 읽으면서 이전과는 다른 그의 책임을 느껴야 했다. 이 책은 동화같고 짧은 내용을 가지고 있지만, 어린이들을 위한 책이라기보담은 오히려 어른을 위한 책인듯 하다. 사이좋은 유치원생인 아사히와 미즈키는 예쁜 소녀 히카리를 만나면서 삼각관계에 휩싸이게 된다. 물론,  6살짜리 유치원생들인만큼 당장에 극적인 상황이 벌어지는 것도 아니고, 세 명이서 사이좋게 놀며 지내면 된다. 앞으로도 몇 년은 아무런 고민없이 즐겁게 지낼 수 있는 것이다. 문제는 아사히와 히카리가 원내캠프의 날 밤 12시에 정원에 나가 새벽 정원의 요정을 만나게 되면서 일어나게 되는 것이다. 

 

.. 인생을 살면서 크건 작건 선택의 순간들을 연속적으로 맞이하게 되고, 그 때마다 무의식적으로 선택하기도 하고, 많은 고민을 하며 괴로워하게 되기도 한다. 누구를 더 좋아하고, 덜 좋아하고를 떠나 모두에게 상처주고 싶지 않은 마음은 다 갖고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어느 것 하나를 선택해야 된다면 과연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삶에 있어 우선순위와 끝까지 버리고 싶지 않은 것에 대한 리스트를 꼭 가지고 있어야겠다는 생각을 해보게 된 소설이라고 할 수 있겠다. 아주 짧고 쉽게 읽히는 책이긴 하지만, 책속의 일러스트도 마음에 들고, 끝까지 친구를 구하고자 하는 아사히와 히카리의 마음이 따뜻하게 와닿아 기분좋게 미소지을 수 있었던 책이다. 이시다 이라에게 앞으로 이런 소설을 또 쓸 생각이 없는지 묻고 싶어지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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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애무
에릭 포토리노 지음, 이상해 옮김 / 아르테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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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수문학과 추리문학의 결합'이라는 띠지의 글귀는 확실히 매혹적이었다. 이전에는 그다지 보지 못했던 프랑스작가의 소설임에도 읽어보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은 그 띠지의 글에도 점수를 주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주인공 펠릭스는 보험 대리점의 점장으로 화재사건이 난 아파트에서 사라진 모자의 사건에 매달리면서 주위 사람들의 걱정을 듣는다. 그 또한 몇 달전 범인을 알 수 없는 교통사고로 하나밖에 없는 아들을 잃었기 때문이다. 겉으로 표시내지 않는 슬픔이 얼마나 클지를 예감하는 주위 사람들은 휴식을 권하고 그 또한 주위 사람들이 귀찮아 휴가를 갖기로 한다.

 

.. 휴가의 첫날 장을 보러 나가면서 그는 아들 콜랭의 유모차를 끌고 나간다. 사실 시골 할머니들이 지팡이 대신에 유모차를 끌고 다니시는 것을 본 적이 있기 때문에 그런가 하는 생각을 하면서 넘어가긴 했지만, 생각해보면 그것은 참 특이한 모습일 것이다. 아이가 없는 유모차를 끌고 다니는 남자. 생각만 해도 이상하다. 무엇인가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으로 생각될 것이다. 물론, 그는 아이를 잃었다. 정신적으로 큰 타격을 받지 않으면 오히려 이상한 일일 것이고, 그런 그의 행동 또한 아이를 그리워하는 한 아버지의 한순간의 이상행동으로 오히려 동정을 받을 일일지도 모르겠다. 슬픔을 드러내면 오히려 가벼워질텐데 과거 가족들이 모여살던 때와 달리 한 가정만 살게 되는 현대사회에선 이혼이나 별거등으로 헤어져 살게 되면 실제로 아픔을 덜어줄 가까운 이들이 부재하는 상황이 종종 일어나고 그만큼 인간은 더욱 고독할 수밖에 없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이 부분을 읽으면서도 솔직히 주인공 펠릭스를 걱정할 뿐이었다. 

 

.. 그러나 점차 밝혀지는 펠릭스와 콜랭의 비정상적인 생활들은 또 어찌할 수 있을지. 누구말처럼 변태의 기준은 자기자신에게 있는 것이지 타인이 나눌 것은 아니라고 하기도 하지만, 아닌 것은 아니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아들의 집요한 요구가 있더라도 정상적인 사고방식의 사람이라면 펠릭스처럼 행동하지는 않지 않을까? 어쩌면 펠릭스는 그런 행동을 하는 자신을 즐기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유아원 원장 몽테이 양의 말처럼 지나친 사랑은 아이를 죽일 수 있다. 사실상 사랑은 소유가 아니라고 쉽게 말들은 하지만, 그 경계에서 흔들리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모르겠다. 지나치게 사랑한다는 것도 지나치지 않게 사랑한다는 것의 경계는 어디에 있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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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의 특별한 악마 - PASSION
히메노 가오루코 지음, 양윤옥 옮김 / 아우름(Aurum)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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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 표지의 파란 반짝이가 아름다운 <내 안의 특별한 악마 PASSION>은 어떤 내용일지 참 궁금해지는 책 중의 하나였다. 수녀원에서 자라 자신을 너무 진지하고 성실해서 여자의 매력이라곤 전혀 없다고 체념하고 사는, 심지어 별명이 프란체스코인 주인공. 그녀는 프로그래머로서의 일로 일상을 유지하며 아무런 특별한 일이 없는 담담한 일상을 살고 있었다. 그런 그녀에게 느닷없이 나타난 특이한 동거체(?). 그것은 인면창이라고 불리는 일종의 괴물이다. 

.. 인면창이란 것은 중국과 일본의 고사에 종종 등장하는 것으로 사람의 얼굴 모양으로 생겨서 사람을 괴롭히는 종기라고 한다. 그러고 보면 우리나라에는 이런 것이 없는데, 일본 소설에서는 한두번 읽은 기억이 나는 것같기도 하다. 참 징그러운 일이다. 사람의 얼굴 모양으로 생긴 종기에다 더군다나 말까지 한다니. 거기다 프란체스코가 고가씨라고 이름까지 붙인 이 괴이한 인면창은 입까지 거칠다. 그렇지 않아도 소심하고 체념적인 성격의 프란체스코를 정신적으로 학대한다. 보통 사람이라면 말그대로 미치고 팔짝 뛸 일일텐데 어딘가 약간 나사가 느슨한 프란체스코는 어느새 그에게 수긍하고 대책없이 긍정적인 점이 이 소설의 유머코드일까 싶기도 하다. 

.. 사람의 인생은 생각해 보면 참 작은 일로 정해진 길에서 벗어나 새로운 길을 찾아가는 것같다. 신기한 일이다. 이 프란체스코의 삶도 그러하다. 고가씨의 등장이전부터도 남다른 생이었지만, 그 이후의 일들은 매우 심상찮게 흘러가는데다 그녀 특유의 성격과 맞물려 새로운 삶이 되어가는 것이다. 솔직히 좋은지 나쁜지, 옳은지 틀린지도 모를 일이지만, 중요한 것은 일어난 사건이 아니라 그것을 어떻게 본인이 받아들이는가에 달렸다는 말처럼 그녀는 그녀답게 앞길을 개척해 나가는 것이다.

.. 거기다 마지막 순간 고가씨의 변신이 하이라이트일까. 어쩌면 해피엔딩이 아닐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지만, 프란체스코는 그녀답게 그녀 특유의 느슨함으로 나름대로 밝게 살아가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이제까지 읽은 소설과는 다른 색깔의 책이어서 시종일관 흥미로웠고, 읽으면서 왠지 모르게 계속 프란체스코를 응원하게 되는 것도 재미있었다. 뭔가 색다른 소설을 읽고 싶을 때, 의기소침해질 때 일독해 봄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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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떡살 무늬
김규석 지음 / 미술문화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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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어릴 때는 떡을 좋아하지 않았다. 말그대로 인스턴트 세대라 유명메이커 포장지에 싸여 나오는 과자의 맛에 길들여져서 우리네 떡의 참맛을 전혀 몰랐던 것이다. 그런데, 정말 참 이상도 한 것이 나이가 들수록 아무 맛이 없게만 느껴지던 절편이며 인절미의 맛을 알게 되었다. 특히 그저 하얗고 아무런 맛도 없다고 생각해서 한조각이상 먹지 않던 절편의 씹으면 씹을수록 우러나는 단맛을 알게 된 것이다. 그러면서 어릴 때 명절이면 외갓집에서 쌀을 시루에 쪄서 떡메로 친 후에 흰떡을 만들어 떡살을 찍어서 절편을 만드는 것을 기억하게 되었다. 당시에도 하얗고 매끈매끈한 떡에 무늬를 찍어 예쁘게 만든다는 것이 재미있게 보여서 서로 한번씩 찍어보겠다고 다투던 것이 생각난다.

.. 이 책 <아름다운 떡살 무늬>는 미술문화에서 출간한 떡살 시리즈의 두번째 권으로 칠백여 점에 달하는 떡살의 문늬를 하나하나 한지에 찍은 탁본을 각각의 무늬에 따라 크게 분류하여 실은 책이다. 어릴적 외갓집에 있던 것은 떡살 한두 개와 다식판 몇 개 정도로 어린 마음에 그 무늬를 새긴 것만 관심을 가졌을 뿐 그 의미에 대해선 전혀 알지 못했는데, 이 책에서는 각각의 무늬를 자세히 살펴볼 수 있을 뿐더러 그 무늬가 가진 의미도 알려주고 있어서 더욱 호기심을 갖게 되었다.

.. 일반적으로 요즘 떡집에서 사먹는 절편의 무늬는 몇가지 패턴밖에 보지 못했는데, 우리 조상님들은 어쩌면 이렇게도 다양한 무늬에 그 의미를 담아 떡을 해드셨는지, '보기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 말이 그냥 나온 말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예로부터 장수를 의미하여 의복등에도 다양하게 수놓아 장식하던 십장생 무늬부터 부귀수복을 기원하는 길상문과 동물문, 불교적인 문양, 꽃문양등 수많은 문양에 의미를 두고 좋은 일, 궂은 일, 잔치 등에 따라 무늬를 달리 했고, 가문에 따라도 떡살무늬가 달라지기도 했다는 것이 흥미로운 이야기였다.


.. 요즘은 다양한 분야에서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라는 것을 깨닫고 우리가 살아온 문화속에서 독특하고 세계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아이템을 찾아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 이러한 때에 오랫동안 즐겨오던 떡살의 무늬를 이용하여 좀더 나은 디자인을 찾아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들었다. 도자기에 새길 문양으로 이용해도 좋겠고, 고전적인 선을 살린 작품을 만들어 보는 것도 좋겠다. 특히, 퀼트처럼 원단을 이용해서 만드는 작업은 들어온 배경이 있기 때문에 이제까지는 서양이나 일본의 색채와 무늬를 이용한 작품들을 많이 만들어왔는데, 이 책에 있는 여러 문양들을 보면서 자신만의 것을 고안해 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 그 중에서도 꽃무늬는 다양한 방법으로 많이 이용할 수 있는 유용한 아이템이라는 생각도 든다. 떡살을 찍은 탁본처럼 검은 원단에 몰라기법을 이용해서 만들어도 좋겠고, 바느질 선을 살려 레드워크를 해도 예쁠 것같고, 각각의 원단을 대서 패치워크를 해도 멋진 작품이 탄생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 이리저리 책장의 앞뒤를 넘기며 우리 조상님들은 어떨 때 이런 떡을 먹었을까를 생각해 보는 것도 재미있었고, 책에 실린 너무나 다양한 사진들에도 감탄하고, 이 수백종의 떡살을 하나하나 손으로 깎아 만든 분도 참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복잡한 것같으면서도 단아한 맛이 살아있는 우리 고유의 문양들이 이렇게 많이 실려 있다는 점에서 무척 뿌듯해지는 책이었다. 앞으로도 시간이 날 때마다 책장을 넘기며 이 문양들을 활용하여 나만의 것을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에 잠길 터이고 언젠가 새로운 것을 만들 날들이 기대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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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친 막대기
김주영 지음, 강산 그림 / 비채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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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어린 아이들은 똥에 관한 동화책도 많이 읽는데다 정신과적으로 봤을 때도 어린 시절에 너무 거부감을 갖게 해선 안된다고 하는 연구결과가 나와서 그런지 오히려 별 거부감없이 받아들이는 것같지만, 사실 저같은 기성세대에겐 약간 거부감이 드는 단어가 들어간 제목이기도 합니다. 특별히 깨끗한 척하려는 것도 아니지만, 입밖에 내기엔 뭔가 모르게 찝찝한 그런 기분이 든달까요.  

 

.. 하지만,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그런 기분은 점차 사라져 갔습니다. 어미나무의 곁가지로 자라 물이며 양분을 풍부하게 받아들이던 어린 백양나무 가지가 어느날 갑자기 꺾여 의도하지 않은 때에 혼자만의 삶을 시작하면서 겪게 되는 여러가지 일들이 무척 흥미로웠달까요. 아버지를 위해 새참을 나르고, 시험을 잘 못쳐서 종아리를 맞고, 소를 집으로 데려가는 어린 소녀의 일상도 담담하니 우리네 시골의 생활을 보여주는 것같아 평화로웠습니다.

 

.. 어린 백양나무 가지로 보자면 엄청난 고행이자, 길고 긴 여행길이었겠지만, 사실 인간의 눈으로 보기엔 짧고 담담한 그리 별다르지 않은 일상의 이야기입니다. 해가 뜨고 하루가 지나가고 해가 지는 그런 평이한 한 때이지요. 그러고보면 모든 인간의 삶이 또한 그러하지 않은가 싶기도 합니다. 아무렇지도 않게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의 주변에서도 어떤 이들은 굶기도 하고, 강도를 당하기도 하고, 억울한 일에 눈물짓기도 하잖습니까? 그런데도 우리는 백양나무 가지가 사모하는 그 소녀마냥 아무것도 모르고 살아가지요. 그러다 또 내가 여러가지 어려움을 당하게 되면 왜 아무도 도와주지 않느냐며 원망하기도 하잖아요. 어쩌면 모든 삶들이 이리도 비슷한지 모르겠습니다.

 

.. 내가 대접받고 싶은 대로 타인을 대접하라는 말이 있잖아요. 설사 운명이라는 것이 정해진대로 흘러간다 하더라도, 중간중간 기대하지 않던 타인의 선의를 접하게 되면 많이 행복할 것 같습니다. 내가 행하는 작은 도움으로 누군가가 행복해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똥친 막대기>는 두껍지 않은 책이지만, 책을 읽으면서 하게 되는 생각은 많이 두텁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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