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썰의 전당 : 서양미술 편 - 예술에 관한 세상의 모든 썰
KBS <예썰의 전당> 제작팀 지음, 양정무.이차희 감수 / 교보문고(단행본)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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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서 '썰'을 푸는 걸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박사들이 모여 예술 작품을 둘러싼 창의적인 감상법을 전하는 프로그램 <예썰의 전당>.

개인적으로 너무나 좋아하는 프로그램인데...

엇!

이렇게 책으로 만나게 되다니 너무나 반가웠습니다.

소장 가치도 있는 이 책.

어떤 이야기들을 담고 있을지 기대를 해보며 읽어봅니다.

"어제의 예술이 오늘의 당신에게 말을 겁니다."

예썰의 전당: 서양미술 편



<예썰의 전당>에서 소개된 여러 예술 작품 중 시청자들로부터 가장 큰 호응을 얻었던 '서양미술'을 주제로 엮은 이 책.

르네상스 시대를 대표하는 레오나르도 다빈치부터 20세기 파블로 피카소까지!

시대를 대표하는 화가 17인과 그들의 작품을 소개하고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이 책의 매력, 아니 이 프로그램의 매력이 아닐까 싶은데 명작으로부터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여러 관점에서 해석하기에 다각적인 시선으로 작품을 바라볼 수 있다는 점을, 나아가 역사와 문화 그리고 우리의 삶을 되짚어볼 수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프로그램을 애청해서일까!

마치 방송을 보는 듯 생동감 있게 느껴져서 더 흥미롭게 읽었던 이 책.

방송으로만 봤다면 휘발될 수 있었던 이야기들을 책을 읽음으로써 다시 내 것으로 만들어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화가가 건넨 말은 다정한 안부처럼 큰 위로를 건네곤 하였습니다.

세상을 향한 무한 도전을 한 다빈치

충만한 자기애로 셀프 브랜딩의 시초가 된 뒤러

분업으로 최고의 퀄리티를 완성시킨 루벤스

그림 속 그림으로 추리를 끌어내는 벨라스케스

롤러코스터 같은 인생을 자화상으로 그려 낸 렘브란트

처음으로 그림 구독 서비스를 시작한 호가스

백내장에 걸렸을 때조차 보이는 그대로를 그린 모네

설레게 하는 법을 알았던 광고 그림의 대가 무하

절규로 시작해 태양으로 마무리한 뭉크

평화를 사랑해 한국전쟁의 아픔을 그렸던 피카소

...

어느 인생도 순탄치 않았었고 그렇기에 이들이 지금까지도 찬란히 빛났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절규>의 에드바르 뭉크는

"내 예술은 개인적인 고백이다.

삶에 대한 두려움이 없었다면

길을 잃은 배와 같았을 것이다."

며 자신의 작품으로부터

"나는 예술로 삶의 의미를 설명하고자 노력한다.

그래서 내 그림이 다른 이들에게

자신의 삶을 명확하게 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원한다."

라고 했다는데...

그의 절규가 처절한 몸부림을 넘어 다정한 안녕으로 다가왔었습니다.

에드바르 뭉크가 오늘의 당신에게 말을 건넨다.

"깊은 밤 뒤에는 찬란한 아침이 옵니다."

개인적으로 인상적이었던 '얀 페르메이르'.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라는 작품으로 우리에게 친숙한 그.

일상이라고 하면 자칫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페르메이르가 그림 속에 숨겨 놓은 가치와 의미를 찾아가다 보면 지루할 틈이 없다. 그런 하루하루가 모여 우리의 인생이 되는 거라고, 또한 가장 위대한 것은 평범한 순간에 있다고 페르메이르는 그림을 통해 우리에게 알려준다. - page 169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만 보더라도 살짝 벌린 입술, 초롱초롱한 눈빛과 함께 섬세한 그림자 처리가 인물의 개성과 순간의 신비로움을 끄집어내면서 우리를 매료시키지 않았는가!

그런 그가 오늘의 우리에게 건넨 말.

"가장 위대한 오늘을 놓치고 있진 않나요?"

어제의 예술이 오늘의 우리에게 건넨 이야기.

삶을 살아갈 용기를, 희망을 건네주었습니다.

다음의 이야기도 얼른 만나보고 싶은 마음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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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훔치는 도둑
기르답 지음 / 씨엘비북스(CLB BOOKS)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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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

1. 잠자는 동안에 깨어 있을 때와 마찬가지로 여러 가지 사물을 보고 듣는 정신 현상

2. 실현하고 싶은 희망이나 이상

3. 실현될 가능성이 아주 적거나 전혀 없는 헛된 기대나 생각 _출처 : 표준국어대사전

이처럼 꿈에 대한 사전적 정의를 살펴보면 자고 있을 때의 꿈과 실현하고 싶은 바람이나 이상을 나타내는 뜻을 품고 있습니다.

이런 꿈에 대해 소설에서는 그 의미를 교묘히 흐리면서 매력적인 이야기로 풀어나간다고 하는데...

너무나 기대되었습니다.

과연 어떤 이야기가 눈앞에 그려질지...

"오늘 밤, 당신의 꿈을 훔치러 갑니다"

어젯밤 당신이 잃어버린 꿈에 숨결을 불어넣는 꿈결 같은 소설!

꿈 훔치는 도둑



그는 도둑이다. 그가 훔치는 것은 꿈이다. 훔치는 것이 꿈이라는 것 말고는 여타 도둑들과 다를 바 없다. 어두운 집에 몰래 들어가 집주인이 잠을 나는지 확인하고, 훔친다. 훔친 꿈은 마개 달린 유리병에 보관하여 주머니에 넣고 집으로 돌아간다. - page 7

하루에 하나씩 꿈을 훔치고 모은 꿈을 한 달에 한 번 꿈 수집가에게 가져다주면 그로부터 돈을 받으며 살아가는 그.

언제부터 이런 일을 했는지, 몇 살인지 아는 사람은, 아니 자신조차도 모르며 오랫동안, 아주 오랫동안 꿈을 훔치며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예기치 못할 일이 생기게 됩니다.

"아저씨가 내 꿈을 훔쳐 갔지?"

...

"돌려줘! 내 꿈 돌려주라고!" - page 16

자신을 향해 덜컥 소리를 지르는 소년.

일기 마지막 줄에 오늘은 얼마만큼의 돈을 저금했는지 기록하는 소년은 무엇 때문에 돈을 모았는지 잊어버렸다며 그에게 그걸 찾고 싶다고 하였습니다.

워낙 귀찮은 일은 딱 질색이기에 소년과 함께 꿈 수집가에게 찾아가지만

"얘야, 너에게 과연 꿈을 찾아야 할 이유가 있을까 싶구나."

...

"넌 원래 이 돈을 모으던 목적, 그러니까 꿈을 잃어버렸지만, 잃어버렸다는 것을 알고, 되찾으려고 하지 않니? 그럼 새로운 꿈을 가진 거나 다름없는 거지."

소년은 여전히 이해할 수 없어 멍한 표정으로 수집가의 주름진 얼굴만 바라보았다.

"그러니까, 네겐 새로운 꿈이 있는 거야. 꿈을 잃었지만, 다시 가지겠다는 그런 꿈이." - page 32 ~ 33

결국 수집가의 집을 나온 소년과 도둑.

그렇게 헤어지나 싶었는데 다음날 소년은 머그잔과 함께 가끔 놀러 오겠다는 쪽지를 남기고 간 것이었습니다.

도둑은 머그잔을 들어 찬장에 올렸다. 거기에는 원래 가지고 있던 단 하나의 머그잔이 있었다. 초록색의 개구리 그림은 찬장에 자리하고 있던 회색빛 머그잔과 지독히 어울리지 않았지만, 도둑은 이건 이거대로 괜찮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 page 39

여느 때처럼 최대한 가볍게 손끝을 이마 끝에 대고 꿈을 훔치면 보통은 깨지 않는데 가늘게 실눈을 뜬 여자.

당혹감이 끝나기도 전에 그녀는 도둑에게

"저기요! 아저씨!"

여자가 따라오지 않고 멀리서 도둑을 불렀다. 도둑은 귀찮아지기 싫어서 뒤도 돌아보지 않았다.

"아저씨! 고마워요!" - page 88

도둑의 일과는 정반대인 '고맙다'라는 말.

이 한마디가 몹시나 마음에 걸렸는데 우연히 또 마주치게 된 그녀.

동업을 하자고 제안을 합니다.

"네. 꿈이 필요하시니까 훔치시지요?"

"그렇지."

"제가 꿈을 그냥 드릴 테니까요. 그럼 편하시잖아요."

"그렇긴 한데......"

...

"돈은 필요 없어요. 제 꿈을 그냥 드릴게요."

"그냥?"

"예. 제 꿈을 그냥 가져가세요." - page 102 ~ 103

그동안 귀찮은 일은 딱 질색이며, 남들과는 상관없다는 태도로 살아가던 도둑에게 소년과 여자로부터 대화하며 공유하는 사이 조금씩 변화하기 시작합니다.

"다음에."

그의 목소리는 너무도 작아 잘 알아들을 수 없었다.

"예?"

"다음에 가자."

소년은 한참 동안 도둑이 한 말이 무슨 뜻인지 생각해야 했다. 그리고 웃었다. - page 252

그리고 도둑은 여자의 속사정을 알게 되면서 지금껏 시도해 본 적 없는 일을 하려고 하는데...

마침내 꿈이 되어, 꿈의 몸으로, 꿈꾸기 시작합니다.

먹고살기 위해서 하나씩 훔친 것이 아니라, 하고 싶은 것을 위해 두 개 세 개 훔치고, 꿈을 꾸게 했으니. 가지고 싶은 것, 보고 싶은 것, 아마도 사람들은 꿈이라고 부르는 것들을 위해서 노력하기에 지치나 보다. 그래서 잠이 드나 보다. 사람들이 하루가 끝나갈 무렵 지쳐 쓰러져 잠들듯이, 도둑은 그렇게 잠이 쏟아졌다. 최초로. - page 427

감동과 위로를 받게 해 준 힐링 소설.

덕분에 '꿈'을 되짚어보게 되었습니다.

꿈이란 무엇일까...

마냥 허황되고 보잘것없다고 치부했던 것은 아닐까... 란 반성도 하게 되고 그럼에도 우리는 '꿈' 덕분에 살아감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당신은 어떤 꿈을 꾸고 계신가요?

오늘 밤, 도둑이 당신의 꿈을 훔치러 올지도 모르겠습니다.

혹시나 마주치게 된다면 다정한 인사말을 건네보는 건 어떨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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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닉 - 숨기려 해도 숨길 수 없는 마음
배명훈 지음 / 북하우스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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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은닉』은 '거짓'의 백과사전이다. 거짓의 온갖 양상이 망라된다.

-박찬욱(영화감독)

영화감독 박찬욱 추천.

그 어떤 타이틀보다 우선 시선을 사로잡았었고 그 다음엔 사실 사전지식은 없었습니다.

가치 읽는 모임으로부터 읽게 된 '배명훈' 작가의 작품.

솔직히 어떨지 기대감 가득 안고 읽어봅니다.

이것은 인간의 본성이자

마음의 공싱에 관한 이야기다!

은닉



11년을 일하면 1년은 휴가다. 물론 휴가를 받았다고 남들처럼 따뜻한 바닷가에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건 아니다. 그저 1년 동안 호출이 안 올 뿐이다. - page 11

그는 킬러다.

언제나 경계에 서 있는 그의 휴가 5개월째 흐릿하고 검은 물체로부터 쇳소리가 들려오게 됩니다.

목소리...

삶과 죽음의 경계로부터 들려오는 소리.

"꼭 만나봐주셨으면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나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그가 다시 말을 이었다.

"좋군요. 지금처럼 과묵하게 처리해주시면 더 좋겠군요. 아, 물론 고객을 직접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실 일은 없습니다. 그저 멀리서 잠깐 지켜보시기만 하면 됩니다. 그렇게만 해주시면 나중에 이쪽에서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그때 저에게 의견을 말씀해주시면 됩니다. 뭐가 보이셨는지. 눈에 들어온 대로 솔직하게 알려만 주시면 그 뒤에는 저를 다시 볼 일도 없을 겁니다." - page 17

그저 연극 한 편을 보고 소감을 말해주면 된다다는 조직의 지령.

그리하여 그는 완전히 시커먼 얼굴을 하고는 올로모우츠를 향해 달려가게 됩니다.

<랑페의 결백>이라는, 어느 나라 원작인지조차 알 수 없는 밀실 추리극을 보게 된 그.

'뭘까. 도대체 뭘 보고 오라는 걸까. 보이는 대로 말하라니.'

자신의 말 한마디에 누군가의 영혼이 지워질 수도, 좀 더 오래 살아남을 수도 있다는 뜻이었는데...

밝아진 무대 위로 눈을 돌렸지만 딱히 건질 만한 게 없었던 그 때.

'저게 뭐지?'

무대 왼편 한가운데에 놓여 있는 침대 위.

너무나 정교하고 아름답게 시체 연기를 하는 그녀는 얼마 전에 의문의 죽음을 당한 연방 권력서열 3위의 실력자 정무권의 숨겨진 딸인 '김은경'이었습니다.

그의 첫사랑...

하지만 사실상 이미 죽은 목숨인 여자 은경이...

살아 있다! 무대 속의 무대 속의 무대 속에서. 머나먼 세상의 끝 삶과 죽음의 경계가 손에 잡힐 듯 가까이 드리워진 무대 위에서, 은경의 몸이 생존의 무게를 죽음의 동작으로 표현해내고 있었다.

'아직도 그대로야! 예전 모습 그대로.' - page 23

'그녀를 보았다'는 것은 곧 그녀가 제거된다는 의미.

그는 연방의 검은 그림자로부터 그녀를 지키기 위해 천재 정보분석가이자 공식적으로 조직에 의해 제거되었다는 '조은수'에게 도움을 구하게 됩니다.

살아 있어도 살아 있지 않은, 죽어 있어도 죽어 있지 않은 사람.

조은수 역시도 삶과 죽음의 경계...

자취를 감추려해도 도저히 감출 수 없데 된 영혼의 흔적은 결국 노출되게 되고 그렇다면 존재하는 것인지 아닌지조차 알 수 없도록 폭발적으로 드러내고자 합니다.

그리하여 수백 개의 가짜 취향을 남기는 '디코이'와 오직 진짜 취향만을 걸러내는 '디코이 저격수'의 뒤뇌 싸움과 숨 막히는 추격전이 펼쳐지는데...

삶과 죽음의 경계에 놓은 세 사람.

과연 이들은 어떻게 될 것인가...!

'사실은 그때 이미 이 모든 게 시작됐던 건지도 몰라. 세상이 조금씩 기울고 있었던 ㄱ거라고. 그런데 우리, 어쩌다 이렇게 하나같이 다 처량한 신세가 됐을까.' - page 252

소설의 초반에는 뭔지 모를 긴장감으로 두근거리며 읽게 되었는데 점점 후반으로 갈수록...

소설에서 표현했던 문장처럼

순간 맥이 탁 풀렸다. 팽팽하게 조여져 있던 긴장의 끈이 가운데쯤에서 툭 하고 끊어진 기분이었다. - page 103

아쉬움이 조금 남았었습니다.

만약 이 소설을 출간되었을 때 읽었다면 그때는 흥미롭게 읽지 않았을까란 생각도 들었었습니다.

벌써 출간된지 10년이 넘었으니 말입니다.

그럼에도 흥미로웠던 건 삶의 죽음의 경계에 놓인 인물들, 그 속에서 거짓과 진실, 실제와 환상에 대해 마주하게 된 인간의 본성까지.

그것은 발명이 아니라 발견이었다. 없던 악마를 만들어내는 과정이 아니라 이미 오래전부터 잠재해 있던 악마를 일깨우는 과정이었다. 내 안에 잠재해 있던 악마가 아니라, 나라는 개념이 발생하기 훨씬 전, 생명의 보다 근원적인 부분에 잠재해 있던 악마를 불러내는 일. 중추신경계 어딘가에 남겨진 기억이 아니라 유전자 안에 새겨진 기억들. - page 242

그래서 이 문장이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어떤 악마는 스스로 악마라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 채 평생을 살아간다.

그래서 어떤 천사는 혹시 자신이 바로 그 악마가 아닐까 평생을 고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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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적인 그림 읽기 - 고요히 치열했던
이가은 지음 / 아트북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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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과 관련된 신간이 나와서 눈이 번쩍! 선뜻 손이 나갔던 이 책.

또다시 나만의 미술관으로 떠나볼까 합니다.

치열하게 기록된 과거의 한 장면은

나를, 그리고 내 삶을 이해하는 실마리가 되었다

개인적이고

역사적인

나만의 미술관

사적인 그림 읽기



역사를 공부하기 전에는 그림이 나의 글감이 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역사학에 뛰어들면서부터 미술 감상을 즐겼다. 처음에 그림은 내게 유용한 사료였다. 지나간 이들이 의도적으로 새긴 그 시대의 흔적으로서, 그림은 과거를 눈앞에 펼쳐 보여주면서도 적정선의 상상력을 자극했다. 그림 속 인물, 풍경, 소품이 왜 하필 이때 이곳에 그려졌는지, 화가의 사연, 고민, 감정은 무엇이었을지 궁금했다. 역사서의 한 페이지를 연구하듯 그림을 읽었다. 아는 만큼 보였고, 보이는 만큼 그 안에 나의 경험과 사유를 담아 '내 것'으로 사랑하게 되었다. - page 8

그렇게 현실에서 어떤 의문에 부딪히거나 감상에 젖을 때면 그와 유사한 사연의 작품을 떠올리며 자신과 자신을 둘러싼 상황을 이해하고,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다닌 그녀.

그런 그녀의 지극히 사적(私的)이고 사적(史的)인 미술관이 그려져있었습니다.

1부 「외롭지 않은 고독」에서는 외로움을 순순히 인정하면서도 자신을 오롯이 세우는 태도를

2부 「아름답게 치열한 것」에서는 매일 치열하게 경쟁하면서도 숭고함을 잃지 않으려는 노력을

3부 「고요히 바라보는 시간」에서는 어쩔 수 없는 변화 앞에서 지나간 것과 다가올 것을 가만히 생각해 보는 시간에 대해

그림과 함께 개인적이고 역사적인 열다섯 편의 글이 우리에게 공감과 위로를 선사하고 있었습니다.

여느 그림 에세이보다 이 책이 좋았던 점은 미술과 역사, 자기 성찰이 적절히 균형을 이루어져 있어 그림 감상이 한층 풍부해졌었습니다.

그래서 읽는 재미와 함께 '진심'이 느껴져 더 와닿았다고 할까.

쉽게 읽고 싶지 않았고 줄어드는 페이지가 야속하기만 했었습니다.

다이어트와 「밀로의 비너스」.

이렇게 연결시켜서 이야기할 줄이야! 무릎을 탁 쳤었습니다.

고대로부터 지금까지 비너스의 이미지는, 시대마다 뭇 남성들이 사모하고 여성들이 동경하는 미의 기준이 됩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비너스상인 「밀로의 비너스」.



하지만 비너스로부터 코르셋의 등장과 자기혐오, 식이장애, 각종 질병의 이름이 등장하는데...

이에 대해 저자는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역사를 보면 호모사피엔스들은 미에 관해서만큼은 참 변함이 없었다. 그들에게 외면은 항상 중요했고, 늘 모두의 신체를 선악의 구도에 넣어 선의 잣대로 악을 평가했다. 역사가 정말로 진보한다면, 그 역사의 연장선에 살고 있는 우리는 건강한 아름다움에 대한 더 나은 해답을 찾을 수 있을까? 뾰족한 수는 없다. 부디 그럴 수 있기를 희망할 뿐이다. - page 149 ~ 150

인간이 몸을 가지고 살아가는 한, 외적 아름다움의 추구는 어쩔 수 없는 본능이겠지만 이보다는 건강한 정신으로, 건강한 생활을 하며, 건강하기만 한 아름다움을 추구할 수는 없을까...

마냥 「밀로의 비너스」가 아름답기보단 안타깝게 보여지곤 하였습니다.

꼰대와 「천문학자 코페르니쿠스, 신과의 대화」.

사실 이게 어떤 관련이 있을까 싶었는데...



코페르니쿠스는 성경이나 기독교 신앙 자체를 부인하지 않았다. 다만 기독교 정통의 천체관이 부정확하다고 판단하고, 그것이 어떻게 섭리를 오해하게 하고 어떤 실질적 불편을 야기하는지 지적했을 뿐이었다. 잘못된 진리가 있다면 이를 시정하려는 노력이 신의 뜻에 더 부합한다고 코페르니쿠스는 생각했다.

그러나 당시 가톨릭 지도자들은 자신들의 진리 체계가 완전하다고 확신했고, 그에 반하는 새로운 의견을 참작하려는 의지가 없었다. 그들에게 기독교 우주관에 대한 부정은 곧 기독교 세계관 전체에 대한 부정이었다. 결국 '자기 라떼가 최고'라는 완고함이 더 완전한 진실을 보지 못하게 함으로써 종교와 과학 사이 긴긴 이별을 만들었다. - page 195

그제야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습니다.

전통에 대한 도전이 없었다면 이토록 발전할 수 있었을까.

역으로 생각하면 전통이 있기에 이후의 발전이 존재할 수 있음에 '라떼'가 마냥 부정적인 의미가 아님을 시사해 주었었습니다.

당신의 '라떼'는 버려지는 게 아니라 더 맛있어지는 과정이라는 것. - page 207

이 책을 읽으면서 깨달은 바가 있었습니다.

바로

젠틸레스키의 인생에서 관심은 꼭 필요하면서 피할 수 없는 것이었다. 관심은 양날의 검이 되어 그녀에게 명예도 주고 상처도 입혔다. 그 가운데 그녀는 항상 할 수 있는 최선으로 목소리를 냈고, 작품을 통해 자신의 진심이 사람들에게 닿기를 바랐다. 물론 작품으로 그녀의 전부를 알 수는 없다. 누구나 자기에게 유리하게 자기를 해석하고 드러내기 마련이니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녀가 가장 하고 싶었던 말, 그래서 애써 기록으로 남긴 그 말들을 지금 우리가 400년의 시차를 극복하고 듣고 있다는 사실이다. - page 171

미술작품은 과거와 현재를 잇기에 거기에 전하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것을, 나아가 '내 것'으로 만드는 과정이 필요함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덕분에 명화를 대하는 안목이 넓어지게 되었고 적재적소에 필요한 그림이 무엇인지에 대해 알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저도 고요하게 사적인 그림 읽기를 해보겠습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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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적인 그림 읽기 - 고요히 치열했던
이가은 지음 / 아트북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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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그림으로부터 많은 것을 깨닫게 해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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