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깨나 있는 독신 남자에게 아내가 꼭 필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는 진리다.
이런 남자가 이웃이 되면 그 사람의 감정이나 생각을 거의 모른다고 해도, 이 진리가 동네 사람들의 마음속에 너무나 확고하게 자리 잡고 있어서, 그를 자기네 딸들 가운데 하나가 차지해야 할 재산으로 여기게 마련이다. - page 9
이 첫 문장을 읽으면 딱! 하고 느낌이 올 것입니다.
하트포드셔의 작은 마을에 사는 베넷 가 다섯 자매 중 첫째와 둘째가 결혼 적령기에 이르렀습니다.
특히나 베넷 씨의 부인은 딸들을 출가시키는 것이 평생의 사업이자 낙이라 여기고 있기에 그럼 어찌 될지 예상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필 또 이웃에 아주 괜찮은(?) 청년이 있었네!
딱이다!!
맏딸 '제인'은 온순하고 마음이 착하며 만사에 내성적인 반면, 둘째 딸 '엘리자베스'는 인습에 사로잡히지 않고 재기가 넘치는 발랄한 아가씨였습니다.
제인은 근처에 이사 온 늠름한 청년 '빙리'를 사랑하게 되지만 신중하게 자신의 애정을 숨기게 되고 엘리자베스는 빙리의 친구 '다아시'를 보고 신분을 내세우는 '오만'한 남자라 여깁니다.
"오만은, 내가 보기에는 가장 흔한 결함이야." 메리가 자신의 깊은 사고력을 뽐내며 말했다. "내가 지금까지 읽은 바로 미루어 볼 때, 오만이란 실제로 아주 일반적이라는 것, 인간 본성은 오만에 기울어지기 쉽다는 것, 실제건 상상이건 자신이 지닌 이런저런 자질에 대해 자만심을 품고 있지 않은 사람은 우리들 가운데 거의 없다는 것이 확실해. 허영과 오만은 종종 동의어로 쓰이긴 하지만 그 뜻이 달라. 허영심이 강하지 않더라도 오만할 수 있지. 오만은 우리 스스로 우리를 어떻게 생각하느냐와 더 관련이 있고, 허영은 다른 사람들이 우리를 어떻게 생각해 주었으면 하는 것과 더 관계되거든." - page 31
하지만 다아시는 자유롭고 활달한 엘리자베스를 사랑하게 되지만 그녀의 엄마와 동생들의 행동으로 더 이상은 엮이고 싶지 않아 하고 빙리 역시도 제인을 사랑하지만 그녀의 사랑을 받을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기에 이 둘은 떠나게 됩니다.
그 후 다아시는 엘리자베스에게 구혼하지만 엘리자베스는 '오만'하다는 '편견' 때문에 그의 구애를 거부하게 됩니다.
그러다 여러 사건과 집안 문제에 부딪히게 된 엘리자베스는 다아시가 너그럽고 사려 깊은 인물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이 둘도 이해와 사랑 그리고 존경으로 맺어지게 됩니다.
그를 미워하지 않는 것은 확실했다. 아니, 미움은 오래전에 사라졌고, 그와 거의 동시에 혐오감이라고 부를 만한 것을 느낀 적이 있다는 사실 자체를 부끄러워하게 되었던 터였다. 그의 장점들을 확인하면서 생겨난 존경심을, 처음에는 마지못해하며 인정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그에 대한 거부감이 사라졌고, 어제 일이지만 다른 사람들이 그를 아주 좋게 평하고 그의 성격이 아주 상냥하다는 말을 들으면서 이제는 얼마간 기꺼이 받아들이게까지 되었다. 그러나 존경과 존중보다도 더욱더 그녀 마음속에 간과할 수 없는 호감의 동기가 하나 있었으니, 그것은 감사였다. 한때 자기를 사랑했다는 데 대한 것뿐 아니라, 그를 거절할 때 토라져서 톡톡 쏘아대던 무례함이라든가 그러면서 퍼부은 모든 부당한 비난들을 용서해 줄 정도로 자기를 여전히 사랑하고 있다는 데 대한 감사였다. - page 365 ~ 366
지극히 개인적인 감상을 말하자면 다른 출판사보다 이번 책이 훨씬 더 섬세했다고 할까.
참 맛깔스럽게 그려진다고 할까.
누군가 나에게 『오만과 편견』 을 추천해달라고 한다면... (뒷말은 생략)
분별 있고 똑똑한, 하지만 이 역시도 오만했음을 보여 준 엘리자베스.
그리고 그 오만했고 편견을 가졌음을 인정하고 변화한 모습을 보여 준 엘리자베스.
그녀가 매력적인 이유는 아마도 이 점이 아니었을까 싶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