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적인 그림 읽기 - 고요히 치열했던
이가은 지음 / 아트북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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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과 관련된 신간이 나와서 눈이 번쩍! 선뜻 손이 나갔던 이 책.

또다시 나만의 미술관으로 떠나볼까 합니다.

치열하게 기록된 과거의 한 장면은

나를, 그리고 내 삶을 이해하는 실마리가 되었다

개인적이고

역사적인

나만의 미술관

사적인 그림 읽기



역사를 공부하기 전에는 그림이 나의 글감이 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역사학에 뛰어들면서부터 미술 감상을 즐겼다. 처음에 그림은 내게 유용한 사료였다. 지나간 이들이 의도적으로 새긴 그 시대의 흔적으로서, 그림은 과거를 눈앞에 펼쳐 보여주면서도 적정선의 상상력을 자극했다. 그림 속 인물, 풍경, 소품이 왜 하필 이때 이곳에 그려졌는지, 화가의 사연, 고민, 감정은 무엇이었을지 궁금했다. 역사서의 한 페이지를 연구하듯 그림을 읽었다. 아는 만큼 보였고, 보이는 만큼 그 안에 나의 경험과 사유를 담아 '내 것'으로 사랑하게 되었다. - page 8

그렇게 현실에서 어떤 의문에 부딪히거나 감상에 젖을 때면 그와 유사한 사연의 작품을 떠올리며 자신과 자신을 둘러싼 상황을 이해하고,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다닌 그녀.

그런 그녀의 지극히 사적(私的)이고 사적(史的)인 미술관이 그려져있었습니다.

1부 「외롭지 않은 고독」에서는 외로움을 순순히 인정하면서도 자신을 오롯이 세우는 태도를

2부 「아름답게 치열한 것」에서는 매일 치열하게 경쟁하면서도 숭고함을 잃지 않으려는 노력을

3부 「고요히 바라보는 시간」에서는 어쩔 수 없는 변화 앞에서 지나간 것과 다가올 것을 가만히 생각해 보는 시간에 대해

그림과 함께 개인적이고 역사적인 열다섯 편의 글이 우리에게 공감과 위로를 선사하고 있었습니다.

여느 그림 에세이보다 이 책이 좋았던 점은 미술과 역사, 자기 성찰이 적절히 균형을 이루어져 있어 그림 감상이 한층 풍부해졌었습니다.

그래서 읽는 재미와 함께 '진심'이 느껴져 더 와닿았다고 할까.

쉽게 읽고 싶지 않았고 줄어드는 페이지가 야속하기만 했었습니다.

다이어트와 「밀로의 비너스」.

이렇게 연결시켜서 이야기할 줄이야! 무릎을 탁 쳤었습니다.

고대로부터 지금까지 비너스의 이미지는, 시대마다 뭇 남성들이 사모하고 여성들이 동경하는 미의 기준이 됩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비너스상인 「밀로의 비너스」.



하지만 비너스로부터 코르셋의 등장과 자기혐오, 식이장애, 각종 질병의 이름이 등장하는데...

이에 대해 저자는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역사를 보면 호모사피엔스들은 미에 관해서만큼은 참 변함이 없었다. 그들에게 외면은 항상 중요했고, 늘 모두의 신체를 선악의 구도에 넣어 선의 잣대로 악을 평가했다. 역사가 정말로 진보한다면, 그 역사의 연장선에 살고 있는 우리는 건강한 아름다움에 대한 더 나은 해답을 찾을 수 있을까? 뾰족한 수는 없다. 부디 그럴 수 있기를 희망할 뿐이다. - page 149 ~ 150

인간이 몸을 가지고 살아가는 한, 외적 아름다움의 추구는 어쩔 수 없는 본능이겠지만 이보다는 건강한 정신으로, 건강한 생활을 하며, 건강하기만 한 아름다움을 추구할 수는 없을까...

마냥 「밀로의 비너스」가 아름답기보단 안타깝게 보여지곤 하였습니다.

꼰대와 「천문학자 코페르니쿠스, 신과의 대화」.

사실 이게 어떤 관련이 있을까 싶었는데...



코페르니쿠스는 성경이나 기독교 신앙 자체를 부인하지 않았다. 다만 기독교 정통의 천체관이 부정확하다고 판단하고, 그것이 어떻게 섭리를 오해하게 하고 어떤 실질적 불편을 야기하는지 지적했을 뿐이었다. 잘못된 진리가 있다면 이를 시정하려는 노력이 신의 뜻에 더 부합한다고 코페르니쿠스는 생각했다.

그러나 당시 가톨릭 지도자들은 자신들의 진리 체계가 완전하다고 확신했고, 그에 반하는 새로운 의견을 참작하려는 의지가 없었다. 그들에게 기독교 우주관에 대한 부정은 곧 기독교 세계관 전체에 대한 부정이었다. 결국 '자기 라떼가 최고'라는 완고함이 더 완전한 진실을 보지 못하게 함으로써 종교와 과학 사이 긴긴 이별을 만들었다. - page 195

그제야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습니다.

전통에 대한 도전이 없었다면 이토록 발전할 수 있었을까.

역으로 생각하면 전통이 있기에 이후의 발전이 존재할 수 있음에 '라떼'가 마냥 부정적인 의미가 아님을 시사해 주었었습니다.

당신의 '라떼'는 버려지는 게 아니라 더 맛있어지는 과정이라는 것. - page 207

이 책을 읽으면서 깨달은 바가 있었습니다.

바로

젠틸레스키의 인생에서 관심은 꼭 필요하면서 피할 수 없는 것이었다. 관심은 양날의 검이 되어 그녀에게 명예도 주고 상처도 입혔다. 그 가운데 그녀는 항상 할 수 있는 최선으로 목소리를 냈고, 작품을 통해 자신의 진심이 사람들에게 닿기를 바랐다. 물론 작품으로 그녀의 전부를 알 수는 없다. 누구나 자기에게 유리하게 자기를 해석하고 드러내기 마련이니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녀가 가장 하고 싶었던 말, 그래서 애써 기록으로 남긴 그 말들을 지금 우리가 400년의 시차를 극복하고 듣고 있다는 사실이다. - page 171

미술작품은 과거와 현재를 잇기에 거기에 전하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것을, 나아가 '내 것'으로 만드는 과정이 필요함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덕분에 명화를 대하는 안목이 넓어지게 되었고 적재적소에 필요한 그림이 무엇인지에 대해 알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저도 고요하게 사적인 그림 읽기를 해보겠습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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