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로카드 읽는 카페
문혜정 지음 / 창비 / 2025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개인적으로 '타로카드'를 좋아합니다.

그 어떤 것보다 나의 내면을 잘 들여다보는 것 같고...

내가 가진 고민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기에...

관련 책을 사서 타로카드를 해석하는 방법도 배우곤 했는데...


그런 '타로카드'와 관련된 소설이 있기에 냉큼 읽기 시작하였습니다.

타로카드 속에서 발견한 사랑과 성장, 치유의 이야기.

그 속으로 들어가 봅니다.


"여기서 타로카드 볼 수 있나요?"


소박한 동네 카페, 조금은 까칠한 타로 리더를 찾아온 손님들

불안과 욕망 너머 진실한 마음을 찾아가기까지


타로카드 읽는 카페

소설가의 꿈을 접고 다른 사람의 고민을 들어주는 '타로 리더'로 살아가는 '신세련'

그녀에게 찾아온 손님들에게 타로를 해석하곤


돈 벌기 참 쉽네. 나는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왜 이런 생각을 혼자서는 못하는 걸까.

...

사기꾼은 나였는지도 모르겠다. - page 11 ~ 12


그럭저럭 살아가던 그녀에게 어느 날


"너 많이 밝아졌어."


윤하 선배가 카페에 찾아온 겁니다.

솔직하고 꾸밈없는 말투에 눈치 보지 않는 태도로 독설을 내뱉는 선배는 겉으로 보이는 것에 비해 속내는 퍽 따뜻한 사람으로 

그녀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던 세련.


"너 아직도 죽상이면 아르바이트나 소개해주려고 온 건데 살 만하면 됐고."

그녀가 나를 떠보듯 말했다. 하지만 그건 나에게 장난을 치는 말일 뿐, 결국 그 일자리를 소개해줄 것이 틀림없었다.

"해주세요.. 아직도 죽을 것 같아요."

...

"글 쓰는 일이야. 괜찮아?" - page 73 ~ 74


그림은 꽤 잘 그리는데 글 쓰는 데 소질이 없는 웹툰 작가 '유진주'와 협업을 제안하는 것이었습니다.

다시 꿈틀거리는 소설가의 꿈...

그래서 윤하 선배가 주고 간 쪽지로 문자를 남기고

면접 아닌 면접을 보고 난 뒤 마주하게 된 유진주 작가는... 어?

세련의 타로 리딩 이후 애인과 이별하게 되었던 사람이었던 겁니다.

불편하게 시작된 두 사람.

하지만 차츰 서로의 결핍과 상처를 마주하며 진심을 발견해 나아가는데...


"나는 장래 희망이라는 게 없었거든요, 어떻게 살고 싶다는 꿈이."

...

"장래는 있지만 희망대로 살지 못할 수도 있으니까, 괜히 실망하고 싶지 않아서 무언가를 진지하게 꿈꾸지는 않았어요. 아예 아무것도 꿈꾸지 않으면 실패하는 사람은 되지 않을 수 있으니까."

...

"어떤 존재를 내 삶에 들인다는 건 너무 큰 피로를 요하는 일이라 단 한번도, 정말 요만큼도 원했던 적이 없어요. 그런데 만약 미래에 무언가를 원하고 가질 수 있는 삶을 살게 된다면..."

...

"내가 실패를 불행이 아니라 경험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되면."

"그러면요?"

진주가 재촉했다.

"강아지를 키워보고 싶어요."

"...봉구?" - page 338 ~ 341


세련도 그랬고, 윤하 선배도 그랬듯, 아니 저 역시도 이 카드가...

가슴속에 있지 않았을까...

소드 8

하지만 이 카드가 우리에게 전한 메시지가 있으니...!


"칼들에 갇혀 있는 여자, 보여요?"

"...응."

"그녀의 몸을 묶고 있는 밧줄도 보이고요?"

"응."

"그럼 밧줄이 느슨하게 묶인 것도 보이나요?"

...

"...보여."

"선배가 아주 좋은 상황, 아주 좋은 마음 상태를 가지고 있다고 말할 수는 없어요. 이전보다 나은 결과가 나오리라 확신할 수도 없고요. 지금 선배의 마음은 갇혀 있거든요."

...

"하지만 벗어날 수 있어요. 느슨한 밧줄을 풀어내면 눈을 가린 안대도 벗을 수 있고요. 이 안에 묶인 채 갇힌 것이 선배 자신의 의지가 아니었는지 생각해봐요. 누군가 선배를 가둬서 나오지 못한 건지, 그 핑계로 나오고 싶지 않았던 건지."

...

"나오고 싶다면 스스로 나오면 돼요. 선배를 가두는 건 없어요, 선배 자신 말고는. 상처받을까, 좌절할까, 혹은 큰소리치며 시작해놓고 흐지부지 끝날까 하는 고민은 모두 선배가 스스로 만든 감옥일 뿐이죠. 나올 수 있는 방법은 스스로에게 있어요. 사실은 누구도 신경 쓰지 않을 거예요." - page 77 ~ 78


타로를 하는 이유는...

방법을 구하고 싶어서

확답을 듣고 싶어서

였습니다.

그 과정을 보면 결국 우리는 스스로 풀어나갈 수 있지만 도움이, 응원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는데...

그래서 이 소설을 읽으면서 저도 위로를 받고 힘을 얻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결국 '타로카드'는 매개였고 '사람'으로부터 치유가 된다는 것을.

나를 변화시킬 수 있는 건 결국 '나 자신'이라는 것을.

잘 아는 사실이지만 또다시 새겨보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가끔은 타로카드에 내 문제를 넘겨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오늘은 저도 간만에 타로카드를 꺼내 어떤 카드가 조언을 건넬지 해봐야겠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폐기된 인생 - 쓰레기장에서 찾은 일기장 148권
알렉산더 마스터스 지음, 김희진 옮김 / 문학동네 / 2025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어느 날 우연히 쓰레기장에서 버려진 공책들을 발견한다면?

그것이 누군가 평생에 걸쳐 쓴 100권이 넘는 일기장이라면?


이 물음에 호기심이 일었습니다.

100권이나 넘게 기록된 다른 사람의 삶 이야기.

그 어떤 책보다 더 소중하지 않을까...?

만약 내가 발견하게 된다면... 어떻게 해야 하지...?!


일반적이지 않은 인물의 삶을 주제로 독창적이고 감동적인 전기를 탄생시켜온 작가 '알렉산더 마스터스'

그는 이 질문에 가장 완벽하고도 아름다운 답을 내놓았다고 합니다.

어떤 답을 내놓았는지 저도 한번 보고자 합니다.


쓰레기장에 버려진

어느 평범한 인생의 기록이

한 권의 빛나는 예술이 되기까지


보잘것없는 삶을 살고 있다며 때때로 한탄하는

모든 이의 마음에 가닿는 특별한 여정


폐기된 인생

이 이야기의 시작은 앞서 이야기한 바와 같이 2001년 케임브리지의 어느 공사 현장 옆 쓰레기 컨테이너로부터였습니다.


친구 '리처드 그로브' 교수가 건축 부지에서 놀다 컨테이너 안을 들여다보게 되었고 뭔가 주의를 끈 것이 있었으니...!

부서진 샤워부스 바닥에 뭉텅이로 쌓여 있고

떨어져나온 문짝 주변 틈새에 처박히고

깨진 벽돌과 슬레이트 위에서 바람에 펄럭거리는 것!

한아름의 책들이었습니다.

잡석더미 위에 보란듯이, 아무렇게나 널려 있던 이 책들, 아니 148권의 일기장은 

앞표지에 왕실 문장이 새겨진 노트부터 아무 무늬 없는 고급 양장 노트, 싸구려 연습용 노트패드와 작은 포켓북까지 

다양한 시기에 생산된 다채로운 종류의 노트들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이를 같이 발견했던 다이도는


"커모드가 이사할 때였는데, 엄청나게 귀중한 소장본들, 전부 초판에 전부 저자가 그에게 서명해준 책들을 상자에 꾸려두었지. 그런데 어쩌다 실수로 이삿짐 인부가 아닌 쓰레기 수거 인부에게 그 상자들을 줘버렸고, 그 소중한 개인 문고는 사라졌어. 다시는 그 책들을 보지 못했지. 그 쓰레기 컨테이너 안의 책들도 똑같았어. 사생활이 부당하게 침해당한 느낌. 쓰레기가 되어선 안 된다는 느낌이 확연했어. 주워들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지. 갖겠다는 것과는 별개였어. 그저 구해내고 싶었던 거야. 누가 그 책들을 쓰레깃더미에 버리고 사라진 지 고작 몇 분밖에 안 되었으니까. 그 책들은 살아 있었어." - page 16


일기의 주인을 찾고 싶었지만


사람은 자신에 대해 5백만 단어에 달하는 글을 쓰면, 막상 자기 이름은 밝히지 않을 수 있다.

성별도.

일기에는 이름이 무엇이고 집이 어디인지 하는 당연한 신상을 적지 않는다. 일기를 쓰는 사람은 그저 살아 있는 '나'일 뿐이다. - page 19


누구나 그렇듯 일기장에는 자신에 대해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써 내려가지만 막상 자신의 신상 정보는 굳이 밝히지 않기에 주인을 찾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이 일기장을 발견했던 다이도가 췌장에 10센티미터의 신경내분지종양이 있다는 진단을 받고는 이 일기장의 주인을 찾는 일이 알렉산더 마스터스, 그의 몫이 되었습니다.


일기장을 읽으면서 글쓴이의 인생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됩니다.

"셰익스피어 권위자이자 작가"가 되려는 야망을 품고 십 대 때 이미 최소 세 편의 소설을 썼고

온종일 그림을 그리며 자신의 그림이 반 고흐에 필적한다고 확신했고

피아노를 괜찮게 친 

월경에 대한 내용을 통해 '여자'라는 것과

1958년 케임브리지 공공도서관에서 6개월간 기간제 사서로 일했던 기록 등을 통해

확신을 하고 다가가면 금세 틀린 것으로 판명이 되고

새로운 정보로 옆길로 새는 등

여럿 우여곡절 끝에 일기장의 주인에게 다가가는데...


마침내...!


비록 젊은 날 품었던 희망과 열정 가운데 무엇도 이루지 못했지만

유일하게 전심전력을 다한 단 한 가지

평생에 걸쳐 묵묵히 써내려간 '일기'를 통해

비로소 자신의 인생을 예술작품으로 만들고 싶다는 꿈을 이루게 된 '로라 프랜시스'

그녀로부터 우리는 평범하다고 느껴졌던 이 삶도 그 무엇보다 특별하고도 소중하다는 것을, 

우리도 소중하고도 빛나는 사람이라는 것을

일깨워 주었습니다.


주인을 찾아가는 과정이 이토록 흥미로울 줄 몰랐습니다.

한 가지 꼽아보자면

일기 주인의 키를 밝히기 위해 '글의 기울기'를 가지고 


S를 말년 일기글 한 행의 평균 길이라 한다.

A를 이 행이 수평선과 이루는 평균 각도라 한다.

S가 '로라의 전완 길이에 거기서부터 종이와 닿는 펜 끝까지의 거리를 더한 것'을 반지름으로 하는 원의 할선을 나타낸다고 하면, 로라의 키는 이렇게 계산할 수 있다.


6 × 0.68 × S ÷ (2 × sinA) 


(중략)


몸을 쭉 편 로라 = 6 × 0.68 × [S ÷ (2 × sinA)]

=6 × 0.68 × [0.13 ÷ 0.0698]

=7.6


7미터 60센티미터다.

나는 종이를 찢어내 불속에 내던졌다. - page 188 ~ 190


이런 노력과 집요하게 파고듬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것을.


사실


VJ : 그녀가 살해당하지 않았고 스파이나 뛰어난 과학자도 아니고 대단한 비밀 따위는 없다면 어떻게 됩니까. 그녀에게 중요한 특성이라곤 아무것도 없다면, 그저 평범한 사람이라면?

AM : 하지만 그거야말로 요점입니다. 그게 최상의 결과죠. 미지의 인물로 남아 있는 한 메리 아님은 귀중합니다. 그녀의 평범함, 그리고 그 평범함에 대해 그토록 많이 썼다는 사실 때문에 그녀가 흥미로운 겁니다. 유명인이라면 완전히 김이 새버리겠죠. 세간을 떠들썩하게 한 인물이나 정치가나 팝스타라면, 특징 없는 평범한 이웃이 아니게 될 테죠. 그러면 난 큰일이고요. - page 167


정말 평범했기에 더 의미가 있었습니다.


이 책을 읽고 나서 존 윌리엄스 소설인 『스토너』가 떠올랐습니다.

평범이 쌓여 만들어낸 비범함...

또다시 잔잔하지만 뜨거운 감동에 젖어들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폐기된 인생 - 쓰레기장에서 찾은 일기장 148권
알렉산더 마스터스 지음, 김희진 옮김 / 문학동네 / 2025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평범이 쌓여 만들어낸 비범함을 여실히 보여주었던 책.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숙제 같은 인생을, 축제 같은 인생으로
이서원 지음 / 레디투다이브 / 2025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책 제목이 참~ 괜찮다고 느껴졌습니다.


어릴 때는 부모가 내주는 생활 숙제

학교에 가서는 선생님이 내주는 숙제

커서는 취업 숙제, 결혼 숙제, 자식 숙제

나이 들어서는 건강 숙제

마지막엔 죽음이라는 커다란 숙제까지...

정말 우리네 인생이 '숙제'의 연속이었습니다.

숙제가 주는 무게감에 짓눌려 삶이 기대보다는 막막하기만 한데...


저자는 '시선의 전환'을 통해 숙제를 '축제'로 바꿔보자고 하였습니다.

이미 단어만으로도 삶의 무게가 덜어지고 기쁨으로 채워지기 시작하는데...!

과연 그가 시선의 힘을 길러내는 과정에서 길어 올린 것들.

그 지혜를 배워보고자 합니다.


앞으로의 50년을

지혜롭고 명랑하게 살게 해줄

인생 안내서


"해마다 나이 드는 건 자연의 이치이지만

해마다 나아지는 건 나의 선택입니다"


숙제 같은 인생을, 축제 같은 인생으로

30년간 각계각층의 수만 명을 상담하는 일을 해온 '이서원' 교수.

100년 인생에서 오십은 터닝 포인트라고 하였습니다.

숙제처럼 살던 인생을 내려놓고 축제처럼 살아야 하는 시기.

그러려면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내 인생을 내 힘으로 살아야 함을.

이 힘은 육체적 힘이 아니라 '정신적 힘'으로

곤란한 일이 생길 때 현명하게 헤쳐나가는 지혜를 의미했습니다.


책은 세상의 모든 지혜 가운데 축제 같은 인생을 사는 데 특히 시금석이 될 지혜를 마음 다해 골라 담았다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저자의 배려가 엿보인 점이 있었으니

읽는 이에게 행운이 오기를 비는 마음으로 '러키 세븐' 일곱 개 장으로 만들었고

어느 페이지를 읽더라도 같은 효과가 나도록 본문 내용을 구성했기에

아무 페이지를 펼쳐 읽으며 공감의 미소를, 따뜻한 위로를 받을 수 있게 해 주었습니다.


70개의 문장이 건넨 위로.

진정성이 담겨 있었기에 더 와닿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꼰대'라는 말.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니


본래 아버지나 교사 등 나이 많은 사람을 가리켜 학생이나 청소년들이 쓰던 은어였으나

근래에는 자기의 구태의연한 사고 방식을 타인에게 강요하는 이른바 꼰대질을 하는 직장 상사나 나이 많은 사람을 가리키는 말로 변형된 속어이다. _ 위키백과


왜 나이 많은 사람을 가리키는 말로 변형되었을까...?!

그건 아마도...


지혜란 무엇일까? 나에게 있어 지혜란 '깨달음'과 '적용'을 합한 말이다. 사물의 이치를 깨달아 현재 직면한 문제에 적용하는 것이 지혜다. 지혜의 결과로 문제가 해결된다.

...

이런 지혜는 나이를 얼마나 먹었느냐가 아니라 평소 깊이 생각하느냐 얕게 생각하느냐에 달려 있다.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사물의 이치를 생각하지 않는다면 지혜와 담을 쌓게 된다. 아무리 경험을 많이 한다고 하더라도 경험에서 의미 있는 이치를 배우지 못한다면 지혜로워질 수 없다.


흰머리는 지혜의 상징이 아니라 나이가 들었다는 것을 나타낼 뿐이다. 제대로 생각하며 살지 않는다면 나이만 먹고 경험만 쌓일 뿐 지혜가 생기지 않는다. 흰머리가 지혜가 되려면 자신이 경험하는 일이 알려주는 삶의 가르침을 깊이 곱씹을 줄 알아야 한다. 오십은 늘 깊이 있게 사유하는 습관을 지녀야할 나이다. 그래야 지혜롭게 나이 들 수 있다. - page 66 ~ 67

나이가 많다거나 경험이 많은 건 그 자체로는 의미가 없다. 세월과 경험을 통해 사물과 사람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지고 인격이 나아졌느냐가 중요하다.

그 사람이 어른인가 아닌가를 결정하는 것은 '무엇을 겪어봤냐'는 유무가 아니다. 그 경험을 통해 무엇을 배웠고, 배움의 결과 얼마나 나아졌느냐다. 이것이 어른이 되었는가 아니면 몸만 어른이고 마음은 여전히 어린아이에 불과한가를 결정한다. 마치 수많은 수술을 해봤다고 하더라도 환자의 병을 더 잘 진단하지 못하고 언제까지나 수술 실력이 그대로인 의사를 실력 있는 의사로 부르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다.

숨만 쉬어도 먹는 게 아니다. 나이는 벼슬이 아니다. 벼슬은 '어떻게 숨을 쉬었느냐'로 판가름 난다. 나이가 들어 어른이 아니라 나아져서 어른이다. - page 220 ~ 221

'진정한 어른'이 되어 좋은 꼰대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이야기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책을 읽는다는 것...

사실 독서는 잘못하면 남이 나 대신 생각해 주는 일이 되는데...

특히 필사에 대한 저자의 말씀에...!


최근 유행하는 필사책을 자칫 잘못 활용하면 그저 남의 생각을 옮겨 적는 것으로 그칠 수 있다. 얼마 전 나는 제자가 출간한 필사책을 선물받았는데, 이 책에 적힌 글귀를 그대로 옮겨 적는 대신 각 페이지의 제목만 보고 내 경험과 생각을 적었다. 한 권을 다 쓰니 또 다른 나의 책으로 변해 있었다.

필사의 한자어 베낄 사寫를 생각 사思로 바꾸면 筆寫가 아니라 筆思가 된다. 진정한 필사는 내 생각을 적는 것이어야 한다. 책은 내 생각을 만들고 다듬는 도구일 뿐이다. 오십을 지나는 당신에게 筆思를 권한다. - page 59


책에 읽히는 사람이 아닌, 책을 소화하는 사람이 되길...


무엇보다 이 책에서 저자가 일러주고자 한 바는 '어떻게 보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자기가 가지고 있는 것을 어떻게 바라보느냐가 행불행을 좌우한다. 내가 가진 것을 작게 느끼는 사람이 불행한 사람이며, 크게 느끼는 사람이 행복한 사람이다. 오십이 넘으면 낸가 가진 것을 크게 볼 줄 아는 눈을 가져야 한다. 크게 보면 내 것은 언제나 차고 넘치는 법이다. - page 105


사람도 일도 내가 '이 사람이 참 좋다'고 하고, '이 일이 참 좋다'고 하면 그 이유가 하나씩 붙는다. 아무짝에 가치 없는 사람도 일도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다 좋은 건 없는 게 인생이고 세상이다. 안 좋은 것에 가던 나의 시선을 거두어들이고, 고개를 돌려 좋은 것을 향하면 세상은 손톱만큼도 달라진 것이 없는데 내 인생은 한라산만큼 크고 아름답게 달라진다.

세상이 문제가 아니라 세상을 문제로 보는 내가 문제다. 모든 문제는 나의 시선으로 시작하여 나의 시선으로 돌아온다 모든 행복도 나로 시작해 나로 돌아온다. - page 262 ~ 263


덕분에 제 시선도 한결 가벼워짐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빛나는 축제의 입장권을 건네주셨던 이서원 교수님.

감사히 잘 받아 이제부터 제 인생의 축제를 즐겨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디스펠
이마무라 마사히로 지음, 구수영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25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이렇게나 더울 수 있을까...!

밖으로 나가는 건 위험한 일이고

집에선 한시도 에어컨 없이는 살 수 없고

'아이스'를 매일 달고 사는...

덥다는 말조차도 힘겨워지는 요즘.

무서워서 잘 보지도 읽지도 않는 '호러'에 눈이 가기 시작하였습니다.


 《시인장의 살인》으로 미스터리 4관왕에 오르며 세상을 놀라게 한 작가 '이마무라 마사히로'

그가 '오컬트 미스터리'로 이번에 우리 앞에 등장하였는데..

오컬트와 논리가 치열하게 맞붙고

이해할 수 없다고 쉽게 믿어버리지 않는

무서워도 멈출 수 없다는 이 소설.

잠시 더위도 식힐 겸 괴담 추적에 나선 그들과 함께 길을 나서고자 합니다.


오컬트인가, 추리인가

현실과 괴이를 넘나드는 단서들

죽음의 진실은 '7대 불가사의' 안에 있다!


디스펠



치사해.

8월은 너무 더워서 놀고 싶다는 생각조차 안 들잖아.

몸을 익히는 듯한 뜨거운 볕이 드디어 누그러지나 했더니 어느새 여름방학이 끝나버렸다. - page 7


고도마 초등학교에 다니는 6학년 '기지마 유스케'

여름방학이 끝난 2학기 첫날, 반을 대표하는 회장과 부회장을 비롯해 꽃과 수조를 관리하는 생물 담당, 이동 수업 전날에 준비물을 확인해야 하는 미술 담당, 음악 담당 등 담당은 기본적으로 남학생과 여학생 한 명씩, 누구나 반드시 한 가지는 해야 하는 것이었습니다.

유스케는 여름방학 때부터 생각해 둔 담당이 있었으니...


"다음, 게시판 담당."

"내가 할게!"


게시판 담당은 학교 안내문을 교실 뒤에 붙이거나 게시물을 꾸미는 일을 맡는데

최소 한 달에 한 번, 전지에 쓴 벽신문을 복도에 붙이는 것으로

다른 반 학생들도 보는 만큼 주목받기 쉽고, 쉬는 시간이나 방과 후에 작업해야 해서 특히 남학생에게 인기가 없는 담당인데...

유스케는 


나는 그것을 도시 전설이나 심령 현상을 주제로 한 오컬트 코너로 만들 작정이었다.

아침에 이야기할 때의 반응에서 알 수 있듯, 남자든 여자든, 공부나 운동을 잘하든 못하든 모두 오컬트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유령과 외계인, 저주와 음모론...... 오컬트를 부정하는 사람일지라도 반론을 위해 이야기에 끼어들고 싶어 한다.

그런 화제를 벽신문으로 다룬다면? 오늘 아침처럼 한순간에 잊히는 수다와는 달리 오래도록 사람들을 즐겁게 할 수 있다. 분ㄴ명 내 특기를 더 멋지게 활용할 수 있으리라. - page 15


이런 포부로 게시판 담당을 했는데...

어?!


"그럼 나도 게시판 담당에 지원할게. 괜찮지?"


다들 2학기에도 회장을 맡으리라 예상했던 타고난 모범생 '하타노 사쓰키'가 지원을 한 것입니다.


큰일이다. 하타노는 내일 당장이라도 벽신문 주제에 관해 이야기하려 들 것이다. 오컬트가 단순한 장난이 아니라 미지의 존재에 관한 진지한 탐구라고 설득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 page 19


역시나 다음 날 방과 후,

하타노는 벽신문에 관해 이야기를 하자고 했고 또 한 명이 더해졌는데...

개학식 날 제사 때문에 학교를 쉬어 담당 정하기에 참여하지 못했던 아직은 존재감이 희미한 전학생 '하타 미나'까지.

그런데 하타노가 뜻밖의 제안을 하는 겁니다.


"심령 스폿 말고는 관심 없어? 괴담이라든가."

히타노가 다시 입을 열었다.

"괴담 동영상도 자주 봐. 요즘은 괴담 붐이라 괴담을 무섭게 들려주는 '괴담사'라는 직업까지 생겼대. 심령 스폿에는 괴담이 항상 따라붙는 법이니까."

"그럼." 망설임을 떨치듯 하타노가 숨을 들이마셨다. "7대 불가사의는 알아?" - page 22


'오쿠사토 정의 7대 불가사의'

갓난아기가 죽은 이후로 이상한 일들이 벌어진다는 <S터널의 동승자>

폐허에 담력 테스트를 하러 간 친구들이 차례로 의문의 죽음을 맞는다는 <영원한 생명 연구소>

해 질 녘 미사사 고개의 지장보살을 보면 안 된다는 <미사사 고개의 목이 달린 지장 보살>

자살 명소로 불리는 전화부스에서 애통한 목소리가 들려온다는 <자살 댐의 아이>

장례식에서 마주친 존재가 죽음을 부른다는 <산할머니 마을>

돌림병이 퍼진 마을에는 반드시 있다는 <우물이 있는 집>

그리고... 

일곱 번째를 알면 죽는다...!


이들은 학급 신문을 핑계로 7대 불가사의를 추적하고자 합니다.

하지만 각자의 목적은 달랐는데...

유스케는 괴담 추적이라는 장기를 뽐내고 싶었고

사쓰키는 미제사건으로 남은 사촌 언니 마리코의 죽음에 답을 얻고자 하며

미나는 두 사람의 설전을 한발 물러서 판정하게 됩니다.


세 사람은 산속 터널과 폐허가 된 종교시설, 댐과 우물 등 마리코가 생전에 남긴 파일 속 장소들을 조사하며 오컬트와 현실이라는 두 가지 가설을 나란히 세우고 서로의 빈틈을 집요하게 논박합니다.

그렇게 가설에 가설이 쌓이고 반박에 재반박이 이어지며 1년 전 마리코의 죽음이 현재를 물들이게 됩니다.

마침내 마주하게 되는 "일곱 번째 불가사의를 알면 죽는다"는 경고의 실체...!


"하타노 마리코의 전철을 밟게 될 것이다."


만약 주인공들이 어른이었다면...?

이렇게까지 재미가 있을 것 같진 않습니다.

아이들의 시선이었기에 이런 시점으로 사건들을 바라볼 수 있었고

세 명의 아이들이 각자의 역할을 충실히 하였기에 

또 괴담을 괴담으로 끝내지 않고 한 가지 사건과 연관성이 있었다는 점에서 

이 소설에서 추구했던

'오컬트 미스터리'

가 균형을 잡고 마지막까지 이야기를 펼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특히나 무서운 걸 싫어하는 저도 오히려 몰입하면서 읽었으니...!

(하지만...  책을 덮고 나서 아쉬움이 남았다는 건 비밀!)


우리가 괴담을 그저 지나치지 않고 관심을 갖는 건...

아마도 실제일지도 모른다는, 아니 가끔은 실화이기에 더 몰입하며 찾아 읽는 건 아닐까 싶었습니다.

그렇다면...

누구나 한 가지쯤은 알고 있는 괴담...

그건 괴담이 맞나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