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하루도 너를 사랑하지 않은 날이 없다
김재식 지음, 김혜림 그림 / 쌤앤파커스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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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사랑할 때 알아야 할 것들』 의 인연으로 시작되어 다시 만나게 된 '김재식'작가의 두 번째 이야기, 『단 하루도 너를 사랑하지 않은 날이 없다』.

전작에선 사랑의 설렘, 뜨거움, 사랑의 지혜, 사랑을 기다리는 이에게 전하는 용기가 담겨 있었기에 사랑에 대해 고민한 이들을 위해, 나를 위한 조언이 가슴 따뜻하게 다가왔었습니다.

그런 그가 전하는 '사랑'은 또 어떤 모습일지 기대되었습니다.



책을 펼치기 전 그는 이렇게 운을 띄웠습니다.

"우리는 또다시 사랑을 시작해야 한다."

매번 사랑을 시작할 때 그 뒤에 오는 것을 미쳐 생각지도 못하기에 사랑의 끝과 또다른 시작에 주춤하곤 합니다.

그런 복잡미묘한 감정.

사실 그 감정을 들여다보기엔 두렵기만 하지만 그를 통해 조금 용기를 내어 진정한 사랑을 만나기 위한 준비를 해 봅니다.

 <프롤로그>에서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바다는 힘들다고 해서

파도를 만드는 일을 멈추거나

흐르는 물살을 거술러 올라가지 않는다.

다시 바다가 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찰나에 부서져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파도를 쉼 없이 만드는 것은

우리가 사랑하는 일과 닮았다. - page 5

파도를 인정하는 일이 우리의 삶, 사랑의 모습과도 닮았다는 점에서 이 책의 마지막까지 이 이야기가 가슴 속에 맴돌았습니다.


사랑에 대한 이야기는 수없이 많은 책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모습은 저마다 다르기에 만날때마다 새로운 것 같습니다.

그렇기에 저 또한 '사랑'에 대한 이야기에 목말라하고 읽어내려가는 것은 아닐까 싶었습니다.

이 책에서 전한 사랑의 모습은 '인정하는 것'인 듯 하였습니다.

욕심을 내려놓고,

내 모습 그대로를 인정하는 것......

알지만 왜 그리도 실천하기가 어려운지 또 다시 스스로에게 다독여 봅니다.


한 남편의 아내로, 한 아이의 엄마로, 엄마의 딸로 있으면서 이 이야기가 인상깊게 남았었습니다.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람


한 세상을 살면서 오랫동안

한 사람과 함께할 수 있다는 건

참 멋진 일이다.


계절이 바뀌어 꽃이 피고

비가 쏟아지다가 하얗게 눈이 내리고

얼었던 강물이 따뜻한 햇살에 녹아도

서로의 곁에 머무르고 있다는 건

함께하기로 약속한 그 자리에

계속 서 있었음을 확인시켜주는 것이다.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아무나 할 수는 없다.


그러니 지금 곁에 있는 사람을

소중하게 여기고 감사하게 생각해야 한다.


그 사람은 가만히 있는 것 같지만

힘겹게 당신을 지키고 있다. - page 116

늘 미안하고 고마운 내 곁을 지키는 이들.

그들의 존재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하다는 것을, 진정한 사랑이라는 것을 또 다시 느끼게 해 주었습니다.


이 책을 읽고나니 '나'는 이런 사람이 되고 싶었습니다.

너에게 좋은 사람으로 기억되기보다

가끔 생각나는 사람이었으면 좋겠어.


기억되기보다 생각나는 그런 사람. - page 246

이 책 역시도 '좋은 책'이 아닌 문뜩 생각 나 꺼내 읽게 되는 책이 될 것 같았습니다.


사랑이란 무엇일까......

또 그 사랑에 대해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 봅니다.

그 정답은 없을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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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빈 후드의 모험 -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17
하워드 파일 지음, 서미석 옮김 / 현대지성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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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을 만난다는 것.

어릴 적 간직한 느낌과 어른이 된 지금 느낀 감정의 교차를 바라보면서 진정한 고전의 의미를 되새기곤 합니다.

요즘들어 고전이 원작 그대로의 재출간되면서 미처 알지 못했던 이야기까지 알아가는 재미가 있기에 종종 찾아읽곤 하는데 이번에 만난 『로빈 후드의 모험』역시도 유명한 모험담 외에도 재미난 이야기들이 있지 않을까라는 호기심으로 읽게 되었습니다.



'로빈 후드'라면 빼놓을 수 없는 이야기, 활쏘기.

역시나 이 이야기를 우선으로 만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의 명사수가 되기 전의 이야기가 조금은 색다르게 다가왔습니다.

노팅엄 주 장관의 활쏘기 대회에서 그만 감독관을 쏴 버린 실수.

"아, 내가 그대의 아내를 남편 잃은 고통에 몸부림치게 만들 궁사라는 사실을 그대가 알아채기만 했더라도! 그대가 내게 단 한 마디도 하지 않았더라면, 아니면 내가 그대들 있는 곳으로 지나치지만 않았더라도, 아니면 이 일이 일어나기 전 내 오른쪽 집게손가락이 뻣뻣하게 굳기만 했더라도! 성급하게 일을 저질러 놓고, 두고두고 통탄하게 생겼구나!" 그때, 고통 중에서도 로빈은 옛 속담을 기억해 냈다. "이미 지나간 일은 돌이킬 수 없다. 한 번 엎지른 물은 주워 담을 수 없는 법." - page 17

그 후로 수 년 동안 자신의 집이 될 푸른 숲에서의 생활과 그 후 권력자들을 향한 그의 외침이 고스란히 이 책에 담겨 있었습니다.


그의 모습은 우리에게도 비슷한 이를 연상하게끔 해 주었습니다.

그만큼 부정부패로 가득찬 권력자들을 향한 외침이라든지, 어려운 백성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이를 대변해 주는 이에 대한 이야기는 시간이 흘러도 어느 시대나, 누구에게나 공감할 수 있는 재미와 감동을 주기 때문은 아닐까 싶었습니다.


책 속에 인상깊은 문장들이 있었습니다.

"밝은 대낮에 대로에서 길가는 나그네를 이런 식으로 막아서다니 그대는 대체 누군가?"

"글쎄요, 거 참 대답하기 힘든 질문이로군요. 어떤 사람은 저를 친절하다고 하는 반면, 잔인하다고 하는 사람도 있거든요. 또 저를 보고 훌륭하고 정직한 사람이라고 평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사악한 도둑이라고 비난하는 사람들도 있으니까요. 두꺼비 위에 점이 많은 것처럼 참으로 세상은 한 사람을 보는 데도 각기 다른 시각이 있네요. 그러니 당신의 두 눈으로 저를 어떻게 볼 것인가는 전적으로 당신 자신의 주관에 달렸다고 할 수 있죠. 저는 로빈 후드라고 합니다." - page 240 ~ 242


"왕의 대로변에서 감히 나를 이렇게 막아서다니 그대는 누구인가?"

"이 불쌍한 거지를 딱하게 여겨 빵이라도 한 조각 사먹게 동전 한 닢만 적선해 주세요."

그러자 도매상은 당장에 호통을 쳤다. "물러나지 못할까! 너 같은 악당 녀석을 이렇게 거리낌없이 대로를 활보하게 두느니 감옥에 넣거나 목에 삼 밧줄을 둘러 교수형시키는 쪽이 훨씬 안전한데."

"흥, 무슨 말을 그렇게 하십니까! 당신이나 나나 비슷한 사람이라고요. 우리 둘 다 가난한 사람들에게서 꼭 필요한 것을 빼앗지 않습니까? 그리고 둘 다 선한 일이라고는 하나도 하지 않으며 살아가고 있지 않습니까? 그리고 둘 다 정직한 일에는 손도 대려고 하지 않잖아요? 우리 둘 중 누구라도 정직하게 얻은 돈을 제대로 만져본 적이 있습니까? 자, 봐요! 그러니 우리는 형제나 마찬가지라고요. 단지 당신은 부유하고 나는 가난하다는 점이 다를 뿐이죠. 그런 의미에서 다시 한 번 간청하니 제발 1페니만이라도 주세요." - page 319


도적과 의적.

그 양면의 동전에서 우리는 과연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는지, 누군가의 시선에 비추어질지 의문스럽기만 하였습니다.

과연 우리가 말하는 '의적'이란 무엇일지 그 정의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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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장의 위로
조안나 지음 / 지금이책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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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라는 단어에 이 책에 손길이 갔습니다.

책장의 위로

그리고 이어진 이 책의 소개글.

'잠 못 드는 밤을 위한 독서처방전'이

당신의 밤을 찾아갑니다.

부디 오늘 밤도 북나잇.

요즘들어 잡생각에 잠 못 드는 밤.

이 책과 함께 기나긴 밤 외로움을 달래어봅니다.



책을 펼치면 이렇게 시작됩니다.

모든 것이 책이었다

이 문구가 이 책의 마지막을 장식해 주는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책을 읽은 후 독자들에게 전하는 저자의 메시지였음을 잔잔한 여운과 함께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 책이 탄생한 배경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밤엔 누구나 시인이 된다'라는 작가의 말로 시작했던 《달빛책방》이라는 책 제목은 일본드라마 <심야식당>에 착안해서 지은 것이다. 첫 책을 내고 두 권의 독서에세이를 더 썼다. 다시는 독서에세이를 쓰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보통의 인생을 가꾸고 평범한 일상을 특별하게 다듬어주었던 책 이야기를 정리하기 위해 '잠 못 드는 밤을 위한 처방전'을 꺼내 들었다. - page 6

보통의 인생을 가꾸고 평범한 일상을 특별하게 하기 위해서 시작한 독서에세이.

이 에세이를 통해 또 하나의 독자 역시도 평범했던 일상이 조금은 특별해지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책 속엔 37권의 책이 소개되었고 그 책이 때론 위로를, 때론 약이 되는 고독을 느끼게 해 주었습니다.

특히나 이 책을 읽고난 뒤 공감을 하게 된 것은 저자와 저와의 공통점이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밤마다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는 수없이 많다. 잡무 때문에 직장에서 비전을 찾을 수 없다면, 주중에 각종 회의와 야근에 시달려 주말에는 무엇인가를 할 힘조차 남아 있지 않다면, 늘 풀리지 않는 고민 때문에 불면증에 시달린다면, 책장 옆에 있는 소파에 누워서 책을 읽다가 서서히 잠드는 밤을 상상해보자. 커피 내리는 소리처럼 편안한 책 넘기는 소리에 스르르 잠들 수만 있다면 우리의 인생도 '썩 괜찮은' 인생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이성이 잠자고 감성이 깨어나는 밤에는 누구나 시인이 되고, 낮에는 무심코 지나쳤던 문장들 속에서 당신은 더 많이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 page 11

내가 밤에 책을 읽는 이유.

명확히 이야기할 수 없었는데 저자를 통해 나 역시도 이런 이유때문이라며 공감을 하게 되었고 그래서 저자의 이야기마다 마지막엔 나지막히 나에게 이렇게 속삭이는 듯 하였습니다.

'북나잇'


책 속에서 인상깊었던 소설이 있었습니다.

<자신이 하찮게 느껴질 때>에 소개된 정미경 작가의 <밤이여, 나뉘어라>.

아직 읽어보지 않았지만 이 소설은 요맘때 읽어보면 좋을 것 같았기에 책을 읽고 정미경 작가의 단편을 장바구니에 담았습니다.

"잠들지 않고 일하면 썩 훌륭한 인간이 되어 있을 것" 같았는데 그건 아니었다. 밤과 어둠, 욕망과 어리석음이 없다면 세상은 클라이맥스 없는 흑백 무성영화에 불과하다고 말해주는 이 소설은 겉은 차갑지만 안은 따뜻한 묘한 매력을 지녔다.

단편소설이라 글은 너무 짧았고, 방 안 가득 내 입김을 불어넣던 그 겨울밤은 더욱 짧았다. 밤이었지만 그 어떤 낮보다 뜨거웠던 것으로 기억한다. 일기장에 적는 단 한 문장도 평범한 것은 싫었던 문학소녀는 그렇게 '밤이 나뉘길' 간절히 바랐는지도 모른다. 이 소설을 읽은 후, 내게 드리워진 그림자를 사랑할 수 있게 되었다. 피곤을 달고 사는 내 눈 밑 그림자까지도. - page 164 ~ 165


책을 덮고나서 무심히 책장을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내 책장에 채워진 책들.

그들은 나에게 어떤 위로의 말을 전하고자 이렇게 있는 것일까......

오늘 밤 내 책장 앞으로 다가가 그들이 하는 이야기에 가만히 귀를 기울여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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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화군 - 불의 연인
정명섭 지음 / 네오픽션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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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추워진 날씨와 건조함 속에 뉴스 속엔 어김없이 '화재'에 대한 소식이 끊이지않게 들리곤 합니다.

그런 화재의 현장에 어김없이 나타나는 우리들의 영웅, 소방관.

소방관은 과거 조선시대에도 있었다고 하였습니다.

'멸화군'이라는 명칭으로......

멸화군 불의 연인

 

 

책의 표지로 어림짐작 '로맨스'인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말 그대로 불처럼 뜨겁고 열정적인 판타지 역사 로맨스로 이 소설은 2부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불꽃 같은 그대여,

나를 잊지 마소서

 

1부에선 태조 이성계의 지휘하에 있던 멸화군 '길환'의 이야기가, 2부에서는 그의 아들인 '길우'의 이야기가 담겨있었습니다.

특히나 조선시대 이성계와 정도전, 나아가 태종 이방원과 그의 아들 충녕대군까지 이야기의 흐름 속에 있었기에 보다 더 풍성한 이야기로, 불을 소재로 인간의 욕망과 본성을 들여다보기에 단순한 소설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현세에도 이어지는, 끝없는 이야기로 완성이 되어있었습니다.

 

소설을 읽으면서 소방관들의 고충을 다시금 느끼게 해 주는 대목이 있었습니다.

"스승님이랑 아버지, 그리고 마을 사람들 모두 제가 큰일을 할 것이라고 늘 이야기했어요. 저도 그럴 수 있을 거라고 믿었지만 오늘 보니까 전 그냥 평범하고 못난 사람이었습니다."

"우리는 모두 특별한 운명을 가지고 태어났단다. 오늘 너와 내가 겪은 것도 그것 때문이지."

"왜 그래야만 합니까?"

길우의 물음에 군배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누군가는 해야 하니까, 그것밖에는 해주 말이 없구나."

"두렵습니다."

"이해한다. 나도 그랬으니까. 그런데 말이다, 도망쳤다고 생각했는데 어느덧 여기에 와 있더구나. 도망친다고 두려움이 사라지지는 않더구나." - page 182 ~ 183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

그 두려움을 안고 오늘도 묵묵히 그 자리를 지키는 그들.

그들에게 존경심을 표하게 되었습니다.

 

'불'에 대한 이야기 중 인상깊은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그놈이 원하는 게 대체 무엇이냐? 한양? 아니면......"

분에 못 이겨 말을 잇지 못하는 태종에게 철가면이 말했다.

"화귀들이 태우는 건 집과 건물들이 아니오. 그걸 짓고 살고 있는 사람들의 마음이지. 불은 증오와 두려움, 그리고 자포자기가 섞여 이는 인간의 마음을 밑거름 삼아서 세력을 키운다오."

"사람들의 마음을 태운다는 말이렷다."

"그렇소이다. 그것이 불과 사람의 운명이라오." - page 350

불의 양면적인 모습 속에 우리는 어떤 모습의 불을 태우고 있을까......

 

이 소설을 읽으면서 마지막 이야기가 책장을 덮어도 잔여운으로 자리잡았었습니다.

"불탄 흔적이라니? 바깥은 멀쩡한데 어찌 안이 불에 탔단 말이냐?"

갈금이 뭐라고 대답을 하려는 찰나, 갑자기 배의 꼬리 부분에서 불길이 확 치솟았다. 놀란 염간들과 군졸들이 비명을 지르면서 배 위에서 뛰어내렸다. 삽시간에 타오른 불길이 배를 삼켜버렸다. 호장과 염간들, 그리고 군졸들은 뿔뿔이 흩어져서 도망쳤다. 다들 정신없이 도망치느라 배를 집어삼킨 불길이 사람의 얼굴 모양으로 타오르는 것을 미처 보지 못했다. - page 448

누군가 일으키는 방화.

그 속엔 사람의 얼굴 모양으로 불길이 타오르는 것임을 명심해야겠습니다.

멸화군.

그들의 이야기가 끝나지 않음을 기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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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실의 사자 - 고양이는 어떻게 인간을 길들이고 세계를 정복했을까
애비게일 터커 지음, 이다희 옮김 / 마티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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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를 좋아하는 저에게 이 책의 표지에 나온 고양이가 심쿵으로 다가왔었습니다.

 

단순한 에세이라고 생각했던 나.

무심코 책을 집어들었는데 책의 뒷표지를 살펴보니 의미심장한 문구가 있었습니다.

고양이는 어떻게 인간을 길들이고

세계를 정복했을까

애완동물의 고양이가 아닌 세계 정복의 고양이라니......

문을 빼꼼히 열어 자신의 발을 내민 고양이가 순간 두려운 존재로 다가오기 시자하였습니다.

 

책의 저자 '애비게일 터커'는 평생 고양이와 함께 무자비하고 이기적인 육식동물인 고양이에게 헌신하는 자신의 행위에 의문으르 품고 인간과 고양이 간의 관계를 탐구해 이렇게 『거실의 사자』로 우리에게 다가왔습니다.

그래서 그의 서문을 살펴보면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한편 사자의 개구쟁이 꼬마 사촌은 한때 진화론적으로 엑스트라에 불과한 취급을 받았다면 이제 자연 속에서 만만치 않은 세력을 형성하고 있다. 전 세계 고양이 개체 수는 6억 마리에서 계속 늘고 있으며 미국에서 하루에 태어나는 고양이 수는 야생의 사자 전체보다 많다. 뉴욕시에서 매년 봄 태어나는 새끼 고양이의 수만 해도 야생 호랑이의 수와 맞먹는다. 이미 전 세계적으로 고양이는, 우리의 애정을 놓고 경쟁하는 가장 큰 라이벌인 개보다 무려 세 배나 많고 앞으로 더 우세를 보일 것이다. 미국의 애완고양이 숫자는 1986년과 2006년 사이 50퍼센트 증가했고 오늘날 1억 마리에 가까워지고 있다. - page 12

어느 순간 우리를 지배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이 이야기.

그렇다면 우리는 이런 고양이가 어떤 동물이며 어떻게 우리의 생활 공간 속으로 오게 되었는지 알아야함을 깨닫게 해 주었습니다.

 

<인간을 간택한 고양이>에서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처음 인간 사회에 발을 들인 용감한 야생 고양잇과 동물들은, 인간이 주도권을 쥐고 있었다면 훨씬 빨랐겠지만, 아주 천천히 조금씩 발길을 늘렸다. 그 후 새끼들은 대를 내려갈수록 좀 더 자주, 좀 더 대담하게 우리를 찾아왔다. 이리하여 오랜 세월에 걸쳐 인간과의 생활을 견딜 수 있도록 뇌를 줄였고 고기가 섞인 음식 찌꺼기를 먹을 수 있도록 장을 늘렸으며 그 과정에서 예쁜 흰색점도 얻었다. - page 75

우리와 더불어 살기 위해 조금씩 변화를 했다는 고양이는 사실 우리가 알다시피 도도하기 짝이 없습니다.

강아지처럼 살가운 애교를 부리기보다는 인간이 고양이에게 애교를 부려야하고 열 번 잘 해 주어도 한 번의 잘못을 하면 마음을 닫고 어느새 떠나버리는 고양이.

그런 고양이를 우리는 왜 받아들인 걸까?

이에 대해 책에선 이렇게 이야기 합니다.

매우 의미심장한 한 가지 우연은, 고양이와 인간이 동일한 조상을 공유했던 땍 약9200만 년 전임에도 고양이는 이상하게도 우리와 닮았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다행스러운 점은 인간의 갓난아기와 닮았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다행스러운 점은 인간의 갓난아기와 닮았다는 것이다. 우리가 늘 말하는 고양이의 '귀여움'은 그저 우연적이거나 무해한 특성이 아니라 과학자들이 애써 분석하고 연구하는 몹시 특수하고도 강력한 외모적 특징의 집합이다. 고양이는 운이 좋게도 오스트리아 생태학자 콘라트 로렌츠가 '아기 해발인'이라고 부르는 것들의 기막힌 조합을 갖추고 있다. 아기 해발인이란 인간 아기를 연상하게 만들어서 호르몬이 쏟아져 나오게 만드는 외모적 특징을 말하는데 동그라 얼굴, 통통한 볼, 넓은 이마, 큰 눈, 작은 코 등이 여기 속한다. - page 94

 

인간에게 가짜 아기, 진화심리학 용어로 '의사친족'의 효과는 불분명하다. 일부 학자는 인간이 털 달린 아기를 시험 양육하면서 진짜 아이를 키우는 연습을 하고 미래의 배우자에게 양육 능력을 과시하는 등 여러 이익을 누린다고 주장한다. 다른 학자들은 고양이가 "사회적 기생동물"에 가깝다고 말한다. 우리의 양육 본능을 약탈해서 사람 아기로부터 시간과 관심 등 여러 자원을 빼앗는다는 것이다. - page 98

마냥 귀엽다고만 생각했던 고양이.

언젠간 인간이 만든 세계의 최상위 포식자가 되었음에 조금은 섬뜩함을 느끼곤 하였습니다.

 

책을 읽고나니 '고양이'는 단순히 '동물'이 아님을 느끼게 해 주었습니다.

수많은 진화 속에서 인간과 더불어 사는, 아니 자신만의 생존 방식을 지키는 그들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공존'과 '진화'의 의미를 되새기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단순히 고양이를 좋아해서 읽게 된 책으로부터 고양이의 본질을 알게 된 이 책, 『거실의 사자』.

그런 고양이를 또다시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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