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고일 2 - 불멸의 사랑
앤드루 데이비드슨 지음, 이옥진 옮김 / 민음사 / 2008년 10월
평점 :
품절


.. 나는 아름다운 사랑이야기를 읽고 싶었다. 가고일이라니 그 괴물말인가 싶은 제목이 조금 기괴하긴 했지만, "숨이 막힐 정도로 아름다운 러브 스토리"라는 띠지의 글이 잘못된 선택은 아니었다고 말해준다고 생각했다. 거기다 출간 동시 미국 베스트셀러, 캐나다 베스트 1위에 전세계 25개국 번역 출간된 책이라면 뭔가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먼저 이야기해둔다면 그 생각은 틀리지 않았다.

.. 그러나, 처음 시작부터 주인공은 포르노 배우다. 잘생긴 얼굴과 몸매, 가난했던 과거에서 벗어나고픈 추진력으로 업계에선 나름 성공을 거두고 있는 포르노 제작자에 술과 마약에 찌들어 교통사고를 당한다. 영화처럼 이어지는 자동차사고, 추락, 그리고 화재. 한 때 멋진 외모로 여자들을 사로잡던 말하자면 현대 물질문명의 대표격인 그가 전신화상을 입게 되는 것이다. 이전에 화상환자에 관해 쓴 글을 조금 읽었었는데, 화상이야말로 질병과 사고에서 살아난 사람을 가장 괴롭히는 후유증이라고 한다. 일단 외모에서 멀리하게 되기 때문에 기능상의 문제가 없더라도 사회복귀가 어려운 일이 된다. 더군다나 주인공처럼 외모의 가치가 중요한 일을 하던 사람이라면 충격이 더 클 것이 당연하지 않겠는가.

.. 그런 주인공에게 나타난 신비의 여인 마리안네는 그의 재활을 도우면서 수백년에 걸친 그와의 인연을 하나하나 이야기해 준다. 동화도 아니고, 주인공에게는 믿을 수 없는 이야기일 뿐 그에게 마리안네는 운명이 아니라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주고, 병상의 삶에 활력을 주는 존재일 뿐이다. 그러나 그러면서 퇴원하면 자살하겠다고 결심했던 주인공에게 조금씩 변화가 나타나고 그녀가 무슨 말을 하고 어떤 행동을 하는 것은 이젠 전혀 문제가 되지 않게 된다. 그리고, '도대체 이게 무슨 이야기일까'라고 생각하던 것에서 '아. 러브 스토리 맞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말로도 설명이 불가능하지만, 그와의 사랑을 운명처럼 믿던 여인과, 그 여인을 보내줄 수밖에 없었던 주인공의 인연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향기나는 술처럼 마음에 남아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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