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의 미스터리 키친
이시모치 아사미 지음, 김진아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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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좋아하는 것들이 모두 있었습니다.

'음식' 그리고 '미스터리'.

이 책에 대해 작가는 분명 장르가 '미스터리'이지만 사람 하나 죽지 않고 식욕을 자극하는 냄새만 폴폴 풍기는 독특한 '미식 미스터리'라고 하여서 더 궁금하였습니다.

늦은 밤, 식탁에 둘러앉아 듣게 되는 이야기는 어떨지...

"향긋하고 서늘한 비밀의 맛, 잘 먹겠습니다"

술과 안주, 일곱 가지 반전을 곁들인

본격 식욕 자극 미스터리

한밤의 미스터리 키친



편안한 집, 오랜 친구, 군침 도는 음식과 향긋한 술, 거기에 미스터리.

이 소설이 가진 조합들이었습니다.

특히나 음식이 나왔을 땐...

음식의 묘사뿐만 아니라 곁들어 마시는 술의 조화는... 이런 조화를 사랑하는 저로서는 참 허기졌고...

하지만 음식에서 연결되는 일상의 고민들을 음식을 조리하는 과정이나 음식의 맛에서 실마리를 얻어 사건의 진면모를 알게 되었을 때 오는 쾌감과 짜릿함은 깔끔한 술을 마신 뒤의 기분 좋은 개운함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렇기에 읽고 난 뒤에 저 역시도 한 잔의 맥주로 상큼한 마무리까지.

한여름의 밤에 어울리는 소설이었습니다.

나, 후유키 나쓰미와 나가에 부부.

이들은 대학 시절부터 친구 사이였습니다.

셋 다 술을 좋아해 대학생 때는 자주 같이 술판을 벌였고 사회인이 되고 나서도, 내가 결혼하고 나서는 남편인 겐타까지 합세해 넷이서 술 모임을 즐기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나가에가 나기사와 결혼하자마자 미국에 일자리를 얻어 가족 모두가 이주했고 나 역시도 다이가 태어나 육아 때문에 정신이 하나도 없어 도저히 밖으로 한잔하러 나갈 여유가 없었습니다.

그런 이유로 한동안 술을 동반한 모임이 이어지지 못했는데, 이제야 생활이 좀 진정됐다 싶을 무렵 나가에가 일본 대학에 자리를 얻어 아내와 딸을 데리고 귀국한 덕분에 그 옛날과 같은 술 모임이 부활하게 되고 바로 지금 이 소설에서 펼쳐지고 있었습니다.

음식과 더불어 이해되지 않는 일곱 가지 사연들.



이렇게 목차를 봐서는 고개를 갸우뚱할 수밖에 없지만 막상 이들의 대화를 들어보면 '아하!'하게 될 것입니다.

소소한 사연들.

에피소드마다 각자의 사연이 있었고 차마 말하지 못했던 사실이나 다소 찜찜할 수도 있는 내막들을 안주 삼아 떠들다 보면 어느새 음식과 술과 이야기의 조화가 이보다 완벽할 수 있을까란 생각마저 들게 됩니다.

<일단 헤어졌다 다시 합친다>에서 출산 후 2년이 지나 결혼해야마나 했던 사정 끝의 훈훈한 미담(?)과 함께했던 '오징어내장구이'의 맛은...

"오징어 살도, 내장도 자기를 희생하진 않았잖아? 각자의 장점을 드러내 보이면서 근사한 요리가 됐지. 그 두 사람도 마찬가지야." - page 119

깔끔히 사케 한 잔으로 마무리를 해 줘야 함을.

(어떤 느낌인지 대충 느껴지지 않나요?!)

소설 속 후유키 나쓰미는 음식을 마주하게 된 순간마다

"그러고 보니 비슷한 일이 있었네."

"...... 그랬지."

하며 동시에 떠오르는 사연들이 있었습니다.

참... 신기하기도 하지...

술과 안주가 있으면 으레 이야기가 따라오기 마련이지만 이렇게나 신선하면서도 재미난, 맛있는 이야기가 있다니!

저도 이들의 식탁에 끼워주면 안 되려나..

같이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이야기를 하며 술 한 잔이 너무나 하고 싶었습니다.

오늘 저녁 지인들을 초대해 볼까나...

빗소리와 함께 전과 막걸리, 그리고 어떤 이야기를 해 보지...

행복한 고민과 함께 지인들에게 연락하러 갑니다.

다들 맛있는 저녁 식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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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나무는 행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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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 위의 낱말들
황경신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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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이 나서 1, 2』, 『밤 열한 시』, 『초콜릿 우체국』

제 책장에 언제나 손이 닿는 곳에 있는 책입니다.

그만큼 작가분 역시도 좋아합니다.

'황경신' 작가님.

그녀가 써 내려간 글들은 마음을 통과해 귓가에 머물고, 잠시 눈을 떼어 우리의 하루를 들여다보게 하는 매력을 지녔기에 자꾸만 곱씹으며 읽게 되니 참 좋아합니다.

정말 오랜만에 만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너무나 반가운!

이번엔 단어와 관련된 이야기를 들려준다고 하니 그녀의 시선으로 바라본 단어는 어떤 의미를 지닐지 궁금하였습니다.

사랑을 품듯 마음에 품은

잘 익은 낱말 한 알

달 위의 낱말들



총 2장으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1장 「단어의 중력」 에서는 작가가 직접 찍은 사진이 수록되어 저자가 어떤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는지, 다양한 장소에서 찍은 다양한 경험들이 하나의 이야기로 묶여 우리에게 전해지고 있었습니다.

2장 「사물의 노력」에서는 일러스트레이터 전지나의 감성적인 일러스트로 한층 더 풍부한 느낌을 전하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스물여덟 편의 단편과 작가와 얽힌 사물들의 이야기를 담은 열 편이 수록된 에세이였습니다.

평범했던 경험이, 수수한 사물이 작가의 손길이 닿자 소중한 순간으로, 특별한 존재가 되어 있었습니다.

그래서 읽으면서 제 주변의 사물이, 일상도 특별해짐을 경험할 수 있었던 순간이었습니다.

낱말의 숲속에서 자라는 낱말의 나무, 나무마다 주렁주렁 열려 있는 낱말의 열매를 땄다. 던져보고 굴려보고 핥아보고 깨물어 보았다. 잘 익은 낱말 한 알을 당신에게 주려고 사랑을 품듯 마음에 품었다. 하지만 당신이 건네받은 낱말은 맛과 생기를 잃어버린 지 오래, 당신은 어리둥절했고 나는 속이 상한 채로 우리 사이에는 오해가 쌓여갔다. 낱말의 열매들은 망각의 정원에 버려져 뭉그러지고 썩어갔다.

...

썩은 열매의 씨앗들이, 바람을 타고 달로 날아가, 꼬물꼬물 싹을 틔우고 뿌리를 내리고 잎을 뻗고 꽃잎을 여는 중이었다. 터지고 쫓고 오르는 것들, 버티고 닿고 지키는 것들이 거기 있었다. 인연과 선택과 기적이 거기 있었다. 뭔가 다른 것이 되어. 말랑하고 따뜻하고 착하고 예쁜 것이 되어. - page 4 ~ 5

우리의 삶엔 수많은 '선택'의 순간들을 마주하게 됩니다.

그 '선택'이란 단어의 의미가

여럿 가운데서 필요한 것을 골라 뽑는 것이고, 적자생존의 원리에 의해 환경과 조건 등에 맞는 생물만 살아남고 그렇지 않은 것은 죽어 없어지는 현상이고, 최악이 아닌 차악을 마지못해 고르는 일이다. - page 78

라 하였습니다.

세쿼이아 국립공원에서 듣게 된 곰에 관한 것으로부터, 80여 년 전에 자연재해로 뿌리가 뽑혀 쓰러진 나무가 이루는 '터널 로그'로부터 저자는 '선택'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있었습니다.

삶에서 확실한 것은 죽음이고, 불확실한 것은 미래이다. 멀쩡한 길 한복판에 나무가 쓰러져 도로가 막힐 수도 있다. 너는 그 길을 포기할까 혹은 나무에 구멍을 내어 새로운 길을 만들까? 숲 한가운데서 곰을 맞닥뜨릴 수도 있다. 너는 순순히 죽을까 혹은 싸우다 죽을까? 어느 쪽을 선택하든 나무가 쓰러졌다는 사실, 곰을 만났다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는다. 그 달라지지 않음에 대해 너는 좌절할까 혹은 그래도 무언가를 선택할 수 있다고 기뻐할까? - page 78 ~ 79

무엇을 받아들일지는 선택할 수 없어도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을.

그 선택으로 인해 삶의 미세한 결이 달라진다는 것을.

'선택'이란 단어의 중력이 강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그토록 갈망하는 '행복'에 대해 이야기도 인상적이었습니다.

너는 삶이 행복을 약속하지도 않을뿐더러 행복을 위해 살아가는 것도 아니라고 생각했다. 삶이란 오히려 견디는 거라고, 고장 난 것들을 고치고 떠나가는 것들을 배웅하는 거라고. 한없이 기다리고 오래도록 기억하는 거라고 생각했다. 행복은 지속이 아니라 찰나이기 때문에 만족과 동시에 상처를, 기쁨과 동시에 고통을 주는 거라고 생각했다. - page 90 ~ 91

지속이 아닌 찰나의 행복.

그것으로도 충분하지 않은가.

뭉클했던 '기적'이란 단어.

5박 6일의 안나푸르나 트레킹에서 목격한 온 힘을 다해 불쑥 솟아올라 어둠을 물리치는 해의 모습을 통해 '매일 일어나는 기적'을, 그러나 '네가 돌보지 않았던 기적'을 맞이하게 됩니다.

그러다 마주한 묘지 하나.



'내가 낯선 곳에 이를 때마다 당신을 향한 나의 사랑은 더욱 강해질 것입니다. 당신에게 안녕이라는 말은 영원히 하지 않겠습니다.'

1999년 부부가 나란히 등반하던 중 아내가 고산병으로 목숨을 잃었던 그 자리에 세워진 묘비에 쓰인 글귀가 매일 새벽, 기적을 맞이하러 산을 오르는 사람들을 묵묵히 지켜보고 있는데 이를 바라보며 저자가 전한 말은 코끝을 찡하게 하였습니다.

이를테면 하루가 저물고 또 하루가 오는 일, 하루를 살기 위해 네가 아침마다 눈을 뜨는 일, 때로 부주의하고 때로 불친절한 너를 견디고 사랑해 주는 사람을 만나는 일, 서로가 서로에게 의지하여 쓰러진 몸을 일으키고 무너진 마음을 다독이는 일이 모두 기적이다. 기억하지 않아도 돌보지 않아도 묵묵히 일어나는, 갸륵한 기적이다. - page 110 ~ 112

책을 읽고 난 뒤 그동안 알고 있던 '낱말'들이 저에게 뿌리를 내리면서 또 다른 꽃을 피우고 있었습니다.

이 꽃들을 바라보니 입가에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습니다.

하나둘...

잘 가꾸다 보면 나만의 정원이 완성되겠지요.

소중한 것들이 모여 아름답게 빛날 그 순간까지 문득 생각이 나면 꺼내 읽으며 씨앗을 받아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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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과 편견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88
제인 오스틴 지음 / 민음사 / 200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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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출판사의 책으로 읽어보긴 하였는데...

이 소설을 너무나 애정하게 되었기에 '민음사'로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내용은 알아서 더 기대되는...

과연 어떤 매력으로 다가올지 두근거렸습니다.

영국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여류 작가로 꼽힌 제인 오스틴

영국 BBC의 '지난 천 년간 최고의 문학가' 조사에서 셰익스피어에 이어 2위를 차지

제인 오스틴의 예리하고 풍자적인 묘사와 섬세한 감각의 코미디

오만과 편견



재산깨나 있는 독신 남자에게 아내가 꼭 필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는 진리다.

이런 남자가 이웃이 되면 그 사람의 감정이나 생각을 거의 모른다고 해도, 이 진리가 동네 사람들의 마음속에 너무나 확고하게 자리 잡고 있어서, 그를 자기네 딸들 가운데 하나가 차지해야 할 재산으로 여기게 마련이다. - page 9

이 첫 문장을 읽으면 딱! 하고 느낌이 올 것입니다.

하트포드셔의 작은 마을에 사는 베넷 가 다섯 자매 중 첫째와 둘째가 결혼 적령기에 이르렀습니다.

특히나 베넷 씨의 부인은 딸들을 출가시키는 것이 평생의 사업이자 낙이라 여기고 있기에 그럼 어찌 될지 예상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필 또 이웃에 아주 괜찮은(?) 청년이 있었네!

딱이다!!

맏딸 '제인'은 온순하고 마음이 착하며 만사에 내성적인 반면, 둘째 딸 '엘리자베스'는 인습에 사로잡히지 않고 재기가 넘치는 발랄한 아가씨였습니다.

제인은 근처에 이사 온 늠름한 청년 '빙리'를 사랑하게 되지만 신중하게 자신의 애정을 숨기게 되고 엘리자베스는 빙리의 친구 '다아시'를 보고 신분을 내세우는 '오만'한 남자라 여깁니다.

"오만은, 내가 보기에는 가장 흔한 결함이야." 메리가 자신의 깊은 사고력을 뽐내며 말했다. "내가 지금까지 읽은 바로 미루어 볼 때, 오만이란 실제로 아주 일반적이라는 것, 인간 본성은 오만에 기울어지기 쉽다는 것, 실제건 상상이건 자신이 지닌 이런저런 자질에 대해 자만심을 품고 있지 않은 사람은 우리들 가운데 거의 없다는 것이 확실해. 허영과 오만은 종종 동의어로 쓰이긴 하지만 그 뜻이 달라. 허영심이 강하지 않더라도 오만할 수 있지. 오만은 우리 스스로 우리를 어떻게 생각하느냐와 더 관련이 있고, 허영은 다른 사람들이 우리를 어떻게 생각해 주었으면 하는 것과 더 관계되거든." - page 31

하지만 다아시는 자유롭고 활달한 엘리자베스를 사랑하게 되지만 그녀의 엄마와 동생들의 행동으로 더 이상은 엮이고 싶지 않아 하고 빙리 역시도 제인을 사랑하지만 그녀의 사랑을 받을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기에 이 둘은 떠나게 됩니다.

그 후 다아시는 엘리자베스에게 구혼하지만 엘리자베스는 '오만'하다는 '편견' 때문에 그의 구애를 거부하게 됩니다.

그러다 여러 사건과 집안 문제에 부딪히게 된 엘리자베스는 다아시가 너그럽고 사려 깊은 인물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이 둘도 이해와 사랑 그리고 존경으로 맺어지게 됩니다.

그를 미워하지 않는 것은 확실했다. 아니, 미움은 오래전에 사라졌고, 그와 거의 동시에 혐오감이라고 부를 만한 것을 느낀 적이 있다는 사실 자체를 부끄러워하게 되었던 터였다. 그의 장점들을 확인하면서 생겨난 존경심을, 처음에는 마지못해하며 인정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그에 대한 거부감이 사라졌고, 어제 일이지만 다른 사람들이 그를 아주 좋게 평하고 그의 성격이 아주 상냥하다는 말을 들으면서 이제는 얼마간 기꺼이 받아들이게까지 되었다. 그러나 존경과 존중보다도 더욱더 그녀 마음속에 간과할 수 없는 호감의 동기가 하나 있었으니, 그것은 감사였다. 한때 자기를 사랑했다는 데 대한 것뿐 아니라, 그를 거절할 때 토라져서 톡톡 쏘아대던 무례함이라든가 그러면서 퍼부은 모든 부당한 비난들을 용서해 줄 정도로 자기를 여전히 사랑하고 있다는 데 대한 감사였다. - page 365 ~ 366

지극히 개인적인 감상을 말하자면 다른 출판사보다 이번 책이 훨씬 더 섬세했다고 할까.

참 맛깔스럽게 그려진다고 할까.

누군가 나에게 『오만과 편견』 을 추천해달라고 한다면... (뒷말은 생략)

분별 있고 똑똑한, 하지만 이 역시도 오만했음을 보여 준 엘리자베스.

그리고 그 오만했고 편견을 가졌음을 인정하고 변화한 모습을 보여 준 엘리자베스.

그녀가 매력적인 이유는 아마도 이 점이 아니었을까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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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 오십시오. 여기는 전천당입니다. 행운을 바라시는 분들만 찾아낼 수 있는 과자 가게지요. 행운의 손님께서 원하시는 소원을 이 베니코가 반드시 이루어 드립니다." - P14

"불행은 행복으로, 행복은 불행으로 전천당은 손님을고른다. 손님이 행복해지면 전천당의 승. 불행해지면 전천당의 패. 내일은 어떤 손님이 전천당을 찾아와줄까?"
노래하듯이 중얼거리면서 베니코는 부엌에서 나갔다. - P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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