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세계의 모든 말 - 둘의 언어로 쓴 독서 교환 편지
김이슬.하현 지음 / 카멜북스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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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겐 동생이 있다. 동생과 나의 매개체는 책이다. 서로의 월급날에 책을 사주고 선물한다.

읽은 책을 이야기하며 우리는 등장인물을 자신에게 대입하기도 하며 웃고 슬퍼하기도 한다.

그렇게 책은 우리의 관계를 돈독히 하는 역할을 한다.

『우리 세계의 모든 말』 역시 절친한 두 여성 작가들이 책에 대해 말하는 독서에세이다.

하지만 이 책은 다른 독서에세이와 다르게 책을 매게로 두 여성 친구들의 깊은 우정을 고백하는 교환편지다.


책에 대해 말하며 우리는 모든 이야기를 한다.

사랑과 우정에 대해, 돈과 가족과 미래에 대해. 여기 모인 편지에는 우리 세계의 모든 말이 담겨 있다.

아직 할 말이 많이 남아서, 우리는 지치지도 질리지도 않고 계속 긴 편지를 쓴다.


책의 두 저자는 91년생이다. 올해 30인 두 동갑내기 저자들에게 삶은 단순하지 않다.

특히 불투명한 글쓰기라는 작가의 미래는 시시때때로 이들을 흔들리게 한다. 유명 작가가 아닌 이상 마트에서도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다른 일들을 해야 한다. 과연 '글쓰기'를 계속 해도 되는 것일까 라는 불안감이 엄습해온다. 그 불안감이 찾아올 때 자신의 마음을 이야기할 수 있는 상대는 바로 두 친구들이다. 망했다고 하소연도 하며 앞으로 나아가도록 채찍질도 한다. 서로가 붙잡아줄 것을 믿기에 더욱 많이 이야기하고 넘어진다.



오랜 세월은 익숙함을 가져온다. 익숙함은 서로를 잘 안다는 믿음을 준다.

나만큼 너를 잘 아는 사람은 없어.

내가 너를 가장 잘 알아.

그리고 이 믿음은 상대방에 대해 더 잘 알지 못하게 하는 함정이 되어 서로에게 소홀하게 된다.

김이슬, 하현 두 작가 역시 오랜 시간 이야기를 주고 받는다. 그런데 이 책에서 그들은 질문으로 가득하다.

"넌 어떻게 나를 견뎠니?"

" 우리는 책을 많이 읽어서 가난해진 걸까?"

" 이슬아, 너는 수학을 잘했어?"

"왜 그때 나한테서 도망치지 않았어?"

이 질문들은 정말 서로를 몰라서라기보다 서로를 끝까지 더 잘 알고 싶다는 바램으로 귀결된다.

익숙함보다 미숙함을 택하고 잘 안다는 믿음보다 서로를 더 잘 알아가기 위해 노력하는 쪽을 택한다.

자신의 감각이 아닌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할 것을 말하며 서로의 마음을 고백한다.

책은 그냥 거들 뿐 이들의 깊은 우정이 책의 상황과 맞물리며 반짝반짝 빛나게 한다.


그러면 나는 계속 미숙할게.

모든 게 서툴러서 면밀히 살필게. 눈치를 볼게.

실눈을 뜰게. 좋아할게. 가까워지는 상태로 나아갈게. 배울게.

나를 믿지 않을게.


독서 에세이지만 두 저자가 말하는 책에 대해서 우리는 자세히 알 수는 없다.

다만 확실한 건 책으로 인해 두 사람의 마음이 반짝반짝 빛이 나고 표현이 풍성해진다는 사실이다.

브런치에서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었던 것도,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에서 대상을 수상한 것도 독자들이 책을 통해 더욱 빛나는 두 저자의 관계를 응원해주고 싶어서이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한 권의 책으로 출판되었지만 이 두 저자의 편지는 계속 될 것이다. 아마 새로 출간된 자신들의 책을 보며 더욱 깊은 이야기를 펼쳐놓고 있겠지. 공통의 관심사와 공통의 일을 하며 밤늦게까지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친구가 있다는 사실이 지독하게 부럽다. 그리고 앞으로 두 작가가 함께 펼쳐 나갈 미래가 더욱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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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 아더 미세스 - 정유정 작가 강력 추천
메리 쿠비카 지음, 신솔잎 옮김 / 해피북스투유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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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밀한 심리 묘사, 끝에서야 알 수 있는 반전들이 끝까지 몰입감을 높여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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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 아더 미세스 - 정유정 작가 강력 추천
메리 쿠비카 지음, 신솔잎 옮김 / 해피북스투유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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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집에는 뭔가 기분 나쁜 구석이 있다.

왠지 모르게 불안하고 거슬리는 무언가가 있지만

도무지 왜 이런 기분이 드는지 이유를 찾을 수 없다.


『디 아더 미세스』의 시작은 의사인 세이디가 남편의 죽은 누나인 앨리스의 집으로 이사오며 시작된다.

섬유근육통으로 고통스러워하던 시누이 앨리스는 결국 미성년자 딸 이모젠만을 남겨두고 스스로 생을 마감한다.

미성년자 이모젠의 법적 보호자로 남편 윌이 지명되고 가족은 모두 이모젠만 남은 외딴 섬으로 이사한다.

남편의 강권으로 어쩔 수 없이 이사했지만 이 집에는 뭔가 기분 나쁜 구석이 있다.

과연 무슨 비밀이 있는 것일까.

소설에는 주인공 세이디와 남편 윌의 내연녀 카밀의 시선이 교차되며 일이 전개된다.

남편의 바람울 알게 된 이후 심리적으로 멀어진 윌과 세이디.

윌은 육체적인 접촉을 시도하지만 세이디는 심리적으로 남편을 기피하게 된다.

반면 세이디와 대학 룸메이트였던 카밀은 자신이 먼저 관심 가졌던 남자 윌을 친구에게 빼앗겼다는 이유로 앙심을 품고 의도적으로 유부남인 윌에게 접근하며 그와 불륜 관계를 유지한다.

이모젠의 양육 겸 부부의 새로운 출발을 위해 이사온 동네에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조용한 섬동네에 과연 누가 이런 범죄를 저지를 수 있을까.

세이디는 범인이 어딘가에 숨어있을 거라는 생각에 공포에 떨지만 정작 자신이 범인으로 지목된다.

살인사건이 발생한 날, 모건과 세이디가 언쟁을 하는 장면을 목격자가 나타나며 세이디는 궁지에 몰린다.

과연 세이디는 범인일까?

『디 아더 미세스』는 세이디의 남편에 대한 불신, 그에 따른 고뇌, 범인으로 지목되며 치닫는 감정의 변화와

친구의 남편 윌을 차지하려는 카밀의 집착과 광기가 대비되며 극을 달린다.

두 여자의 심리가 치밀하게 그려지며 과연 어떤 것이 진실인지 믿을 수 없게 한다.

그리고 마지막 반전에 이르러서야 작가는 제목부터 책 여러 곳곳에 사건의 실마리를 친절하게 심어놓았다는 걸 알 수 있다. 다만 그 실마리는 사건의 진실이 밝혀져서야 알게 된다. 그것이 바로 힌트였음을..



사건이 전개되며 점점 무너져가는 세이디의 혼란, 세이디에 대한 원망이 극에 달하는 카밀의 광기.

그리고 살해당한 모건의 아이 마우스의 이야기가 마침내 하나로 이어지며 이야기는 급물살을 탄다. 세이디가 이사한 집에 대한 '뭔가가 있다'는 불길한 느낌은 그대로 적중하며 또 한 번 혼란케 한다.

우리는 가장 가까운 사람들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과연 무엇이 문제였을까. 문제의 시작은 무엇이었을까.

그건 어쩌면 자기 자신에 대한 지나친 긍정이지 않았을까. 자신은 괜찮다고 문제 없다고, 잘 안다고 생각 부터가 파국의 시작이 아니었을까 생각하게 한다.

올 여름, 치밀한 심리 스릴러를 원한다면 『디 아더 미세스』를 강력하게 추천한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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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떠나면 고맙다고 말하세요
켈리 함스 지음, 허선영 옮김 / 스몰빅아트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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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훌쩍 가정을 떠난 남편, 남편이 남긴 집 대출금과 커 가는 두 자녀, 전업주부였던 한 여자의 삶이 한 순간에 싱글맘이 되고 모든 걸 책임져야 한다. 아무런 준비도 없이 직장을 구해야 하고 가정의 생계도 걱정해야 한다.

슬픔에 빠질 겨를도 없이 하루 하루 가족들 건사하기 바쁘다. 그런 삶을 상상할 수 있겠는가?

『남편이 떠나면 고맙다고 말하세요』의 워킹맘 에이미가 딱 이런 상황이다. 남편 없는 지 3년, 이제는 남편의 부재도 익숙해졌는데 남편이 돌아왔다. 훌쩍 떠났던 것처럼 훌쩍 돌아왔다.

3년만에 나타나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고 싶다고 말하는 남편 존, 에이미는 이런 상황이 석연치 않지만 아이들에게도 아빠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남편이 아이들을 볼 때 자신은 무엇을 해야 할까 고민하던 에이미는 학회 참석도 할 겸 뉴욕에 있는 친구 탈리아의 집에 가기로 결정한다. 여기서 중요한 건 에이미의 뉴욕 선택은 자신을 위한 선택이 아닌 아이들에게 무슨 일이 있을 경우 바로 가기도 가깝고 일적인 면도 이룰 수 있다는 일과 아이들 우선의 선택이라는 점이다.

존이 애들 앞에서 한 말하고 비슷하네.

내가 인생을 즐기지 못한 게 자기 잘못이 아닌 듯 말하더라.


에이미는 그동안 자신을 위한 시간을 갖지 못했다. 그래서 남편 존이 돌아와서 생긴 깜짝 휴가 일주일조차 자신을 위해 쓸 생각을 하지 못한다. 그저 아이들 걱정과 일 생각이다.

시작은 그렇게 일이 목적이었으나 뉴욕은 에이미를 그렇게 심심하게 두지 않는다.

에이미는 잡지사를 운영하는 친구 탈리아에 의해 #맘스프린가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된다. 엄마를 떠나 자신을 위한 변화에 도전하며 삶을 즐기는 에이미의 모습이 그려진다.

하지만 내가 무엇을 하고 무엇을 말하든지

당신은 희생자가 되기로 마음을 굳힌 것 같아.

그가 전적으로 정확히 옳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나는 지금껏 희생자였고,

그렇게 희생자가 되는 것을 좋아하게 되었다.


존이 떠나고 집안의 가장이 되어야 했던 에이미는 남편 존의 무책임한 행동에 의한 희생자였다.

물론 에이미는 남편의 빈 자리를 훌륭하게 해냈다. 문제는 에이미가 자신이 희생자라는 사실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점이다. 희생자라는 사실을 존에게 강조하지만 결국 본인만 힘들게 할 뿐이다.

이 '희생자'라는 단어 속에 나와 엄마를 떠올렸다. 이제까지 자신의 삶을 즐기지 못하시다가 힘든 투병 생활을 하며 억울해 하시는 엄마 그리고 쌍둥이 육아를 하며 모성애의 부담에 억눌려 있었던 나..

다른 점이 있다면 엄마는 모성애의 억압이 가장 심했던 시절이었다는 점이다. 반면 나에게는 모성애라는 이름이 여성에게 불공평한지 알게 되었고 주변의 도움으로 극복할 수 있었다.

희생만 하는 모성애를 강요받았던 엄마는 지금 자신이 희생자라는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그 사실은 시시때때로 엄마를 슬프게 한다.

쉽지는 않겠지만, 나는 100% 엄마이면서도

여전히 100% 나 자신일 수 있다.

그런 생각이 내 사고방식을 바꿨다.

내 아이들을 보살피기 위해서는 자신을 돌보는 것도

절대 잊으면 안 된다는 것을 이해한다는 뜻이다.



소설 속 에이미는 희생자가 되는 걸 멈추고 자신을 위한 선택을 하며 자유를 만끽한다. 잊고 있던 행복을 느낀다.

그리고 자신이 행복할 때 비로소 아이들 또한 행복하다는 것을 체감한다. 엄마이기 전에 자기 자신이 먼저여야 함을 알게 해 주고 결코 불가능하지 않다는 사실을 이 소설은 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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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의 태양
마윤제 지음 / 특별한서재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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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워서 도망치고, 무서워서 피하고,

공포에 질려 뒤로 물러나는 선수는 아무도 이길 수 없어.

영원한 패자가 되는 거지.

눈앞에 있는 상대는 쉬워. 오히려 가장 힘든 상대는 눈에 보이지 않아.

그들은 어둠 속에서 우리의 두려움과 공포를 먹고 사는 괴물이지.


1년 중 가장 뜨겁다면 한여름 8월을 꼽을 것이다. 공식적인 여름의 마지막이자 한여름의 위용을 뽐내는 8월의 태양은 만인의 사람들에게 자신의 위엄을 과시하듯 활활 불타오른다. 작가 마윤제의 소설 『8월의 태양』 또한 인생의 격정기를 맞는 18세 소년 최동찬과 친구들의 이야기를 그린 청춘소설이다.

소설의 배경은 한때 고래잡이가 대세였던 바닷가 강주이다. 주인공 최동찬의 집안은 대대로 잘 사는 강주의 지주였다. 하지만 정부에서 고래잡이를 금지한 후 최동찬의 집안은 서서히 몰락한다. 마지막으로 고래잡이를 떠난 아버지는 사고로 바다에서 목숨을 잃는다. 그 배에서는 기관장 단 한 명만 살아남고 죽은 선원의 유가족들은 최동찬의 집을 공격하며 동찬과 어머니를 위협한다.

강주에는 잘 나가는 폭력배 강태호가 있다. 사람도 죽이고 감옥에도 여러번 복역한 그를 건드릴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동찬은 무성한 그의 소문을 듣고 소름이 끼친다. 가까이 하고 싶지 않지만 그는 어느새 성큼 그의 어머니에게 다가와 결혼을 하고 동찬과 한 가족이 된다. 커져가는 강태호에 대한 증오와 옛 추억을 재빠르게 없애나가는 엄마에 대한 증오가 쌓여간다. 그런 빈자리를 최동찬은 운동과 여자친구 윤주와의 만남, 그리고 친구 변태석과 상윤이 채워준다.

『8월의 태양』은 거칠다. 청소년 동찬이를 중심으로 한 열여덟 청춘의 이야기라지만 그들의 이야기는 청춘이라는 한 단어만으로 결정짓기에는 소재가 결코 가볍지 않다.

우선 새아버지 강태호의 존재는 조직폭력배라는 사실과 윤주의 사고, 윤주를 향한 동찬과 친구들의 복수,

그리고 마침내 밝혀지는 동찬의 아버지에 대한 진실 등은 이 소설을 결코 청춘이라는 이름으로 가볍게 대하지 않는다. 오히려 작가는 동찬이 자신을 얽히고 둘러싼 모든 진실을 직면하게 하고 극복하게 한다. 부잣집 도련님 동찬이 권투를 하며 친구에게 "넌 운동할 몸이 아니야"라는 말을 들을만큼 약했던 동찬이 진실을 접하면서 점점 강해져가는 동찬의 모습을 입체적으로 그려낸다. 겁먹지 않고 공포를 이겨나가는 동찬의 모습은 새아버지 강태호가 기획한 뱃고놀이 축제에서 클라이맥스에 이른다. 진정한 공포와 마주하며 정면승부를 하는 동찬은 비로소 공포를 뛰어넘을 준비를 한다. 물론 그 승부에는 동찬과 함께 한 친구들이 있었다.

무하마드 알리를 한 방에 쓰러뜨릴 수 있는 기술이 있어도

내 안의 두려움을 극복하지 못하면 무용지물이었다.

우선 내가 해야 할 일은 두려움을 이겨내는 것이었다.

그 괴물을 깨부수지 못하면 난 한 걸음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었다.


풋풋한 청춘의 이야기를 기대하며 읽었지만 의외로 거친 이 다섯 청춘의 이야기였다. 하지만 두렵다고 물러서지 않고 아프지만 한 발 한 발 앞으로 나아간다. 두려움과 정면승부하며 성장해나가며 자신들의 미래를 개척해나간다.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것. 이 또한 이들이 청춘이기에 가능한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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