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속 소녀의 웃음이 내 마음에 - 새로운 명화, 따뜻한 이야기로 나를 안아 주는 그림 에세이
선동기 지음 / 을유문화사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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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에 대한 애정이 깊었습니다.

그래서 전시회도 곧잘 찾아다니고 관련 책도 찾아 읽곤 하였었습니다.

하지만 아기가 태어나면서 전시회를 찾아다닐 여유는 사라지고 간혹 책을 찾아보곤 하지만 예전만큼의 애정이 아니었습니다.

그래도 책을 읽는동안은 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기에 책 속의 명화를 들여다보며 혼자만의 상상속에 빠져들곤 합니다.


책의 표지에 예쁜 소녀의 웃음이 저를 반겼습니다.

자신의 집으로 초대를 하는 것인지 환한 드레스와 미소.

자꾸만 제 눈에 아른거렸습니다.

그래서 소녀의 초대에 기꺼이 응하기로 하였습니다.


책 속에는 6가지 주제가 담겨있었습니다.

하나. 삶과 희망의 순간들

둘. 가족 그리고 관계에 관한 고찰

셋. 그리움과 사랑, 그 찬란함

넷. 너른 세상, 커다란 꿈

다섯. 욕망과 슬픔의 아리아

여섯. 마음과 쉼에 관하여

책 속의 명화와 함께 이어진 저자의 글은 저자의 바람처럼 마치 엽서처럼 다가왔었고 그렇기에 그의 엽서를 기다리는 심정으로 하나하나 읽어내려갔었습니다.


책에는 총 122개의 그림과 글이 담겨있었습니다.

사실 잘 모르는 명화들이 있어서 더 이 책이 저에겐 소중한 책으로 다가왔었습니다.

그가 전해준 명화와 그 속에 담긴 의미, 그리고 그가 우리에게 전달하고자하는 메시지.

이 3박자가 고루 갖춰져 있어서 짧은 글이라도 큰 감동으로 메아리쳐 다가왔었습니다.


<라우릿스 안데르센 링 - 철도 역무원>이라는 작품을 보면 크게 휘어진 길을 따라 기차가 들어오고 이를 역무원은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의 모습은 뒷모습만 그려져있어서 왠지 모를 고단한 무게감마저 느껴지곤 하였습니다.

이 그림에 대해 저자는 이렇게 얘기하였습니다.

그대는 하루에 얼마나 꿈을 꾸고 있나요? 쉽게 일상에서 벗어나지 못한다고 꿈을 적는 것마저 내팽개치고 있는 것은 아니지요? - page 54

평범한 일상은 지루하기만 합니다.

그래서 뭔가 특별한 일이 일어나길 바라지만 막상 그 특별함이 역으로 평범함을 갈망하게끔 합니다.

다이나믹한 하루도 좋지만 어제와 다름없는 오늘도 나름의 소소함이 묻어있다고 생각됩니다.

다만 그 평범한 일상 속에 젖어 자신의 꿈을 잊는다는 것은 평범함이 아닌 로봇과 같은 일반화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주세페 데 니티 - 광대 모습의 사라 베르나르>라는 작품을 보면 요즘 살아가는 현대인의 모습을 대변해 주었습니다.

'세계 역사상 가장 유명한 배우'라는 말을 들은 그녀지만 그 모습은 몹시 우울함이 가득합니다.

저 역시도 살아가면서 과연 제 본모습으로 살아가는지 돌이켜보았습니다.

엄마라는 역할, 아내라는 역할, 딸이라는 역할 속에서 나의 진정한 모습은 무엇인지 생각해 봅니다.

그 모습 속에서 조금이라도 나의 본모습이 있었다면 그 역할을 잘 수행한 것인지......


책을 읽으면서 희망, 가족, 슬픔, 사랑, 욕망 등 우리가 살아가면서 느끼는 감정들이 있었기에 그때그때에 맞춰 제 감정을 들춰보곤 하였습니다.

그동안 몰랐던 내 모습을 마주하기란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하지만 조금씩 조금씩 마주보고나니 비로소 내 자신이 조금은 외로웠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책을 읽고 난 뒤 책 속에서 접한 명화들로 하여금 조금씩 나의 상처들이 조금씩 치유되는 것만 같았습니다.

한 번으로 읽기보다는 가끔씩 나를 다독여주고 싶을 때 어느 페이지를 펼쳐 읽어보려 합니다.

누군가 나를 위해 써 준 엽서마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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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든 피겨스 - 미국의 우주 경쟁을 승리로 이끈, 천재 흑인 여성 수학자들의 이야기
마고 리 셰털리 지음, 고정아 옮김 / 동아엠앤비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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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요즘 TV광고 중 눈에 띄는 영화가 있었습니다.

<히든 피겨스>

실화를 바탕으로 영화를 본 이들의 극찬이 쏟아지는 광고였습니다.

특히나 흑인과 여성을 이야기하였기에 더 눈길이 갔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우선 영화를 보기 전에 책을 통해 나만의 영화를 만든 후 영화를 보기로 결심을 하였습니다.


이 책을 펼치면 <들어가는 글>에 이런 문장이 있습니다.

하지만 컴퓨터가 무생물을 가리키는 말이 되기 전에, 우주 비행 관제 센터가 휴스턴에 자리 잡기 전에, 스푸트니크호가 역사의 방향을 바꾸기 전에, NACA가 나사가 되기 전에, <브라운 대 토피카 교육위원회 소송>에서 인종 분리 정책이 불평등 정책이라는 판결이 나오기 전에, 그리고 마틴 루터 킹의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라는 연설이 링컨 기념관 계단 위로 울려 퍼지기 전에 랭글리의 웨스트 컴퓨터들은 미국이 항공학, 우주 연구, 컴퓨터 기술의 최강자로 우뚝 서는 데 기여하면서 흑인이기도 한 여성 수학자, 여성이기도 한 흑인 수학자의 길을 개척했다. 수학자의 경력을 성실하게 준비하고, 큰 세계로의 진입을 열망한 명석하고 야심찬 그들에게 버지니아 주의 햄프턴은 우주의 중심처럼 느껴졌을 것이다. - page 18 ~ 19

이 부분만 보더라도 그녀들은 흑인이라거나 여자라서가 아닌 미국 서사시의 중요한 일부임이 틀림없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사회적 편견 속에서 고군분투했을 그녀들의 이야기.

본격적으로 읽어보고자 다음 장을 펼쳤습니다.


 이야기의 배경이 된 그 시절.

그 시절의 미국은 흑인과 백인에 대한 차별이 극심한 인종 분리 법률이 있었고 거기다 여성이라면 더더욱 사회적 진출은 어렵기만 하였습니다.

그렇기에 더 자신의 능력을 인정받기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곳곳에 담겨 있었습니다.

그들의 영원한 이중 의식의 틈새에서 '이중의 승리'라는 말이 나왔다. 그것은 제임스 톰슨이 『피츠버스 커리어』에 보낸 그 투고문에 나온 표현이었다. "유색 미국인들은 더블 V-이중의 승리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첫 번째 V는 외부의 적에 대한 승리이고, 두 번째 V는 내부의 적에 대한 승리이다. 이 나라에서 추악한 편견을 자행하는 자들은 추축국 군대만큼이나 확실하게 우리의 민주적 정부를 해치는 자들이기 때문이다." - page 64


전쟁을 거치면서 항공업이 활성화되고 그곳의 채용의 문을 놓치지 않고 도전한 그녀들.

너무나도 당연시 되었던 편견과 차별 속에서도 자신의 자리에서 꿋꿋이 이겨나아가고 오히려 자신의 역량을 높이면서 결국은 흑인이자 여성으로써 인류를 달에 보낸 그녀들.

그야말로 책의 제목처럼 '히든 피겨스'인 것입니다.

흑인 여자들은 지난 14년 동안 현저한 발전을 이루었다. 그들의 수학 능력에 대한 수요가 있었기에 랭글리가 그들에게 문을 열었고, 그들의 능력이 뛰어났기에 그 자리가 유지되었다. 규칙적인 접촉으로 친숙함이 쌓이자 그들은 "유색인 여자"가 아니라 그냥 "여자"가 되었고, 엔지니어들에게 연구소 기계들이 쏟아내는 원데이터를 분석 가능한 언어로 신속 정확히 번역해 주어서 그들이 멋진 비행기를 만들게 도와주는 믿음직한 동료였다. - page 227


책을 읽으면서 그저 감탄과 존경이 우러나왔습니다.

현재는 많이 사라진 편견과 차별은 그저 안일하게 현실을 인정하기보다는 세상 속에 한 발짝 나와 꿋꿋이 이겨내고 자신의 재능을 펼쳐낸 이들이 있기에 가능하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되었습니다.

<히든 피겨스>영화 포스터엔 이런 문구가 있습니다.

천재성에는 인종이 없고

강인함에는 남녀가 없으며

용기에는 한계가 없다.

이 말을 잠시나마 현실을 부정하며 자괴감에 빠진 이들에게, 특히 저에게 가슴 깊이 새겨두어야할 문장이었습니다.

그녀들로 하여금 흑인이건 백인이건, 여자이든 남자이든 자신의 재능을 펼치기 위해서는 사회의 울타리를 벗어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우선 자신의 마음가짐으로부터, 자신의 도전으로부터 이루어짐을 깨달았습니다.

책을 읽고나니 더더욱 그녀들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를 보면서 그 감동을 새겨두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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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해, 역사가 바뀌다 - 세계사에 새겨진 인류의 결정적 변곡점
주경철 지음 / 21세기북스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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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엔 '역사'에 도통 관심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점점 역사의 중요성을 느끼고 역사에 관련된 서적을 찾아 읽으며 오늘날 살아가야할 방법을 찾아보고자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이 책을 알게 되었는데 다른 역사 관련 책들과 다른 점이 눈에 띄었습니다.

세계 대전환을 읽는 4가지 코드

1492, 에덴동산 입구에 도달하다

1820, 동양과 서양의 운명이 갈리다

1914, 인간이 자연을 통제하다

1945, 세계는 평화를 향해 가고 있는가

방대한 역사를 4가지 코드로 해석한다는 점에서 역사를 해석하는 또다른 방식을 배울 수 있겠다는 느낌적인 느낌이 들었습니다.


<1492, 에덴동산 입구에 도달하다>에선 '콜럼버스'의 정신세계에 대한 해석이 있었습니다.

 그는 '내가 하느님이 선택하신 도구다'라고 생각하며 새로우누 항로를 통해 아시아를 다녀온 인물이 자신이므로 금광을 발견할 인물 또한 자신이라는 주장을 합니다.

그리고 생의 마지막 시기에 자신을 거의 모세 수준의 인물로 생각하고 세계사저거 사건을 지휘하는 마지막 황제의 조수 정도로 자신의 위치를 세우게 됩니다.

그런 그가 도달했다는 에덴동산은 의도치 않게 남미 대륙이 됩니다.

그리고 지금이 에덴동산에서 시작된 인류사가 에덴동산으로 회귀하는 거의 막바지 시점이라고 생각하고는, 교황 알렉산드로스 6세에게 다음과 같은 편지를 보내게 됩니다.

제가 드디어 에덴동산을 보았습니다. 그리하여 수많은 성인들과 신학자들이 믿었던 그 사실을 이제 저도 분명히 믿게 되었습니다. - page 69


그리고 이어지는 <1820, 동양과 서양의 운명이 갈리다>에선 무역을 통해 세계의 흐름을 이야기 하였습니다.

유럽과 중국, 두 나라의 세계 무게중심의 변화를 설명하고 있는데 유럽 학자들의 표현에 의하면, 중국은 언제나 인구와 생산력 측면에서 '세계의 무게중심'이었다고 합니다.

오늘날에도 세계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나라이고 무서운 발전 속도를 보이고 있으니 이 점에 대해 중국이라는 나라를 간과해선 안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1914, 인간이 자연을 통제하다>에선 '생태계'에 대해, 인간의 욕망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여기서 우리에게 질문을 던집니다.

과연 기계가 인간의 노동을 대체하고 노예를 해방시키고 노동자들의 삶을 개선시킨 것이 맞나요? 해방의 측면도 분명 있지만 오히려 억압을 가속시킨 측면도 다분합니다. 산업혁명 시기에 노동자들은 기계에 자신을 맞추어 더 힘든 노동을 했고, 더 많은 시간을 작업장에서 보내야 했습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앞으로 일어날 새로운 기술 발전이 인간의 삶을 진정으로 행복하게 만들어줄지 진지하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산어혁명 이후 역사 경험을 평가했을 때 인간이 진짜 지구 환경을 변화시킨 것이 맞을까요? 만일 그렇다면 반대로 인간이 지구 환경을 지키는 일도 가능할까요? 이러한 중요한 문제에 대해서는 앞으로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하겠지요. - page 206


마지막 <1945, 세계는 평화를 향해 가고 있는가>에서는 '문명화'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었습니다.

문명화의 중요한 동인은 '국가의 강화'와 '경제 발전'이라고 합니다.

여기에 한 가지 중요한 요소를 더 꼽으라면 '독서'를 꼽았는데 과연 문명화와 탈문명화에서 어느 것이 더 좋은 것인지 명확히 답을 내릴 수 없었습니다.


책을 읽고나니 우리의 이기심과 자만심, 잘못된 인식으로 인해 세계의 평화보다는 서로를 향한 '증오'와 '폭력'을 부르게 하였고 '혁명'이라 일컬으며 우리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함이 오히려 '행복'을 앗아가는 행위를 만든 것은 아닌지 생각하게 해 주었습니다.

오늘의 역사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시간의 연장선상에 우리의 행동 하나하나가 모여서 하나의 역사가 이루어짐을 깨달아야합니다.

그렇기에 보다 밝은 미래를 향해 어떤 행동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할지에 대해 지속적인 성찰이 필요함을 느끼게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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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
가쿠타 미츠요 지음, 박귀영 옮김 / 콤마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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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 뭔가 특별한 일이 일어나길 바라고 있지만 막상 똑같은 일상의 반복이 되곤 합니다.

또 막상 보통과는 달리 계획을 세워 일을 추진하다보면 그저 평범했던 일상을 그리워하곤 합니다.

평범한 것을 추구하진 않지만 결국 평범함을 추구하는 나.


이 책의 제목 역시도 크게 눈에 띄는 문구는 아니었습니다.

『평범』 

하지만 책을 소개하는 문구는 평범하지 않았습니다.

평범한 하루하루가 모여 반짝반짝 빛나는 인생이 된다!


"하나가 없으면 다음 하나도 없고, 없으면 없는 대로 또 전혀 다른 삶이 펼쳐지기도 하고.

인생이란 게 원래 그래. 그러니까 매일매일 충실하게 살아가는 거야!"

제가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이유를 알려준 이 책.

책 속엔 어떤 평범한 일상들이 존재하는지 궁금하였습니다.


6가지의 일상 속의 이야기는 자극적이지 않지만 나름의 섬세함이 있었고 읽고 난 뒤 독자들에게 '지금'의 의미를 되새기게끔 하였었습니다.

그들의 일상에선 '만약에'라는 질문이 떠오르게 하였습니다.

만약에 그와 이혼을 한다면?

만약에 그와 결혼을 하지 않았다면?

만약에 그와 헤어지지 않았다면?


저는 <또 하나의 인생>이 인상깊었습니다.

등장인물은 나, 마사토시, 고즈에, 에이치로, 이렇게 넷이 등장을 합니다.

그들의 여행에서 일어난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이 소설에서는 이런 물음이 존재합니다.

"나는 미래 같은 거 믿지 않아. 앞으로 에이치로와 얼마나 더 만나게 될지 알 수 없고, 노무라하고 진짜 헤어질 수 있을지도 잘 모르겠오. 설령 나랑 에이치로가 각각 이혼한다 해도 우리가 합칠지 말지 아무도 몰라. 그래서 나는 닥치지 않은 일은 믿지 않아. 다만 후미코, 나는 말이야, 에이치로를 만나고 나서 생각했어. 또 하나의 인생이 있구나, 내 것이 되지 못한 또 하나의 인생." - page 29

우리가 그때 지금과 같은 선택을 하지 않았다면 과연 다른 삶은 어떤 모습일지 주인공은 끊임없이 생각하고 또 생각하였습니다.

나는 그런 상황을 바란 적도 없고, 앞으로도 바랄 리 없다고 믿었는데....... 마사토시의 말을 빌리자면 나는 내게 주어진 현실을 만족해한다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나도 고즈에가 말한 또 하나의 인생에 대한 동경이나 기대가 있었던 걸까? 내가 알지 못하는 미지의 인생. 아직 경험해 보지 못한 그 또 하나의 인생을 마음 어딘가에서 갈망하고 있는 걸까? 혹은 그날이 언젠가 오는 걸까? - page 48


또 하나의 인생 같은 건 없어!

나는 앞줄에 앉은,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는 바보 같은 남녀의 뒷모습에 대고 말을 걸듯 생각했다.

분명 그런 건 없어. 어떤 의미를 부여하든 우리는 자신의 인생에서 벗어날 수는 없는 거야. 저 장난감 같은 반지는 또 하나의 인생의 의미를 띠고 빛나지 않아. 일상으로 돌아가 다른 손가락에 끼워질 저 반지를 보고 떠올리는 건 또 하나의 인생이 아니라 이 시끄럽고 꼴불견인 여행뿐일 테니까. 우리에게 있는 건 지금과 과거, 미래뿐이야. - page 49


아마도 누구나 지금의 상황에서 '만약'을 꿈꿀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만약'이라는 가상 현실에 빠져 현실의 생활을 한탄하기보다는 지금의 모습에서 만족을 찾는 편이, 평범한 하루하루에 감사하는 것이 언젠가 돌아보았을 때 내 인생이 빛나고 있음을 깨달을 수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은 오늘이 있기에 때론 눈물이, 때론 즐거움으로 저마다의 색을 채워 우리의 삶을 다양한 색채로 채워주는 것 같습니다.

책을 읽고 나니 지금의 오늘도 과거에 '만약' 속 가상 현실이 되었을 것이라 믿으며 충실히 살아야겠다고 느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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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탐일기 - 디킨스의 만찬에서 하루키의 맥주까지, 26명의 명사들이 사랑한 음식 이야기
정세진 지음 / 파피에(딱정벌레)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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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에 관련되어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결혼을 하고난 뒤였습니다.

그 전까지만해도 '요리'에 '요'도 관심이 없었고 엄마가 차려주신 밥상에는 투정을 부리기 일쑤였습니다.

하지만 결혼을 하고 사랑하는 남편을 위해 요리를 해야하는데 아무것도 할 수 없을 때의 막막함.

요리가 아닌 조리를 하였지만 '손'으로 요리를 한 것인지 '발'로 요리를 한 것인지, 과연 먹을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해 논란의 여지에 놓였을 때 여자로써의 수치심.

더구나 아기가 태어나고 점점 자라면서 엄마의 정성어린 음식으로 자라날텐데 그에 적합하지 않은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을 때의 좌절감.

그래서 '요리'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더불어 '음식'에 대해 좀더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우연찮게 이 책을 알게 되었습니다.

『식탐일기』 

단순히 '식탐'에 대해 주인공의 일기가 담겨있을 것이라고 추측하였었습니다.

하지만 이 책은 이렇게 설명하였습니다.

디킨스의 만찬에서

하루키의 맥주까지.

26명의 명사들이 사랑한

음식 이야기

제 추측과도 달라서 조금 놀라웠지만 이 책에 관심이 갔던 것은 제가 좋아하는 작가 '하루키'의 이야기도 담겨있다는 것입니다.

사실 그의 작품을 읽다보면 가끔 '술'과 관련되어서, '음악'에 관련되어서 이야기가 진행되곤 하였기에 그와 관련된 책들이 시중에 있긴 하지만 아직은 접해보지 못하였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기회를 통해 그 뿐만 아니라 다른 명사들의 음식 이야기가 궁금하여 읽게 되었습니다.


책 속에는 조선의 선비 '송강 정철'부터 제인 오스틴, 고흐, 디킨스,  프리다 칼로, 헤밍웨이, 피카소, 왕비 '카트린 드 메디치'까지 우리가 이름만 들어도 아는 이들이 나오기도 하였고 잘 알지 못하더라도 자신의 위치에서 최고를 자랑하는 이의 이야기가 담겨 있었습니다.


저에게는 요즘 관심이 갔던 <고통을 이겨낸 예술가의 레시피 - 프리다 칼로와 그녀가 만든 음식들>이 인상깊었습니다.

사실 '프리다 칼로'에 대해 알게 된 건 최근이었습니다.

『화가의 통찰법』이라는 책을 읽으면서 그녀의 이야기를 알게 되었고 그녀에 대해 좀 더 알고 싶어서 그녀의 일생을 담은 책을 구입해서 읽어가고 있었습니다.

그래서인지 그녀의 이야기는 쉽사리 넘어갈 수 없었습니다.

멕시코의 초현실주의 화가 프리다 칼로는 그림과 함께 요리라는 매개를 통해 사람들과 소통하고 힘겨운 삶을 버텨냈다고 하였습니다.

리베라가 프리다의 작품을 보고 한 이야기.

"예기치않은 표현의 에너지와 인물 특성에 대한 명쾌한 묘사, 진정한 엄정함을 보았다. 잔인하지만 감각적인 관찰의 힘에 의해 더욱 빛나는 생생한 관능성이 전해졌다. 나에게 이 소녀는 분명 진정한 예술가였다." - page 126

하지만 그녀의 작품만큼의 명성을 결혼에선 받을 수 없었습니다.

몇 번의 배신감과 고독감을 선사한 남편, 디에고.

또한 그녀의 삶에 고통을 안겨준 것은 세 번에 걸친 유산과 불임이 되어버린 몸.

몸과 마음의 고통을 동시에 겪으면서도 그녀는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나의 평생소원은 단 3가지, 디에고와 함께 사는 것, 그림을 계속 그리는 것, 혁명가가 되는 것이다." - page 128

평생을 디에고에 대한 애증 속에 살던 프리다에게 위안이 되었던 것은 디에고의 전처인 과달루페로부터 전수받은 레시피를 요리함으로써 고독과 상실감을 조금이나마 덜었다고 합니다.

그녀가 만든 음식들은 호두 소스와 칠리, 호박 소스를 곁들인 닭고기와 옥수수 반죽을 쪄낸 빵의 일종인 타말레스.

그밖에도 살사 베르데에 찍어 먹는 나초와 호박꽃 수프, 노팔스 선인장을 곁들인 돼지고기 요리 등.

정열적인 여인 프리다 칼로는 캔버스와 주방을 오가며 마음속의 불꽃을 예술작품으로, 요리로 승화시켰다고 합니다.


그리고 우리의 작가 <젓가락에 콕 찍은 새까만 게장의 추억 - 박완서의 작품에 녹아 있는 개성 음식>이 인상깊었습니다.

우리의 문학에 한 획을 장식한 그녀, 박완서.

그녀는 평범한 주부로 살다가 늦은 40상에 문단에 등장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어진 그녀의 작품들은 날카로운 풍자와 함께 소시민들의 모습이 그려져 잔잔한 감동을 선사하곤 합니다.

그녀의 수필집을 보면 서울에서 맛본 개성 음식보다는 고향 개성의 소박한 음식들을 꼽았다고 합니다.

메밀칼싹두기와 수수팥떡, 강된장과 참게장 등.

자신의 고향인 경기도 개풍군 박적골에서 맛본 참게장에 대해 "맛의 오지"이며 "궁극의 비경:이었다고 극찬을 하였다고 합니다.

가을철 벼가 누렇게 익을 무렵 잡은 참게는 볶거나 구워서 먹었다는데 노란 알의 고소한 맛이 일품이었다고. 그러나 참게로 만든 진짜 별미는 "고약처럼 새까맣고 끈끈한 암게의 장"이었다. 그 새까만 게장을 할아버지는 젓가락으로 콕 찍어 숟가락 위에 얹어 주었고, 어린 손녀에게 게장의 맛은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이 되었다. - page 229

그녀의 이야기처럼 '고약처럼 까만'장의 정체는 잘 이해할 순 없었지만 그 음식에 담긴 추억은 왠지 공감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이 책은 명사들이 사랑했던 음식에 관한 이야기가 담겨 있었기에 읽으면서 그들 역시도 평범한 우리와 다르지 않음을, 음식이 소중한 것은 그 안에 담긴 추억이 있기에 그렇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들이 아닌 제 3자의 입장에서 바라보았을 때 그 음식이 그다지 특별하지 않고 오히려 평범하거나 소박하였습니다.

하지만 음식에 추억을 덧붙이고 의미를 주고나니 비로소 그들만의 '음식'이 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읽고나서 저 역시도 제가 사랑하는 음식을 떠올려 보았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제가 떠올린 음식도 그리 비싼 음식은 아니지만 엄마의 정성이 들어있기에, 엄마의 손길이 있어야 가능한 음식임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머리말>에 보면 이런 문구가 있습니다.

이 책의 또 다른 주인공은 명사들이 사랑했던 음식이다. '녹색의 요정'으로 불리던 마성의 술 압생트나 아랍에서 전래돼 기독교로 '개종'한 커피, 옛 우리 조상들의 고픈 배를 채우고 망국의 한조차 잊게 한 메밀 등은 사람과 함께하면서 때로는 한 사회 전체를 변화시키는 동력이 되기도 했다. 앞으로도 음식은 보다 다채로운 인류의 역사를 써 나가는데 조력자로서의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 page 7

나에게 소중한 음식도 작게는 소소한 행복에서 크게는 나의 역사 속, 우리의 역사 속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왠지모르게 책을 읽고난 뒤 엄마의 따뜻한 밥 한 그릇과 반찬들이 그리워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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