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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인생이 겨울을 지날 때 - 얼어붙은 시간 속에서 희망을 찾는 법
캐서린 메이 지음, 이유진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1년 11월
평점 :
어느새 찬바람이 불어오는 '겨울'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호호 불며 붕어빵과 군고구마의 계절.
이 계절에 맞춰 만나게 된 이 책.
"당신도 나도, 이 책과 함께 지혜로운 겨울을 보내고
찬란한 봄을 맞이하기를." _최인아(최인아책방 대표)
겨울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책을 읽으면서 생각해보려 합니다.
누구도 위로할 수 없는 고독한 시간 겨울!
추운 계절을 살아내는 찬란한 지혜 '윈터링'을 만나다
『우리의 인생이 겨울을 지날 때』

9월 초, 마흔 번째 생일을 일주일 앞둔 어느 무더운 날.
메이에게 겨울과 같은 시련이 찾아옵니다.
바로 남편 H의 갑작스런 맹장염.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은 가벼운 병이라 여겼지만 점점 고통스러워하는 그의 모습을 보며 그녀는
H가 수술실에서 나올 때까지 밤새 깨어 있다가 마침내 그가 안정을 취하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 그러고 나서도 잠을 잘 수 없었다. 이런 순간에는 잠자는 것이 마치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처럼 느껴진다. 칠흑 같은 암흑 속으로 빠져들다가 몸을 떨며 깨어나, 어슴푸레 한 밤에 뭔가를 직감하기라도 한 듯 주위를 둘러보게 되는 것이다. 그 순간 내가 맞닥뜨린 것은 오직 나의 두려움뿐이었다. 남편이 고통받고 있다는 참을 수 없는 사실과 그 없이 홀로 남아서 살아가야 할지도 모른다는 공포. - page 13
집에서 병원, 병원에서 집으로 오가며 이건 그 일부분일 뿐이었다는 것을, 곧 있으면 낯설고도 돌이킬 수 없는 허리케인이 그녀의 삶을 뒤흔들 것이라곤 감히 상상도 못하고 있었습니다.
남편이 퇴원하고 어느 정도 업무에도 복귀했지만 그와는 반대로 이젠 자신도 조금만 힘이 들어가도 통증으로 몸을 움찔거리는 상태가 되었습니다.
지역 보건의와 상담하면서 1년 가까이 대장암 주요하나 징후들을 애써 외면했던 것이 이제야 절실히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서 일도 그만두지만 아들마저 등교를 거부하게 되고...
어쩌다 이렇게 엉망진창이 되었을까 생각에 잠기게 됩니다.
그러나 지금 여기에 나의 겨울이 왔다. 겨울은 내 삶을 보다 지속가능한 것으로 변화할 수 있도록 해주고 내가 초래한 혼돈을 통제할 수 있게 해주는 열린 초대다. 고독과 사색 속으로 걸어 들어가야 하는 순간이다. 필요하다면 잠시라도 오랜 인간관계로부터 한 발 물러나 우정의 끈을 느슨하게 풀어놓아야 하는 순간이기도 하다. 어쩌면 내가 살면서 계속해서 통과해온 여정인지도 모른다. 나는 겨울을 나는 법을 혹독하게 배워왔다. 겨울나기는 일종의 기술이다. - page 36
그야말로 '엎친 데 덮친 격'인 그녀.
평화로웠던 일상이 롤러코스터처럼 아래로 곤두박질치는 경험을 하게 되는 그녀는 마냥 좌절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인생의 겨울'로 들어왔음을 깨닫고 이 시기를 잘 통과하기 위해 '윈터링'을 하게 됩니다.
'윈터링(WINTERING)'이란 추운 계절을 살아내는 것으로 이 시기는 질병으로 인해 찾아올 수도 있고, 또는 치욕이나 실패로 인해 찾아올 수도 있는, 보통 비자발적이고 외롭고 극도로 고통스럽습니다.
그렇다고 마냥 겨울이 나쁜 것은 아니라는 것을.
세상으로부터 침잠하여 빈약한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고, 냉혹한 효율의 법칙을 따르면서 시야에서 사라지는 시기, 그렇기에 변신의 출발점이 되는 시기이기도 하기에 느긋한 충전과 집 안 정돈을 위한 숙고와 회복의 시간이라는 것을, 그렇기에 이 '겨울'을 잘 이겨낸다면 보기 드문 아름다움으로 채색되는 거리마저도 반짝반짝 빛나는 영광의 계절을 맞이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메이는 핀란드에 가 친구를 만나 겨울을 나는 북유럽인들의 지혜를 배우게 됩니다.
겨울잠을 자는 동물들을 관찰하면서 '잠'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깨닫게 되고
잠은 죽은 공간이 아니라 다른 종류의 의식, 사색적이고 원기를 회복시키며, 연관성 없는 생각과 예기치 않은 통찰로 가득한 의식으로 인도하는 문이다. 겨울에 우리는 특별한 형태의 잠으로 초대된다. 앱으로 모니터하고 그래프로 확인하는 엄격한 여덟 시간의 수면이 아니라, 깨어 있을 때의 생각이 꿈과 융합되고 우리 일상의 파편화된 이야기를 복구해주는 캄캄한 시간 속에 공간이 펼쳐지는, 느릿느릿 순행하는 과정이다. 그러나 우리는 잠을 밀어내고 있다. 삶의 힘겨운 부분들을 소화해내기 위해 우리가 가지고 태어난 이 기술을 말이다. 불면증에 대한 인식을 야경, 즉 오로지 곰곰이 생각하는 게 전부인 신성한 시간이라는 개념으로 전환하자 한밤중에 대한 나의 두려움이 사라진다. 여기, 나는 꿈속에나 나올 법한 비밀의 문을 발견한 것처럼 중간 지대에 있다. 겨울잠쥐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고 있다. 한동안 깨어 있다가, 할 일을 하고, 다시 잠에 빠져들기.
거듭 말하지만, 우리는 겨울이 우리에게 쉬어갈 수 있는 경계 공간을 제공한다는 것을 감지한다. 그러나 우리는 그 공간을 거부한다. 추운 계절에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그 공간을 환영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 page 121
바다 수영을 통해 치유와 회복의 힘을 체험하기도 합니다.
바다는 친밀감해지는 지름길 같아서, 함께 차가운 파도를 타는 동안 우리는 삶에서 겪고 있는 온갖 문제들을 서로에게 털어놓았다. 우리는 돈, 부모님, 아이들 걱정 속에서 수영했다. 우리는 물속에 들어가자마자 사회적 겉치레를 생략하고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추운 바다는 잠시나마 우리를 각자가 지나는 겨울의 굴레에서 벗어나게 했고 우리의 가장 암울하고 연약한 생각들을 자유롭게 나누게 했다. 우리는 겨우 통성명만 한 상태에서 특별한 목적 없이 이야기를 나눴다. 그런 다음 일상복으로 갈아입고는, 몸을 조금 떨면서, 우리의 혈관이 끓어오르는 것을 느끼며 터벅터벅 일상으로 다시 걸어 들어갔다. 우리의 짧은 수영은 혀를 풀었다가 다시 조이는 데 이상적인 기회의 창이었다. 우리는 다시 조용히 입을 다물고 집으로 돌아갔다. - page 251 ~ 252
그중에서 '늑대'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데...
아마도 늑대가 오래도록 허기의 모티브로 남아 있는 것은 힘든 시간의 우리 모습이 그들에게 투영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허기는 겨울에 특히 맹렬해진다. 잠시 나의 친구였던 늑대 추적자처럼, 우리는 늑대들을 존중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결국 수 세기에 걸친 인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여전히 버티고 있고, 조용히 생존하고 있다. - page 214
그래서였을까...
늑대가 더 애처롭게 느껴지는 건...
무엇보다 메이는 이 세상이 여성들에게 조금 더 '겨울'처럼 다가온다고 하였습니다.
그렇기에 여성 앞에 펼쳐진 겨울에 목소리를 내자고, 노래를 하자고 이야기합니다.

삶은 결코 우리에게 해피엔딩만을 선사하지 않았습니다.
시련과 고난...
그 누구도 피해 갈 수 없는 것이기에 주저앉을 수만은 없습니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나에게 찾아온 겨울의 의미를 찾으며 한발 물러나 이 시간마저 귀중하게 쓴다면 이 '겨울'도 아름답고도 시적이지 않을까!
그녀를 통해 인생의 겨울을, 세상의 겨울을 살아낼 지혜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우리 앞에 놓인 겨울을 회피하지 않고 통과할 것.
그로 인해 더 성숙해질 나를, 새로운 봄을 맞이할 수 있음을 되새겨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