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로
김재희 지음 / 북오션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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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경성 탐정 이상』으로 한국추리문학상 대상 수상자이자

유미분식』, 『흥미로운 사연을 찾는 무지개 무인 사진관』, 『다다상조 회사』, 『기숙사 옆 송차 카페』 등의 힐링 소설을 꾸준히 집필하면서 독자들에게 위로와 공감을 건넨

'김재희'

개인적으로 작가님을 좋아해서 신간이 나올 때마다 열심히 찾아 읽었습니다.

그리고 이번 책.

'레트로 로맨스'

라고 했습니다.

1980~90년 대 시골 마을을 배경으로,

한 소년의 사랑과 성장,

그리고 세월의 흐름 속에서 다주 마주하게 된 첫사랑...

벌써부터 제 감성도 자극하고 있었는데...!

과거의 감성과 함께 현대적 감각까지 더해질 이번 소설.

역시나 믿고 읽는 작가분이기에 이 소설 역시도 기대감을 안고 읽어보았습니다.

"누구나 마음속에 하나쯤 간직한 이름, 첫사랑

이제 그 길로 돌아갑니다."

아스라한 첫사랑의 싱그러운 추억

신작로

책 표지!!!

나 어릴 적 교과서 표지에서 본 듯한...!!!

기억 저편에 있었던...

표지만 보았을 뿐인데도 그때 그 시절로 돌아가게 되니...

아련하다......

아무튼!

첫 장을 펼치니 이 소설의 등장인물들이 소개되고 있었습니다.

동민은 오늘도 차려둔 밥상을 보지 않았다. 손에는 연필과 종이가 쥐어져 있지만 그림을 그리지 않았다. - page 8

아버지의 죽음으로 홀로 생계를 책임지며 늦게까지 일하시는 엄마로 매번 좁은 집에서 아버지의 영정 사진과 마주해야 했던 '서동민'

무서움과 외로움으로 어느 날 엄마에게

"엄마, 나 수민이 있는 시골로 보내주세요."

조르게 됩니다.

외할머니가 무섭기는 해도 '정암면 은향리 도자마을'에는

세 살 터울의 동생도 맡겨져 있고

지천이 자연이라 지금처럼 집에 갇혀서 아버지의 영정 사진을 두려움으로 쳐다보지 않아도 되기에

그곳으로 내려가고자 하였습니다.

낯선 시골에서의 삶이 순탄치는 않았습니다.

그래도 동민은 점점 키가 자랐고 반에서 반장도 하며 아이는 점점 소년이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날은 흘러 어느덧 초등학교 4학년이 되었을 때, 한 전학생이 오게 됩니다.

"안녕, 나는 교동초등학교 다니다 오늘 여기 은향초등학교로 왔어. 이름은 강운영이야."

이름도 얼굴도 목소리만큼이나 무척 예쁜 순정에게 마음이 뺏긴 동민.

이 둘은 복숭아꽃이 흩날리는 마을 길을 함께 거닐며 마음을 키워갔지만 뜻하지 않은 사고를 겪으며 서로 떨어지게 됩니다.

다시 서울로 돌아오게 된 동민.

여전히 그에겐 운영밖에 없었고 그 마음을 전달하기 위해 편지를 쓰게 됩니다.



이때부터 둘은 교환일기를 주고받으며 서로의 세상이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또다시 이들에게 현실은 사랑보다 거칠었고, 세월은 그들을 다른 길로 이끌게 됩니다.

그렇게 세월이 흘러 출판기획자가 된 동민은 세계 도서전에서 운영을 다시 마주하게 됩니다.

마음속엔 여전히 '돌아갈 수 없는 길 위의 기억'이 남아있는 이 둘.

그러나 어쩌면 그 길 끝에는 '다시 시작할 용기'가 기다리고 있을지도 운명 앞에

과연 이 둘의 사랑은 어찌 될지...?!

그 시절로 돌아간 듯한 향수를 불러일으켰고

성장과 우정, 사랑이 잔잔히 그려져 보는 내내 따뜻한 위로와 여운이 남았었습니다.

그래서 읽는 동안은 잠시 각박한 현실을 잊고 푹 빠져들어 읽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실...

읽으면서도 '하아~~' 갑갑함이 있었는데...

이루어질 듯 이루어지지 않는 동민이와 운영이.

읽으면서 도통 왜 갑갑한지 종잡을 수 없었는데...

그 해답을 남경이가 일러주었습니다.

"야, 너만 운영이 때문에 힘든 줄 알아? 나도 순정이가 너 좋아하는 거 모를 줄 알았냐? 그런데 목석같은 너는 한 번도 안 받아주고 모른 척했지. 운영이만 바라보고. 그걸 보는 순정이는 초등학교 때부터 얼마나 마음 고생한 줄 알아? 너 정말 나쁜 놈이다. 그런데 말이야. 사랑은 표현하는 거야. 나 순정이에게 화끈하게 고백했다. 나랑 결혼하면 정말 아껴주고 예뻐해주고 해와 달도 따다 준다고. 너는 그런 고백, 운영이한테 한 번이라도 한 적 있어? 맨날 집안에서 반대한다 그런 뉘앙스만 풍겼지?" - page 174

사랑은 표현하는 거야!!!

제가 아는 그분도 이걸 좀 알아줬으면 좋겠네요...

책을 덮으니 정말 '그리움'만 남았습니다.

이루어지지 않았던 첫사랑에 대해

지나버린 그 시절에 대해

이제는 기억 저편으로 넘겨버렸던 지금의 나에게...

오늘 저녁엔 라디오를 들으며 옛 추억에 잠겨볼까 합니다.

간만에 유선 이어폰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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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슨
이언 매큐언 지음, 민승남 옮김 / 문학동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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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영문학의 거장, 소설가들의 소설가로 불리는 작가

'이언 매큐언'

그의 신작이 출간되었다고 하였습니다.


저는 그를 『속죄』로 처음 접하게 되었었는데...

뚜렷한 개성을 지닌 등장인물들의 세밀한 심리묘사와 흥미진진한 스토리로 순식간에 몰입할 수밖에 없었고

이 작가님의 행보를 주목하며 개인적으로는 좋아하는 작가인데...


이번 소설은 조금 특별했습니다.

바로 그의 '첫 자전적 소설'이라는 것!

과연 이 소설은 어떤 매력을 지닐지 기대하며 읽어보았습니다.


한 남자의 생애를 통해 그려낸 개인과 역사의 본질

진정한 삶이란 무엇인가에 답하는 이언 매큐언의 자전적 소설


레슨

그건 불면증에 동반된 기억이지 꿈이 아니었다. 또다시 피아노 레슨이었다-오렌지색 타일이 깔린 바닥, 높다란 창 하나, 보건실 근처 빈방에 놓인 새 업라이트피아노. 그는 열한 살이었고, 초보자용으로 나온 바흐의 『평균율 클라비어곡집』 제1권 첫번째 전주곡을 시도하고 있었다. 그는 그 곡에 대해 전혀 몰랐다. 그 곡이 유명한지 아닌지 궁금하지도 않았다. 그 곡에는 때와 장소의 연결성이 없었다. 누군가 힘들게 그 곡을 썼으리란 생각조차 들지 않았다. 그 음악은 그냥 거기 있는 것, 학교에 관련된 것, 혹은 겨울 소나무숲처럼 어두운 것, 오직 그에게만 존재하는 것, 그만의 차가운 슬픔의 미로였다. 그리고 결코 그를 놓아주지 않을 터였다. - page 13


'롤런드 베인스'

삼십 대의 롤런드가 어린 시절의 피아노 레슨을 회상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되었습니다.

열한 살의 롤런드.

무섭고 엄격한 피아노 선생 '미리엄 코넬'을 만나게 됩니다.

시간과 공간의 거리를 뛰어넘어 참신한 방법들로 롤런드의 삶에 파괴적인 영향을 미쳤던 그녀.

결국 그에게 집착하는 선생 곁에서 떠나기 위해 대학과 음악적 재능을 포기하고 떠도는 삶을 살게 됩니다.


그러다 지금의 아내 '앨리사'를 만나게 됩니다.

행복한 결혼, 이제는 7개월 된 아들과 함께 안정된 생활을 하고 있었는데...


나 찾지 마. 난 괜찮아. 당신 잘못이 아냐. 당신을 사랑하지만 영원히 떠나는 거야. 그동안 난 잘못 살아왔어. 부디 나를 용서해줘.


침대 위 그의 베개 위에 올려놓은 쪽지와 그녀가 쓰던 집 열쇠가 놓여 있는 것이었습니다.


그녀의 사랑은 어떤 종류의 것이었을까?

출산이 잘못된 삶이었을까?

도대체 그는 자신의 어떤 결점이 문제였는지 알 수 없어 자신의 전부를 탓했습니다.

그녀는 어디로 갔을까...?


앨리사의 쪽지와 실종에 대해 경찰에 신고한 그는 오히려 용의자로 의심을 받고...

낡은 집과 형편없는 수입, 무엇보다 갓난아이를 육아해야 하는 현실 앞에 자신의 꿈보다는 오롯이 아이에게 집중하며 힘겹게 살아가게 됩니다.


그의 희생은 헛되지 않았고...

세월은 흘러 어느새 노인이 된 그.

회한과 아쉬움 속에 그는 손녀와 함께 대화를 나누며 한 남자의 일대기는 막을 내리게 되는데...


이야기는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한 남자의 인생을 덤덤히 그려내고 있었습니다.

만약에...

그때 대학에 진학했다면...?

피아니스트의 삶을 살았다면...?

아내가 떠나지 않았거나 다시 돌아왔다면...?

그의 삶은 어땠을까...?

그건 또 다른 시련들이 있었을 테고...

선택의 순간이 있었을 테고...

우리 역시도 수많은 선택의 순간에 가지 않은 길에 대해 후회와 미련이 남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선택한 길에 최선을 다해 살아간다는 것을.

그게 인생사라는 걸 롤런드를 통해 새삼 느껴보게 되었습니다.


그래...

그걸로 됐다...


책을 덮고 나서 낮은 탄식과 함께 뱉게 되었던 말이었습니다.


두께만큼 묵직한 울림을 주었던 이 소설.

롤런드의 일생이 파노라마처럼 그려지면서 그가 전한 인생의 '레슨' 수업은 우리에게


"괜찮아."


깊고 따뜻한 시선을 남긴 채 마쳐졌습니다.

덕분에 오늘이 더 의미 있게 다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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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슨
이언 매큐언 지음, 민승남 옮김 / 문학동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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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이언 매큐언! 한 남자의 일대기가 이렇게나 묵직하다니... 그에게서 많은 위로를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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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 대왕도 찾아보는 초등 필수 어휘 100 레벨 1 세종 대왕도 찾아보는 초등 필수 어휘
홍옥 지음, 윤유리 그림 / 개암나무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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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언론에서도 종종 접하게 되는데...

아이들의 어휘력이 현저히 낮다는 점...!

팬데믹으로, 디지털 미디어의 급증 등으로 아이들의 어휘력이 심각하다고 하였습니다.

어휘력은 단순한 언어 능력을 넘어 의사소통, 학습, 사고력 등 삶의 다양한 영역에서 필수적이기에 어휘력을 키워야 하는 건 어쩌면 당연한 것이었습니다.

사실...

남의 이야기가 아닌 제 아이의 이야기였기에...

어떻게 하면 아이가 재미있게 어휘력을 높일 수 있을까 고민하던 차 이 책을 알게 되었습니다.

제목에서 피식! 웃음이 나는데...

어떤 어휘들이 수록되어 있을지 기대하며 아이와 함께 책을 펼쳐보았습니다.

어휘 하나로 반대말, 속담, 사자성어까지 한 번에!

읽다 보면 세종 대왕도 놀랄 만큼 어휘력이 풍부해져요

세종 대왕도 찾아보는 초등 필수 어휘 100: 레벨 1



이 책은 국립국어원에서 지정한 '국어 기초 어휘 선정 목록' 가운데 초등학생이 반드시 알아야 할 3등급 어휘 중 핵심 어휘 100개를 알기 쉽게 담은 어휘 학습서입니다.

자주 접하지만 헷갈리기 쉬운 어휘를 중심으로

평소 대화나 글에서 자주 만나는 '일상에서 자주 쓰는 어휘'

특별한 유래나 이야기가 담긴 '의미를 알면 재미있는 어휘'

신문 기사나 사회 교과에서 자주 등장하는 표현을 다룬 '상식이 자라나는 어휘'

감정과 행동을 생생하게 드러내는 '상황을 실감 나게 표현하는 어휘'

사물이나 현상을 빗대어 의미를 확장하는 '비유가 담긴 어휘'

말의 성격과 쓰임에 따라 다섯 갈래로 나누어 보여주었습니다.

그리고 각 어휘는 학교, 집, 식당, 친구와의 대화처럼 일상에서 바로 접할 수 있는 상황을 재미있는 그림과 예문으로 담아

외우기보다 쓰면서 익히도록

해 주었고

비슷한말, 반대말, 사자성어, 속담 등 관련 어휘를 함께 익히며 표현의 폭을 넓혀주었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저도 흠칫! 거리곤 하였습니다.

이런 의미도 있었던 거야?!라며 저도 한 수 배우게 되었던 이 책.

아이뿐만 아니라 어른인 저도 재미있게 읽다 보니 어느새 어휘력의 레벨이 한 단계 올라간 듯한 느낌?!

한 번 읽는 것으로 그칠 것이 아니라 내 것이 될 때까지 꾸준히

읽고 이해하고 표현하기

를 반복해야 했습니다.

제가 이 책에서 배우게 된 '보람줄'

사실 '보람'의 뜻을

어떤 일을 하고 나서 느끼는 기쁨이나 뿌듯한 마음

으로만 알고 있었는데

원래 '표시'나 '표적'을 뜻하는 말이었다는 사실을.

그래서 책을 읽던 곳을 표시하려고 끼워 두는 줄을 '보람줄' 또는 '보람 끈'이라고 한다는 것을.

이제 어디 가서 아는 척을 좀 해야겠습니다.

하하핫;;;


아이는 이전에 읽었던 책 때문인지...

(『역사를 지키고 내일을 여는 곳, 국립중앙박물관』 을 읽었습니다.)

이 책에서 '문화유산'이라는 단어가 인상적이었다고 했습니다.

다음 세대에 물려줄 만한 가치가 있는 과학, 기술, 관습, 규범 같은 문화적 산물인 문화유산.

우리의 역사와 정체성을 나타내기에 잘 지키고 보존해야 함을 또다시 새겨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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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이한 골동품 상점
허아른 지음 / 팩토리나인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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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오랜 시간 역사와 이야기, 그리고 현재와 과거를 잇는 독특한 아름다움을 지닌 '골동품'.

하지만...

묘한 분위기를 풍기며 신비로운 이야기를 들려주는 골동품 상점이 있다고 하였습니다.

벌써부터 짜릿하지 않나요!

역사적 사실과 허구를 절묘하게 엮어내며 독자를 이야기 속으로 끌어들이는 '허아른' 작가.

과연 어떤 골동품의 기이한 이야기를 들려줄지 기대하며 읽어보았습니다.

"거기서 파는 건 죄다 수상쩍은 것들뿐이야.

길한 물건일수록 불길하기 짝이 없지."

기이한 골동품 상점

허허벌판에 홀로 당당하게 서 있는 나무 표지판,

거기에다 진짜 붓으로 휘갈겨 쓴 글씨

골동품점

표지판 반대편이나 가장자리 등, 이곳저곳을 살펴봐도 어떤 골동품을 사고판다는 건지는 전혀 쓰여 있지 않은 이 간판을 걸고 있는 수상쩍은 컨테이너 가게.

문 옆에도 기묘한 것이 매달려 있었으니...

탁, 탁, 타르륵……

목탁을 세 번 부딪히면 노인의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들어오십시오."

마치 팝업스토어처럼 자리를 옮겨 다니며 나타나는 이 가게는

사연 많은 주인과 더 사연 많은 물건들이

모여 있었습니다.

길하거나 불길한 물건들의 사연은 손님들에게로 이어지고

이는 어느새 가장 수상쩍어 보이는 주인의 오랜 사연으로 귀결되게 되는데...

여러 세대의 탯줄을 담은 항아리속 끝없이 이어진 나선은 보는 이를 홀리는 듯 붙잡았던 조선 왕족 가문의 '태항아리'를 비롯하여

대대로 이어진 며느리와 시어머니 사이의 염원과 저주가 불길하게 남아 있는 물건 '놋그릇'

금빛 아이를 신으로 섬기던 마을의 전승에서 비롯된 '돈저냐'

아이들의 슬픈 한이 담겨 있는 '팔주령'

불길한 액운을 가져가준다는 '제웅'

민간신앙에 자리 잡은 이슬람의 상징 '이슬람불'

80년 전 탄광에서 자라나 홀로 기다리는 ''

용궁 설화와 권력의 야욕이 얽힌 '도장'

사랑이라는 강력한 이름의 저주인 '옥비녀'

까지...

아홉 개의 골동품이 연결하는 기이하고 불가사의한 이야기는 듣는 이의 삶에 영향을 끼치게 되는데...

과연 이 물건들은 축복이 될 것인가, 저주가 될 것인가?

그리고 모든 이야기는 결국 한 곳으로 귀결되는데...

매년 대보름 다음 날, 그러니까 음력 1월 16일은 귀신날이라 부른다. 귀신이 드는 날이라는 것이다. 이날은 남자건 여자건 바깥일을 삼가고 문을 꼭꼭 닫아 귀신이 들지 않기만을 기원한다.

향을 피우고, 자리에 앉았다.

새벽 2시, 술잔에 보름달이 떴구나.

또 풍경 소리가 들려온다.

나는 고개를 문 쪽으로 돌리고, 아직은 어색한 접객 미소를 띄우며 손님에게 말을 건넸다.

"오셨군요." - page 325

그야말로 기묘했던 이야기.

역사적 사실과 허구의 만남이 이토록 매력적일 줄이야...

한눈팔지 않고 몰입하며 읽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 소설은 요즘 제가 읽고 있었던 책과도 연결고리가 있어서 그 어느 때보다 책 읽는 재미를 느꼈었는데...

'바리데기 이야기'에 관심이 생겨 관련 책을 읽고자 했었는데 여기서도 소개되고 있었습니다.

특히 함흥의 바리데기 이야기

저히 이해할 수 없는 전개, 충격적인 결말로 현대에 와서도 상당히 악명이 높은 북쪽 바리데기 이야기

"살을 날린다는 표현을 들어보신 적이 있지요? 저주나 뭐 그런 뜻으로 해석해도 크게 차이는 없을 겁니다. 하여간 여섯 딸들을 어머니가 저주로 죽이는데......"

어머니의 원한을 그대로 받은 여섯 명의 딸은 그대로 죽고, 바리데기마저 그 여파를 직통으로 맞아 결국 죽고 만다. 바리데기의 제사를 지내주려던 어머니는 제물을 들고 가던 차에 기인을 만나고, 그 기인한테서 바리데기의 혼에 대한 소식을 듣는다.

바리데기는 원한 때문에 악귀가 되어서, 어머니를 씹어 먹으려고 기다리고 있다.

그 이야기를 들은 어머니는 제물을 내팽개치고, 바리데기의 제사는 지내지 않기로 한다. 그 후 이곳저곳을 떠돌아다니다가, 길에서 엎어져 허무한 죽음을 맞는다. - page 115

나는 떨리는 손가락으로 팔주령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러면 여기에 들어간 것은......"

남자는 나를 돌아보고는, 무심한 눈으로 말했다. "본래라면 있을 수 없는 것입니다. 흔히들 착각하지만 무속에 남을 해하는 원리는 없으니까요. 한을 풀고, 원을 달래는 것이 무당의 일입니다. 주술과 무속은 다릅니다. 팔주령은 무당의 것, 손가락 주술은 저주하는 자의 것이지요. 그렇다면 왜 이런 것이 존재하는가, 누가 이런 것을 왜 만들었는가를 곰곰이 생각해보았습니다만."

남자는 잠시 말을 멈추고는, 싱긋 웃더니 쾌활하게 다시 말을 이었다.

"역시 딸랑이가 아닐까요?"

"예?"

"딸랑이라는 것은, 아이들을 달래기 위해서 만드는 물건이니까요." - page 134 ~ 135

사람과 물건의 관계에 대해 이야기를 들려주었는데...

물건과 관계를 맺은 것만으로, 약하든 강하든 상호작용이, '인연'이 일어나게 되고

사람은 자기가 물건의 주인이라고 생각하지만, 인간 사회에서의 소유권과 관계없이 물건이 주인을 바꾸기도 한다는 것을.

"사람의 눈에는 꽃밖에 보이지 않지만, 꽃이 핀다는 건 뿌리가 내렸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보이는 곳에서는 하늘을 향해 활짝 웃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땅속을 파고들어 흙을 찢고 돌을 깨기도 하는 것이지요."

...

뿌리가 내렸기 때문에. - page 285 ~ 286

그리고 이 모든 건 결국 '사랑'으로 이어져있었음에...

사랑, 그 또 다른 이름이었습니다.

영상화해도 더없이 멋진 작품이 될 이 소설.

언젠가 저도 이곳으로의 초대를 받을 수 있을까...!

탁, 탁, 타르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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