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를 담아줘 ㅣ 새소설 2
박사랑 지음 / 자음과모음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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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10대 때엔 H.O.T.에 흠뻑 빠져살았었습니다.

(이러면 내 나이가......)

그들의 의상부터 시작해 악세사리, 음반이 나오면 제일 먼제 가게에 가서 브로마이드와 함께 CD를 구입하고는 뿌듯한 마음으로 학교를 향해가면 그 곳엔 이미 '빠순이' 들이 모여 이야기꽃을 나누며 그 속에서 웃음꽃을 피우곤 하였습니다.


오빠들로 하여금 울고 웃었던 지난 10대의 기억.

그리고 그들의 해체와 동시에 더 이상은 누군가를 좋아하지 않으리라 다짐을 하였지만......

뒤늦게 빠져든 이들이 있었으니 그들의 이름은 전 세계를 열광시키는 'BTS'.

요즘은 그들의 노래를 들으며, 그들의 기사를 보며 소확행을 즐기는 아줌마가 되었습니다.


이 책이 왠지 모르게 끌렸습니다.

아무래도 '공감대'가 형성되었기 때문이었나 봅니다.

저 뿐만아니라 제 주변의 지인 역시도 이 책을 읽으면서 한없이 고개를 끄덕이고 옛 추억에 잠기곤 하였습니다.

『우주를 담아줘』


어린 시절에도 반 아이들이 다른 반의 남자아이를 좋아할 때 텔레비전 속의 사람을 좋아했던 그녀.

그래서 펜던트에 몰래 그의 얼굴을 오려 넣고 다녔지만 결국 친구에게 들키고 맙니다.

비밀이 폭로되는 순간은 참 허무했다. 피구를 하다가 떨어뜨린 목걸이를 친구가 발견하는 순간, 내 것이라는 사실을 뻔히 알면서도 펜던트를 여는 순간, 나에게 건네면서 별것 아니라는 말투로 걔였어? 하고 웃어버리던 순간, 화를 숨기지 못하고 내가 낚아채듯 목걸이를 빼앗은 순간, 혼자 집에 가는 길에 울먹이며 목걸이를 내던지던 순간. 그 순간들이 쌓여 엉망으로 엉켜버렸다. 그때 알았다. 내 소중한 것이 누군가에게는 별것 아니라는 걸. 내 마음은 누군가의 무시를 참아내야 한다는 걸. - page 157 ~ 158


그렇게 그녀는 자신의 마음을 더 꼭꼭 숨기고 닫아두면서 혹시 들키게 되는 순간이 와도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거짓말쟁이로 자라게 됩니다.


그런 그녀가 또다시 누군가를 좋아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 그룹의 팬 사이트에서 만나게 된 디디와 제나.

이 여자 셋이의 그들을 향한 사랑과 그녀들만의 우정이 그려지고 있었습니다.


연예인과 팬의 사이.

아마 이런 감정일 것입니다.

사람들은 모르겠지만 나는 매일 너에게 위로받고 있었다. 너의 노래는 따뜻한 손이 되어 내 머리를 쓰다듬어주었고 너의 눈빛은 너른 품이 되어 나를 안아주었다. 그것은 네 바로 옆에 있을 애인이나 가족이나 친구는 절대 느끼지 못할 감정이었다. 그래서 나는 5만 명 사이에 끼어있어도, 5km 밖에 떨어져 있어도 괜찮았다. 네 시선이 닿지 않는 곳에 있어도 상관없었다. 우리 사이의 거리가 멀고 멀어도 이해했다. 나는 네가 좋았다. 그리고 너에게 충분히 사랑받았다. 내가 소매 끝을 잡고 늘어지지 않아도 너는 떠나지 않았다. 오히려 우는 나를 토닥여주었다. 생각해보면 매일, 매번, 매 순간 너는 그랬다. - page 169

저 역시도 그랬었습니다.

그들에게 바라는 것 없었습니다.

아니!

오히려 그들이 주는 것이 너무 많아서 항상 고마울 따름이었습니다.

이 감정은 애인이나 친구, 가족들에게서는 느낄 수 없기에 더 애틋하고도 소중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좋아하는 연예인의 죽음.

그 어떤 말로도 설명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눈물은 나지 않았었습니다.

아마 이런 감정이었기 때문이었나 봅니다.

너무 아무렇지 않아서, 내 세상에 네가 사라진 게 별일이 아니라서 울지 않았다. 어쩌면 너는 늘 없었던 사람인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너는 모르는 아주 먼, 사람이지. 역시 그렇지. - page 77

하지만 결국은 그 감정들이 쌓여서 복받쳐 울음이 되고야마는......

그래도 그와 나는 이어져 있다는 그 느낌만으로도 먼 거리를 채울 수 있음에 그를 기억하고 또 기억하게 됩니다.


소설을 읽으면서 만감이 교차하곤 하였습니다.

어린 시절의 추억도 떠오르고 짧디 짧은 생을 살았던, 한때는 좋아했던 연예인도 떠올랐고 지금의 내 모습도 그려졌기에 복잡했었습니다.


그래도 연예인을 좋아하는 아줌마로써, 덕질을 하는 이유!

이 이야기에 공감하였습니다.

한 살 더 먹었지만 나는 연애 대신 달달한 팬질을 다시 시작했다. 거리감에 무력감에 울게 될 걸 알면서도 또다시 사랑에 빠졌다. 사실 그들은 천사보다는 악마에 가까웠다. 내 일상을 흔들고 현실을 뒤엎으며 생활을 조이는. 나는 영혼을 팔아서라도 그들을 보고 싶었고 더 가까이로 가고 싶었다. 그들은 별이고 꿈이었다. 꿈 없이 일상에만 갇혀 살아가는 내게 그들은 우주를 건네주었다. 나는 늘 꿈의 언저리를 맴돌고 맴도는 행성에 지나지 않았다. 그래도 그들은 내 우주에 불을 켜주었다. 나는 그 흔들리는, 흐릿한 불빛에 의지한 채 거는다. 사랑하는, 그들에게로. - page 267 ~ 268


이 소설을 읽고나서 조금은 더 당당히 '덕질 라이프'를 할 수 있었습니다.

내가 사는 이유 중 하나, 내 우주를 밝혀준 그들이 있었기에 힘들고 지쳐 쓰러질 것 같아서 힘을 낼 수 있었던 이유였습니다.

책을 덮고나서 제가 좋아하는 그들을 검색해 보았습니다.

그냥 사진만 보아도 흐뭇한 미소가 저절로 지어졌습니다.

옆에 있던 남편이 한 마디 하더군요.

"음...... 또 걔들 보고 있구만! 그 눈빛으로 나를 좀 봐라!"

헉!

그의 질투에 움찔하긴 했지만 그래도 소소히 '덕질'을 해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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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그저 사랑이라서
천성호 지음 / 넥서스BOOKS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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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마디로 정의내릴 수 없는 단어들이 있습니다.

그 중의 하나.

'사랑'


어떤 이에게 사랑은 아름답기만 할 것이고,

어떤 이에게 사랑은 슬픈 상처로 기억되곤 할 것입니다.


이렇게 저마다의 '사랑'의 정의를 가지고 있는데 이 책의 저자 '천성호'의 사랑에 대한 정의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사랑은 그저 사랑이라서』 


아마 이 말이 정답인 것 같았습니다.

사랑은

...그저 사랑이라서

무어라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을 느끼게 하였습니다.


이 책의 '사랑'은 사계절이 담겨 있었습니다.

초록빛 바람

한낮에 뜬 달

어스름 노을

저녁 눈사람

나의 사랑은 어느 계절에 있는걸까......

생각에 잠기곤 하였습니다.


사랑을 '계절'에 표현한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때 알게 되었다. 계절은 모든 이에게 똑같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누군가에게 추운 계절이 누군가에겐 따뜻한 계절이 될 수 있고, 또 누군가에게 설레는 계절이 다른 누군가에겐 아픈 계절이 될 수 있다는 걸.


누가 그랬던가, 계절은 절대적인 것이라고.

아니다. 계절은 늘 상대적이다. - page 18

그래서 이 질문이 자꾸만 머릿속에 맴돌았습니다.

"요즘 어떤 계절을 보내고 계세요?" - page 17


알다가도 모르겠고, 모르다가도 느낌적으로 알 것 같은 것이 '사랑'인가 봅니다.

모든 이야기 속에, 그 감정엔 서로 다른 모습과 모양이지만 결국은 단 하나였습니다.

'사랑'

그래서 읽으면서 괜스레 가슴이 두근거리고 볼이 발그레지면서 미소가 번졌나봅니다.


나이가 들수록 누군가를 만나 사랑하기가 두렵다고 하는데......

그 이유를 이제는 알 것 같습니다.

야, 이런 사람은 절대 안 돼

음.. 이 사람 정도면 좋겠어

아냐, 성격만 조금 맞으면 돼

하.. 그냥 사람. 성별 다른 사람


경험은 늘어 가는데

사람 만나는 건 왜 점점 더 어려워만 지는지... - page 205

아마 경험이 늘수록 가슴보다는 머리가 우선으로 반응하기 때문은 아닐지......

아니면 경험으로 인한 상처의 벽이 쌓여서 그 틈이 점점 작아지기 때문은 아닐지......

다른 누군가를 만나는게 어려워지는 이유 역시도 어려웠습니다.


많은 이야기 중에 이 이야기가 인상적이었습니다.

<학교 앞 떡볶이집>

저에게도 추억이 있기에 공감해서일까.

어린 시절에 먹던 떡볶이가 그리워 그 곳을 찾아가면 이제는 흔적없이 사라져 아쉬움이 남지만......

저자에겐 아직 그 옛날 그 모습 그대로 남은 떡볶이집이 부럽기만 하였습니다.

그리고 이어진 이야기.

숱한 낮과 밤이 지나도, 거센 세월 바람이 불어와도, 그 자리 그 모습으로 남는 가게와 사람이 있습니다. 그런 곳과 사람을 만날 때면 소복이 먼지가 내려앉은 옛 기억마저도 그때의 모습으로 다시 돌아가곤 하죠. 언젠가 시간이 더 지나서 당신을 만나게 된다면 오늘 같은 기분이 들까요. 당신은 늘어난 주름을 만지며 '나 많이 변했지'라며 말할 것 같지만, 왠지 그 모습마저 변하지 않은 당신일 것만 같네요.


기약 없지만 언젠가, 어느 날에, 우리 만나기로 해요. 괜찮다면 여기 떡볶이집으로 와도 좋고요. 아마 그때도 분명 사장님은 삶은 달걀 하나를 우리의 그릇에 슬쩍 얹어줄 겁니다. - page 223

이런 추억을 간직한 곳이 있었으면......

나도 그 추억을 공유할 누군가와 함께 갈텐데......

너무나 아쉬움만 남곤 하였습니다.


책을 읽고나니 문뜩 떠오른 노래가 있었습니다.

리쌍의 <사랑은>.

이 노래에서 사랑에 대해 이렇게 부릅니다.

나에겐 사랑은 상처만을 남겼지만
사랑은 웃는법 또한 알게 했고
사랑은 살아갈 이유를 주었다가
사랑은 절망이 뭔지도 알게 했죠
사랑은 그렇게 왔다간거죠
내 마음속에서 love is - 리쌍의 <사랑은> 중에서

사랑은 그저 사랑이기에......

저도 나름의 '사랑'에 대해 정의를 내려보려 합니다.

나에게 사랑은......


그리고 당신에게 물어봅니다.

"당신은 어떤 계절을 보내고 계신가요? 어떤 사랑인가요?"

그 사랑이 아프지만 않기를 빌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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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정추리 - 논리적 사고훈련
주거원 지음, 최인애 옮김 / 오렌지연필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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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김없이 찾아온 '여름'.

여름이면 빠짐없이, 무조건 읽곤 하는 소설이 있습니다.

'추리소설'

잔인한 사건에 한 번!

짜릿한 해결 과정에 또 한 번!

손에 땀을 쥐면서 읽다보면 언제 더웠는지도 모를정도로 빠져들곤 합니다.


그렇다고 그 소설을 한 번만 읽으면 끝?

절대 아닙니다.

또 다시 읽으면 그 전에 읽으면서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작가가 독자들에게 넌지시 건넨 단서들을 발견하는 재미도 느낄 수 있고 전보다 더 몰입하여 읽을 수 있어서 저에게 추리 소설은 뫼비우스의 띠처럼 끝나도 끝나지 않은, 그런 소설입니다.


이번에 알게 된 책은 이 문구에 홀딱 반해버렸습니다.

추리 덕후를 위한 생동감 넘치는 추리 수수께끼

추리 덕후라니!

덕후까지는 아니더라도 추리를 사랑하는 1인으로써 이 책은 꼭 읽어야만 할 것 같았습니다.

『논리적 사고훈련 탐정추리』 

 


이 책에선 크게 네 부분으로 나뉘게 됩니다.

첫 번째 파트는 중급 추리 사건을 다루는데, 후반부로 갈수록 추리 난도를 조금씩 높였다. 두 번째, 세 번째 파트에서는 전형적인 범죄 유형 두 가지를 소개했다. 이 두 파트에 소개된 사건들의 진상을 추리해낼 수 있다면 세상의 범죄 사건 대부분을 파악할 수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마지막 네 번째 파트에는 난도가 가장 높은 사건들을 모아놓았는데, 이야기의 길이가 꽤 길고 사건의 실마리가 더욱 깊숙이 숨겨져 있다. 상당한 수준의 추리력과 사고력, 단서를 포착하는 눈썰미를 최대한 발휘해야 진상에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 page 4 ~ 5


그랬습니다.

처음엔 무척이나 단순한 사건이었습니다.

제 기준에선......

'내가 범인이요!'라는 단서도 잡아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중반을 넘어서니 단서 하나도 잡기가 어려웠습니다.

또한 사건의 실마리가 단순 범죄가 아닌 화학적 반응도 일어난 사건들도 있었기에 이에 대한 기초지식이 없던 저로써는 자꾸만 '해답'을 들춰보고 싶어 손이 안달나기도 하였습니다.


70개의 사건.

각 사건마다의 상황 속에서 우리는 저마다 '명탐정'이 되어 머릿 속에서 사건을 되짚어보게 됩니다.

마치 흔들 의자에 앉았던 '시즈카 할머니'처럼......

(저번에 읽었던 '나카야마 시치리'의 작품 『시즈카 할머니에게 맡겨 줘』 속의 주인공)

하지만 사건에 대해 자세한 상황이 그려진 것이 아니라 '추리'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이들에겐 조금은 모래밭에서 바늘 찾는 격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이 책의 장점은 다양한 사건 속에서 그 실마리를 찾아갈 수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70개의 사건을 해결하기엔 시간이 걸리곤 하였습니다.

몇 개의 사건은 미해결로 남길 뻔 했지만 책 속의 '해답'으로 인해 해결이 되곤 하였습니다.


다가오는 여름.

'휴가'에 이 책을 가져가서 남편에게, 혹은 지인들에게 사건을 툭 던져볼까 합니다.

그들의 머리가 휴가라고 쉬지 못하게, 보다 그들의 사고력, 논리력을 위해!

왠지 재미난 휴가를 보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가끔 두뇌를 굴려보고 싶을 때 아무 페이지나 펼쳐서 그 사건을 해결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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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메뉴는 제철 음식입니다 - 박찬일 셰프의 이 계절 식재료 이야기
박찬일 지음 / 달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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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이런 이야기를 하곤 합니다.

"지금 꼭 먹어야할 음식이 있어!"

"제철에 먹어야 제 맛이지!"

"보약이 왜 필요해! 제철 음식을 챙겨먹으면 그게 보약이지!"


이렇듯 우리는 '제철 음식'을 챙겨먹곤 합니다.

지금 이맘때 '매실'과 '감자'를 먹어야 제 맛을 느끼곤 합니다.


'박찬일'셰프가 이 계절 식재료들을 가지고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오늘의 메뉴는 제철 음식입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이 4계절의 맛을 담은 이 책을 보니 왠지 '계절의 맛'도 느껴지는 것 같았습니다.


<봄날의 맛>엔 미더덕, 멍게, 멸치, 오징어 등의 해산물이 등장하였습니다.

특히나 밥반찬으로, 저희 집 식탁에도 항상 올라오는 '멸치'에 대한 이야기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연어처럼 그들도 멀리 나갔다가 산란하러 고향으로 온다는 멸치.

이들은 '성질이 급해서 빨리 죽는다'고 알고 있지만 사실 성질이 급한지는 잘 모르지만 헤엄치는 속도가 총알처럼 빨라 그물에 막히면 속도를 제어당하기에 순간 죽어버린다고 합니다.


멸치 중에도 몸값이 좀 나간다는 '죽방멸치'.

죽방렴으로 잡은 멸치는 그물로 잡은 멸치에 비해 스트레스가 적은 상태로 잡히기 때문에 비늘이 온전하고 모양이 좋다. 맛도 당연히 뛰어나다고 한다. 원해 죽방렴은 남해와 삼천포 등지에서 흔한 어구였다. 멸치만 잡는 게 아니라 무슨 고기든 잡아내는 장비였다. 일본이 당시 첨단 설비의 배로 앞에서 싹싹 멸치를 훑어가면서 죽방렴도 시들시들해졌다고 한다. 멸치 한 점에도 남아 있는 끈질긴 식민의 패악이다. - page 35

우리 멸치 씨까지 말라죽이려던 일본인들의 잔인한 횡포가 여기서도 여실히 드러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여름날의 맛>에선 '가지'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사실 저 역시도 아직은 잘 먹지 못하는 '가지'.

가지밭 근처에만 가도 비릿한 비누냄새가 났다. 어른들은 저런 걸 왜 기른담, 그렇게 생각했다. 한번은 생으로 씹어본 적이 있었다. 먹는 것이니 무슨 맛이든 있겠지 싶어서였다. 습기 있는 마분지 씹는 맛. 단맛이 희미하게 있긴 했는데 그것이 오히려 비린내를 강조했다. 이탈리아에서 본 장면인데, 어느 식당에서 아이가 울고 있었다. 전채로 나온 가지 요리를 먹지 않겠다고 했다가 어머니에게 혼이 난 모양이다. 어디든 비슷한 모양이다. 가지 맛을 알면 어른이 된다. 이건 확실한 말이다. - page 62

아직 내 입맛은 '어린이 입맛'이라는 것이 증명된 구절이었습니다.


서양에서 가지는 원래 식용이 아니었다. 멕시코에서 건너온 토마토가 그랬듯이 관상용이었다. 보라색이 식욕을 돋울 리도 없었다. 지금처럼 개량되어 큰 가지도 아니었다고 한다. 고추 정도 크기의 가지가 열렸다. 먹을 수 있는데 금기나 두려움 때문에 아무도 안 먹으면 결국 먹어내는 집단이 있게 마련이다. 차별받는 집단이다. 일본에서 소의 내장을 먹기 시작한 건 재일조선인이었다. 호루몬(버리는 것)이라고 부르는 요리였다. 가지도 마찬가지였다. 분리된 게토에 사는 피차별 민족인 유대인이 먹었다. 아무도 안 먹으니 값이 없었다. 공짜로 얻어먹을 수 있었다. - page 67

이런 사연이 있는 줄 몰랐었습니다.

이제라도 가지를 먹으면서 그 진정한 맛을 음미해야겠습니다.


<가을날의 맛>에서 '꽁치'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어릴 적엔 엄마가 종종 구워주시던 '꽁치구이'.

이제는 너무나 귀하디 귀한 생선이라 잘 보이지도 않습니다.

이는 수온이 변해서, 먹이의 이동에 따라 더 먼 바다로 옮겨갔다고도 하고 남획이 문제라고도 하였습니다.


한때는 생선통조림의 대명사였던 생선.

이마저도 귀한 꽁치이기에 이를 만날 땐 무척이나 '반가움'이 앞섭니다.

시내에 다니다가 배가 고파서 밥집에 들렀다. 메뉴판에 '꽁치김치찌개'라고 쓰고, 통조림이 아니라고 해설을 해놨다. 그러니까, 우리가 먹는 꽁치김치찌개는 거의 통조림이라는 얘기다. 그게 오히려 맛있다는 축도 있다. '마이너'한 조리법이 메이저가 되기도 한다. 꽁치김치찌개나 그것보다 더 진한 꽁치김치조림은 당연히 생꽁치가 원조다 그것이 귀해지니 통조림을 쓴 거다. 그러다가 대세가 됐다. 처음부터 통조림으로 먹기 시작한 사람에게는 생꽁치를 쓰면 더 맛이 없다고 느낄 테지. 맛이란 그런 것인지도 모르겠다. 설탕과 미원을 왕창 넣고(이미 통조림에는 미원이 꽤 들어 있다) 조린 꽁치김치 요리는 아마도 이 시대를 상징하는 맛이다. 찌그러진 양은 냄비의 신화 같은 것. - page 155

참으로 씁쓸한 이야기였습니다.


<겨울날의 맛>에서는 '돼지 김장'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우리 나라 뿐만아니라 유럽에서도 좋아한다는 '돼지'.

돼지를 잡는 날은 한국이나 유럽이나 잔칫날이다. 이탈리아에서는 온 가족이 모여 돼지를 잡고 저장하기 위해 소금 치고 절이면서 중세시대부터 이어져온 '돼지 김장'의 역사를 이어간다. 레드와인을 따르고, 돼지고기를 즉석에서 구워먹는다. 직접 만든 소시지를 삶아서 겨자에 찍어먹는 맛은 정말 일품이다. 물론 이젠 거의 없어진 행사다. - page 259


돼지는 유럽에서 더할 나위 없이 중요한 고기였다. 특히 지방은 맛도 좋고, 음식의 기본양념으로 중요했다. 지금도 베이컨과 판체타는 유럽의 요리에서 빠질 수 없는 핵심이다. 삼겹살은 한국의 경우 구이용으로 쓰이는 고급 부위이지만, 이탈리아에서는 일종의 양념으로 쓰인다. 소금과 허브를 쳐서 숙성시킨 후 저며서 온갖 요리에 쓴다. 우리가 좋아하는 카르보나라 스파게티에는 돼지의 턱살을 소금에 절인 후 숙성시켜 저며 쓰는 것이다. 지하 저온 창고에서 판체타가 돌돌 말려서 실로 묶인 채 걸려서 숙성되는데, 집집마다 양념 맛이 다 다르다. - page 260

이것이 '돼지 김장'이라니!

우리네 '김장'과 비슷한 의미에 조금 놀라웠습니다.

'집집마다 양념 맛이 다 다르다.'


책을 읽고나니 우리가 '제철 음식'을 먹는 이유에 대해 알 것 같습니다.

겨울에 차진 방어 살 몇 점은 생선에 오른 기름이 무엇인지 알게 해준다. 소주라도 한잔 곁들이면 "한 시절 잘 살고 있네"하는 말이 절로 나온다. 봄에 조갯국 한 대접을 마시다보면 한숨이 또 나온다. 이걸 천년 동안 먹을 수 없어서 나오는 탄식이다. 달아서 혀가 녹는다. 개나리 진달래가 피면 조갯국을 먹어야지 한다. 가을에 구워 씁쓸한 내장으로 술안주를 하면 그만인 꽁치는 어떤가. 목포까지 가서 먹는 겨울 홍어의 맛은 또 얼마나 쩌릿한다. 우리는 잘 모르고 살았지만, 제철의 순환으로 살찌고 미각을 응원했으며 그 힘으로 살아왔을 것이다. 그것이 우주의 일이기도 하다. - page 272

우주의 기운을 식탁 위 한 음식에서 채울 수 있다니!

실로 놀라운 일이었습니다.


오늘은 '감자'를 쪄 먹었습니다.

다른 때와는 달리 감자가 '달다'라는 걸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감자가 이런 맛이었구나!

역시 제철에 먹어야 그 맛을 알 수 있나 봅니다.

이 감자도 역시도 계절의 흐름 속에서 맛의 정점인 지금에 제 식탁에 온 걸 보면 저도 이런 말이 나오곤 하였습니다.

"맛있게 잘 살고 있구나!"

괜히 미소를 짓게 되고 오늘의 마무리를 잘 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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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랑한 소녀들 - 캔디부터 삐삐까지 다시 만난 ‘어린 나’의 그녀들
최현미.노신회 지음 / 혜화1117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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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의 나와 지금의 나를 만날 수 있는 시간. 그녀들로 하여금 가능하였습니다. 고맙습니다. 그리고 잊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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