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 부엌 - 냉장고와 헤어진 어느 부부의 자급자족 라이프
김미수 지음 / 콤마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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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특이하였습니다.

『생태 부엌』

그런데 자세히 살펴보니 이렇게 적혀 있었습니다.

냉장고와 헤어진 어느 부부의 자급자족 라이프

냉장고와 헤어지다니......

우리에게 뗄레야 뗄 수 없는 물품 중의 하나인 냉장고와 어떻게 이별을 결심한건지......

조금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이들 부부는 왜 이런 생활을 하게 되었는지, 과연 냉장고가 없이도 생활할 수 있을지 의문을 가진 채 읽어보았습니다.


어린 시절 그녀의 엄마의 생활모습이 은연 중에 몸에 베이게 됩니다.

엄마는 환경을 생각하는 삶을 살았는데, 먹거리 기준이 꽤나 엄격했다. 덕분에 패스트푸드나 가공식품보다 신선한 제철 농산물을 먹고 자랐으며 지금까지도 건강한 식습관을 갖게 되었다. 엄마는 콩나물 한 봉지나 두부 한 모를 살 때도 시골 할머니들이 직접 길러 만든 것을 골랐고, 곡식은 인근에서 농사짓는 친척이나 아는 분께 직접 사 오셨다. 균형 잡힌 식사를 위해 여러 종류의 잡곡을 섞어 밥을 지어 주신 건 말할 것도 없다. 뿐만 아니라 쓰레기 분리수거가 시행되기 한참 전부터 재활용 가능한 물품들의 활용 방안을 찾아 실천했다. 세제는 당시 지역 성당에서 만든 친환경 주방세제와 폐식용유로 만든 빨랫비누를 사다 써다. 중학교에 입학할 즈음에는 온가족이 '비누로 머리 감고 식초로 헹구는' 엄마식 머리감기를 따라했던 기억이 난다. - page 14

이런 그녀가 있다면 그녀의 남편인 '다니엘' 역시도 어린 시절부터 친환경적인 삶을 살았다는 점이 눈에 띄었습니다.

다니엘도 한동안은 텃밭을 등한시했으나 독립적인 삶을 사는 데 자급자족의 중요성을 터득한 뒤로는 텃밭 지킴이를 자청했다. 다니엘은 지금도 '어린 시절 밭에서 막 따 콩깍지를 벗겨 맛본 완두콩은 진정으로 맛있다는 게 무엇인지, 텃밭에서 직접 길러 수확해 먹는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를 알게 해 준 소중한 경험'이라고 말하곤 한다. - page 16

어린 시절부터 남달랐던 그들이기에, 점점 성인이 되면서 '삶의 가치'를 찾아 선택하게 된 삶이 바로 '땅에 뿌리를 내린 삶'이었고 그 삶을 시작하게 도비니다.


우선 그들은 '헌 물건이 새 물건을 사서 쓰는 것보다 에너지와 자원 이용 면에서 더 생태적'이라는 생각으로 왠만한 물건들은 중고로 구입하거나 친척, 지인들에게 물려받으며 생활합니다.

또한 전기 소모량이 많은, 특히나 부엌에서 사용하는 전기레인지나 냉장고, 전기밥솥등을 사용하지 않음으로써 그들이 실천하고자한 '생태 부엌'을 완성하게 됩니다.

역시나 저에게 의문점이었던 '냉장고 없이'에 대해선 이를 대처할 '켈러'라는 지하 혹은 반지하 저장 공간이 그 역할을 대신하였었습니다.

주로 독일의 일반 주택에는 '켈러'라는 지하 공간이 존재하여 그 곳을 다용도실이나 창고로 많이 사용하는데 잡동사니를 보관하고 잼이나 피클 같은 병조림 식품과 감자, 양파 등의 저장 채소를 두기도 한다고 합니다.

또한 그들은 채소를 보관할 때 건조를 시키거나 병조림을 해 두어서 보다 채소 본연의 풍미를 높이거나 제철이 아닐 때도 섭취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아무래도 그들은 넓은 정원과 '켈리'와 같은 지하공간이 존재하였기에 가능한 생활이 아니었나 싶었습니다.


그들의 생활을 보면 '부엌'에서 시작되어 생활모습에서도 소박한 삶이 여실히 들어났습니다.

그래서 그들이 원하던 '삶의 가치' 즉, 자연과 더불어 사는 삶이 모습이 저에게는 조금 낯설지만 부러워보이기도 하였습니다.

또한 그들의 이야기를 가만히 듣다보니 내가 살고 있는 삶은 진정한 가치, 의미를 지니고 있는 것인지 의문스럽기까지 하였습니다.

이 책 속에서 인상깊었던 문장.

우리는 우리 몸에서 나온 배설물을 통해 텃밭 거름을 만들고, 일상에서 그것들의 귀함을 깨달아 간다. 그러니 이것이야말로 생태적 순환의 삶을 위한 '생활 혁명'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 page 64

문명이 발달하면서 '제4차 산업혁명'보다 오히려 그들이 추구한 '생활 혁명'이 더 인상깊게 와 닿았습니다.

소박하지만 품격있었던 그들의 삶의 모습.

작은 실천들이 모여 결국 '생태적 삶'이 완성됨을 느낄 수 있어서 읽는내내 저 역시도 자연의 일부가 되어가는 듯한 착각마저 들었습니다.

그리고 책의 후반으로 갈수록 담겨있던 그들의 레시피.

패스트푸드보다 오히려 맛 좋고 영양있고 예뻐보였습니다.

왠지 책을 읽고나니 제 부엌의 살림은 너무나 문명에 길들여진 제 모습이 보여 조금은 안타까웠습니다.

소박한 삶, 아니 자연으로부터의 식재료.

조금씩이라도 채워나가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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