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이 있는 집
김진영 지음 / 엘릭시르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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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책을 구매할 때 나름의 기준이 있습니다.

우선은 좋아하는 작가, 좋아하는 장르, 드라마나 영화화하는 혹은 했던 작품을 고르게 되는데...

이 소설도 그런 이유로 구입을 했었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출판된 지 꽤 되었었네요?!

​

최근에 종영한 이 드라마.

사실 드라마보단 책이 더 끌렸던...

여튼 마당이 있는 이 집의 실체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

완벽한 집, 행복한 가정, 그런 줄 알았다. 그런데......

"마당에서 시체 냄새가 난다."

​

『마당이 있는 집』



2016년 4월 9일 토요일

의사 남편 재호에 똑똑하고 잘생긴 아들 승재, 완벽한 집.

모자랄 것 없는 풍족한 주란은 사실 친구들을 초대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아직 실내 인테리어를 완벽하게 마무리하지 못한데다, 이사 온 이후로 아이 전학 문제를 비롯해 처리해야 할 일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는데 친구들의 성화에 어쩔 수 없이 초대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

"이사 올 때부터 계속 이런 냄새가 난 거야?"

민영이 불쾌한 표정을 지으며 화단에서 한 발짝 뒤로 물러서며 물었다.

"글쎄...... 한 일주일? 더 오래됐을 수도 있고......"

실은 이 냄새 때문에 창문을 열지 않은 지도 일주일이 넘었다.

"주란아, 화단을 한번 파보지그래? 정말 동물 사체가 있을 수도 있잖아." - page 11

​

남편은 금방 사라질 거름 냄새로 치부했지만 그럼에도 꺼림직했기에 야전삽으로 흙을 긁어내듯이 쓸어내렸습니다.

'여긴 아무것도 없어. 거름 냄새일 뿐이야.'

아무것도 없다는 걸 확인한 뒤 행동을 멈출 수도 있었지만, 다시 한번 삽을 흙에 더 깊숙하게 꽂았습니다.

​

눈앞에 보이는 건 파란색 나무 막대기가 아니었다. 식물의 뿌리도 아니고, 동물 사체는 더더욱 아니었다.

가늘고 긴 사람 손가락이었다. - page 17

​

이 사실을 남편에게 알렸지만 잘못 봤다며 그저 쓰레기였다고 단정해버리는 그.

그러고는 다시 화단에 오니 시체는 사라지고 없어졌습니다.

​

또 한 명의 여자가 등장하게 됩니다.

남편 윤범의 폭력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었지만 이혼을 해도 갈 곳이 없고 게다가 임신을 해 더 이상 이혼마저 쉽지 않은 상황 속에서 버티며 살아가는 '상은'.

그런 그녀에게 경찰의 전화 한 통이 걸려오게 됩니다.

하지만 그 속 사정은...

​

남편을 죽이기로 결심하고 실행에 옮기기까지 여러 번 망설였지만 후회는 없었다. 나는 남편을 죽인 살인자이지만 그 사실은 이제부터 잊기로 했다. 나는 피해자의 부인이어야 하니까. 눈을 감자 남편의 마지막 얼굴이 계속 떠올랐다. - page 56

​

남편의 사건은 자살로 종결 났지만 원래 상은의 계획은 사고사이거나 그날 만나기로 한 의사-재호-에게 살해당해 사망보험금을 타고자 했던 것이었습니다.

어떻게든 빌미를 만들어 돈을 받아내고자 스스로 사건에 뛰어들기 시작합니다.

​

재호의 약점을 잡기 위해 윤범은 죽기 전 하나의 휴대폰을 입수하게 되고 '수민'이란 여자아이의 것이었습니다.

이를 빌미로 재호에게 접근하는 상은.

남편 재호의 지인-윤범-의 사건도 그렇고 좀처럼 사건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몰라 방황하는 주란.

수민의 죽음.

결국 이 두 여성은 사건의 진실 속으로 빠져들게 되는데...

과연, 주란의 남편은, 살인자인가...?

​

나는 일부러 다른 곳에는 시선을 주지 않고, 2층 승재 방으로 올라가 아이가 얘기한 물건들을 빠르게 채이기 시작했다. 태블릿과 헤드폰, 그리고 아이의 여름옷을 챙기던 중 서랍 깊숙이 있던 낯선 물건을 발견했다. 동그랗게 매듭지은 주황색의 나일론 끈이었다.

...

승재는 이 범죄와 아무 관련이 없다. 아니, 그래야만 했다. 나는 그렇게 다짐을 하고 스스로를 세뇌시키려 했지만 또다시 덜컹하면서 마음과 몸이 무너지는 기분이 들었다. 승재를 의심하면 안 된다. 믿어야만 한다. 그래야 내가 계속 살아갈 수 있다. - page 377 ~ 378

​

한순간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습니다.

소설을 읽으면서도 영상화되던데... 드라마는 어떻게 표현했을지도 궁금해지고...

인상적인 문장들이 있었습니다.

마치 주란 자신의 모습을 빗대어 표현했던 문장이 그러했고

​

"상은 씨는 어떤 꽃을 좋아해요?"

"전 좋아하는 꽃도 없고 꽃 이름을 잘 알지도 못해요."

"징그럽죠? 멀리서 봤을 때는 예뻤는데 가까이서 보니까 안에 빼곡히 든 수술도 소름끼치고. 악마가 입을 벌리고 있는 것처럼......" - page 337 ~ 338

​

마지막 상은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도 그러했습니다.

​

앞으로 우리는 정말 볼 일이 없겠죠? 어디선가 잘살고 있기를 바랄게요. 이 세상에 쉬운 삶은 없어요. 자신을 특별히 불행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말아요. 우린 모두 다 평범하게 불행한 거예요. - page 375

​

진한 여운을 남겨주었던 이 소설.

그럼... 이제 이 여인들은 새로운 인생을 잘 살아나갈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이 들자 주란에게 많이도 등장하였던 '망상'이란 단어만이 남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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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밀리 트리
오가와 이토 지음, 권영주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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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스한 감수성으로 전 세계에 넓은 독자층을 가진 작가 '오가와 이토'.

저 역시도 좋아하는 작가분 중 한 분인데...

최근에도 그녀가 이십 대에 쓴 장편소설을 만난 바가 있었는데 이번에 또 만나게 되니 역시나 설레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제목부터 벌써 '힐링'을 선사할 것 같은 이 소설.

이번엔 어떤 느낌으로 제 가슴에 채워질지 기대하며 읽어보았습니다.

​

"이 이야기는 나와 릴리를 둘러싼,

같은 피가 흐르는 가족의 이야기다."

​

생명의 연결, 그 반짝임을 그려 낸 오가와 이토의 특별한 성장 소설

​

『패밀리 트리』 


그렇기에 릴리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내 뇌리에는 맨 먼저 툇마루에 무릎을 끌어안고 앉아 하늘을 올려다보던 조그맣고 포동포동한 그녀의 실루엣이 무지개처럼 아련히 나타나곤 한다. - page 8

​

이야기는 신슈에서, 나와 릴리를 둘러싼, 같은 피가 흐르는 가족 이야기 시작되었습니다.

​

호타카의 작은 여관에서 태어난 겁 많은 소년 '류세이'.

해마다 여름이면 도쿄에서 특급 '아즈사'를 타고 찾아오는 '릴리'.

그렇기에 어린 소년에게 여름은 곧 릴리고, 릴리는 곧 여름이었습니다.

​

릴리는 가끔 하늘나라 여행에 빠지는 어딘가 아련하였고, 귀엽기는 하지만 조금 심술쟁이인, 도시 아이 주제에 자연 속에서 놀거리를 찾아내는 그런 그녀와 함께 지내는 여름만이 소년에게 살아갈 힘을 주었기에 언제나 여름만 기다리며 지내고 있었습니다.

릴리가

"류"

라고 부를 때면 배 속 구석구석까지 벌겋게 달아오르는 것 같은, 사랑인 줄도 모른 채 릴리만을 바라보는 류세이.

그러다 우연히 강아지를 발견하게 됩니다.

'바다'란 이름을 지어주고 바다를 통해 일 년 내내 릴리가 찾아올 여름만 기다리던 소년에게 모든 계절이 발하는 순간순간의 반짝임을 배우게 됩니다.

​

나, 릴리, 바다가 아름다운 삼각형을 그리듯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그해 여름을 조용히 지냈다. - page 100

​

하지만 안타깝게도 바다와의 약속을 지킬 수 없게 된 소년에게 릴리의 나지막한 목소리.

​

"어쩔 수 없는 일이야." - page 120

​

그렇게 소년은 큰 좌절과 절망을 겪으며 어른으로의 여정에 들어서게 됩니다.

어른이 되면서도 그의 방황은 계속되고 그런 그에게 건넨 기쿠 할머니의 이야기는 깊은 인상을 남겨주었었습니다.

흙 찜질을 하면서

​

"흙 속이 따뜻하게 느껴지는 것도 이렇게 풀이 우거졌기 때문이야. 인간은 금세 잡초라고 뽑아 버리고 말려 죽이고 하잖냐? 하지만 세상에 신께서 만드신 것 중에 쓸모없는 건 하나도 없는 거야. 쓸모없는 건 인간이 돈벌이를 위해 만든 것뿐이지. 땅과 가까운 곳에 있으면 여러 가지가 아주 잘 보인단다."

나는 정말 기분이 평온했다. 그래서 할머니가 "그때 불이 나서......"라고 했을 때, 순간적으로 무슨 말을 들었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 내 기억으로 기쿠 할머니가 구체적으로 화재를 언급하는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

"불이 나서 다행이라고는 입이 찢어져도 말 못 하고 또 그렇게 단순한 일은 아니다만, 그래도 말이다, 류세이."

기쿠 할머니는 또렷한 목소리로 나를 불렀다. 내 뺨은 그때 이미 눈물로 빛나고 있었을 터였다.

"살아 있으면 꼭 좋은 일도 있는 법이야. 신께서 그렇게 심술궂은 일은 하지 않으신단다. 선하게 살기만 하면 언젠가 자기한테 돌아오는 법이야." - page 201 ~ 202

​

릴리와 류세이, 여관을 운영하는 기쿠 할머니와 그 아들 스바루 아저씨, 여관에 세 든 형태로 살고 있는 류세이 가족, 아버지가 두 집 살림을 하는 릴리네 가족 등 기쿠 할머니로부터 뻗어 나온 나무는 대를 이어 성장하고 있었습니다.

​


덤덤히 그려나간 이야기.

하지만 각각의 인물들의 감정을 고스란히 느껴질 정도로 섬세했던 이야기.

그들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의 이야기가 아니었나 싶었습니다.

​

누구나 겪는 성장통.

마냥 아파하지 않고 극복해 나가는 과정을 통해 큰 위로를 받았습니다.

무엇보다

​

"사람은 혼자선 살아갈 수 없구나. 릴리, 너랑 멀어지고 나서 그걸 잘 알았어."

나는 말했다.

"사람이 한 사람한테서 태어날 수 없는 거랑 마찬가지일지도 몰라." - page 373

​

지금 존재하고 있는 나는 결코 혼자 서 있는 것이 아님을 일러준 이 소설.

덕분에 주변을 되돌아보았습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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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밀리 트리
오가와 이토 지음, 권영주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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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름, 그들의 이야기가 잔잔히도 와 닿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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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도서관
정은오 지음 / 씨엘비북스(CLB BOOKS)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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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라 하면 딱 떠오르는 이미지가 검은 망토에 창백한 얼굴, 사악한 웃음소리, 마법, 저주...

좋은 이미지가 있을까...!

하지만 이 소설에서의 '마녀'는 왠지 특별해 보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라고?!

굳이 마녀가 될 필요까지 있을까...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었고 소설을 읽는 것이 답이란 결론까지 도달하게 되었습니다.

과연 어떤 사연이 있는지 읽어보았습니다.

​

사랑하는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스스로 마녀가 된 한 소녀의 이야기

​

『마녀도서관』



나는 엑스트라다. - page 7

​

변두리 영지, 남작가의 둘째 딸 '로즈마리'.

그녀에게 혈육이라고는 냉정한 성격을 가졌지만, 로즈마리에겐 늘 다정하고 상냥한, 그래서 가문에서도 유명한 시스콤(시스터 콤플렉스, 자매에 강한 애착, 집착, 사랑을 갖는 상태)인 언니 '샤롯'만이 있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샤롯에게 로즈마리는 삶의 이유였습니다.

​

"로즈마리...... 날 혼자 두지 말렴."

"언니, 나 안 죽어......" - page 20

​

현 가주인인 샤롯은 금기의 지식이 존재하는 '무한의 서고'를 관리하는데 또 한 사람, 서고를 열 수 있는 이가 있었으니 바로 로즈마리.

무한의 서고 열람은 가주에게만 있는 특권이지만, 놀랍게도 로즈마리에게도 계승되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서재에 들어가 책을 읽게 되는데 바로 《엘리제 이야기》였습니다.

사실 로즈마리는 호기심 덕분에 이 책을 알게 되었었고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오히려 허탈해지고 집중력이 떨어졌습니다.

하지만

​

"나, 지금 소름 돋을 것 같아." - page 50

​

어느 대목부터 자신이 소설 속 엑스트라라는 걸 알게 됩니다.

​

엘리제 이야기는 평범한 책이 아니라는 사실을, 실존하는 엘리제의 인생을 담은 책이라는 사실을, 그리고 그녀의 인생에 재수 없게도 턱하니 걸린 베히모스가의 미래를 써 내려간 책임을 깨닫게 됩니다.

무엇보다 샤롯과 로즈마리가 정확히는 엘리제의 탐욕에 이용당하고, 엘리제가 샤롯을 죽이고 가문의 서고까지 차지하려 한 사실을 알게 된 로즈마리.

이 비극을 막기 위해 엑스트라, 아니 로즈마리의 활약이 펼쳐지는데...

​

처음부터 그렇게 생각했잖아, 로즈마리. 너와 샤롯의 운명, 그리고 마녀의 손아귀에 있는 레비탄. 모두가 눈앞의 마녀에 얽매여 있다. 우리의 기구한 운명과 암울한 미래를 벗어나기 위해 방향 잃은 이 한복판에서 로즈마리는 생각했다.

길이 없다면 앞을 가리는 갈대를 베고, 길을 막고 있는 나무를 베서라도 걸어가겠노라고. 어차피 운명은 자신의 손으로 개척하는 거야. - page 173 ~ 174

​

마녀를 대적하기 위해 스스로 마녀가 된 로즈마리.

그 마지막은 어떻게 될까...!

​

이미 소설 속에서도 초반에 로즈마리만 알고 있는 비밀 하나를 일러주었습니다.

바로 이 세계는 '소설 속의 세계'라는 것.

현실과 책 속의 이야기가 어우러지면서 저 역시도 어느 순간 이 세계 속에 빠져들 수밖에 없었습니다.

매혹적이면서도 흥미로웠던!

​

그리고 용감하고도 당찬 로즈마리로부터 많은 것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

엘리제의 인생서는 운명서이자 일종의 예언서다. 그녀의 일생에 낀 모든 존재의 미래가 적혀 있는. 베히모스가의 미래는 그녀에 의해 좌우되지만 로즈마리는 그렇게 두지 않을 것이다. 운명은 순응하라고 있는 게 아니야, 깨라고 있는 거야! 정해진 길은 없다. - page 67

​

이 세계의 엑스트라에 불과한 존재에게도 각자의 삶이 있고 미래가 있다. 로즈마리는 그렇게 생각하고 그렇게 믿는다. 엘리제에게는 엑스트라에 불과하지만 샤롯과 로즈마리는 자기 인생의 주인공이라고. - page 100

​

너무 뻔하지 않아서 좋았던 이 소설.

또다시 그들이 그리워질 것 같은 이 소설.

이번 휴가에 이 책을 챙겨갈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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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스파이 앙상블
이사카 고타로 지음, 강영혜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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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치 있고 유머러스한 문장으로 어두운 주제까지 경쾌하게 풀어내며 정교한 구성으로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소설가 '이사카 코타로'.

그의 작품을 종종 찾아 읽어보곤 하는데...

이번 신간 역시도 관심이 갔었습니다.

​

이 작품이 여느 작품과는 달리

1년에 한 편씩 7년 동안 써내려온 이야기를 묶은,

《골든 슬럼버》와 《집오리와 들오리의 코인로커》를 잇는 음악 소설

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새롭게 다가온 이 소설.

그만이 전달할 수 있는 특별함을 느껴보고자 합니다.

​

좋은 사람들이 행복해졌으면 좋겠어.

착한 사람들이 잘 살았으면 좋겠어.

나는 믿으니까, 작은 것들의 위대함을.

​

『마이크로스파이 앙상블』



이야기는 한 여인으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

옛날 옛적, 멀고 먼 땅, 높고 높은 탑. 나는 그곳에 유폐되어 있었지.

...

그런 곳에 날 구하러 사람이 와서 얼마나 놀랐던지. 믿어지지 않았지만 현실이었어. - page 6

​

그렇게 옛이야기가 시작되었습니다.

​

이나와시로 호수에 위치한 적 기지에 잠입해 정보를 빼오는 임무를 맡은 '에이전트 하루토'.

무사히 임무를 마치고 돌아가게 됩니다.

그러다 친구들에게 공갈 협박을 당하고 아버지로부터 폭력에서 벗어나고자 한 소년을 마주하게 됩니다.

​

"여기서 뭐 하나." 갑자기 목소리가 들려서 나는 깜짝 놀랐다. 올려다보니 검은 옷을 입은 날씬한 남자가 있었다. - page 20

​

하루토는 그 소년과 함께 탈출하고자 탈출용 비행기에 올라타게 됩니다.

그런데...

​

"오하라, 또 저질렀군! 뭐긴 뭐야. 잘 들어, 이건 글라이더야. 작전은 프로펠러기잖아."

거친 목소리에서 남자가 초조해하는 것이 느껴졌다.

"추적자가 오고 있다고. 이래선 도망치지 못해. 뭐가 다르냐니. 글라이더는 끌어주는 것이 없으면 날지 못하잖아. 엔진이 없으니까." - page 21 ~ 22

​

엔진이 없으니 초조하게 있던 찰나,

​

그러자 이번에는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순간 내 몸이 뒤로 쓰러졌다. 기체가 위를 향하듯 기울어졌다가 바로 원래대로 돌아왔다. 기체는 공중에 뜬 채 앞으로 나아갔다.

앞에는 거대한 호수가 펼쳐져 있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 수 없었다. 나는 그저 "날아줘"하고 기도했다. - page 23

​

한편 대학 졸업반인 '마쓰시마'.

​

"마쓰시마에게는 엔진이 없네."

"어떻게든 되겠지, 라니 마치 흐느적거리면서 나는 글라이더 같아."

​

라며 넌더리를 치는 여자친구로부터 갑작스런 이별 통보를 받게 됩니다.

예상보다 큰 충격이어서 잠 못 이룬 채 한밤중에 차를 몰고 이나와시로까지 오게 되고 이유 없이 호수가 보고 싶어서 천천히 걸어가다 산장 뒤쪽에서 신기한 것을 발견하여 손을 뻗어 주워들게 됩니다.

장난감 글라이더.

이를 들고 호수를 향해 걸어가 살며시 던지는데...

​

엔진이 없어서 조용하지 / 이제 아무 문제도 없어 / 가자 떠올라서 가자 - page 24

​

이렇게 소설은

임무가 있는 남자,

​

집에 무사히 돌아가는 것까지가 임무입니다. - page 11

​

도망치는 소년,

​

이로써 나는 달라진다. 지금까지의 나와는 이별이다. - page 18

​

실연한 남자

​

엔진을 달아야지.

스스로에게 말했다. - page 17

​

서로의 이야기가 교차되면서 비로소 기적이 일어나게 되는데...

이들의 멋진 앙상블 속에 빠져들어보는 건 어떨지요!

​

일 년, 이 년, 삼 년, ... 칠 년 그리고 이나와시로 호수.

잔잔한 호수 위에 펼쳐진 그들의 분주한 삶은 아이러니하지만 묘한 하모니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아니, 이 모든 게 하나의 아름다운 호수 경관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

행복하게 사는 일이 가능할까. 너무나도 어렵다.

적어도 지금 그들이 웃고 있다면.

그리고 언젠가 다시 만날 날까지 적어도 적어도 그 풍경을 이어가자.

멋진 별이잖아. 그 말이 문득 머리에 떠올랐다.​ - page 225

​

각 연도마다 음악이 있었습니다.

<오파라☆브레이크> 음악 행사에서 울려 퍼졌던 더 피즈와 토모프스키의 음악이 흐르고 있었는데 직접 들어보진 않았지만 그 느낌은 어렴풋이 알 것 같았습니다.

무엇보다 노랫말들이 이렇게나 찰떡같이 어울릴 수 있다는 점에서 또다시 이사카 고타로만의 매력을 물씬 느낄 수 있었던 작품이었습니다.

​

위기의 순간에 서로를 도와주는 사람들.

그들이 있기에 우리가 존재하는 것이 아닐까란 생각을 해 봅니다.

사소하지만 진정한 행복.

잔잔하지만 깊숙이 스며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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