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실의 사자 - 고양이는 어떻게 인간을 길들이고 세계를 정복했을까
애비게일 터커 지음, 이다희 옮김 / 마티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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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를 좋아하는 저에게 이 책의 표지에 나온 고양이가 심쿵으로 다가왔었습니다.

 

단순한 에세이라고 생각했던 나.

무심코 책을 집어들었는데 책의 뒷표지를 살펴보니 의미심장한 문구가 있었습니다.

고양이는 어떻게 인간을 길들이고

세계를 정복했을까

애완동물의 고양이가 아닌 세계 정복의 고양이라니......

문을 빼꼼히 열어 자신의 발을 내민 고양이가 순간 두려운 존재로 다가오기 시자하였습니다.

 

책의 저자 '애비게일 터커'는 평생 고양이와 함께 무자비하고 이기적인 육식동물인 고양이에게 헌신하는 자신의 행위에 의문으르 품고 인간과 고양이 간의 관계를 탐구해 이렇게 『거실의 사자』로 우리에게 다가왔습니다.

그래서 그의 서문을 살펴보면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한편 사자의 개구쟁이 꼬마 사촌은 한때 진화론적으로 엑스트라에 불과한 취급을 받았다면 이제 자연 속에서 만만치 않은 세력을 형성하고 있다. 전 세계 고양이 개체 수는 6억 마리에서 계속 늘고 있으며 미국에서 하루에 태어나는 고양이 수는 야생의 사자 전체보다 많다. 뉴욕시에서 매년 봄 태어나는 새끼 고양이의 수만 해도 야생 호랑이의 수와 맞먹는다. 이미 전 세계적으로 고양이는, 우리의 애정을 놓고 경쟁하는 가장 큰 라이벌인 개보다 무려 세 배나 많고 앞으로 더 우세를 보일 것이다. 미국의 애완고양이 숫자는 1986년과 2006년 사이 50퍼센트 증가했고 오늘날 1억 마리에 가까워지고 있다. - page 12

어느 순간 우리를 지배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이 이야기.

그렇다면 우리는 이런 고양이가 어떤 동물이며 어떻게 우리의 생활 공간 속으로 오게 되었는지 알아야함을 깨닫게 해 주었습니다.

 

<인간을 간택한 고양이>에서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처음 인간 사회에 발을 들인 용감한 야생 고양잇과 동물들은, 인간이 주도권을 쥐고 있었다면 훨씬 빨랐겠지만, 아주 천천히 조금씩 발길을 늘렸다. 그 후 새끼들은 대를 내려갈수록 좀 더 자주, 좀 더 대담하게 우리를 찾아왔다. 이리하여 오랜 세월에 걸쳐 인간과의 생활을 견딜 수 있도록 뇌를 줄였고 고기가 섞인 음식 찌꺼기를 먹을 수 있도록 장을 늘렸으며 그 과정에서 예쁜 흰색점도 얻었다. - page 75

우리와 더불어 살기 위해 조금씩 변화를 했다는 고양이는 사실 우리가 알다시피 도도하기 짝이 없습니다.

강아지처럼 살가운 애교를 부리기보다는 인간이 고양이에게 애교를 부려야하고 열 번 잘 해 주어도 한 번의 잘못을 하면 마음을 닫고 어느새 떠나버리는 고양이.

그런 고양이를 우리는 왜 받아들인 걸까?

이에 대해 책에선 이렇게 이야기 합니다.

매우 의미심장한 한 가지 우연은, 고양이와 인간이 동일한 조상을 공유했던 땍 약9200만 년 전임에도 고양이는 이상하게도 우리와 닮았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다행스러운 점은 인간의 갓난아기와 닮았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다행스러운 점은 인간의 갓난아기와 닮았다는 것이다. 우리가 늘 말하는 고양이의 '귀여움'은 그저 우연적이거나 무해한 특성이 아니라 과학자들이 애써 분석하고 연구하는 몹시 특수하고도 강력한 외모적 특징의 집합이다. 고양이는 운이 좋게도 오스트리아 생태학자 콘라트 로렌츠가 '아기 해발인'이라고 부르는 것들의 기막힌 조합을 갖추고 있다. 아기 해발인이란 인간 아기를 연상하게 만들어서 호르몬이 쏟아져 나오게 만드는 외모적 특징을 말하는데 동그라 얼굴, 통통한 볼, 넓은 이마, 큰 눈, 작은 코 등이 여기 속한다. - page 94

 

인간에게 가짜 아기, 진화심리학 용어로 '의사친족'의 효과는 불분명하다. 일부 학자는 인간이 털 달린 아기를 시험 양육하면서 진짜 아이를 키우는 연습을 하고 미래의 배우자에게 양육 능력을 과시하는 등 여러 이익을 누린다고 주장한다. 다른 학자들은 고양이가 "사회적 기생동물"에 가깝다고 말한다. 우리의 양육 본능을 약탈해서 사람 아기로부터 시간과 관심 등 여러 자원을 빼앗는다는 것이다. - page 98

마냥 귀엽다고만 생각했던 고양이.

언젠간 인간이 만든 세계의 최상위 포식자가 되었음에 조금은 섬뜩함을 느끼곤 하였습니다.

 

책을 읽고나니 '고양이'는 단순히 '동물'이 아님을 느끼게 해 주었습니다.

수많은 진화 속에서 인간과 더불어 사는, 아니 자신만의 생존 방식을 지키는 그들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공존'과 '진화'의 의미를 되새기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단순히 고양이를 좋아해서 읽게 된 책으로부터 고양이의 본질을 알게 된 이 책, 『거실의 사자』.

그런 고양이를 또다시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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