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메뉴는 제철 음식입니다 - 박찬일 셰프의 이 계절 식재료 이야기
박찬일 지음 / 달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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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이런 이야기를 하곤 합니다.

"지금 꼭 먹어야할 음식이 있어!"

"제철에 먹어야 제 맛이지!"

"보약이 왜 필요해! 제철 음식을 챙겨먹으면 그게 보약이지!"


이렇듯 우리는 '제철 음식'을 챙겨먹곤 합니다.

지금 이맘때 '매실'과 '감자'를 먹어야 제 맛을 느끼곤 합니다.


'박찬일'셰프가 이 계절 식재료들을 가지고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오늘의 메뉴는 제철 음식입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이 4계절의 맛을 담은 이 책을 보니 왠지 '계절의 맛'도 느껴지는 것 같았습니다.


<봄날의 맛>엔 미더덕, 멍게, 멸치, 오징어 등의 해산물이 등장하였습니다.

특히나 밥반찬으로, 저희 집 식탁에도 항상 올라오는 '멸치'에 대한 이야기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연어처럼 그들도 멀리 나갔다가 산란하러 고향으로 온다는 멸치.

이들은 '성질이 급해서 빨리 죽는다'고 알고 있지만 사실 성질이 급한지는 잘 모르지만 헤엄치는 속도가 총알처럼 빨라 그물에 막히면 속도를 제어당하기에 순간 죽어버린다고 합니다.


멸치 중에도 몸값이 좀 나간다는 '죽방멸치'.

죽방렴으로 잡은 멸치는 그물로 잡은 멸치에 비해 스트레스가 적은 상태로 잡히기 때문에 비늘이 온전하고 모양이 좋다. 맛도 당연히 뛰어나다고 한다. 원해 죽방렴은 남해와 삼천포 등지에서 흔한 어구였다. 멸치만 잡는 게 아니라 무슨 고기든 잡아내는 장비였다. 일본이 당시 첨단 설비의 배로 앞에서 싹싹 멸치를 훑어가면서 죽방렴도 시들시들해졌다고 한다. 멸치 한 점에도 남아 있는 끈질긴 식민의 패악이다. - page 35

우리 멸치 씨까지 말라죽이려던 일본인들의 잔인한 횡포가 여기서도 여실히 드러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여름날의 맛>에선 '가지'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사실 저 역시도 아직은 잘 먹지 못하는 '가지'.

가지밭 근처에만 가도 비릿한 비누냄새가 났다. 어른들은 저런 걸 왜 기른담, 그렇게 생각했다. 한번은 생으로 씹어본 적이 있었다. 먹는 것이니 무슨 맛이든 있겠지 싶어서였다. 습기 있는 마분지 씹는 맛. 단맛이 희미하게 있긴 했는데 그것이 오히려 비린내를 강조했다. 이탈리아에서 본 장면인데, 어느 식당에서 아이가 울고 있었다. 전채로 나온 가지 요리를 먹지 않겠다고 했다가 어머니에게 혼이 난 모양이다. 어디든 비슷한 모양이다. 가지 맛을 알면 어른이 된다. 이건 확실한 말이다. - page 62

아직 내 입맛은 '어린이 입맛'이라는 것이 증명된 구절이었습니다.


서양에서 가지는 원래 식용이 아니었다. 멕시코에서 건너온 토마토가 그랬듯이 관상용이었다. 보라색이 식욕을 돋울 리도 없었다. 지금처럼 개량되어 큰 가지도 아니었다고 한다. 고추 정도 크기의 가지가 열렸다. 먹을 수 있는데 금기나 두려움 때문에 아무도 안 먹으면 결국 먹어내는 집단이 있게 마련이다. 차별받는 집단이다. 일본에서 소의 내장을 먹기 시작한 건 재일조선인이었다. 호루몬(버리는 것)이라고 부르는 요리였다. 가지도 마찬가지였다. 분리된 게토에 사는 피차별 민족인 유대인이 먹었다. 아무도 안 먹으니 값이 없었다. 공짜로 얻어먹을 수 있었다. - page 67

이런 사연이 있는 줄 몰랐었습니다.

이제라도 가지를 먹으면서 그 진정한 맛을 음미해야겠습니다.


<가을날의 맛>에서 '꽁치'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어릴 적엔 엄마가 종종 구워주시던 '꽁치구이'.

이제는 너무나 귀하디 귀한 생선이라 잘 보이지도 않습니다.

이는 수온이 변해서, 먹이의 이동에 따라 더 먼 바다로 옮겨갔다고도 하고 남획이 문제라고도 하였습니다.


한때는 생선통조림의 대명사였던 생선.

이마저도 귀한 꽁치이기에 이를 만날 땐 무척이나 '반가움'이 앞섭니다.

시내에 다니다가 배가 고파서 밥집에 들렀다. 메뉴판에 '꽁치김치찌개'라고 쓰고, 통조림이 아니라고 해설을 해놨다. 그러니까, 우리가 먹는 꽁치김치찌개는 거의 통조림이라는 얘기다. 그게 오히려 맛있다는 축도 있다. '마이너'한 조리법이 메이저가 되기도 한다. 꽁치김치찌개나 그것보다 더 진한 꽁치김치조림은 당연히 생꽁치가 원조다 그것이 귀해지니 통조림을 쓴 거다. 그러다가 대세가 됐다. 처음부터 통조림으로 먹기 시작한 사람에게는 생꽁치를 쓰면 더 맛이 없다고 느낄 테지. 맛이란 그런 것인지도 모르겠다. 설탕과 미원을 왕창 넣고(이미 통조림에는 미원이 꽤 들어 있다) 조린 꽁치김치 요리는 아마도 이 시대를 상징하는 맛이다. 찌그러진 양은 냄비의 신화 같은 것. - page 155

참으로 씁쓸한 이야기였습니다.


<겨울날의 맛>에서는 '돼지 김장'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우리 나라 뿐만아니라 유럽에서도 좋아한다는 '돼지'.

돼지를 잡는 날은 한국이나 유럽이나 잔칫날이다. 이탈리아에서는 온 가족이 모여 돼지를 잡고 저장하기 위해 소금 치고 절이면서 중세시대부터 이어져온 '돼지 김장'의 역사를 이어간다. 레드와인을 따르고, 돼지고기를 즉석에서 구워먹는다. 직접 만든 소시지를 삶아서 겨자에 찍어먹는 맛은 정말 일품이다. 물론 이젠 거의 없어진 행사다. - page 259


돼지는 유럽에서 더할 나위 없이 중요한 고기였다. 특히 지방은 맛도 좋고, 음식의 기본양념으로 중요했다. 지금도 베이컨과 판체타는 유럽의 요리에서 빠질 수 없는 핵심이다. 삼겹살은 한국의 경우 구이용으로 쓰이는 고급 부위이지만, 이탈리아에서는 일종의 양념으로 쓰인다. 소금과 허브를 쳐서 숙성시킨 후 저며서 온갖 요리에 쓴다. 우리가 좋아하는 카르보나라 스파게티에는 돼지의 턱살을 소금에 절인 후 숙성시켜 저며 쓰는 것이다. 지하 저온 창고에서 판체타가 돌돌 말려서 실로 묶인 채 걸려서 숙성되는데, 집집마다 양념 맛이 다 다르다. - page 260

이것이 '돼지 김장'이라니!

우리네 '김장'과 비슷한 의미에 조금 놀라웠습니다.

'집집마다 양념 맛이 다 다르다.'


책을 읽고나니 우리가 '제철 음식'을 먹는 이유에 대해 알 것 같습니다.

겨울에 차진 방어 살 몇 점은 생선에 오른 기름이 무엇인지 알게 해준다. 소주라도 한잔 곁들이면 "한 시절 잘 살고 있네"하는 말이 절로 나온다. 봄에 조갯국 한 대접을 마시다보면 한숨이 또 나온다. 이걸 천년 동안 먹을 수 없어서 나오는 탄식이다. 달아서 혀가 녹는다. 개나리 진달래가 피면 조갯국을 먹어야지 한다. 가을에 구워 씁쓸한 내장으로 술안주를 하면 그만인 꽁치는 어떤가. 목포까지 가서 먹는 겨울 홍어의 맛은 또 얼마나 쩌릿한다. 우리는 잘 모르고 살았지만, 제철의 순환으로 살찌고 미각을 응원했으며 그 힘으로 살아왔을 것이다. 그것이 우주의 일이기도 하다. - page 272

우주의 기운을 식탁 위 한 음식에서 채울 수 있다니!

실로 놀라운 일이었습니다.


오늘은 '감자'를 쪄 먹었습니다.

다른 때와는 달리 감자가 '달다'라는 걸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감자가 이런 맛이었구나!

역시 제철에 먹어야 그 맛을 알 수 있나 봅니다.

이 감자도 역시도 계절의 흐름 속에서 맛의 정점인 지금에 제 식탁에 온 걸 보면 저도 이런 말이 나오곤 하였습니다.

"맛있게 잘 살고 있구나!"

괜히 미소를 짓게 되고 오늘의 마무리를 잘 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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