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종말 리포트 1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차은정 옮김 / 민음사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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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 소설도 해피엔딩만 찾아 읽는 사람이 디스토피아를 그린 과학소설을 읽는다는 것이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그러나, 솔직히 말해 현재의 사회라든지, 외신에서 간간히 들려오는 과학실험의 성공 이야기를 전해 들을 때마다 뭔가 이건 아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비록 소설속의 이야기더라도 다른 사람들은 미래를 어떻게 예견하고 있는가가 무척 궁금했다. 책속에는 돼지구리니, 늑개니 뱀쥐등의 유전자 조작을 위해 생명을 갖게 된 생명체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이것이 단지 소설속 허무맹랑한 이야기가 아닌 것이 현재에도 유전자조작으로 태어난 생명들이 엄연히 존재하고 있다. 보다 크고 넓은 과학적인 눈으로 본다면 생명이라는 것은 단순히 DNA의 조작으로도 탄생하는 물리적인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굳이 종교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현재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들은 오랜 세월동안 종의 탄생과 멸종을 거듭하며 나름대로 지구라는 환경에 적합하게 변형되고 취사선택된 존재들이다. 그런데, 느닷없이 인간이 단지 조금의 과학적인 지식만으로 의기양양하게 자신들에게 필요하다는 단하나의 이유를 대며 새로운 존재를 만들어낸다면, 어쩌면 그 한순간의 실수로 가까스로 유지되어 오던 지구의 균형이 깨어질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불안한 생각이 든다. 그리고 그 이후의 일은 책임질 사람도 없을 것이고, 누군가가 책임지겠다고 나선들 책임질 수도 없을 것이다.

 

.. <인간 종말 리포트>도 그러한 수많은 미래에 대한 암울한 전망 가운데 한가지를 그리고 있다고 해도 되겠다. 어느 똑똑한 과학자가 보다 우월한 유전자를 조합하여 만든 '크레이커'라는 신인류와 마지막 남은 인류 '눈사람'. 이제까지 인류가 지구에 행해온 수없이 많은 악해들이 무수히 널려있다 하더라도 그 결과가 인류의 종말이라면 조금은 쓸쓸한 일이 아닐까. 정말 자신의 부귀영화만을 위하여 타인과 사회에 대한 피해를 아무렇지도 않게 행해온 인류는 가슴에 손을 얹고 묵념이라도 할 일이다. 책 속에 그려지는 눈사람의 회상과 모험들이 너무나도 생생하여 두 권의 책은 순식간에 읽어버렸지만, 책을 읽고 난 후에 남는 묵직한 무게감은 현재 인류의 잘못을 반성하고 나하나의 작은 힘이라도 미래의 후손에게 남겨줄 지구를 위해 조금이라도 힘을 써야겠다는 책임감에서 비롯된 것이리라.  소설 자체로도 무척 재미있고, 깊이도 있는 책이니 현재의 무분별한 과학발전에 대해 불안한 마음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일독함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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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ice -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거울 나라의 앨리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5
루이스 캐럴 원작, 마틴 가드너 주석, 존 테니엘 그림, 최인자 옮김 / 북폴리오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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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 시절에 동화책 좀 읽었다고 생각하는 이들이라면, 세계명작 100선이니, 어린이 명작동화 50이니 하는 것들을 한번쯤 읽었다고 하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정도는 읽었다고 말할 것이다. 거기다 굳이 동화책을 읽을 수고를 할 것도 없이 TV 좀 봤다 하는 유년시절을 보낸 사람들이라면 만화나 영화로도 한번씩은 본 기억이 있지 않을까? 말그대로 내가 읽었는지 읽지 않았는지는 정확히 기억 못해도 등장인물이나 에피소드 정도는 누구나 알고 있는 책중 하나가 아닐까 싶은 책이라고 해도 될 정도다. 나 또한 이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분명히 읽었다고 생각하지만, <거울 나라의 앨리스>는 모르겠는데? 라고 생각을 하고 있었건만, 머릿속에서 그림체마저 뚜렷이 기억나는 담장위의 험프티 덤프티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는 등장하지도 않는 등장인물이었다. 결국 책의 마지막까지 도대체 어떻게 된거지? 내가 뭘 읽었던거지? 하는 가물거리는 기억속에서 헤맬 수밖에 없었던 게다.
 
..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라고 하면 시계를 들고 종종거리며 뛰어다니는 흰토끼를 떠올리는 사람이 많은데, 내 기억속에서 가장 중요한 등장인물은 의외로 험프티 덤프티였다. 확 밀어서 떨어뜨리면 깨질까? 하는 의문을 가진다는 것 자체가 왠지 죄스러워서 그랬던 걸까. 유리집속에 사는 사람은 남의 집에 돌을 던지지 말라는 서양속담이 있다는데도 불구하고 험프티 덤프티는 참으로 당당하다. 오히려 앨리스를 가르치고 자신만만하게 군다. 그 모습이 부러우면서도 샘이 났던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컴플렉스를 갖고 있어도 드러내지 말고, 어디까지나 자신감을 갖고 산다는 것. 그것이 인생에서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했던게 아닌가 싶다.

.. 앨리스는 어린 아이부터 읽고 있는 동화책이고, 이 책처럼 주석이 달린 특별한 책이라면 어른이 읽어도 전혀 이상할 것 없이 파헤칠 구석이 참 많은 책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다만, 책에서도 지적한 것처럼 내용자체가 당시의 시대상황이라든지 배경과 저자와 앨리스간의 특별한 에피소드등을 알고 있지 않으면 그냥 넘어갈만한 자잘한 재미들이 구석구석 있다는 것이 연구하는 사람들에게는 흥미이고 중요한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오랜 시간이 흐른 지금에 와서 저술의 뒷배경까지 알아내면서까지 읽어야 하는 것일까 하는 의문은 조금 갖게 된다. 물론, 주석달린 책이라는 것은 한가한 오후 이런저런 생각에 잠기고 싶을 때 읽으면 상당히 즐겁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겠다. 한가하다는 점이 필요충분 조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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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일 2 - 불멸의 사랑
앤드루 데이비드슨 지음, 이옥진 옮김 / 민음사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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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아름다운 사랑이야기를 읽고 싶었다. 가고일이라니 그 괴물말인가 싶은 제목이 조금 기괴하긴 했지만, "숨이 막힐 정도로 아름다운 러브 스토리"라는 띠지의 글이 잘못된 선택은 아니었다고 말해준다고 생각했다. 거기다 출간 동시 미국 베스트셀러, 캐나다 베스트 1위에 전세계 25개국 번역 출간된 책이라면 뭔가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먼저 이야기해둔다면 그 생각은 틀리지 않았다.

.. 그러나, 처음 시작부터 주인공은 포르노 배우다. 잘생긴 얼굴과 몸매, 가난했던 과거에서 벗어나고픈 추진력으로 업계에선 나름 성공을 거두고 있는 포르노 제작자에 술과 마약에 찌들어 교통사고를 당한다. 영화처럼 이어지는 자동차사고, 추락, 그리고 화재. 한 때 멋진 외모로 여자들을 사로잡던 말하자면 현대 물질문명의 대표격인 그가 전신화상을 입게 되는 것이다. 이전에 화상환자에 관해 쓴 글을 조금 읽었었는데, 화상이야말로 질병과 사고에서 살아난 사람을 가장 괴롭히는 후유증이라고 한다. 일단 외모에서 멀리하게 되기 때문에 기능상의 문제가 없더라도 사회복귀가 어려운 일이 된다. 더군다나 주인공처럼 외모의 가치가 중요한 일을 하던 사람이라면 충격이 더 클 것이 당연하지 않겠는가.

.. 그런 주인공에게 나타난 신비의 여인 마리안네는 그의 재활을 도우면서 수백년에 걸친 그와의 인연을 하나하나 이야기해 준다. 동화도 아니고, 주인공에게는 믿을 수 없는 이야기일 뿐 그에게 마리안네는 운명이 아니라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주고, 병상의 삶에 활력을 주는 존재일 뿐이다. 그러나 그러면서 퇴원하면 자살하겠다고 결심했던 주인공에게 조금씩 변화가 나타나고 그녀가 무슨 말을 하고 어떤 행동을 하는 것은 이젠 전혀 문제가 되지 않게 된다. 그리고, '도대체 이게 무슨 이야기일까'라고 생각하던 것에서 '아. 러브 스토리 맞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말로도 설명이 불가능하지만, 그와의 사랑을 운명처럼 믿던 여인과, 그 여인을 보내줄 수밖에 없었던 주인공의 인연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향기나는 술처럼 마음에 남아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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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쿠에게 완벽한 여자는 없다
시노다 세쓰코 지음, 이영미 옮김 / 디오네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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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료들에게 '3저'라고 불리는 주인공 신이치는 말 그대로 수입적고, 학력낮고, 키작은데다 앞으로 전망마저 불투명한 SF전문 프리랜서이다. 그는 동료가 펑크낸 인터뷰에 대신 갔다가 키크고, 능력있고, 수입높고 아름답기까지한 재색겸비의 엘리트은행원인 리카코를 만나게 된다. 평소 연애경험도 전무하던 신이치는 그녀에게 호감을 갖고 여자저차 결혼까지 이르게 된다. 그는 평소 은근히 자신을 무시한다고 생각했던 동료들까지 자신을 다시 평가하는 듯한 인상에 자기도 모르게 으쓱해지지만, 확실히 결혼은 환상이 아니라 현실. 처음부터 맞부딪치게 되는 리카코의 일상은 시간많은 프리랜서 신랑이 아니면 수습하기 어려운 지경이었던 것이다.

.. 이런 상황에서 그는 자신이 봉을 잡은게 아니라 자신이 이용당하고 있는게 아닌가 하는 의심을 하게 되지만, 때맞춰 임신을 하게 되고 그는 마음속의 불안과 의심을 숨기고 조금씩 생활을 이어나간다. 솔직히 이 책을 읽으면서 리카코의 마음이 궁금했던 것도 사실이다. 리카코는 정말 왜 신이치를 간택한 것일까? (책을 읽다보니 이 '간택'이라는 단어가 저절로 떠올랐다. 신이치는 자신의 의지보다 말그대로 리카코에게 '간택'당한 것이다) 신이치의 의심처럼 그를 편하게 이용하기 위해서일까. 리카코는 정말 왜 신이치와 결혼한 것일까.

.. 그러나 사실상 이 신이치의 생활이야말로 일반적인 결혼에서 요구되는 '여자'의 역할이다. 예전처럼 가장이 된 남편이 홀로 직업을 갖고 가정의 경제를 책임지던 시대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현대사회에서 수많은 여성들이 자신의 일과 집안일을 함께 하는 것을 당연하게 요구당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신이지는 자신이 남자기 때문에 이럴 수 없다는 생각에 남자라는 자존심을 갖고 항의하고 있지만, 오히려 이 책을 읽는 여성독자들은 조금쯤은 속시원하게 생각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 물론, 책을 더 읽다보면 좀더 많은 생각할꺼리를 만나게 되고, 신이치의 생각도 리카코의 생활도 무작정 거부할 수만은 없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것도 또다른 재미겠다. 일본의 경우지만, 우리나라도 별다르지 않고, 자신이 아닌 타인의 삶을 그들의 생각까지 속속들이 들여다 볼 수 있다는 것이 또다른 이해의 차원을 열어주는 것 같다. 재미있게 읽히면서도 여러가지 생각할꺼리를 갖고 있는 소설은 모처럼만에 만난 것같아 꽤 즐겁게 읽었다. 앞으로 신이치의 육아일기도 만나게 된다면 더욱 즐겁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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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차원으로의 여행 - 통찰과 자가 치유로 이르는 길
클레멘스 쿠비 지음, 송명희 옮김 / 열음사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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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 해전이었던가. 심령치료사에 대한 방송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필리핀 등지에서 칼을 대지 않고 수술을 해서 병을 낫게 한다는. 실제로 그 수술장면을 찍은 영상도 있었는데, 손으로 만지니, 핏덩어리가 나오고, 환자들이 나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 방송에선 그 수술은 일종의 쇼였고, 그 자리에서 다 나았다고 했던 환자들이 본국으로 돌아가 다시 재발했다고 했다. 방송을 보고 저런 걸로 사기치냐고, 아픈 사람들의 절박한 마음을 이용해서 돈버는 거 정말 최저라고 지인들과 이야기했던 기억이 난다.

.. 그런데, 이 책에서는 똑같은 사건을 조금 다른 관점에서 보고 있다. 그것은 물론 사기라면 사기. 쇼라면 쇼. 하나, 그것 또한, 플라시보 효과처럼 환자들에게 좀더 믿음을 주기 위한 것이었다고 한다. 인간이라는 존재는 자신의 믿음에 따라 육체의 병도 치유할 수 있는 것이라는 거다. 그리고, 믿음이 없는 이는 다시 재발하는 것이라고. 그러고 보면 또 그렇기도 하다. 현대 의학에서도 환자들이 주치의를 얼마만큼 믿느냐에 따라 처치의 효과가 달라지기도 한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고, 어느 정도는 육체를 지배하는 정신에 대해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 이 책을 쓴 저자는 실제로 큰 사고를 당해 하반신불수가 될 상황에서 의사들도 기적이라고 하는 정신의 효과를 보고 난 후, 여러 정신의 스승들을 찾아다니며 다큐멘터리를 찍는 감독이다. 일반인들에게도 유명한 달라이 라마 외에도 티벳 불교 종파에서 추앙받는 고승들도 찾아 촬영한 이야기도 실려 있어서 윤회에 대한 생각도 다시금 해보게 되었다. 정말 쉽게 그렇다, 아니다 라고 말할 수 없는 심오한 이야기라고 생각된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있다. 내가 본 것만 믿는다는 말도 있지만, 내가 본 그것이 단지 내가 아는 한도 내의 것이었다면 더이상의 것을 믿지 못하겠다고 한다는 것은 너무 아까운 일이 아닐까. 이런 분야의 책을 많이 보지 않아서 뭐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지만, 상당히 흥미롭고, 설득력있는 책이라 이후에도 다시 읽어볼만한 책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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