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일록의 아이들
이케이도 준 지음, 민경욱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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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일록의 아이들』이라는 제목 앞에 고개를 갸웃거리게 된다. 샤일록? 샤일록이 누구지? 인터넷을 검색한다.

아.. 그 유명한 셰익스피어의 희극 <베니스의 상인>에 등장하는 유대인 고리대금업자라는 설명에 그제서야 제목이 이해가 간다. "돈만 아는 고리대금업자"의 대명사. 바로 현대판 합법적인 고리대금업자가 아니던가!

샤일록의 후예들 중 하나인 도쿄제일은행 나가하라 지점의 은행원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한자와 나오키>의 시리즈가 주로 주인공 한자와에 주목해서 펼쳐진 소설이라면 『샤일록의 아이들』은 은행원 모두의 시점에서 펼쳐진다. 부지점장 후루카와, 지점장 구조를 비롯해 융자과, 업무과 등 조직 내 다양한 인물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각자의 배경에 따라 직위에 따라 처한 위치가 다른만큼 조직 내에서 갖고 있는 여러 갈등 들이 그려진다. 그리고 이 갈등이 펼쳐지게 된 이유는 단 하나. 바로 실적이다. 이 실적 앞에는 지점장도 부지점장도 자유롭지 못하다. 목표를 채우면 또 다른 목표가 요구되고 목표 미달성시 어김없는 질책이 떨어진다. 이 실적을 어떻게 해 나갈 것인가. 나카하라 지점원들 간에 희비가 갈린다. 그리고 이 실적에 대처하는 방식 또한 판이하다.

 

실적이 요구되지 않는 조직은 없다. 굳이 이 소설 속 나가하라 지점 뿐만 아니라 모든 조직에서 실적은 중요하다. 조직에 속해있는 한 모든 조직원들은 실적 압박을 받는다. 이케이도 준은 이 무서운 실적 앞에서 대응하는 각 인물들의 태도를 더욱 부각시킨다. 특히 은행에서 무려 100만 엔이 분실되는 대형 사고 앞에서 이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조직원들의 모습이 그려지며 소설 속 인물이 아닌 실제 우리의 모습은 어떠한지 되돌아보게 한다.

 

100만 엔을 훔친 범인에 대한 퍼즐이 맞추어가며 진실이 밝혀지는 순간. 그 놀라움도 놀라움이지만 이케이도 준은 왜 범인이 이런 행위를 할 수 밖에 없었는가에 주목한다.

 

패배자는 처음부터 패배자였던 게 아니라

스스로를 패배자로 인식하는 순간부터

패배자가 되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 스트레스를 감당할 수 있는 건 결국 이 피할 수 없는 환경에서 자신의 태도가 올바른 사람만이 이 모든 걸 감당할 수 있다. 고졸 출신으로 피해의식을 가지고 있던 부지점장 후루카와의 경우 이미 패배자였다. 자신이 고졸 출신이라 출세가 느리다는 패배의식은 항상 그를 조급하게 했다. 고졸 출신이라서가 아닌 그의 피해의식이 패배자를 만들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작가의 말대로 조직에 있는 한 실적 압박은 피할 수 없고 부조리 또한 피할 수 없다. 이케이도 준은 도쿄제일은행 인사부 사카이 히로시를 통해 힌트를 안겨준다.

 

은행이라는 직장에서 오래 일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감정을 다스리고 '감정'과 '현실'의 갈등을 이겨내

항상 일에 적극적인 태도를 유지해야만 한다.

하지만 그것은 실로 어려운 일이다.


맞다. 실로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그 어려운 일을 해내야만 하는 것이 조직에 속해있는 조직원들의 숙명이다.

 

소설 『샤일록의 아이들』은 현대판 고리대금업자인 은행원들의 모습을 비추지만 바로 우리의 모습이기도 하다. 그리고 나는 이 다양한 인물들 중에 누구에 속하는지 곰곰히 돌아보게 하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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