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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빈 후드의 모험 - 완역본 ㅣ 현대지성 클래식 17
하워드 파일 지음, 서미석 옮김 / 현대지성 / 2018년 2월
평점 :
'고전'을 만난다는 것.
어릴 적 간직한 느낌과 어른이 된 지금 느낀 감정의 교차를 바라보면서 진정한 고전의 의미를 되새기곤 합니다.
요즘들어 고전이 원작 그대로의 재출간되면서 미처 알지 못했던 이야기까지 알아가는 재미가 있기에 종종 찾아읽곤 하는데 이번에 만난 『로빈 후드의 모험』역시도 유명한 모험담 외에도 재미난 이야기들이 있지 않을까라는 호기심으로 읽게 되었습니다.

'로빈 후드'라면 빼놓을 수 없는 이야기, 활쏘기.
역시나 이 이야기를 우선으로 만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의 명사수가 되기 전의 이야기가 조금은 색다르게 다가왔습니다.
노팅엄 주 장관의 활쏘기 대회에서 그만 감독관을 쏴 버린 실수.
"아, 내가 그대의 아내를 남편 잃은 고통에 몸부림치게 만들 궁사라는 사실을 그대가 알아채기만 했더라도! 그대가 내게 단 한 마디도 하지 않았더라면, 아니면 내가 그대들 있는 곳으로 지나치지만 않았더라도, 아니면 이 일이 일어나기 전 내 오른쪽 집게손가락이 뻣뻣하게 굳기만 했더라도! 성급하게 일을 저질러 놓고, 두고두고 통탄하게 생겼구나!" 그때, 고통 중에서도 로빈은 옛 속담을 기억해 냈다. "이미 지나간 일은 돌이킬 수 없다. 한 번 엎지른 물은 주워 담을 수 없는 법." - page 17
그 후로 수 년 동안 자신의 집이 될 푸른 숲에서의 생활과 그 후 권력자들을 향한 그의 외침이 고스란히 이 책에 담겨 있었습니다.
그의 모습은 우리에게도 비슷한 이를 연상하게끔 해 주었습니다.
그만큼 부정부패로 가득찬 권력자들을 향한 외침이라든지, 어려운 백성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이를 대변해 주는 이에 대한 이야기는 시간이 흘러도 어느 시대나, 누구에게나 공감할 수 있는 재미와 감동을 주기 때문은 아닐까 싶었습니다.
책 속에 인상깊은 문장들이 있었습니다.
"밝은 대낮에 대로에서 길가는 나그네를 이런 식으로 막아서다니 그대는 대체 누군가?"
"글쎄요, 거 참 대답하기 힘든 질문이로군요. 어떤 사람은 저를 친절하다고 하는 반면, 잔인하다고 하는 사람도 있거든요. 또 저를 보고 훌륭하고 정직한 사람이라고 평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사악한 도둑이라고 비난하는 사람들도 있으니까요. 두꺼비 위에 점이 많은 것처럼 참으로 세상은 한 사람을 보는 데도 각기 다른 시각이 있네요. 그러니 당신의 두 눈으로 저를 어떻게 볼 것인가는 전적으로 당신 자신의 주관에 달렸다고 할 수 있죠. 저는 로빈 후드라고 합니다." - page 240 ~ 242
"왕의 대로변에서 감히 나를 이렇게 막아서다니 그대는 누구인가?"
"이 불쌍한 거지를 딱하게 여겨 빵이라도 한 조각 사먹게 동전 한 닢만 적선해 주세요."
그러자 도매상은 당장에 호통을 쳤다. "물러나지 못할까! 너 같은 악당 녀석을 이렇게 거리낌없이 대로를 활보하게 두느니 감옥에 넣거나 목에 삼 밧줄을 둘러 교수형시키는 쪽이 훨씬 안전한데."
"흥, 무슨 말을 그렇게 하십니까! 당신이나 나나 비슷한 사람이라고요. 우리 둘 다 가난한 사람들에게서 꼭 필요한 것을 빼앗지 않습니까? 그리고 둘 다 선한 일이라고는 하나도 하지 않으며 살아가고 있지 않습니까? 그리고 둘 다 정직한 일에는 손도 대려고 하지 않잖아요? 우리 둘 중 누구라도 정직하게 얻은 돈을 제대로 만져본 적이 있습니까? 자, 봐요! 그러니 우리는 형제나 마찬가지라고요. 단지 당신은 부유하고 나는 가난하다는 점이 다를 뿐이죠. 그런 의미에서 다시 한 번 간청하니 제발 1페니만이라도 주세요." - page 319
도적과 의적.
그 양면의 동전에서 우리는 과연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는지, 누군가의 시선에 비추어질지 의문스럽기만 하였습니다.
과연 우리가 말하는 '의적'이란 무엇일지 그 정의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