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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의 태양
마윤제 지음 / 특별한서재 / 2021년 6월
평점 :

두려워서 도망치고, 무서워서 피하고,
공포에 질려 뒤로 물러나는 선수는 아무도 이길 수 없어.
영원한 패자가 되는 거지.
눈앞에 있는 상대는 쉬워. 오히려 가장 힘든 상대는 눈에 보이지 않아.
그들은 어둠 속에서 우리의 두려움과 공포를 먹고 사는 괴물이지.
1년 중 가장 뜨겁다면 한여름 8월을 꼽을 것이다. 공식적인 여름의 마지막이자 한여름의 위용을 뽐내는 8월의 태양은 만인의 사람들에게 자신의 위엄을 과시하듯 활활 불타오른다. 작가 마윤제의 소설 『8월의 태양』 또한 인생의 격정기를 맞는 18세 소년 최동찬과 친구들의 이야기를 그린 청춘소설이다.
소설의 배경은 한때 고래잡이가 대세였던 바닷가 강주이다. 주인공 최동찬의 집안은 대대로 잘 사는 강주의 지주였다. 하지만 정부에서 고래잡이를 금지한 후 최동찬의 집안은 서서히 몰락한다. 마지막으로 고래잡이를 떠난 아버지는 사고로 바다에서 목숨을 잃는다. 그 배에서는 기관장 단 한 명만 살아남고 죽은 선원의 유가족들은 최동찬의 집을 공격하며 동찬과 어머니를 위협한다.
강주에는 잘 나가는 폭력배 강태호가 있다. 사람도 죽이고 감옥에도 여러번 복역한 그를 건드릴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동찬은 무성한 그의 소문을 듣고 소름이 끼친다. 가까이 하고 싶지 않지만 그는 어느새 성큼 그의 어머니에게 다가와 결혼을 하고 동찬과 한 가족이 된다. 커져가는 강태호에 대한 증오와 옛 추억을 재빠르게 없애나가는 엄마에 대한 증오가 쌓여간다. 그런 빈자리를 최동찬은 운동과 여자친구 윤주와의 만남, 그리고 친구 변태석과 상윤이 채워준다.
『8월의 태양』은 거칠다. 청소년 동찬이를 중심으로 한 열여덟 청춘의 이야기라지만 그들의 이야기는 청춘이라는 한 단어만으로 결정짓기에는 소재가 결코 가볍지 않다.
우선 새아버지 강태호의 존재는 조직폭력배라는 사실과 윤주의 사고, 윤주를 향한 동찬과 친구들의 복수,
그리고 마침내 밝혀지는 동찬의 아버지에 대한 진실 등은 이 소설을 결코 청춘이라는 이름으로 가볍게 대하지 않는다. 오히려 작가는 동찬이 자신을 얽히고 둘러싼 모든 진실을 직면하게 하고 극복하게 한다. 부잣집 도련님 동찬이 권투를 하며 친구에게 "넌 운동할 몸이 아니야"라는 말을 들을만큼 약했던 동찬이 진실을 접하면서 점점 강해져가는 동찬의 모습을 입체적으로 그려낸다. 겁먹지 않고 공포를 이겨나가는 동찬의 모습은 새아버지 강태호가 기획한 뱃고놀이 축제에서 클라이맥스에 이른다. 진정한 공포와 마주하며 정면승부를 하는 동찬은 비로소 공포를 뛰어넘을 준비를 한다. 물론 그 승부에는 동찬과 함께 한 친구들이 있었다.
무하마드 알리를 한 방에 쓰러뜨릴 수 있는 기술이 있어도
내 안의 두려움을 극복하지 못하면 무용지물이었다.
우선 내가 해야 할 일은 두려움을 이겨내는 것이었다.
그 괴물을 깨부수지 못하면 난 한 걸음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었다.
풋풋한 청춘의 이야기를 기대하며 읽었지만 의외로 거친 이 다섯 청춘의 이야기였다. 하지만 두렵다고 물러서지 않고 아프지만 한 발 한 발 앞으로 나아간다. 두려움과 정면승부하며 성장해나가며 자신들의 미래를 개척해나간다.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것. 이 또한 이들이 청춘이기에 가능한 것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