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열대어 ㅣ 케이스릴러
김나영 지음 / 고즈넉이엔티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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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속에서 조금씩 번져가는 빨간색은 피일까......?

표지에서 서서히 조여오는 삶의 마지막이 느껴진 것은 왜일까......?


혼수상태에서 깨어나 보니, 남편이 연쇄살인범?

얼마나 끔찍할까?

그동안 알고 있던 남편이 그야말로 '남'처럼 '연쇄살인범'이었다니!

그렇다면 그녀는 어쩌다 혼수상태에 빠지게 된 것일까?

이 역시도 남편의 계획이었을까?

몹시나 궁금했습니다.

『붉은 열대어』

 


소설은 대한대학병원에 코마 상태로 입원 중인, 세 명의 여자를 죽인 용의자로 의심되는 '한태현'과 2년만에 깨어난 그의 아내 '이서린', 그리고 이 사건을 추적하는 형사 '김지성'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사건은 신도시 개발로 지어진 '지곡동'에서 일어나게 됩니다.

한 달 간격으로 세 명의 여성이 비슷한 사인으로 살해된 채 발견됩니다.

하지만 왜, 그녀들은 싸늘한 시체가 될 수 밖에 없었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돈과 치정.

죽음의 이유는 대부분 이 둘로 나뉜다고 하지만 그녀들에게선 옷을 입고 있었고, 성폭행 흔적은 없었으며 지곡도에 거주한다는 점을 빼면 나이도, 학교도, 생활 패턴도 달랐기 때문입니다.


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형사 '김지성'은 거의 매일같이 병원을 출퇴근하였습니다.

그리고 깨어난 이서린.

조심스럽게 이어진 대화.

"그 중 한 명이 한태현 씨에게 공예수업을 받던 이유리 양입니다."

"왜 오신 거죠?"

높아진 목소리가 서린이 경계하고 있음을 알렸다.

"의사가 그러더군요. 기억이 소실된 게 아니기 때문에 반드시 돌아온다고."

지성은 서린이 이해할 수 있도록 신중하게 말을 골랐다.

"저는 이서린 씨가 목격자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 page 38 ~ 39


아내는 남편의 진실을 찾기 위해, 자신의 기억을 되찾기 위한 과정이 이어집니다.

그러면서 13년 전 사건이 떠오르게 되고 남편의 숨겨왔던 진실, 그리고 연쇄살인 사건의 진짜 범인이 등장하게 됩니다.


이 소설에서는 어린 시절, 부모로부터의 학대가 가져온 비극과 그로인해 비뚤어질 수 밖에 없었던 그들의 모습이 그려져 있었습니다.

칭찬에는 마약 같은 성분이 있다. 때문에 아이들을 칭찬으로 키워선 안 된다.

칭찬은 아이를 중독시키고 헤어 나오지 못하게 만들 것이다.

...

소심함은 무한한 잠재력으로 치장되었고, 이기적인 태도는 감수성이 풍부하고 예술적 기질이 충만한 아이로 덧씌워졌다. 돈 몇 푼 쥐어주면 쏟아내는 선생님들의 칭찬을 부모는 진심으로 받아들였다.

원흉은 거기에 있었다. 준성의 나약함을 감수성이라 포장하고, 한심함을 잠재력이라 평가한 선생에게 속은 부모는 준성을 빛이라 부르며 칭찬으로 키웠다. 오로지 칭찬. 준성의 세계에서 부모는 '칭찬'만 일삼는 멍청한 사람들이었다. 준성이 무슨 사고를 치건, 뒷수습을 하지 못하건 간에 부모는 준성을 칭찬했다. - page 110 ~ 111

부모의 눈길 한 번이, 따스한 손길이 그리웠던 아이, 윤성.

형 준성에게 가려지고 부모의 학대로 인해 비뚤어진 인성을 지닌, 그런 어른으로 성장할 수 밖에 없었던 그의 모습이 안타깝지만 한편으론 용서못 할 그였습니다.


그리고 인상적이었던 이야기들.

'그런 애가 아닌데' 말하다가도 의심은 들었겠죠. 의심이란 게 액셀러레이터 같아서 일단 밟으면 어디 박기 전까지는 멈출 수가 없으니까. - page 126


토끼들의 눈은 생의 온기가 꺼졌음에도 늘 반질거렸다. 윤성은 종종 서재로 들어가 토끼들의 눈을 들여다봤다.

"토끼는 잘 울지 않는 동물이야. 고통이 느껴지고 죽음이 가까워서야 마지막 발악을 하지. 알겠니? 약하고 하찮은 짐승은 이렇게 죽는 거다. 이게 삶이야."

약하고 하찮은 짐승. - page 140

그렇게 연쇄살인범이 피해자를 마치 '토끼'처럼 여기며 사냥을 즐긴 모습은 너무나도 잔인하고 끔찍하였습니다.


"그날 난, 우리가 태어난 이유에 대해 알았어. 우린 생존하도록 태어난 거야. 생존에 선이고 악이 어디 있어? 살아남은 게 선이고 죽는 게 악이지." - page 246


책을 읽으면서 최근에 보았던 드라마 <트랩>이 떠올랐습니다.

첫 시작과 이 소설의 첫 장면이 오버랩이 되면서......

그때도 '박제'가 등장하였었는데......

닮은 듯 닮지 않은 이 드라마와 소설이 긴 여운으로 남았습니다.


붉은 열대어......

소설의 마지막에서 이렇게 이야기하였습니다.

아이가 가리킨 곳에서 빨간 열대어가 하늘거렸다.

...

열대어는 아이의 말처럼 붉은 꽃잎처럼 보이기도 했고, 물속에 떨어져 퍼져가는 핏방울처럼 보이기도 했다. 어떻게 보면 살아있는 존재 같았고, 또 어떻게 보면 죽어가는 것 같았다.

예쁘죠? - page 271


살아있음을 증명하는 선명한 붉은색. - page 272

왠지 붉은 열대어가 보고 싶었습니다.

내 눈엔 어떻게 보일지 궁금했기 때문입니다.

그저 붉은 꽃잎처럼, 그렇게 예쁘게 비춰지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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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리어 ㅣ 케이스릴러
김혜빈 지음 / 고즈넉이엔티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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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도 강렬했던 문장!

살려면 도망쳐라!

캐리어 속 아기와 여자의 목숨은?

아이를 키우는 입자아이기에, 특히나 '엄마'이기에 더 스릴있게 다가온 소설.

『캐리어』 


첫 장부터 '모녀'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만삭인, 한성병원의 며느리 '이선'의 엄마의 수술로 이야기는 시작이 되었습니다.

작년 검진 때까지만 해도 아무런 징후를 발견할 수 없었는데 몇 주도 안 되는 새 암 선고를 받고, 전이 부위를 수술하던 중 과다출혈과 종양 세포가 십이지장 아래까지 보여 결국 사망......

그토록 믿던 사돈의 병원에서, 자신보다도 순종하던 사위의 손 아래에서 숨을 거두면서 조금은 이상한 징후를 발견하게 됩니다.

건강 검진의 담당자가 남편인데 왜 그동안은 종양을 발견하지 못한 것인가......?


그 후 이선은 매일 같이 남편에게서 도망치기 위해 준비를 합니다.

캐리어.

그 속에 캐리어들을 숨기고, 아직 돌이 안 된 아이 준이를 숨기고 가급적이면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게, 그렇더라도 빠르게......


그렇게 연습을 하고 디데이가 다가왔습니다.

남편의 출장.

사흘간의 출장에서 그가 돌아오는 마지막 날 돈을 가지고 해외로 떠날 계획을 하였지만 결국 실패로 돌아갑니다.

사라진 여권.


아직은 시간적 여유가 있어 준이를 데리고 해변가를 거닐다가 그만 아이를 잃어버리게 됩니다.

너무나 놀란 그녀!

그런데 그 순간!

살인 사건도 일어납니다.

페스티벌 인파 속에 일어난 한 남자의 살인.

자신의 아이 실종.

수사를 나온 경찰 '진목'에게 부탁을 하며 그와의 인연은 이렇게 시작하게 됩니다.


다행히 아이를 찾은 그녀.

가슴을 쓸어내리며 다시금 탈출을 시도하고 그와중에 아이의 두 번째 실종.

그리고 아이와 그녀의 납치.

이렇게 될 수 밖에 없었던 사정.


이들의 사건엔 '병원의 비리'와 '돈'이 얽혀있었습니다.

역시나 더럽고 더럽기만 한 '비리'.

하지만 사람인지라 그녀도 '돈' 앞에선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고 맙니다.

지금이 바로 도망칠 순간이었다. 그러나 비닐에 둘러싸여 있는 지폐가 눈에 밟혔다. 몇 발짝 내딛지도 못하고 멈춰 섰다. - page204


'부산'을 배경으로 있을 법한 사건으로 다가온 이 소설은 현실성이 있었기에 더 심장이 쫄깃하고 섬뜻하였으며 엄마의 절규는 같은 엄마이기에 더 처절하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읽으면서 더 몰입하면서 결국 눈물을 훔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책 속에 인상적인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내가한 짓을 알게 되었다. 내가 순순히 붙잡혀 죗값을 치르고, 준이에게 떳떳한 엄마가 되는 것과 모든 일을 숨긴 채 낯선 터전에서 새로운 출발을 하는 것 중 무엇이 옳은 선택일까?

나는 그 질문의 대답을 알았다. 사실 이 일을 시작하면서부터 알고 있었다. 법의 심판을 받을 수 있는 것처럼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었고, 준이를 향한 위협 역시 법의 테두리 안에서 물리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언제나 생각지도 못한 방법으로 준이를 내 앞에서 데려갔다. 나는 바닷가를 헤매던 때를 떠올렸다. 내가 법 한 번 어기지 않던 시절에도 준이를 찾아주지 못했는데, 전과가 생긴 여자의 아이를 경찰은 기꺼이 찾아주려고 할까? - page 223

법 안에서 보호받아야 할 우리가......

결국 보호받지 못하고 범죄자가 될 수 밖에 없었던 그녀의 이 이야기가 왜이리도 가슴이 미어지게 하는지......


책을 읽고나서 영화 <세븐 데이즈>가 떠올랐습니다.

딸을 위해 무너질 수 밖에 없었던 변호사 지연이 모습이 떠오르면서 그녀가 외쳤던 이 한 마디가 떠올랐습니다.

"은영아!!! 집에 가야지."


과연 '이선'이 저지른 행위는 정당방위일까, 아니면 범죄일까......

또다시 생각에 잠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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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우리였던 날들을 기억해요 - 우리였던 기억으로 써 내려간 남겨진 사랑의 조각들
박형준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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왠지 잊어서는 안 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 책의 제목이 인상깊었습니다.

『우리가 우리였던 날들을 기억해요』 

 


책의 앞장은 노란색으로 <프롤로그>가 써내려가 있었습니다.

노란색......

왠지 모르게 가슴 한 켠이 아려왔습니다.

장막 밖으로 쏟아낸 수많은 생각 조각들이 나부낄 무렵,

조금씩 알 것 같았다.


시린 사랑 앞에 축 늘어진 침잠 외에도

움트고 있는 새로운 사랑학이 있다는 걸.


그래서 더 애틋하게 추억하기 시작했다.

우리가 우리였던 그날들을. - <프롤로그> 중에서

그렇게 시작된 한 편의 영화와 그 속에서의 아픈 유리파편들......

그 파편들을 흩뿌려봅니다.


열 다섯 편의 영화.

다시금 찾아보고 싶은...... 그래서 내 안의 파편들도 쏟아내고 싶었던 영화들이었습니다.


<사랑을 노력하게 했던 한 사람 뷰티 인사이드>에서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매일 다른 모습으로 바뀐 삶을 살아가던 '우진'.

그런 그가 한 여자를 사랑하게 되면서 그는 내일은 다른 사람으로 변하지 않게 해 달라고 간절히 바랄 뿐입니다.

그녀 역시도 자꾸만 변하는 남자를 보며 낯설고 그 사랑을 지키기위해 애쓰는, 그런 사랑을 하게 됩니다.

결국 헤어지기로 결심한 남자.

아프로 또 아프지만 이별을 차마 먼저 말하지 못하는 여자를 위해. "우리 헤어지자, 그게 좋을 것 같아." 남자는 여자의 손을 꼭 잡ㅈ고 걸어가다가 이별을 말하고 "감기 들겠다, 얼든 들어가."라고 말한다. 군더더기 없는 짧은 이별이다. - page 27

그리고 이어진 저자의 이야기.

그때 나는 사랑은 노력하는 거라고 믿었다. 그녀를 위해 노력하는 만큼 그녀가 내게로 더 가까이 올 것이라고. 그녀가 조금 멀리 있다고 느껴지는 건 노력이 부족한 탓이라고. 노력의 끝은 있기 마련이기에 반드시 우리 사랑도 노력의 결실을 맺을 거라고. 그녀를 위해 그녀처럼 생각하고 그녀를 닮아가는 노력이 헛되지 않으리라 그렇게 믿었다. 별로 내세울 만한 게 없기에 그녀를 사람하는 최선의 방법은 노력밖에 없었다. 노력 말고는 다른 방법을 알지 못했던 때이기도 했다. 오직 한 사랑에게로 향하는 내 노력이 영화 속 남자의 모습과 겹쳐지곤 했다. - page 27 ~ 29

그저 상대를 위해 '노력'했을 뿐인데......

그 노력의 결실이 '이별'로 다가왔을 때의 충격과 좌절......

이 영화와 그의 이야기를 듣고나니 문뜩 김건모의 <미안해요>가 떠올랐습니다.

​

그대는 나만의 여인이여. 아직도 못다 한 말 그댈 사랑해요. - 김건모 <미안해요> 중에서

영화 <뷰티 인사이드>를 보지 않았기에 꼭 한 번 찾아 보려합니다.

저 역시도 '사랑'을 잘 몰랐던, 그저 '노력'만을 했었던 지난 날을 떠올리며......


그리고 잊지 말아야 할 사건 중 하나인 서울대학생 박종철이 고문으로 사망한 1987년 1월 14일을 시작으로 6월 항쟁까지 이어졌던, 영화 <1987>.

너무나도 잔인하고 끔찍했기에, 차마 진실이지만 진실이 아니길 바라며 보았던 영화였습니다.

해방된 조국에서 마음껏 연애하고 마음껏 행복해야 할 청춘이다. '멋지고 친절한 데다 서로 오묘한 감정까지 나눈 선배'와 신나게 연애하고 마음껏 행복할 수 있었다. 그런데 '멋지고 친절한 데다 서로 오묘한 감정까지 나눈 선배'가 어이없게 억울하게 죽었다. 멋지고 친절한 선배에게 연희도 멋지고 친절한 후배이고 싶었을 것이다. 마음껏 연애하고 마음껏 행복할 청춘이 최루탄 앞에서 생을 걸고 시위해야 했던, 그래서 그들의 행복추구권마저 유예되고 희생돼야 했던 시대. - page 141

이 영화에 대해 저자는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연희가 이어 달릴 수 있었던 건 단순히 좋아하는 선배를 잃어버린 상실감 때문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선배와 같이 꿈꾸고 싶었던 세상, 마음껏 연애하고 마음껏 행복해도 되는 세상을 보고 싶다는 의지였을 것이다. 적어도 우리 후배들은 자신보다는 나은 세상에서 마음껏 연애하고 마음껏 행복했으면 하는 마음, 그것이 아니었을까? 이런 마음으로 시위를 하면 안 되는 이유 또한 없다고 생각한다.

나는 이 또한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사랑의 또 다른 방법이라고. 최소한 이제는 청춘남녀가 마음껏 신나게 연애하고 마음껏 행복할 수 있는 시절은 되었다. 작지만 무척이나 중요한 승리를 그렇게 이룩해왔다. - page 145


30년 후에 또다시 수많은 사람들이 연희와 선배가 서로 주고 받은 신발을 신고 나섰던 그 거리에 나가 저 초에 불을 켜고 한목소리를 낼 거라는 걸. 또 다른 영화평의 제목은 '연희는 누구입니까'였다. 이 물음에 '소중한 것을 더 이상 잃고 싶지 않은 또 다른 연희, 나'라고 대답하고 싶다. - page 146

'연희'는 누구일까......!

아마 촛불을 밝히는 우리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영화의 마지막에 울려퍼졌던 노래 유재하의 <가리워진 길>을 다시금 들어봅니다.

그대여 힘이 되주오
나에게 주어진 길
찾을 수 있도록
그대여 길을 터주오
가리워진 나의 길 - 유재하 <가리워진 길> 중에서


책을 읽으면서 그리움만이 쌓이곤 하였습니다.

우리였던 그 시절의 내 모습.

잠시나마 그가 전한 영화와 이야기가 제 기억을 꺼내어 곱씹어주었기 때문입니다.


'우리'였던 시간보다 앞으로 '우리'가 나아갈 시간이 많기에......

이젠 아쉬움이나 미련보다는 아름답고도 행복한 이야기로 기록되길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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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문 닫고 떠난 한 달 살기 - 열여섯 명과 여덟 도시 그리고 여덟 가지 버킷리스트
여행에미치다 지음 / 그루벌미디어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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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문 닫고 떠난 한 달 살기』 


처음엔 제목에서 호기심이 생겼습니다.

회사 문을 닫고 떠난다니......

회사가 없어지는건가?

그래서 여행으로 마무리를 하는건가?

아니면 사장님이 미쳤어요...인가?

별의별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곤 책 크기에 놀랐습니다.

기존에 알던 책 크기와는 달리 한 권의 여행잡지였던 겁니다.

(두꺼운......)

뭐......

열 여섯명, 여덟 도시,

여덟가지 버킷리스트

이 문구에 걸맞게 제작된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내년에 우리는 한 달 살기를 하러 떠납니다!"

그렇게 시작된 그들의 한 달 살기 프로젝트.

혹자는 기존 4박 5일 출장이, 29박 30일이 된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우리는 열렬히 우리가 하고 싶었던 것을 하러 떠난다. 여행의 즐거움을 사람들과 나누는 가치를 추구하는 우리들이기에 우리부터 더욱 행복하고 싶었다. 이번 프로젝트의 끝이 예측하기 어렵고, 회사는 더욱 빈털터리가 되더라도 설레었던 이유는 마음 한 켠에 더 많은 것을 담아 올 것이라는 믿음 때문 아닐까?

그들의 행복이 고스란히 담긴 이 책.

그래서 읽는 이들도 더불어 행복하였던 이 책.

마지막엔 이렇게 외치고 싶었던 이 책.

"나도 한 달 살기를 하러 떠나고 싶어요!"


8개국은 뉴질랜드, 부에노스아이레스, 바르셀로나, 도쿄, 포틀랜드, 아를, 발리, 베를린에서 2명이 한 팀이 되어 한 달씩 살기 시작합니다.

그들의 일정을 토대로 이야기는 시작되었고 그곳을 여행할 때 드는 비용이라든지 자신들이 간 레스토랑에 대한 정보, 여행 시 필요한 APP등 다양한 정보도 갖추어 있기에 여느 여행책과도 비교할 수 없는 퀄리티를 지니고 있었습니다.

특히나 인상적이었던 그들이 한 달 살고 난 뒤 정산표와 그 나라에 대해 미리 알았으면 좋았을 것들을 정리해 놓고 있기에 혹시나 이들처럼 한 달 살기를 꿈꾸는 이들에겐 너무나 유용한 책이었습니다.


많은 나라들이 있었지만 저에겐 <6 아를, 반 고흐 연습생>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녀들의 이야기는 사진 뿐만아니라 그림으로도 그 흔적이 남겨져 있었기에 사진에서 못다한 그녀들만의 이야기가 고스란히 그림으로 전달되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었고 또 하나는 개인적으로 '반 고흐'를 좋아하기에 인상깊었습니다.

"과연 우리가 말하는 아름다움은 무엇이었을까요?"


낡아보였던 아를의 첫인상에 대해 다시 물음을 던졌다. 빛바래고 낡은 창문을 그대로 놓아두었다는 것은 그만큼 꾸밀 필요가 없다는 것이었다. 알록달록한 색을 칠하지 않아도, 오래된 모습들을 그대로 둬도, 결국 아를이 가진 본질적인 이야기와 반 고흐 작품 실제 배경들은 예나 지금이나 꾸준히 아름답다. - page 223

아름다움이란......

그 순간 나와 당신, 배경과 그 속에 담긴 이야기, 그리고 그 때의 내 감정이 한데 어우러져 시간이 흐른 뒤 미학으로 남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빛바래고 낡음......

그래서 더 소중하고도 애틋한......아름다움.


아마 그들은 한 달 살기를 통해서 많은 변화가 일어나지는 않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확실하게 얻은 것이 있다고 합니다.

첫째, 소중한 기회나 선택의 문 앞에서 조금 더 지혜롭게 판단할 수 있는 노하우가 생겼다는 것.

둘째, 아를에서 느꼈던 행복을 가져다 준 소소한 순간을 한국에서도 찾기 위해 노력해야겠다는 다짐.

셋째, 스스로를 꾸준히 낯선 곳으로 던져야겠다는 계획


그렇게 낯선 곳에서의 경험과 순간이 일상에 미치는 영향을 알게 됐고, 우린 앞으로 더 꾸준히 여행에 미치며 살아가려 한다. - page 239


책의 마지막에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돈'을 바라보고 만들지 않았고, 그저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한,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에 의한 '여행에미치다'를 만들고 싶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우리가 '재미있는 일'을 하고 싶었다. 그래, 더 신나는 일을 하자! 우리가 원래 순수하게 여행을 했던 옛날의 어느 때처럼, 아무런 근심없이 길거리에서 지나가다 마음에 드는 펍에서 가볍게 맥주도 한 잔 하고, 내가 정말 좋아하는 음식을 즐기고, 또 주말에는 가까운 곳으로 부담없이 떠날 수 있는 그런 여유가 필요했다. 그런 여유 속에서 일할 수 있는 환경까지.

진정으로 그들에게 이렇게 이야기할 수 있었습니다.

"여행에 미치다!"

사실 '돈'의 유혹에서 벗어난다는 것,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여행을 위해, 여행에 의해, 여행을 위해 일을 하고 즐기다보니 어느새 그들의 얼굴엔 저마다의 '미소'가 담겨있음을, 그래서 그 행복이 우리에게 전달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책의 맨 마지막엔 독자를 위한 이야기를 남겨두었습니다.

과연 당신은 어느 나라에서 한 달 살기를 할 건가요?

굳이 해외가 아니더라도 타지에서 현지인처럼 살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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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소리 몽환도
주수자 지음 / 문학나무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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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요즘들어 단편소설을 읽곤 합니다.

긴 호흡보단 짧은 호흡으로, 그때그때의 감정을 느낄 수 있기에 짬짬이 시간을 내서 읽을 땐 단편소설집을 꺼내읽곤 합니다.


그런데 새로운 장르를 발견하였습니다.

'스마트소설' 

우리의 일상에 뗄레야 뗄 수 없는 스마트폰처럼 빠르게 읽을 수 있는, 그야말로 단편보다 더 짧은 단편소설이라고 합니다.

왠지 새롭기도 하고 부담없이 읽을 수 있을 것 같아 책을 찾아보던 중 이 책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빗소리 몽환도』


스마트폰의 배경과도 같았습니다.

그래서 손가락으로 페이지를 넘겨보듯 그렇게 책장을 넘겨보았습니다.


첫 소설부터 인상적이었습니다.

<부담주는 줄리엣>

우리가 알고 있던 그 <로미오와 줄리엣>이었습니다.

그런데 줄리엣이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던 찰나!

누군가의 등장으로부터 이야기는 시작되었습니다.

"한 남자 때문에 목숨을 버리는 건 뭔가 좀...? 더구나 죽는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아니고요." - page 8


"아, 으, 음, 어휴, 전 그저 독자입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아름다운 여자가 그런 방식으로 죽는 걸 도저히 볼 수 없어 참견하게 된 겁니다. 책읽기에서 독자란 그냥 방관자로 있는 것만은 아니니까요. 그렇지 않습니까? 책이 우리를 바꿀 수 있듯이 독자도 책에 대한 이해 정도는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 page 9

와~!

과연 줄리엣은 '독자'의 말을 듣고 태도를 바꿀까?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페이지를 넘겼더니 줄리엣이 이렇게 이야기하였습니다.

"우린 상징으로 남아야 하는 운명이죠. 두 가문의 원수의 상황을 풀기 위한 희생양으로 죽어야만 하는 거였죠. 다른 도리가 없어요! 낭만적인 사랑의 죽음이 아니랍니다. 그건 어쩌면 오해이고 곡해이자 왜곡인지 몰라요. 어찌해서 우리가 현대인에게 사랑의 상징으로 남게 되었는지 모르지만요. 그래요, 세상이란 상징으로 이루어져 있죠. 그리고 인간이란 그 상징을 살아가는 거고요." - page 10 ~ 11

'상징'.

이 단어가 이렇게 무섭게 다가올지 몰랐습니다.

이 상징의 의미처럼 다음에 이어지는 소설들도 환상과 현실의 경계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오가면서 과연 우리는 가상과 현실 속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길 바라는지에 대해 자아성찰을 할 수 있는 계기도 마련해 준 소설들이었습니다.


<빗소리 몽환도>란 이야기도 인상적이었습니다.

독서가 유일한 취미이자 등대이자 위안이자 유일한 동반자로 여기며 사는 그, '공상호'.

주룩주룩 비가 내리던 어느날.

그에게 소설 속 인물들이 난데없이 등장합니다.

그러곤 마치 오래전부터 현실 속에 살아온 것처럼 행동하는, 소설과는 다른 그녀.

캐릭터의 변질이라니! 그건 예상치 못한 반전이었다. 소설을 떠나면 인간은 그럴 수도 있는 거구나, 의아해하며 공상호는 조금 아까 끝낸 소설책을 흘끔 내려다보았다. 그렇지만 이런 일은..., 혹시 자신이 만들어낸 상상이 아닐까...? 혹시라도 현실과 상상의 두 공간이 사랑하듯 만나 돌연히 합선되어 버린 게...? 그것도 아니라면 내가 영 미쳐버린 게...? 그는 뺨을 한번 더 꼬집어보려다가 대신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 - page 120


꿈이라면 한바탕 난리를 치고 사라진 그들.

그들이 남긴 잔상과 여운은 다시 공상호가 현실로 돌아온 것을 느끼게 하고 또다시 공상호는 환상으로 돌아가고 싶어합니다.


특히나 이 소설에서 소설 속 그녀의 이야기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전 살고 싶어요. 세상이 어떤 곳인가 알고 싶어요.

공상호는 그제야 어디서 소리가 나는지 알아차렸다.

아저씨, 전 간절히 삶을 맛보고 싶어요.

그래? 난 살맛을 통 못 느끼는데......?

자신이 별로 신통치 않게 여기는 세상을 그토록 보고 싶어 하다니! 난감한 일이었다! 누구나 저마다 다른 세상을 이고 사는 것이니, 자신의 의견이 정법이라고 함부로 주장할 수도 없는 것이고, 그렇다고 세상은 이미 자본주의에 물들어버려 구제불능이고 타락하고 사악한 구조라고 돼먹지 않는 사적인 의견으로 순수한 영혼을 오염시킬 수도 없는 일이었다. - page 129 ~ 130

누군가에겐 간절히도 보고 싶고, 살고 싶은 이 곳.

과연 그곳은 가상일까 현실일까......


짧지만 긴 여운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저마다의 소설은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계가 현실인지, 아니면 자신의 가상 속의 세계인지 자꾸만 되뇌어 묻곤 하였습니다.

그러다보니 어느새 저 역시도 제가 바라는 세계는 가상에서만 가능한 것인지 현실에서도 가능한 것인지 의문스럽기도 하였습니다.


창밖엔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만약 나도 소설을 읽다가 소설 속 인물을 만나게 된다면 어떻게 해야하는건지......

궁금하고도 궁금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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