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이유 - 김영하 산문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9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여행의 이유. '여행'이란 말을 '삶'이란 단어로 바꿔본다. 삶은 여행이니까. 이젠 너무 식상한 표현이지만 이보다 더 좋은 표현은 떠오르지 않는다.


 억겁의 시간, 아니 시간이란 개념도 없다. 영원한 비존재 상태를 유지하던 영혼들은 가끔 인간을 통해서 일시적 실존을 하게 된다. 세계라는 낯선 곳에 도착해서 타인(그 또한 영혼이겠지만)의 신뢰와 환대를 도움으로 '지금, 여기'의 삶, 즉 여행자가 되는 것이다.


 작가는 여행(삶)이 스스로에게 준 여러 가지 의미를 되짚는다. 그것은 '상처를 몽땅 흡수한 물건들로부터 달아나는 것'이기도 하고 '우리를 이미 지나가버린 과거와 아직 오지 않은 미래로부터 끌어내 현재로 데려다 놓는 것'이기도 하고, 여행자는 늘 허영과 자만에 대해 경계하고 타자에 대한 존중의 마음으로 '노바디'가 되어야 한다고 역설하기도 한다.


 내게는 작가의 마지막 말이 가장 와닿았다. 함께한 이들이 없었더라면 여행은 그저 지루한 고역에 불과했을 거라는 것.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영혼들에게 누군가는 물을 것이다. 여행 동안 좋은 이들이 곁에 있었는지 그리고 진정으로 즐거웠는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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