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삶은 의사소통과 함께 진화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지난 수천 년 동안 인간은 오직 친숙한 사람들과 얼굴을 마주하고 상호작용을 해왔고
글자를 읽고 쓸 줄 아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멀리 떨어진 이들과 편지를 주고받았고
전화가 발명되자 가족, 친구들과 실시간 의사소통이 가능해졌고
이메일이 등장한 이후 어떤 문서든 눈 깜짝할 사이에 세계 곳곳으로 전송할 수 있게 되었고
문자 메시지, 트위터, 기타 소셜 미디어의 출현은 의사소통을 완전히 새로운 차원으로 이동시켰습니다.
그! 러! 나!!
이 모든 변화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의사소통 능력은 향상되기는커녕 퇴보한 것으로 보인다는 사실!
왜 의사소통이 길을 잃었을까...?!
중요한 한 가지 원인으로는 언어 자체를 꼽을 수 있습니다.
애초에 언어는 누군가에 의해 설계된 것이 아니라 소리 구조와 문법, 어휘에 영향을 미친 수많은 역사적 사건을 거쳐 서서히 오늘날의 형태로 갖추어진, 한마디로 논리 법칙에 입각해 만들어지지 않았고 유기적으로 성장했기에 언어에 의해
그런가 하면 우리 몸의 감각기관이 작동하는 방식 때문에,
또는 보고 들은 것을 우리 정신이 해석하는 방식 인지적 원인 때문에
우리의 사고와 기억을 왜곡하는 인지적 편향 때문에
사회·문화적 원인 때문에
등등
의사소통 실패의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지점은 아주 다양하였습니다.
그래서 이 책은 실제 의사소통 실패 사례를 기반으로 오해가 다양한 맥락에서 어떻게, 왜 생겨나는지를 설명하고 있었습니다.
우리가 보통 가족이나 친한 친구들과 소통할 때 큰 문제를 겪지 않는데 그 이유는 그들이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 잘 알기 때문입니다.
반면에 낯선 사람과 소통해야 할 때면 어렵기 마련인데...
이는
공통 기반을 많이 쌓은 사이에서는 많은 것이 생략된 간결한 대화를 하는 경향이 있다. 모르는 사람은 몰래 엿들어도 이해하기 어려운 수준의 배타적인 대화가 이루어지기도 한다. - pageg 60
공통 기반 다지기의 문제는 다양한 사례에서 꾸준히 언급되곤 하였습니다.
또한
사람들은 대개 자신이 아는 정보가 상대방에게도 이미 있다고 가정해 버린다. 박자만으로 노래 제목을 맞춘다는 건 사실 굉장히 어려운 일임에도 불구하고, <고요한 밤 거룩한 밤> 멜로디를 떠올리며 손가락 연주를 하나 많은 참가자들은 듣는 사람이 이렇게나 친숙한 멜로디를 알아채지 못하리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그것이 바로 함정이다. 일단 알고 나면 그것을 알지 못하는 상태는 상상조차 하기 어려워진다. 윌리엄 화이트가 말했듯 "상호 이해를 막는 최대의 적은 이해했다는 착각이다." - page 56
이런 '지식의 저주'와 '자기중심적 편향'은 이메일, 문자메시지, 소셜 미디어처럼 비언어적 단서가 부족하고 상대방의 피드백을 받기 힘든 매체를 사용하는 상황에서 더 심각한 의사소통 실패를 야기함을.
몇 가지 사항만으로도 의사소통의 실패는 남의 일이 아닌 나의 일이었고
되짚으며 오해를 없앨 방안을 모색해야 했습니다.
어렵게 쓰여있지 않아서, 일상에서 마주할 수 있는 사례들이어서 재미나게 읽었습니다.
그동안은 의사소통의 실패에 대해 별 뜻 없이 지나쳤는데 그 원인의 하나가 '나'라는 점에서 반성하게 된 계기도 되었습니다.
언제든, 어디서든, 누구에게든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음에 보다 세심한 노력이 필요함을.
효과적인 의사소통을 위해 첫걸음을 조심스레 내디뎌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