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형제 세트 - 전2권
위화 지음, 최용만 옮김 / 푸른숲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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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화'라는 작가를 알게된 것은 『허삼관 매혈기』소설을 통해서였습니다.

그때 제목에 대한 호기심 반, 기대 반으로 읽기 시작하였는데 그의 만들어낸 인물들이 코믹하면서도 그 속에 담긴 애잔함과 고단함이 묻어나와 우리네 삶의 모습을 그려나간 점에서, 흡입력있는 문장에 반해 그의 작품에 관심을 가지곤 하였습니다.

하지만 사실 그 후 그의 작품을 접하지는 못하였습니다.

제목이 제 마음에 확 와 닿지 않았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래도 왠지 모르게 그의 작품에 대한 호기심과 기대를 가진 채 있다보니 이번에야 연이 닿았습니다.

『형제 1, 2』

이 책은 다시금 재출간되었다고 합니다.

재출간이 될만큼 이번 이 책 역시 뭔가 독자들을 이끄는 힘이 있나 봅니다.

또다시 발생한 호기심 반, 기대 반.

무슨 내용이 전개되고 있을지 기대하며 읽었습니다.


이야기는 '이광두'의 사건으로 시작되었습니다.

그 시절의 공중변소엔 남자용 변소와 여자용 변소 사이에 달랑 얇은 벽 하나 있었고 아래는 뻥 뚫린 형태이기에 옆 사람의 용변을 알아차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다 그가 여자화장실에서, 그것도 여자들 엉덩이를 훔쳐보다 잡히게 됩니다.

그런 그를 바라본 엄마의 한 마디.

그 아비에 그 자식. - page 28

이 한 마디는 책이 끝날 때까지 저에게 울림으로 남았습니다.

이런 이광두가 있다면 그보다 한 살 많은 형 '송강'은 그와는 달리 조용하고 아버지 역시 어머니의 재혼으로인한 새아버지의 아들이었습니다.

이로써 책의 제목인 '형제'가 이 소설을 이끌어나갑니다.


중국의 문화대혁명 시대로 인해 새아버지의 죽음, 어머니 역시 세상을 떠나시면서 송강과 그는 이광두가 좋아하던 여인 '임홍'과 형과의 삼각관계로 그들 형제의 사이는 금이 가기 시작하고 시대의 흐름이 경제성장기를 맞으면서 서로 다른 길을 향해 가게 됩니다.


소설을 통해 중국의 시대 흐름에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은 단순히 '중국'을 표현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우리 역시도 격변의 시대를 겪으면서 보였을 모습이었기에 위화감없이 오히려 집중하면서 읽어내려갈 수 있었습니다.

시대에 따라 서로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는 형제를 보면서 작가가 서문에 했던 말이 생각났습니다.

우리의 삶이 이러합니다. 우리는 현실과 역사가 중첩되는 거대한 간극 속에서 살고 있습니다. 우리는 모두 병자일 수도 있고, 모두 건강한 삶을 살고 있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양극단 속에서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오늘과 과거를 비교해봐도 그렇고, 오늘날과 오늘날을 비교해도 여전히 마찬가지입니다.  - page 10


1권에서 느껴진 가족의 의미.

특히나 '엄마' 대목은 가슴 아리게 다가왔습니다.

"송강, 이광두는 네 동생이니까 평생 잘 보살펴줘야 한다......  난 네 걱정은 하지 않는다. 광두가 걱정이야. 이 아이가 바른 길을 걷는다는 장래에 큰 인물이 될 수도 있을 텐데. 잘못된 길을 걸을까 봐, 감옥에 가게 될까 걱정이다......  얘야, 나를 대신해서 광두를 잘 보살펴다오. 잘못된 길을 가지 않도록 말이다. 얘야, 나를 대신해서 광두를 잘 보살펴다오. 잘못된 길을 가지 않도록 말이다. 얘야, 약속해다오. 광두가 어떤 잘못된 일을 하더라도 잘 보살피겠다고 말이야."

송강은 눈물을 닦아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엄마, 걱정 마세요. 죽을 때까지 광두를 보살필게요. 밥이 딱 한 공기가 남으면 광두를 먹일게요. 옷 한 벌이 있으면 광두 입히고요."

이란은 눈물을 흘리며 고개를 가로저였다.

"마지막 밥 한 공기는 너희 형제가 나눠 먹도록 해. 옷 한 벌은 너희 형제가 돌아가면서 입고......" - page 323


그리고 한 여인으로인해 형제간의 금이 가고 있을 때 광두의 말이 인상깊었습니다.

"잠깐 피할 수는 있어도 평생 피할 수야 없지." - page 473


2권에선 형제의 삶이 다르게 그려지면서 저자가 말했던 양극단의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자네 송강과 이광두, 마치 '부잣집에서는 술과 고기 썩는 냄새가 나고, 길거리에는 얼어 죽은 시체가 뒹군다.'라는 옛말과 똑같은 형세라니까." - page 185

특히나 이광두와 임홍의 불륜, 그 후 송강의 자살.

임홍이 날카롭게 소리를 질렀다.

"그래, 내가 내 남편을 죽였다고 치자. 너는 네 형제를 죽였잖아!"

그 말을 들은 이광두는 더 이상 엉엉 울지 않고 갑자기 불쌍한 모습으로 변해버리더니 두 손을 내밀며 임홍에게 다가가 슬픈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우리 둘이 송강을 죽인 거야. 우리 다 온전히 죽지 못할 거야......"

(중략)

"너같은 창녀도 송강을볼 면목이 없어."

임홍은 암울한 안색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이광두의 말에 동의한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나도 마찬가지지. 하지만 그 사람은 창녀의 남편이잖아......"

이광두는 울음을 터뜨렸다.

"걔는 내 형제야......" - page 430 ~ 431


책을 읽으면서 진한 여운이 남았습니다.

현실과 역사 속.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다시 생각에 잠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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