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이유 - 김영하 산문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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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의 이유. '여행'이란 말을 '삶'이란 단어로 바꿔본다. 삶은 여행이니까. 이젠 너무 식상한 표현이지만 이보다 더 좋은 표현은 떠오르지 않는다.


 억겁의 시간, 아니 시간이란 개념도 없다. 영원한 비존재 상태를 유지하던 영혼들은 가끔 인간을 통해서 일시적 실존을 하게 된다. 세계라는 낯선 곳에 도착해서 타인(그 또한 영혼이겠지만)의 신뢰와 환대를 도움으로 '지금, 여기'의 삶, 즉 여행자가 되는 것이다.


 작가는 여행(삶)이 스스로에게 준 여러 가지 의미를 되짚는다. 그것은 '상처를 몽땅 흡수한 물건들로부터 달아나는 것'이기도 하고 '우리를 이미 지나가버린 과거와 아직 오지 않은 미래로부터 끌어내 현재로 데려다 놓는 것'이기도 하고, 여행자는 늘 허영과 자만에 대해 경계하고 타자에 대한 존중의 마음으로 '노바디'가 되어야 한다고 역설하기도 한다.


 내게는 작가의 마지막 말이 가장 와닿았다. 함께한 이들이 없었더라면 여행은 그저 지루한 고역에 불과했을 거라는 것.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영혼들에게 누군가는 물을 것이다. 여행 동안 좋은 이들이 곁에 있었는지 그리고 진정으로 즐거웠는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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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메이징 필로소피 - 탈레스부터 앨런 튜링까지, 만화로 배우는 서양 철학 어메이징 코믹스
마이클 패튼.케빈 캐넌 지음, 장석봉 옮김 / 궁리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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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큼 어메이징 하지는 않지만 -_-;
어쨌든 만화와 입문서는 사랑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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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량한 차별주의자 (리커버)
김지혜 지음 / 창비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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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가지 의문이 생겼다.

 

 기울어진 운동장을 좀 더 섬세하게 느끼기 위해, 서 있는 곳에 따라 달라지는 풍경을 무심히 넘기지 않고 좀 더 잘 구분하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좋은 대답이야 수도 없이 많을 것이다. 내가 궁금한 건 이것이다.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관념은 어떤 식으로 작용할까? 다시 말해 차별에 대한 감수성을 키우기 위해서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가치를 강화하는 것이 좋을까? 아니면 그 가치에 대해 의심을 품고 회의하는 자세가 도움이 될까?

 

 얼핏 생각해 보면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가치를 강화하는 것이 인간 내의 차별을 줄이는데 도움이 되는 것처럼 보인다. 여러 가지 차이가 있더라도 호모 사피엔스라는 종에 속하기만 하면 모든 인간은 똑같이 존엄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가치를 강화할수록 다른 종에 대한 억압과 차별은 더해질 수밖에 없다. 종 차별주의는 인간내의 차별을 종간의 차별로 확장시킨 개념이다. 호모 사피엔스라는 종에 소속된 개체를 다른 종에 소속된 개체보다 윤리적으로 더 중요하게 다루는 것이다. 인간이 다른 종보다 강하고 우수하며 영향력이 크기 때문에 다른 종을 억압하고 차별한다면 그 논리는 인간 내에서 자행되는 차별과 다를 바가 없다. 그렇다면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가치를 생명의 존엄성으로 확대하는 것이 모든 차별에 대해 더 예민하게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이 책은 탁월하다. 직관적으로 알 수 있는 표지부터(리커버 보다 오리지널 커버가 더 나은 듯^^;) 차별에 대해 흔히 제기되는 다양한 의문에 대한 상세한 반론과, 무엇보다 한 문장도 허투루 쓰지 않은 듯 수십 장에 이르는 출처에 대한 표기와 참고문헌은 글에 대한 신뢰감을 높여준다. 다만 인간 존엄성이라는 관념을 끌어와 다른 차원에서 한번 생각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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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아이 이야기 나폴리 4부작 4
엘레나 페란테 지음, 김지우 옮김 / 한길사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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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짧게 한마디 해야겠다.

니노 이 개색~ -_-;;

이원론적 세계관으로 볼 때 현실은 나(자아)와 세계로 양분할 수 있다. 둘 사이의 선명한 경계는 존재의 기본 원칙이며 인식이라는 행위를 통해 주체인 나와 객체인 세계는 구분된다. 이 경계가 무너지면 나와 세계의 구분이 없어지고 일원론적 세계가 되는 것이다. 이는 거칠게 보면 유물론 혹은 실재론에 대비되는 관념론이라 볼 수 있다.

소설 속에서 릴라는 가끔 ‘경계의 해체’라는 현상을 겪는다. 사물이 진동하면서 형태가 망가지고 언어가 의미를 잃고 경계는 흐물거린다. 그럴 때마다 릴라는 숨을 헐떡이며 고통스러워한다. 무명실처럼 잘 끊어지는 경계는 릴라로 상징되는 존재의 불안과 혼란을 의미한다. 견고했던 나와 세계의 구분이 사라지는 것이다.

릴라 주위의 인물들, 특히 화자인 레누는 세계에 대해 굳건한 인식을 가지고 있다. 사물은 실재하며 경계에 대한 의심은 추호도 없다. 반면 ‘잃어버린 아이’로 인해 실재와 현상에 대한 릴라의 의심은 더욱 커지게 된다. 결국 그녀는 모든 흔적을 없애고 사라진다. 그러고는 60년 전 잃어버린 인형들을 레누에게 돌려준다. 마치 마지막 남은 실재인 것처럼.

세계가 릴라의 의식 안으로 사라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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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로 보는 불사를 꿈꾼 영웅 길가메시 - 인류 최초의 신화, 신이 되려 한 인간의 서사시 만화로 보는 교양 시리즈
켄트 H. 딕슨 지음, 방진이 옮김 / 다른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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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과 인간 사이에는 건널 수 없는 강이 있다. 그것은 죽음이다. 그런데 신화 속 영웅들은 인간으로 태어나 신에 가장 근접한 존재들이다. 영웅 길가메시는 죽음을 극복하기로 마음먹고 처절한 사투를 벌인다. 하지만 2/3가 신인 그였지만 다시 말하면 1/3은 인간이다. 죽음 앞에서 절망할 수밖에 없다.

 <사피엔스>에서 유발 하라리는 인지 혁명을 가능케 한 요인으로 언어를 꼽았다. 특히 허구를 말할 수 있는 능력은 사피엔스가 사용하는 언어의 가장 독특한 측면이라고 했다. 허구에서 비롯된 개인적 상상은 타인과의 공유와 믿음으로 집단적 상상으로 증폭된다. 이는 거대 무리(사회)를 지탱하는 골격이 되었다는 것이다.

 인류 최초의 장편 서사시라고 일컬어지는 길가메시 서사시는 집단의 상상, 즉 사피엔스 공통의 관심사인 삶, 죽음, 신, 불멸, 재앙, 욕망, 고난 등등에 대한 허구의 공유다. 집단적 상상으로 증폭된 이 이야기는 그 당시 메소포타미아의 도시국가 우룩을 떠받치는 기둥이 되었을 것이고 삶과 죽음에 대한 보편적 정서를 담지 함으로 인해 현재 우리들에게도 낯설지 않은 허구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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