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2장으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1장 「단어의 중력」 에서는 작가가 직접 찍은 사진이 수록되어 저자가 어떤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는지, 다양한 장소에서 찍은 다양한 경험들이 하나의 이야기로 묶여 우리에게 전해지고 있었습니다.
2장 「사물의 노력」에서는 일러스트레이터 전지나의 감성적인 일러스트로 한층 더 풍부한 느낌을 전하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스물여덟 편의 단편과 작가와 얽힌 사물들의 이야기를 담은 열 편이 수록된 에세이였습니다.
평범했던 경험이, 수수한 사물이 작가의 손길이 닿자 소중한 순간으로, 특별한 존재가 되어 있었습니다.
그래서 읽으면서 제 주변의 사물이, 일상도 특별해짐을 경험할 수 있었던 순간이었습니다.
낱말의 숲속에서 자라는 낱말의 나무, 나무마다 주렁주렁 열려 있는 낱말의 열매를 땄다. 던져보고 굴려보고 핥아보고 깨물어 보았다. 잘 익은 낱말 한 알을 당신에게 주려고 사랑을 품듯 마음에 품었다. 하지만 당신이 건네받은 낱말은 맛과 생기를 잃어버린 지 오래, 당신은 어리둥절했고 나는 속이 상한 채로 우리 사이에는 오해가 쌓여갔다. 낱말의 열매들은 망각의 정원에 버려져 뭉그러지고 썩어갔다.
...
썩은 열매의 씨앗들이, 바람을 타고 달로 날아가, 꼬물꼬물 싹을 틔우고 뿌리를 내리고 잎을 뻗고 꽃잎을 여는 중이었다. 터지고 쫓고 오르는 것들, 버티고 닿고 지키는 것들이 거기 있었다. 인연과 선택과 기적이 거기 있었다. 뭔가 다른 것이 되어. 말랑하고 따뜻하고 착하고 예쁜 것이 되어. - page 4 ~ 5
우리의 삶엔 수많은 '선택'의 순간들을 마주하게 됩니다.
그 '선택'이란 단어의 의미가
여럿 가운데서 필요한 것을 골라 뽑는 것이고, 적자생존의 원리에 의해 환경과 조건 등에 맞는 생물만 살아남고 그렇지 않은 것은 죽어 없어지는 현상이고, 최악이 아닌 차악을 마지못해 고르는 일이다. - page 78
라 하였습니다.
세쿼이아 국립공원에서 듣게 된 곰에 관한 것으로부터, 80여 년 전에 자연재해로 뿌리가 뽑혀 쓰러진 나무가 이루는 '터널 로그'로부터 저자는 '선택'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있었습니다.
삶에서 확실한 것은 죽음이고, 불확실한 것은 미래이다. 멀쩡한 길 한복판에 나무가 쓰러져 도로가 막힐 수도 있다. 너는 그 길을 포기할까 혹은 나무에 구멍을 내어 새로운 길을 만들까? 숲 한가운데서 곰을 맞닥뜨릴 수도 있다. 너는 순순히 죽을까 혹은 싸우다 죽을까? 어느 쪽을 선택하든 나무가 쓰러졌다는 사실, 곰을 만났다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는다. 그 달라지지 않음에 대해 너는 좌절할까 혹은 그래도 무언가를 선택할 수 있다고 기뻐할까? - page 78 ~ 79
무엇을 받아들일지는 선택할 수 없어도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을.
그 선택으로 인해 삶의 미세한 결이 달라진다는 것을.
'선택'이란 단어의 중력이 강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그토록 갈망하는 '행복'에 대해 이야기도 인상적이었습니다.
너는 삶이 행복을 약속하지도 않을뿐더러 행복을 위해 살아가는 것도 아니라고 생각했다. 삶이란 오히려 견디는 거라고, 고장 난 것들을 고치고 떠나가는 것들을 배웅하는 거라고. 한없이 기다리고 오래도록 기억하는 거라고 생각했다. 행복은 지속이 아니라 찰나이기 때문에 만족과 동시에 상처를, 기쁨과 동시에 고통을 주는 거라고 생각했다. - page 90 ~ 91
지속이 아닌 찰나의 행복.
그것으로도 충분하지 않은가.
뭉클했던 '기적'이란 단어.
5박 6일의 안나푸르나 트레킹에서 목격한 온 힘을 다해 불쑥 솟아올라 어둠을 물리치는 해의 모습을 통해 '매일 일어나는 기적'을, 그러나 '네가 돌보지 않았던 기적'을 맞이하게 됩니다.
그러다 마주한 묘지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