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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책
니나 게오르게 지음, 김인순 옮김 / 쌤앤파커스 / 2019년 9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만나게 된 건 <오프라 윈프리 북클럽>의 강력 추천이라는 말에 이끌렸습니다.
그러다 조금 더 깊게 알아보니 이 작가 '니나 게오르게'는 이미 우리에게 『종이약국』이라는 소설로 유명하였습니다.
사실 저자의 전작을 만나보지 않았기에,
'오프라 윈프리'라는 이름만으로 읽어야겠다고 다짐을 하였습니다.
하지만......
책을 읽고난 뒤 내 느낌을 글로 옮기기엔 한없이 부족하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꿈의 책』

소설의 첫 문장은 이러했습니다.
나는 뛰어내린다. - page 8
해머스미스 다리 위엔 자동차들의 엔진 소리로 가득 차 있고.
나는 수면에 철썩 부딪친다. - page 8
해머스미스 다리에서 한 아이를 발견하게 됩니다.
점토 빛깔 물속으로 가라앉는 아이.
그 아이를 향해 뛰어든 그, 헨리 M. 스키너.
그렇게 겁없이 아이를 구하겠다는 일념으로 뛰어들었고, 아이를 구했지만 정작 그는......
미처 그를 발견하지 못한 차량에 의해 의식불명의 상태에 빠져들게 됩니다.
그것도 자신이 만나기를 손꼽아 기다리던 아들, 샘.
그렇게 헨리는 코마 상태에 빠지게 됩니다.
그는 '깨어 있음'을 나타내는 한가운데 지점을 손가락으로 톡톡 두드린다. 그 점을 중심으로 안에서 바깥쪽으로 원들이 포진해 있다. 혼미, 잠과 꿈, 의식 불명, 코마 - 그리고 죽음. 먼저 닥터 사울은 의식 불명을 나타내는 부위에 십자 표시를 한다. - "스키너 씨는 여기에 있었어요." - 그에 이어 죽음의 영역에 십자 표시를 한다. - "그리고 여기에도 있었죠." 닥터 사울은 마지막으로 '코마'에 십자 표시를 한다.. 나는 그것이 가장자리에 너무 바짝 붙어 있다고 느낀다. 죽음에 너무 지나치게 바짝 붙어 있다. 정확히 죽음의 한 귀퉁이에 있다. - page 97
코마 상태에 빠진 '헨리'에게 다가오는 아들 '샘'을 비롯하여 그와 관련된 이들- 병원 사람들, 지난 과거를 공유한 이들-과의 만남이 기록되어 있었습니다.
처음에 이 소설을 접했을 땐 가벼웠었습니다.
그냥 '주!인!공!!'의 시선으로만 바라보면 되기에, 그리고 '코마'상태에서의 그가 겪었던 일들은 쉽게 공감할 수 있으리라는 착각에 빠지곤 헸습니다.
하! 지! 만!!
다른 이들의 시선으로 바라본, 그리고 그가 그토록 간절히 만나고픈 이들의 시선에서의 '그'의 모습은 쉽게 상상했던 저에게 작은 꾸짖음을 선사하였었고 타인의 시선에서 바라본 하나의 현상이 각기 다르게 해석될 수 있음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사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 감정을 최대한 배제하더라도 읽고 난 뒤의 후폭풍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었습니다.
잔잔히 시작되었다면 그것은 태풍이 몰아치기 전초전이라는 신호였고 점점 소설 속의 그의 시간이 지나갈수록, 아니 책을 덮는 순간 긴 여운에 쉽게 소설에서 빠져나올수가 없었습니다.
책을 읽으면서도 느꼈습니다.
우리는 왜!
'죽음'을 앞두고, 아니 '죽음'을 통해 '삶'의 의미를 깨닫게 되는지......
닥터 사울은 천천히 신중하게 말한다. "우리로서는 알 수 없어요."어쨌든. 그는 그렇다고 대답하지 않는다.
아니라고도 말하지 않는다.
"그러면 지금 거의 죽은 상태인 건가요?" 샘이 십대 변성기의 걸걸한 목소리로 묻는다. 그러면서 동심원들의 맨 가장자리에 외로이 있는 작은 십자 표시를 가리킨다.
닥터 사울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 샘. 하지만 네 아빠는 살아 있어. 다만 다른 방식으로 살아 있을 뿐이란다. 알아듣겠니? 코마도 삶이야. 다만 독특한 방식의 삶일 뿐이지. 경제 상황이란다. 위기, 그래, 그렇다고 너나 나나 탐린 부인이 살고 있는 삶보다 덜 중요한 삶은 아니댜. 그래서 우리는 누군가 코마로 살고 있다고 말한단다. 코마로 누워 있다고 말하지 않아."
"하지만 이 이틀은...... '영원'의 시작이 아닌가요?"
닥터 사울이 내 질문에 또다시 너무 오래, 지나치게 오래 침묵한다. - page 98
읽으면서 '삶'과 '죽음'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더불어 과연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나의 죽음 후의 이야기가 궁금하기도 하였습니다.
쉽게 읽혀지지 않은 책이었습니다.
그만큼 많은 생각에 잠기게 하였었고 그 생각에 대한 답을 명확히 제시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 해답 중 내가 생각하는 것이 결코 오답은 아님을, 그리고 그의 죽음 아닌 죽음을 통해 사랑이, 희망이 있음을 절실히 께닫기도 하였습니다.
저에겐 이 이야기가 인상적으로 남았습니다.
43일 밤.
꿈속에서도 헨리에게 돌아오라고 말하는 그, 샘.
그 곁을 묵묵히 지키는 헨리.
그의 고백이 그토록 인상적으로 남았던 것은......
'사랑'의 또다른 면을 보아서일까......

책 속 마지막엔 이런 이야기를 전합니다.
흔히들 이렇게 이야기한다. 살아생전 이 땅에서 아무리 소중히 여긴 것이라 해도 죽음의 순간에 그것들을 가져갈 수는 없다고. 황금, 재산, 아름다움, 권력, 그 어느 것도.
그 말은 맞다.
세상이 뒤바뀌어 손으로 붙잡을 수 있는 것을 하나도 가져갈 수 없어 극히 당황한 사람들이 이미 몇몇 있었다.
하지만 두 번째 진실이 있다.
오로지 느끼는 것만이 가능한, 그 때문에 살아 있는 동안에는 결코 소유할 수 없었던 모든 것들. 우리는 그것들을 가져갈 수 있다. 심장이 겨우 몇 번 고동치는 동안 은밀히 느끼는 것들.
우리는 행복을 가져갈 수 있다.
그리고 사랑.
인생의 모든 아름다운 시간들. 우리가 조용히 바라보는 모든 빛들. 향긋한 내음, 웃음, 우정. 모든 입맞춤과 어루만지는 손길, 노래. 얼굴을 스치는 바람, 탱고. 음악, 밤이슬에 얼어붙은 가을의 풀이 부러지는 소리. 별들의 반짝임과 만족, 용기, 너그러움.
이 모든 걸 가져갈 수 있다. - page 477
요즘들어, 30대 후반이 되면서 조금씩 생각하는 주제였습니다.
'삶'과 '죽음'.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기에 책을 통해서라도 이해하고 있었지만 또다시 흔들리는 제 자신을 바라보니 그것도 아니었나 봅니다.
'죽음'이 아닌 '코마' 상태에서 바라본 현실도 그리 유쾌하게 받아들일 수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더 힘들게 이 소설을 받아들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책을 읽고나서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을 던져봅니다.
"넌! 너의 삶에 어느 정도 만족하니? 그리고 죽어서도 후회는 없니?"
아직은 미련이 많은가봅니다.
선뜻 답을 못하는 제 자신을 바라보면 다시금 마음을 다잡아봅니다.
'죽음'에 이르기까지 내 '삶'의 의미를 모르고 죽고샆진 않다고!
그래서 만약 내가 '코마' 상태였을 때 마음편히 놓을 수 있게.
그렇게 다짐을 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