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민은 오늘도 차려둔 밥상을 보지 않았다. 손에는 연필과 종이가 쥐어져 있지만 그림을 그리지 않았다. - page 8
아버지의 죽음으로 홀로 생계를 책임지며 늦게까지 일하시는 엄마로 매번 좁은 집에서 아버지의 영정 사진과 마주해야 했던 '서동민'
무서움과 외로움으로 어느 날 엄마에게
"엄마, 나 수민이 있는 시골로 보내주세요."
조르게 됩니다.
외할머니가 무섭기는 해도 '정암면 은향리 도자마을'에는
세 살 터울의 동생도 맡겨져 있고
지천이 자연이라 지금처럼 집에 갇혀서 아버지의 영정 사진을 두려움으로 쳐다보지 않아도 되기에
그곳으로 내려가고자 하였습니다.
낯선 시골에서의 삶이 순탄치는 않았습니다.
그래도 동민은 점점 키가 자랐고 반에서 반장도 하며 아이는 점점 소년이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날은 흘러 어느덧 초등학교 4학년이 되었을 때, 한 전학생이 오게 됩니다.
"안녕, 나는 교동초등학교 다니다 오늘 여기 은향초등학교로 왔어. 이름은 강운영이야."
이름도 얼굴도 목소리만큼이나 무척 예쁜 순정에게 마음이 뺏긴 동민.
이 둘은 복숭아꽃이 흩날리는 마을 길을 함께 거닐며 마음을 키워갔지만 뜻하지 않은 사고를 겪으며 서로 떨어지게 됩니다.
다시 서울로 돌아오게 된 동민.
여전히 그에겐 운영밖에 없었고 그 마음을 전달하기 위해 편지를 쓰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