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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띠아고에 태양은 떠오르고 - 산띠아고 인문기행
김규만 지음 / 푸른영토 / 2015년 10월
평점 :
품절
요즘들어 산띠아고가 주목받는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다들 살아가는 것이 힘들어서인지 마음의 위안을 얻고자 산띠아고 순례길에 대해 직접 가지 못하고 책으로 대리만족을 하는 것 같습니다.
저 역시도 그렇기 때문입니다.
저자도 산띠아고가 주목받는 것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말하였습니다.
산띠아고가 다시 주목받는 데는 고색창연한 유적들과 평화롭고 아름다운 경치도 한몫 했다. - page 5
길의 곳곳에 존재하는 성당과 순례자들의 숙소, 드넓게 펼쳐진 들판 들이 아무래도 자신들의 위치에서 순례자들을 맞이해 주기에 마치 언제든 두 팔 벌려서 기다려주는 엄마마냥 따스함을 느껴서 순례길을 오르고자 하는 것은 아닐까 생각됩니다.
그는 오랫동안 자전거를 타고 인적 없는 고즈넉한 곳, 이국적인 풍물이 있는 오지를 여행하는 꿈을 꿔 왔다고 하는데 그 꿈을 이번에 이루게 되었습니다.
그곳은 바로 세계 각국에서 온 많은 순례자들이 고독과 자유를 노래하는 '산띠아고 데 꼼포스뗄라'
사색과 고행, 고독과 자유로 유명한 산띠아고로 가는 길을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의 시샘도 만만치 않다고 합니다.
바람과 구름, 흙먼지와 질척이는 진흙길, 더위와 추위, 눈과 비가 늘 횡포를 부리는 곳.
그의 산띠아고 순례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 했습니다.
순례와 고행은 동의어다. 순례를 통해서 고행으로 들어간다. 고통과 아픔을 두려워하지 않는 순례는 깨달음으로 인도한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는 데카르트식 정중동의 상위개념을 이야기해보자. '나는 걷는다. 고로 생각한다'는 치열한 동중정이 여기에 존재한다. 동중정은 동 속에서 일어나는 고요한 정신의 파문을 말한다. 몸은 비록 밖으로 산띠아고를 향해 걸어가지만 마음은 안으로 자기만의 깨달음의 세계로 항해한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찾아가는 '내면의 산띠아고'이다. - page 26
이 말이 산띠아고 순례자들의 순례를 의미해 주었습니다.
특히나 마음은 안으로 자기만의 깨달음의 세계로 항해한다는 점이 너무나도 와 닿았습니다.
<10 모든 고개는 인간의 원죄를 묻고 또 용서한다>는 부분에서 이처럼 이야기 하였습니다.
고개 위에서 나에게는 '날마다 용서하는 용기'를, 상대에게는 '날마다 용서 받는 겸손'을 갖기를 기원해 보라. '세상에서 가장 큰 기쁨은 용서하는 기쁨, 용서받는 기쁨'이라는 용혜원 시인의 말처럼 사소한 불만과 오해는 용서를 통해서 기쁨으로 나아가야 하리라. 영국 시인 알렉산더 포프는 '실수는 인간적인 것이고, 용서는 신성한 것이다'고 했다. 외롭고 고달프고 힘든 길이지만 까미노는 사랑하고 용서하면서 가는 길이다. 형제여 나를 용서하라. 나도 그대를 용서하겠노라! 함께 '용서의 기쁨'을 나눠보자. - page 104
'용서'의 의미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머리로는 되지만 실제 마음으로는 되지 않는 '용서'.
그 용서를 이제는 해 볼까 합니다.
나를 위한 용서와 남을 위한 용서를......
<23 내가 가는 길이 방황인가 방랑인가? 인생은 저지르는 자의 것이다!>에서 와 닿는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우리처럼 어리석고 부족한 사람들은 여행과 원정을 통해서 평소의 생각과 이념을 담금질하고 실천과 행동을 통해서 단련할 기회로 삼는다. 저 산 너머엔 무엇이 있을까? 저 바다 건너엔 누가 살고 있을까? 우자는 우왕좌왕 방황하고, 현자는 자유롭게 방랑한다. 내가 가는 이 길은 방황인가 방랑인가? - page 239
지금의 나에게도 물어봅니다.
내가 가는 이 길이 방황인지 방랑인지.
그의 순례길은 다른 이들과는 조금은 달랐습니다.
순례길 곳곳에 숨겨져있던 이야기들이 그의 손으로 전달되어서 한편으로는 순례가 아닌 인문학적 여행같았습니다.
그의 마지막 글에는 이런 문장이 있었습니다.
이 길 마지막에 같이 음미할 심금을 울리는 음악을 소개하고 싶었다. 이 순례자 길에서 마지막 노래를 누가 불러줄까? 누구의 노래에 실어서 이 글을 마무리할까? 오래 동안 이런 생각을 했다. 사라사떼의 치고이너바이젠, 집시의 피가 흐르는 이사벨 빤또하의 노래, 바르셀로나 출신 성악가인 호세 까레라스와 마드릿 출신 성악가인 플레시 도밍고의 유려한 목소리, 격정이 넘치는 플라멘꼬의 서편제 같이 한스런 선율도 선택되었다. - page 302
그가 소개해 준 음악이 귓가에 울리는 듯 하였습니다.
애잔하면서도 감미로운 선율들.
아마도 이 끝을 장식하기엔 아직은 여운이 남아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를 통해 알게 된 순례길은 언젠가 저 역시도 가게 된다면 그때서야 이 책의 마지막을 장식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