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떠나면 고맙다고 말하세요
켈리 함스 지음, 허선영 옮김 / 스몰빅아트 / 2021년 8월
평점 :
절판



어느 날 훌쩍 가정을 떠난 남편, 남편이 남긴 집 대출금과 커 가는 두 자녀, 전업주부였던 한 여자의 삶이 한 순간에 싱글맘이 되고 모든 걸 책임져야 한다. 아무런 준비도 없이 직장을 구해야 하고 가정의 생계도 걱정해야 한다.

슬픔에 빠질 겨를도 없이 하루 하루 가족들 건사하기 바쁘다. 그런 삶을 상상할 수 있겠는가?

『남편이 떠나면 고맙다고 말하세요』의 워킹맘 에이미가 딱 이런 상황이다. 남편 없는 지 3년, 이제는 남편의 부재도 익숙해졌는데 남편이 돌아왔다. 훌쩍 떠났던 것처럼 훌쩍 돌아왔다.

3년만에 나타나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고 싶다고 말하는 남편 존, 에이미는 이런 상황이 석연치 않지만 아이들에게도 아빠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남편이 아이들을 볼 때 자신은 무엇을 해야 할까 고민하던 에이미는 학회 참석도 할 겸 뉴욕에 있는 친구 탈리아의 집에 가기로 결정한다. 여기서 중요한 건 에이미의 뉴욕 선택은 자신을 위한 선택이 아닌 아이들에게 무슨 일이 있을 경우 바로 가기도 가깝고 일적인 면도 이룰 수 있다는 일과 아이들 우선의 선택이라는 점이다.

존이 애들 앞에서 한 말하고 비슷하네.

내가 인생을 즐기지 못한 게 자기 잘못이 아닌 듯 말하더라.


에이미는 그동안 자신을 위한 시간을 갖지 못했다. 그래서 남편 존이 돌아와서 생긴 깜짝 휴가 일주일조차 자신을 위해 쓸 생각을 하지 못한다. 그저 아이들 걱정과 일 생각이다.

시작은 그렇게 일이 목적이었으나 뉴욕은 에이미를 그렇게 심심하게 두지 않는다.

에이미는 잡지사를 운영하는 친구 탈리아에 의해 #맘스프린가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된다. 엄마를 떠나 자신을 위한 변화에 도전하며 삶을 즐기는 에이미의 모습이 그려진다.

하지만 내가 무엇을 하고 무엇을 말하든지

당신은 희생자가 되기로 마음을 굳힌 것 같아.

그가 전적으로 정확히 옳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나는 지금껏 희생자였고,

그렇게 희생자가 되는 것을 좋아하게 되었다.


존이 떠나고 집안의 가장이 되어야 했던 에이미는 남편 존의 무책임한 행동에 의한 희생자였다.

물론 에이미는 남편의 빈 자리를 훌륭하게 해냈다. 문제는 에이미가 자신이 희생자라는 사실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점이다. 희생자라는 사실을 존에게 강조하지만 결국 본인만 힘들게 할 뿐이다.

이 '희생자'라는 단어 속에 나와 엄마를 떠올렸다. 이제까지 자신의 삶을 즐기지 못하시다가 힘든 투병 생활을 하며 억울해 하시는 엄마 그리고 쌍둥이 육아를 하며 모성애의 부담에 억눌려 있었던 나..

다른 점이 있다면 엄마는 모성애의 억압이 가장 심했던 시절이었다는 점이다. 반면 나에게는 모성애라는 이름이 여성에게 불공평한지 알게 되었고 주변의 도움으로 극복할 수 있었다.

희생만 하는 모성애를 강요받았던 엄마는 지금 자신이 희생자라는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그 사실은 시시때때로 엄마를 슬프게 한다.

쉽지는 않겠지만, 나는 100% 엄마이면서도

여전히 100% 나 자신일 수 있다.

그런 생각이 내 사고방식을 바꿨다.

내 아이들을 보살피기 위해서는 자신을 돌보는 것도

절대 잊으면 안 된다는 것을 이해한다는 뜻이다.



소설 속 에이미는 희생자가 되는 걸 멈추고 자신을 위한 선택을 하며 자유를 만끽한다. 잊고 있던 행복을 느낀다.

그리고 자신이 행복할 때 비로소 아이들 또한 행복하다는 것을 체감한다. 엄마이기 전에 자기 자신이 먼저여야 함을 알게 해 주고 결코 불가능하지 않다는 사실을 이 소설은 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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