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를 공부하기 전에는 그림이 나의 글감이 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역사학에 뛰어들면서부터 미술 감상을 즐겼다. 처음에 그림은 내게 유용한 사료였다. 지나간 이들이 의도적으로 새긴 그 시대의 흔적으로서, 그림은 과거를 눈앞에 펼쳐 보여주면서도 적정선의 상상력을 자극했다. 그림 속 인물, 풍경, 소품이 왜 하필 이때 이곳에 그려졌는지, 화가의 사연, 고민, 감정은 무엇이었을지 궁금했다. 역사서의 한 페이지를 연구하듯 그림을 읽었다. 아는 만큼 보였고, 보이는 만큼 그 안에 나의 경험과 사유를 담아 '내 것'으로 사랑하게 되었다. - page 8
그렇게 현실에서 어떤 의문에 부딪히거나 감상에 젖을 때면 그와 유사한 사연의 작품을 떠올리며 자신과 자신을 둘러싼 상황을 이해하고,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다닌 그녀.
그런 그녀의 지극히 사적(私的)이고 사적(史的)인 미술관이 그려져있었습니다.
1부 「외롭지 않은 고독」에서는 외로움을 순순히 인정하면서도 자신을 오롯이 세우는 태도를
2부 「아름답게 치열한 것」에서는 매일 치열하게 경쟁하면서도 숭고함을 잃지 않으려는 노력을
3부 「고요히 바라보는 시간」에서는 어쩔 수 없는 변화 앞에서 지나간 것과 다가올 것을 가만히 생각해 보는 시간에 대해
그림과 함께 개인적이고 역사적인 열다섯 편의 글이 우리에게 공감과 위로를 선사하고 있었습니다.
여느 그림 에세이보다 이 책이 좋았던 점은 미술과 역사, 자기 성찰이 적절히 균형을 이루어져 있어 그림 감상이 한층 풍부해졌었습니다.
그래서 읽는 재미와 함께 '진심'이 느껴져 더 와닿았다고 할까.
쉽게 읽고 싶지 않았고 줄어드는 페이지가 야속하기만 했었습니다.
다이어트와 「밀로의 비너스」.
이렇게 연결시켜서 이야기할 줄이야! 무릎을 탁 쳤었습니다.
고대로부터 지금까지 비너스의 이미지는, 시대마다 뭇 남성들이 사모하고 여성들이 동경하는 미의 기준이 됩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비너스상인 「밀로의 비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