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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를 위로해줘
송정연 지음, 최유진 그림 / 엔트리(메가스터디북스) / 2019년 10월
평점 :
'어른'이 되었더라도 누구나 마음 속엔 '소년', '소녀'가 있을 것 입니다.
저 역시도 제 마음 속에 '소녀'가 나타나 '힘들다'고 외치곤 하지만 그 말 마저도 묻어버리고 또다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책 제목을 보고 괜스레 뭉클하였습니다.
마치 저에게 전하는 이야기 같았기 때문입니다.
좀처럼 잠이 오지 않는 밤에
괜스레 울음이 나올 만큼 서글플 때에
빈껍데기같이 느껴지는 순간에
누군가에게 내 이름이 불리고 싶은 밤에
잠들기 전 이 책을 읽어보았습니다.
『소녀를 위로해줘』

본문에 들어가기 앞서 저자가 이런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너무 힘들면, 어린 시절 아무 걱정 없이 만화나 영화를 보며 순간순간 재미있던 그 순간을 떠올려보면 어떨까요. 마음속의 소녀를 다시 살려내어 꿈과 재미와 상상력이 숨 쉬는 시간을 향유해보면 어떨까요. 좋은 사람들과 맛있는 것을 먹으면서 힘을 내보면 어떨까요. 세상의 채도가 조금은 달리 보이고, 팍팍하게 느껴지던 세상에도 온도가 느껴질지도 모릅니다. - page 8 ~ 9
저자의 이야기처럼 이 책에선 영화와 책으로부터의 주인공들이 등장합니다.
상상의 나래에 그들의 모습을 떠올리며 잠시나마 위로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첫 이야기는 <타고난 게 하나도 없고 빈껍데기 같이 느껴질 때>였습니다.
요즘들어 종종 느끼고 있었던 감정이었습니다.
주변 사람들은 저마다의 직업을 가지고 자신의 능력을 인정받고 있는데 저는 '경력단절'이라는 꼬리표와 함께 '육아'에 전념하는 내 모습.
그나마 저에게 '낙'이라곤 '커피 한 잔'과 함께 책을 읽는 것이었습니다.
영화 <해피 해피 브레드>의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영화의 시작이 참 좋았다. 화면 가득 푸르른 들판이 나오고 새소리가 들리며 커피콩을 넣고 돌리는 소리가 난다. 커피 가는 소리가 마치 새 발자국 소리 같기도 하고, 빗소리 같기도 하고, 쉬어 가라는 자명종 소리 같기도 하고 반가운 안부 문자 소리 같기도 하다. 호숫가에 있는 커피 향 가득한 카페에서는 리에가 내린 커피와 그 곁에서 남편이 구운 빵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화덕에서 막 구워서 꺼낸 따끈한 깜빠뉴를 서걱서걱 써는 소리도 들여온다. 깜빠뉴는 《레미제라블》에서 장발장이 훔친 빵으로 잘 알려진, 바로 그 빵이다. '시골'이라는 뜻의 깜빠뉴는 프랑스 시골 동네 사람들이 나눠 먹던 빵에서 유래됐다. 겉은 딱딱하고 투박한 듯하지만, 안은 부드럽고 쫄깃하며 구수한 향이 가득하다. - page 17 ~ 19
영화는 백 마디 말보단 커피 한 잔, 구운 빵 하나처럼 따뜻한 음식으로 슬픔을 달래는 모습이 그려져있다고 합니다.
그리곤 저자의 위로.
커피 물은 커피를 중심으로 돌리고, 세상은 나를 중심으로 돈다. 괜히 남과 비교하고 부러워하면서 작아지지 말자. 삶은 각자의 다양한 커피 잔에 담겨 깊어가는 거니까. 나의 세상은 나를 중심으로 돌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말자. 때론 조급한 마음이 들더라도 차 한잔을 앞에 두고 숨 돌리며 느긋하게 가는 거다. 뺑 오 쇼콜라처럼 화려하진 않아도 깜빠뉴처럼 속내만큼은 어떤 빵보다 구수하고 쫄깃하다는 것을 잊지 말자. - page 19 ~ 20
옆에 있던 커피 한 잔을 바라보았습니다.
괜스레 티스푼으로 커피를 저어봅니다.
저으면서 은은히 퍼지는 커피향에 잠시 마음을 내려놓았습니다.
22개의 위로 속 저에게 인상깊게 남았던 이야기 <스스로가 한없이 나약하게 느껴지는 순간>.
울적한 마음이 들기 시작하면 한없이 바닥으로 추락하는 저에게 처방해준 영화 <천공의 성 라퓨타>.
여기에 나오는 '시타' 역시도 힘든 상황임에도 배고픈 사람들을 위해 수프를 끓인다는 그녀의 모습은 저에게 슬픔을 위로하는 방법을 알려준 것 같았습니다.


책을 다 읽고나니 순간 누군가가 저를 안아주는 듯한 느낌마저 들었습니다.
아마 백 마디 말보다 '공감'과 '위로'가 있었기 때문은 아닐까 싶습니다.
내 가슴 속의 소녀가 말없이 울고 있을 때.
이 책 속에 소개된 영화나 책을 읽고 저자가 건네 이야기를 귀 기울여볼까 합니다.
그러면 미처 몰랐던 소녀의 상처를 쓰다듬어줄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또 다시 커피 한 잔을 마셔볼까 합니다.
이번엔 물을 끓이는 소리, 인스턴트커피 봉지를 뜯어 잔에 붓고 물을 부으며 티스푼으로 젓는 소리, 그리고 커피향.
모든 것을 음미하며 천천히 나의 어릴 적 읽었던 소설이나 좋아하는 영화 속 인물들을 떠올리며 저만의 위로를 시작해볼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