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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도 여행을 좋아해 - 30대 딸과 60대 아빠, 7년 차 여행 콤비의 청춘 일기
이슬기 지음, 이규선 사진 / 성안당 / 2016년 12월
평점 :
한동안은 아들과 엄마와의 여행 에세이에 잠시나마 일상에서의 탈출과 동시에 서로간의 모습을 보며 저의 모습을 빗대어 가족의 의미를 생각해보곤 하였습니다.
가깝고도 멀게만 느껴지는 자식과 부모와의 관계.
서로 잘 알기에,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서로간의 침묵이 생기고 비밀이 생기면서 벌어지는 틈을 메우기위한 여행.
그 속에서 다시금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이 다른 여행 에세이보다 더 뭉클하게 다가왔었습니다.
이번에는 딸과 아빠와의 여행 에세이가 출간되어서 눈길이 갔습니다.
저 역시도 아빠와의 대화는 어릴 적 사춘기 전이 끝이었던 것 같습니다.
말문을 닫고 서로에게 그저 일상적인 대화만 오가던 관계.
그래도 가족이기에 서로를 이해한다고 자부했던 것이 이제와 생각해보니 그저 허울 좋게 보이는 핑계일 뿐이었습니다.
그들의 여행 속에서 서로를 알아가는 모습을 보며 저 역시도 아빠와의 관계를 회복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막연한 생각에 읽기 시작하였습니다.
'딸 바보'로 불리길 좋아하는 푼수 아빠라는 '이규선'씨와 무엇보다도 부모님의 '베스트프렌드'이기를 바라는 부모님의 철부지 딸 '이슬기'씨.
그들의 여행은 유럽을 돌면서의 이야기가 담겨 있었습니다.
그들의 이야기는 『댄싱 위드 파파』에서 우선적으로 이야기가 되었다고 합니다.
아직 읽어보진 않았지만 이 책을 계기로 전편인 책도 읽어볼 예정입니다.
도착하자마자 길을 잃고 예약했던 숙소에서 문전박대를 당하는 두 부녀의 이야기는 첫 시작부터 심상치 않음을 예상하게 해 주었습니다.
그들의 스페인에서의 여행에서 저에게 여운이 남는 문구가 있었습니다.
"슬기야, 저렇게 나이 들어가는 게 너도 좋아 보이지? 애들 다 키우고, 예쁘게 옷을 입고, 같이 손잡고 여행하고, 쓸쓸해 보이지만 참 아름답네. 가을이 아름다운 이유가 쓸쓸하기 때문이잖아."
(중략)
"달이 차오를 때는 잘 몰라. 점점 사라진다는 것을." - page 32
그들의 이야기 속엔 여행 이야기 뿐만 아니라 우리들의 인생사는 이야기가 담겨 있어서 큰 공감을 하며 읽을 수 있었습니다.
읽으면서 웃음이 났던 사건 <코골이>.
이번 여행에서도 아내는 "국제적으로 망신당하지 않게 코골지 마세요. 주위 사람 특히 딸내미 죽일라."라고 신신당부했다. 사실 나도 걱정이다. 그래서 스스로 터득한 혼자만의 비법이 있다.
(중략)
그러나 나는 간밤에도 어김없이 코를 골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아내처럼 떄리거나 꼬집지 않는 딸이 참 고맙다. - page 189
'딸 바보'인 그의 여행일기는 딸을 위함이 물씬 담겨 있었습니다.
유럽에는 성당이 많아 기도하기 좋다는 그의 이야기.
딸에게 감내할 수 있는 어려움만 주소서.
혹시 이겨낼 수 없는 어려움을 주시려면,
버틸 수 있는 지혜도 함께 주시옵소서. - page 323
이제 부모의 입장이 되어서인지 이 문구가 가슴 속에 깊게 새겨졌었습니다.
책을 읽고나니 그들의 여행 풍경보다는 서로를 향한 마음 씀씀이만 가슴에 남게 되었습니다.
부러웠던 점은 이 두 부녀의 모습이었습니다.
저와는 다른 그들의 모습.
나는 왜 그들처럼 하지 못했는지 이제와서 후회해도 지난 시간을 되돌릴 수 없기에 앞으로 아버지께 말이라도 살갑게 대해볼까 합니다.
서로 성격이 맞지 않아 다시는 여행하지 않겠다던 두 부녀의 모습에서 결국은 서로가 닮은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가족이라는 울타리의 소중함도 일깨울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