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릿느릿 복작복작 - 포르투갈 오래된 집에 삽니다
라정진 지음 / 효형출판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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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단한 도시 생활에 지친 당신에게 휴식을, 힐링을 선사해주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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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고코로
누마타 마호카루 지음, 민경욱 옮김 / ㈜소미미디어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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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이 책이 끌렸던 건 이 문구 하나로부터였습니다.


"사람이라면 지녀야 할 안식처가 내겐 없었다.

일생에 걸쳐 가지고 싶었고 알고 싶었던 유리고코로."


강렬하진 않았지만 왠지 깊은 여운이 남았던 이 문구.

이 호기심이 불러일으킨 파장은 소설을 읽고 난 뒤에도 여전히 남았습니다.


그리고 이 작가의 이력 역시도 남달랐습니다.


주부, 승려, CEO 독특한 이력을 소유한 늦깎이 작가

누마타 마호카루 신호탄이 된 바로 그 소설!


이 작가분이 펼칠 이 소설은 어떨지 기대감을 갖고 읽어보기 시작하였습니다.


인간의 가장 깊은 어둠과 슬픔을 건드린 미스터리 스릴러!


유리고코로

 


모든 게 꿈이었으면 좋았으련만...

한꺼번에, 너무 벅차게도 안 좋은 일이 그에게 찾아옵니다.


처음엔 지에의 실종이었습니다.

부모님과 만난 지 채 두 달도 못 되어 느닷없이 가게에 오지 않고, 살던 방에서도 사라진 그녀.

그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올봄, 아버지가 말기 췌장암이라는 진단을 받게 됩니다.

이제 얼마 안 있어 아버지가 죽는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자 하는데 두 달 전 어느 날.

어머니가 교통사고로 허무하게 목숨을 잃게 됩니다.


그때까진 신이나 운명 같은 것에 대해 깊이 생각해본 적이 없었는데, 요즘에는 어떤 악의로 가득 찬 정체 모를 것이 내 주위에 음습한 덫을 쳐놓고 기다리고 있는 것처럼 여겨진다. - page 7


어머니가 없는 지금.

병든 아버지를 보러 집으로 향합니다.

한때 3대가 함께 살던 집.

아버지와 함께 살아야 한다는 것은 잘 알고 있지만 2년 전에 시작한 하치다카 산기슭에 있는 '샤기 헤드'라는 카페를 운영해야 하기에 일 틈틈이 시간이 나면 아버지를 보러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습니다.


초인종을 눌러도 현관문을 두드려도 반응이 없기에 어쩔수 없이 열쇠를 꺼내 집으로 들어갑니다.

아버지가 안 계신 걸 알지만 이층에도 가 보고 아버지의 서재에도 들어가봅니다.

그리고는 아래층 부엌에서 잠깐 기다리려고 문을 닫으려는데 방 오른쪽에 있는 옷장 문이 몇 센티미터 가량 열려 있는 게 보였습니다.

그게...

이상하게 마음에 걸려 주인이 없는 틈을 타 잠시 옷장 앞까지 가서 문을 열어보는데...


안에는 크고 작은 먼지투성이 종이 상자가 가득 들어 있었습니다.

관심이 생겨 상자 속에 손을 넣어보니 낡은 핸드백이 나왔습니다.

기혼 여성이 들 법한 여름용 흰 가방.

떨리는 손끝으로 가방을 열어보니 속에는 화선지로 싼 작은 꾸러미가 들어 있었고 종이에 '미사코'라고 흐릿하게 먹물로 쓰여 있었습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종이를 펴자 5, 6센티미터쯤 잘린 한 묶음의 검은 머리가 나타났습니다.

왠지 모를 불길함...

문뜩 오랫동안 완전히 잊고 있었던 일이 떠올랐습니다.


그가 네 살쯤 됐을 때니까 지금부터 20년도 더 된 옛날.

폐렴인지 뭔지로 장기간 입원을 하고 집으로 돌아왔을 때 어머니가 다른 사람으로 바뀐 것 같은 느낌이 들었던 것입니다.

어머니가 바뀌었을 리는 없을거고...

퇴원해서 돌아온 그를 안아주는 어머니의 품 안에서 어색하게 몸을 굳히고 있었던 그.

어린아이의 감각이 뒤죽박죽되어 어머니가 다른 사람으로 보이는 것이라 여기며 어머니에 대한 위화감은 어느새 죄책감으로 변했고 이를 잊는 데 별다른 노력은 필요 없었습니다.

아이였기에..


한동안 멍하니 있다가 겨우 정신을 차리고 다시 상자 속을 뒤져보는데 가장 밑바닥에 서류 같은게 들어 있을 법한 갈색 봉투가 있었습니다.

살펴보니 표지 디자인도 두께도 다른 것이 전부 네 권인 노트.

일단 표지에 1이라고 적힌 노트를 골라 읽기 시작했습니다.

'유리고코로'라는 제목이 쓰인 이 노트.


'이건 뭐지! 왜 집에 이런 게 있는 거지.' - page 45


꿈이 아니라면 젊은 시절 재미로 아버지가 쓴 창작물임이 틀림없을 거라고, 얌전한 어머니가 이런 글을 썼을 리 없을 그런 이야기가 적혀있었습니다.

이 말도 안 되는 의문이 들끓고 있는 지금.


어머니가 다른 사람으로 바뀌었다는 유아기의 기억. 그건 정말 사실일까, 아닐까?

만약 사실이라면 바뀌기 전 어머니는 어디로 간 걸까?

그동안 어머니라고 생각했던 그 어머니는 도대체 누구였나?

그 머리카락 뭉치는 뭘 의미하나? - page 47


지금 당장 노트를 종이 상자에 도로 넣고 옷장 문을 닫고 전부 없었던 것으로 하기엔 이미 읽었다는 사실이, 그리고 이것을 끝까지 읽어야만 한다는 사실을 스스로 잘 알고 있기에 읽은 후에 불행해지더라도, 후회하더라도 노트를 읽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우선 알게 된 사실.

 


이렇게 '감각적인 안식처' 또는 '인식의 안식처' 혹은 '마음의 안식처'라는 게 없던 이 아이에게 어떤 이야기가 숨겨져 있을지...

그리고 이 고백 노트를 적은 사람은 누구인지...

소설은 수기와 이를 읽는 주인공 '료스케'가 교차하면서 복잡하고도 미묘한 심리의 변화가, 그리고 안타까움이 읽는 이로 하여금 한시도 눈을 뗄 수 없게끔 해 주었습니다.


글쓴이와 당신의 생활은 도대체 어떻게 무너진 걸까?

그들의 나날도, 우리의 나날도, 언젠가 무너지리라는 운명 위에 성립되었기 때문에 그렇게 아무 문제없이 행복하기만 했던 걸까? - page 162


이 소설의 제목인 '유리고코로'가 의미하고자 했던 바는 이것이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때때로 겁먹은 듯 허공을 바라보고 이유도 없이 울음을 터뜨리는 것은 부서진 의식 어딘가에 꽂혀 있는 기억의 가시가 찌릿, 고통을 주기 때문이 아닐까. - page 301


어딘가에 상처로 남아있던 기억의 가시가...

다시금 가시의 존재를 알려주면서 한걸음 나아가길 바라는 누군가의 마음이랄까...


솔직히 처음엔 호기심에, 재미로 읽기 시작하였지만 점점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이름 모를 슬픔이 자라나기 시작하였습니다.

마치 주인공 '료스케'처럼...

그래서 더 몰입을 하면서 읽었었고 마지막엔 작은 탄식이 나왔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보통 사람이라면 당연하게 느꼈던 감정을 몰랐기에...

그 감정을 제대로 알려준 사람이 없었기에...

그리고 뒤늦게 감정의 의미를 제대로 알려 준 사람을 만났지만 너무나도 늦어버린 타이밍에...

'살인'이 나쁘다는 것은 잘 알지만, 그 죄를 받아야 함은 마땅하지만, 왜 비난보단 동정이 가는 것인지...

참으로 씁쓸하다는 말만 남을 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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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의 역사 - 세계 경제를 결정하는 5대 머니게임
우야마 다쿠에이 지음, 신은주 옮김 / 더퀘스트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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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가 되면 결심하는 목표 중 하나가 있습니다.

'돈'에 대해 공부하기!

특히나 '부자'가 되고 싶고, 부자인 그들은 '어떻게' 부자가 되었을까 궁금하였습니다.

(예전까지만 하더라도 신흥 부자들도 등장하였지만 대부분은 조상들로부터 대대로 부가 내려왔기에...)


그래서 이 책에서 그 해답을 찾아보고자 읽게 되었습니다.


2021년 부의 흐름을 예측하는

가장 중요한 지식!


부의 역사

 


처음부터...

그동안의 경제를 다룬 책과는 달랐습니다.


종교사 관점으로 경제를 보다


경제와 종교?

이 둘이 관계가 있을까? 란 의문이 들었던 저에게 저자는 강하게 외칩니다.


그러나 실제로 종교와 경제는 하나이고 서로 다양한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우리 사회를 형성합니다.

경제와 종교가 하나라는 것을 알고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의 모습과 그 본질을 꿔뚫어보는 것은 중요합니다. 이 책의 가장 큰 목적이 거기에 있습니다. 종교 없이는 경제를 말할 수 없고 경제 없이는 종교를 말할 수 없습니다. - page 5 ~ 6


무엇보다 저에겐 조금 충격적인 사실이었습니다.

지금까지 세계 경제를 이끈 것이 바로 종교, 신과 인간과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였다니...!

본격적으로 부의 역사 속으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고대부터 현대까지 부의 흐름은 어떻게 변화했는가

부를 둘러싼 신과 인간의 수상한 계약과 탐욕의 자본전쟁


고대로 거슬러 올라갔습니다.

그때만 하더라도 '부'의 개념이 없던 시절.

하지만 조금씩 식량이 쌓이게 되고 물물교환이 이루어지기 시작하면서 이들 사이에 무엇보다 신뢰가 중요시되는데 이 역할을 하게 된 것이 바로 '종교'라는 것이었습니다.


인간에게는 일반적으로 양심이 있습니다. 양심은 논리와 도덕을 이끌어냅니다. 인간은 폭력이 악이라는 것을 깨닫고 선악의 가치판단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합니다. 이기적인 행동을 멈추는 것이 다른 사람과 전체에게 이익이 된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따라서 조화로운 자세로 공존을 도모합니다.

그러나 논리와 도덕으로 선악을 판단할 때 모든 인간이 명명백백하다고 받아들이는 것은 아닙니다. 따라서 인간의 의식 속에 이를 반복해서 새기기 위한 제도나 의식이 필요합니다. 이런 필요에 응할 수 있는 것은 종교밖에 없었습니다. - page 13


그렇게 종교는 경제 활동을 촉진하기 위해 생겨났고 경제 활동 속으로 들어가면서 이념적인 발전을 이루게 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종교는 경제의 일환이고 본질적으로 세속 생활 그 자체인 것이라는 사실.

너무나도 놀라웠습니다.


자연숭배에서 시작된 원시 종교는 문명이 발생하게 되고 조금씩 초월자가 인간 생활을 비롯한 모든 것을 다스린다고 믿고 인간이 준수해야 할 계율과 규범이 되는 율법을 담은 제도 종교가 등장하게 됩니다.

유대교, 크리스트교, 이슬람교.


그중에서도 '카스트제도'.

브라만교에서 나온 신분 제도로 종교가 이 불평등한 계급을 만들어내고 그럼에도 카스트제도는 신이 정해준 법도라 그것을 바꾸는 것은 신을 거스르는 행위가 된다고 바꿀 수 없다고 하니 참으로 답답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리고 또 한번 놀라웠던 사실이 '앙코르와트'였습니다.

여러 부족으로 나누어 있던 캄보디아 사람들을 하나의 왕국으로 통합하기 위해 '종교'와 '경제'의 힘이 만들어낸 '앙코르와트' 같은 거대 사원 건설.


앙코르와트와 같은 거대 사원은 단순한 종교 시설이 아닙니다. 그렇다고 왕족들의 사치품도 아닙니다. 거대 사원은 경제 성장을 촉진하기 위해서 꼭 필요한 기폭제였습니다. 왕조는 도시 간 교역을 활성화시키기 위해서 왕도를 선과 선으로 연결시키고 경제 파급효과를 증대시켰습니다. - page 105


신을 경외하는 마음이 조금은 무섭게 느껴지기도 하였습니다.


그리고 20세기 독일 사상가 '막스 베버'.

그는 신에게 부여받은 소명과 그 소명이 낳은 재물이 대규모 자본을 낳았다고 말합니다.

 


종교가 경제를 규정한다는 베버의 주장.

이에 반대 의견도 나오게 되면서 참으로 무엇이 맞는 건지는...


종교가 먼저인가, 경제가 먼저인가 하는 논의는 닭이 먼저냐, 계란이 먼저냐는 문제와 같습니다. 어느 쪽이 먼저가 아니라 사회 전체가 나선형으로 이뤄져 있다는 것이 진실에 더 가깝습니다. - page 150 ~ 151


그리고 현재.

잠재력을 지닌 '이슬람'에 주목을 하고 있었습니다.

2023년에 약 22억 명으로 세계 인구의 26퍼센트를 차지하고 2050년에는 30억 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이슬람교도.

이슬람 경제와 금융의 흐름을, 그렇기에 이슬람 금융과 포괄적으로 연대를 강화할 것을 바란다고 저자는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결국 이 책에서 전하고자 한 이야기는 이것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신과 인간의 뗄레야 뗄 수 없었던 관계.

그 속엔 부의 흐름이 있었습니다.


참으로 새로운 시선으로 부의 역사를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지금의 코로나 팬데믹으로 불안함 속에서 부는 어디로 흘러가게 될지 관심 있게 지켜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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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요의 탄생 - 냉장고의 역사를 통해 살펴보는
헬렌 피빗 지음, 서종기 옮김 / 푸른숲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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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아마 우리 생활의 물건들을 살펴보면 우리의 '필요'에 의해 탄생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외부로부터 우리를 보호하기 위해 '집'이 생기고 보다 위생적으로 생활하기 위해 화장실이 생기고...

세탁기, 청소기, 냉장고, TV 등등.

정말 우리를 둘러싼 모든 것들.

 

솔직히 너무나 당연히 있어야 한다고 여겼기에 관심이 없었던 이들.

그래서 더 그들의 존재의 이유를 알아야 했기에 그중에서도 이번에 '냉장고'를 살펴보기로 하였습니다.

 

부유층의 전유물이 필수품이 되기까지

'런던과학박물관;이 들려주는

냉장고의 역사와 욕망의 콜드체인

 

필요의 탄생

 

 

많은 가전제품들 중에 '냉장고'에 초점을 맞추게 된 것일까?

란 의문이 들었습니다.

이에 대한 해답은 본문에 들어가기 앞서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지난 2012년, 약 300년간 열과 온도 연구에서 선봉을 맡아온 영국왕립학회는 냉각 기술의 등장을 식품공학 역사상 '가장 중요한 혁신'으로 손꼽았다.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현대 사회에서 냉장고(또는 냉각 기술)는 식량 공급과 식품 안전을 위해 절대 없어서는 안 될 발명품으로, 현재 이 물건을 향한 식품 시장과 소비자들의 의존도는 어느 때보다 높다. - page 5

 

지금은 식품을 원산지에서 최종 소비지인 우리의 손까지 안전하게 운송되는 저온 유통 체계.

하지만 과거 빅토리아 시대 후반엔 이른바 '얼음 기근'으로 촉발된 최악의 식량난까지 일어날 정도 심각한 문제였다는 사실은 이 저온 유통 시스템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하는 한 가지 이유를 일러주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이야기는 우선 냉장고 이전에 존재했던 식품 보관 방법이 소개되고 있었습니다.

호수에서 커다란 얼음덩어리로 잘라낸 뒤 수레에 싣고 가는 모습.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에서 '크리스토퍼'를 보면 금방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얼음에 대한 의존도가 점점 높아지면서 가정용 아이스박스형 냉장고가 등장하게 됩니다.

 

 

냉장고(?) 안에 얼음을 채운 뒤 육류와 우유를 보관했기에 아무래도 얼음이 대부분을 차지하기에 보관할 공간이 좁을뿐더러 물받이 쟁반을 주기적으로 비워주어야 함을 물론이고 얼음이 녹으면서 쪼개지는 소음까지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더군다나 세계 각지의 천연 얼음 공급량은 수요를 쫓아가지 못했기에 그때부터 수많은 과학적 발견과 기술의 발전이 시작되게 됩니다.

 

당시 수많은 과학자와 기술자, 사업가가 쏟은 노력은 냉장고 개발에 필요한 세 가지 핵심 영역을 발전시키게 됩니다.

첫 번째, 열과 온도, 기체의 움직임을 다룬 기초과학의 이해도를 높인 것.

두 번째, 열을 운반하는 매개체인 냉매 가스를 개발한 것.

세 번째, 냉기가 계속 순환하는 방법을 고안한 것.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우리가 아는 제품 형태인 '냉장고'가 탄생하게 됩니다.

무엇보다 가정용 냉장고는 집에서 쓰는 물건인 만큼 사용자의 편의성부터 품질에 대한 신뢰성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까다로운 점이 있었기에 그야말로 연구에 연구를 더하게 되고 사람들에게 인식시키기 위한 마케팅마저도 혁신을 일으키게 됩니다.

그렇게 해서 1950년대부터 상품의 이미지와 심미적 특성까지 갖추게 되면서 신기한 장식품 취급에서 벗어나 우리 일상 속 보편적인 생활 도구로 굳어지게 됩니다.

 

 

정말 냉장고를 보면서 이 문구가 떠올랐습니다.

"냉장고는 제품이 아닙니다.

과학입니다."

 

냉장고 덕분에 우리는 1년 내내 먹을 것을 모으고 소비하는 습성으로 바뀌게 되었고 '차가운 요리', '냉요리'의 요리법과 메뉴는 과거와는 확연히 다른 놀라운 요리의 탄생을 일으켰습니다.

하지만...

저희 집 냉장고도 그렇고 냉장고 속은 많은 재료와 음식들로 가득 찬 상황.

 

현세대의 음식 문화와 냉장고 요리를 되돌아본 그들은 빈틈없이 꽉 차버린 냉장고와 속절없이 버려지는 음식 쓰레기, 넘쳐나는 포장 식품, 그리고 액체질소 아이스크림 같은 유행 음식을 탐닉하는 우리를 과연 어떻게 생각할까? - page 245

 

점점 더 창의적이고 스마트하게 변하고 있는 냉장고 디자인.

그리고 인공지능을 지니고 있는 냉장고의 앞으로의 모습은 어떨지 주목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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끌림 세라 워터스 빅토리아 시대 3부작
세라 워터스 지음, 최용준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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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라 워터스'의 빅토리아 시대 3부작 작품 중 첫 작품이었던 『티핑 더 벨벳』을 읽었었습니다.

한 소녀가 남장 여가수를 만나 사랑에 빠지면서 겪게 되는 성장통을 세밀하면서도 감각적으로 그려냈기에 이런 장르를 처음 접해본 저로서는 낯설지만 매력적으로 다가왔었습니다.

 

그래서 그 두 번째 이야기 역시도 기대가 되었습니다.

이번 소설에서는 어떤 여성이 그려지고 있을지...

 

『티핑 더 벨벳』과 『핑거스미스』를

이어 주는 빅토리아 시대 3부작의 정수

 

끌림

 

 

1873년 8월 3일.

 

「오, 너무 무서워요! 오, 도스 양, 제발 부탁이에요. 피터가 더 다가오지 못하게 해주세요!」 - page 10

 

매들린은 비명을 질렀고, 사지가 뻣뻣해지면서 얼굴이 창백해졌습니다.

이 소리를 어렴풋이 듣게 된 브링크 부인.

 

「도스 양, 무슨 일이죠? 다쳤나요? 다친 거예요?」그 소리를 들은 매들린은 꿈틀거리더니 큰 소리로 외쳤다. 「브링크 부인, 브링크 부인, 살려 주세요. 이자들이 절 죽이려 해요!」 - page 11

 

결국 이로 인해 죽은 건 매들린이 아닌 심장이 약했던 브링크 부인이었습니다.

그리고 이어진 독백과도 같은 이야기.

 

부인은 고함과 슬퍼하는 소리를 듣고 있을 터며, 입을 열어 말을 할 수 있기를 여전히 바랄 것이다. 부인이 말을 할 수 있다면 무슨 말을 할지 나는 안다. 너무나 잘 알기에 나는 그 말을 들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부인의 조용한 목소리는, 오직 나만이 들을 수 있는 그 목소리는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목소리다. - page 14

 

그리고 시간은 1년 정도 흐르게 됩니다.

1874년 9월 24일.

아버지를 여의고 마음의 병으로 인해 한동안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상류층의 여인 '마거릿 프라이어'.

일주일 전, 그녀에게 교도소 담당자인 실리토 씨로부터 밀뱅크 감옥에 초대를 받게 됩니다.

 

「잠시 저 불쌍한 여인들이 밀뱅크에 닿을 때까지 지나온 힘겹고 파란만장한 일생을 상상해 보시겠습니까, 프라이어 양? 도둑이었을 수도 있고, 창녀였을 수도 있고, 악당들에게 잔혹한 대우를 받았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분명히, 저 여인들은 염치며, 의무, 기타 섬세한 감정들이 무엇인지를 전혀 모릅니다. 네, 확신하셔도 됩니다. 사회는 저 여인들을 악한이라고 간주했습니다. 그리고 사회는 저 여인들을 핵스비 양과 저에게 맡겨 세심히 돌보게 했습니다......」 - page 24

 

아무 보살핌도 받지 못하는 이들을 위해 방문객-숙녀-이 오는 것이 필요한 이유를 실리토 씨가 이야기합니다.

 

 

어찌 보면 꺼림칙할 수 있는 일인데 자선활동 겸 자신에게도 뭔가 삶의 변화를 주고자 감옥에 갇혀 있는 죄수들과의 만나겠다고 결심한 마거릿을 보면 용감하고도 개성적인 인물임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여성 교도소가 깨끗하고 정리정돈이 잘 되어 있었다면... 마거릿이 그렇게 죄수들에게 마음을 열 수 있었을까...?

사방은 어둡고 뭔지 알 수 없는 악취.

죄수들은 한 달에 두 번의 샤워만 허용이 되고 자신의 물건은 허용되는 않는 공간.

아무 특색 없는 감방들은 보는 것만으로도 비참함을 느끼게 되고 야비해 보이는 얼굴에 구부정 자세로 걷는 이들은 마치 '유령'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많은 여죄수들 중에서도 유독 그녀의 마음을 끄는 이가 있었으니...

 

그 여자는 나무 의자에 앉아 있었지만 고개는 뒤로 젖혔고 두 눈을 감은 채였다. 뜨개질감은 무릎 위에 놓였지만, 두 손은 살짝 맞잡았다. 감방 창의 노란 유리는 태양으로 밝았으며, 여자는 햇빛의 온기를 받으려고 고개를 돌리고 있었다. 진흙색 옷소매에는 죄수의 등급을 표시하는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별이었다. 별은 펠트 천을 대충 잘라서 만든 것이며 바느질도 엉망이었지만, 햇빛에 아주 선명하게 보였다. 모자 가장자리로 보이는 머리털은 금발이었다. 뺨은 창백했고, 그에 대조되어 눈썹과 입술과 속눈썹이 또렷했다. 나는 크리벨리가 그린 성자나 천사의 그림에서 그 여자와 비슷한 모습을 본 적이 있다고 확신했다. - page 46 ~ 47

 

그 여자 이름은 무엇일까...?

 

바로 영혼과 교통하는 영매 '셀리나 도스'였습니다.

그녀가 교도소에 온 이유는 어떤 숙녀가 해를 당했다는, 그 <해>라는 것이 살인이 아니라 상해라고 판단할 수밖에 없는 사건으로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녀에 대한 모든 혐의는 날조된  것이며 아주 영리한 검사가 조작한 것이라는...

과연 이 여인에게 어떤 사연이 숨겨져 있는 것일까...?

 

마거릿은 묘하게 끌리는 셀리나로 인해 점점 그녀와의 만남을 자주 갖게 되면서 자신의 마음마저 주게 되는데...

 

나는 내 삶을 옮겨 적는 책을, 삶이나 사랑이 전혀 배어 있지 않은, 그냥 카탈로그처럼, 일종의 목록처럼 만들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 결국 내 망음이 일기장의 굴곡진 길이 보였고,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그것은 더욱 견고해졌다. 그리고 계속해 견고해지더니 마침내 하나의 이름이 되었다.

셀리나. - page 360

 

 

이번 소설은 저번 『티핑 더 벨벳』보다는 가독성이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마거릿과 셀리나가 교차하며 이야기가 진행되었기에 보다 그 캐릭터에 몰입하면서 읽어갈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셀리나에게 얽혀 있던 사건의 진실을 찾아가는 과정이었기에 그 스릴에 짜릿함까지 더해져 그야말로 이 소설이 세라 워터스의 빅토리아 시대 3부작의 '정수'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역시나 이 시대의 여성들의 삶은 자신의 뜻대로 살아가지 못하고 사회적 제약도 있었기에 억눌린 삶을 살았기에 그 끝이 참으로 비참한 모습이었습니다.

그래서 더 아련히 이 여성들이 책을 덮어도 남는 것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과연 이 여성들이 이 시대를 살아간다면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까...? 란 궁금증도 남곤 하였습니다.

 

세라 워터스의 빅토리아 시대 3부작을 처음 접하게 될 이가 있다면 개인적으로 『끌림』을 먼저 읽고 난 뒤 『티핑 더 벨벳』을 읽으면 보다 여성들의 감성을 점점 섬세히 느낄 수 있지 않을까란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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